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암흑일 때도… 희망은 있더라

‘엄마의죽음을배우는학교’라고들어보셨습니까.엄마의이름이검은글씨로적혀있는공책을받아들고,엄마의죽음에대해학습을시작하는학교말입니다.이번주는노엘샤틀레의소설‘마지막수업’(솔)을권해드립니다.작가는파리5대학의커뮤니케이션학과교수이자수필가이며소설가입니다.이책은“삶의종말이라는고통스러운주제를조심스럽게다루며죽음을앞둔엄마와함께보낸마지막날들을눈부시게빛나는아름다운한편의드라마로승화시켰다”는평을듣고있습니다.

이자전적소설에서주인공은여성작가입니다.그녀에게아흔두살된엄마가어느날말합니다.“10월17일로정했단다.”그렇게소설은시작됩니다.엄마의직업은산파였습니다.엄마가말한죽음은자살일수도있고자연사일수도있습니다.그엄마가자신이이세상을떠날날짜를딸에게미리통고하는것입니다.엄마의입장은단호하기가단두대의칼날같습니다.실제로샤틀레의엄마는존엄사(嚴死)협회회장이었다고합니다.

이작품은2004년프랑스문학작품중실험성높은작품에수여하는르노도상을받았습니다.엄마의자살통고를받아들여야만하는딸의사색을그려내는그충격적주제로적잖은센세이션을일으켰습니다.흔들리는딸에게엄마는말합니다.“자,괜찮아.겁내지마.자!”바닷가정원에서처음쉬하는것을가르쳐주었듯이엄마는딸에게엄마의죽음을가르칩니다.늦가을따뜻한위로가필요하신분들께적당한책입니다.

다음은‘의학계의계관시인’이라불리는올리버색스의작품‘색맹의섬’(이마고)을권해드립니다.콜롬비아대학메디컬센터임상신경학교수로있는저자의이작품은일종의여행기이자르포르타쥬로도볼수있는데요,태평양한가운데있는핀지랩이란섬이배경입니다.그곳에는태어날때부터아무런색깔도볼수없는유전적완전색맹들이모여살고있습니다.이얘기를전해들은색스는안과전문의로버트와서먼,그리고색맹전문가인크누트노르드뷔와함께현장을찾아갑니다.“자기만완전히색을못보는것이아니라색맹부모와조부모,색맹이웃,선생님까지도색맹인곳,색에대한개념자체가존재하지않는”곳입니다.그러나저자는그곳원주민들이겪는아픔과제약에안타까워하다가그것을보완하고도남는풍부한명암과질감의세계에감탄하기도합니다.

이책을의학보고서로만보면실패한독자입니다.고통을겪으면서도의연한환자들의감동적인사연,저자가내보이는유년의기억들,그속에가득찬호기심의편린들,그리고아마추어식물학자로서갖고있는왕성한지적열정같은것들이미크로네시아섬들의풍광과역사와문화와어울리면서한편의멋들어진소설을만들어내고있기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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