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목말라하는 연인들

도시의연인들을보면아직도우연을목말라합니다.(어쩜,우린왼쪽아래두번째어금니가똑같이썩었네.)어찌보면미국소설가폴오스터의숭배자들같습니다.그는우연이쌓여서필연을낳는다는믿음을갖고스토리를축조합니다.욕심이지나친커플들은심지어기적을바라기도합니다.운때가맞아서뽀다구나게잘나가든,아님삑사리나고삐딱선을타든,그런커플들은지푸라기같은행동에도한없이의미부여를합니다.이번주는파스텔톤의솜사탕같은소설도쿄돌(황매)을권해드립니다.카피라이터출신으로감수성의왕자라는이시다이라의책입니다.

밤의편의점은등대였다.로시작하는이장편은스타일리시한문체가시종투명하게이어집니다.주인공은게임디렉터인MG라는남자,그리고편의점여직원인미즈시나요리입니다.밤샘작업을하는MG는새벽두시에잡지몇권을사려고편의점에들릅니다.그는누군가의목소리를듣는것도4일만이고,소리를내어말하는것도3일만이라고할만큼고독한사내입니다.미즈시나를그곳에서우연히처음본MG지만,그의뇌리엔즉각적으로섬광같은아이디어가스칩니다.미즈시나를자신이만들고있는게임의화상모니터에집어넣으면초절정의균형잡힌몸매가될것이라고생각합니다.모델이돼주지않을래?마침슬럼프에빠지기직전이었던MG는기적적으로새로운게임의페르소나를찾아낸셈입니다.

푸른보석처럼명멸하는도시의투명한고층빌딩,그리고그너머의공허한공기,화려함과허무함이공존하는현대의도쿄에서기적과도같은사랑을만나는순간이시작된것입니다.아울러거대기업의음모,리얼버추얼의싸움,새벽을끌어당기는듯한섹스와사랑이이어집니다.과연소설의종말에서대기하고있는여신은미소를짓고있을까요?

연극배우출신의프랑스소설가마리니미에의장편슬픈아이의딸(문학동네)도함께권해드립니다.이작품은실제로작가가다섯살때교통사고로숨진아버지를모델로삼고있습니다.아버지로제니미에도푸른경기병이란작품으로유명한작가였습니다.작가부녀(父女)의이야기를딸이자전적형식으로쓴소설입니다.

이책은당대의가장뛰어난작가의반열에올라수많은독자들의추앙을받았던아버지가실제로는가족들에게상처와고통만안겨주었다는내용을담고있습니다.사실이런아버지들의모습은동서양을막론하고어떤이율배반적삶의전형(典型)을드러내주고있기도합니다.딸은아버지가남긴상처를치유하기위해내면으로의여행을떠납니다.격조있는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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