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창밖을내다보고있는견공犬公의자태는숭고합니다.시인이성복은“자신을비참하게만들어삶에복수하고싶었다”고했지만,그일에실패했을때아마도개를데리고산책을나갔을것입니다.들녘에소리없이지고있는눈꽃잎을바라보는견공은허리를꼿꼿이세우고있었을것이고,시인은시를남겼습니다.이번주는개에관한아름다운책’소니아'(작가정신)를권해드립니다.저자는두사람입니다.2003년남편이간암으로죽자유독그를따르던암컷소니아의털색깔이검정에서순백으로변해버린신기한사연을블로그에올렸던50대주부가사이게이코,그리고그를도와문장을만든30대작가후치다미사토리노씨입니다.
책속에는여행을좋아했던남자가사이고지씨,아내와딸,그리고아내의부모님들이함께어울려살았던홋카이도의풍광이펼쳐지고,그들과더불어조용한삶을꾸려가고있는흰색래브라도종인소니아의얘기가전개됩니다.120쪽이겨우넘는이얇은책을펼쳐들자마자독자들은눈을비비게될것입니다.별로특별할것도없는사연들이너무도평범하고잔잔하게가슴을흔들어놓아서그렇고,또하나는가사이고지씨가숨을거둔후소니아의털빛이변해가는과정이깜짝놀랄만큼생생한스틸사진들로담겨있기때문일것입니다.“서로에게위로가된다”는것이무슨뜻인지깨닫게해드릴것입니다
위장속에나비가있다,는영어표현은걱정으로가슴이두근두근한것을뜻합니다.파리생제르맹거리의횡단보도에서우연히만난남자와버럭저녁식사를하게된다면가슴속에서수천마리나비들이날아다닐것만같습니다.따뜻한연애취향을가진독자들에게많은사랑을받고있는안나가발다의소설집‘누군가어디에서나를기다리면좋겠다’를함께권해드립니다.절묘한순간포착,섬세하게흐르는여성심리,뺨위의솜털이라도느낄만큼리얼한감성들의말잔치를음미케해주는데있어가발다는타의추종을불허하는작가입니다.‘카페종업원들이바깥에내놓았던테이블을안으로들이고,약속있는사람들이교회앞광장에서서성이고,연인들이우디알렌의신작을보겠다고예술영화전용관앞에길게줄을늘어서는시간'(16쪽)에혼자이면서왠지불행해보이는남자와,그리고훤칠하고늘씬한다리에검은상복을입은것만같은,보들레르의시속에나오는것만같은그런여성이만나소금절이돼지고기구이에따끈한콩요리를곁들여로제와인을홀짝이는분위기를떠올려보십시오.그러다가그망할놈의휴대폰때문에원나잇공든탑이순간무너지는것도요.별다섯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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