사랑이 싹트는 자투리 시간

  • 먹거나쓰다가남은것들이있습니다.여분의것들입니다.한갓진마음으로찬찬히들여다볼수있는것들입니다.사람들이버리고간것을내가취한다(인기아취·人棄我取)는성인의말씀도있습니다.여분의시간은아름답습니다.남녀의사랑도때로는자투리같은여분의것에서출발합니다.이름,나이,직업같은큰조건들이아닙니다.그사람은어떤칫솔을쓰는지,그사람은찻집에서커피를주문하는지홍차를주문하는지,그사람이어렸을때과학과사회중어떤과목을더잘했는지같은하찮고별볼일없는것들이사랑을사랑답게만들어줄때가있습니다.이번주는청아한문체와세련된감성화법으로국내에많은독자를갖고있는에쿠니가오리의‘홀리가든’(소담출판사)을권해드립니다.작가는이소설이“여분의시간을많이함께한두사람의이야기”라고밝히고있습니다.

    이소설에는눈여겨보아야할인물이세사람있습니다.한사람은5년전에끝난사랑의상처에서아직도헤어나지못하고있는30대여성입니다.안경점에서일을하는데고양이한마리를키우고있고저녁때마다친구를초대해요리를해줍니다.간혹남자들과잠자리를함께하기도하지만여전히옛애인을잊지못합니다.그녀의오랜친구인또한여성은미술교사인데멀리떨어진곳에사는유부남과연애를합니다.남자를만나같이지내는동안너무행복하지만헤어져집으로돌아올때오히려안도감을느끼는타입입니다.세번째인물은안경점여성을사모하는청년입니다.이루어질수없는사랑인줄알면서조금씩그녀의일상속으로파고듭니다.

    흘러가버린것,멀리떨어져있는것,이루어질수없어보이는것,그것들을사랑하는세인물을읽어가다보면어느새‘우리주변에이런사랑도있을수있지않을까?’수긍하게되실겁니다.

  • 가을밤이깊어지고있습니다.조금묵직한소설문학의맛에심취하실분들에겐중국현대문학의대표주자모옌의장편‘홍까오량가족’(문학과지성사)을권해드립니다.이소설은1920년대중반부터1940년대초반까지중국산둥성까오미현을무대로하고있습니다.한센병을앓고있는,고량주양조장집아들에게팔리듯시집가던따이펑리옌이당시꽃가마를메던위잔아오와사랑에빠져화자주인공‘나’의아버지인또우?을잉태하는장면이소설의도입부줄거리를열어갑니다.위잔아오는양조장집부자(父子)를살해하고따이펑리옌을안주인으로만들어줍니다.그는그후에양조장에일꾼으로들어가있다가점차영웅적인면모를보이며인근주민들을통솔,일본군에맞섭니다.장이머우감독의영화‘붉은수수밭’을좋게감상하신분들께이소설도꼭읽어보시라강추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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