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컴퓨터로아내의메일을읽다
우리는‘모호하거나’‘미쳤거나’둘중하나일지모릅니다(18쪽).이번주는스페인어권에서가장각광받고있는작가후안호세미야스의장편‘그림자를훔친남자’(문학동네)를권해드립니다.모호하다는건우리자신이매우여러방식으로이해될수있는다중적존재라는뜻입니다.미쳤다는건,우리가어느날문득미쳤다는걸깨닫고그날부터광기를감추는일에급급한삶을살고있다는뜻입니다.어느쪽이십니까.
이소설은3명의인물이등장합니다.영화세트디자이너인훌리오,그의아내인라우라,그리고옆집에사는남자마누엘입니다.세사람은동갑입니다.마누엘이훌리오의집으로식용유한컵을얻으러왔다가친구사이로발전합니다.그러던어느날마누엘이교통사고를당해식물인간이됩니다.훌리오와라우라가그사고소식이걸려오는전화를받는장면이이소설의시작입니다.여러우여곡절끝에아내라우라에게쫓겨난훌리오는마누엘의집에숨어듭니다.마누엘은병원에누워있기때문에빈집이돼버린그곳에서훌리오는마누엘의옷을입고,마누엘처럼행동하면서서서히다른사람으로변해갑니다.
사실우리삶은투영(投影)의관계입니다.내삶에타인의삶이비쳐있고,타인의삶에내삶이들어앉았습니다.마치‘그림자를훔치듯’이요.고급취향의재미를찾는독자에게딱!인책입니다.
(스포일러….그런데알고봤더니아내라우라와옆집남자마누엘은오랜연인사이였습니다.우연히마누엘의컴퓨터를열어봤는데,아내와주고받은이메일이쌓여있었던것입니다.그리고훌리오는라우라가마누엘의아이까지임신하고있다는사실도알게됩니다.
훌리오는이메일을거꾸로이용합니다.마침내식물인간이던마누엘은죽고,그날훌리오는마누엘의영혼이라도된듯이아내라우라에게이메일을보냅니다.물론마누엘이보낸것처럼꾸며서요.그리고다시합치고싶다는뜻을전합니다.)
언제나말씀드리듯이정말재미있는소설입니다.보증합니다.
아참,선물하는것은권력의표시라네요.그리고우리는대개두개의삶을살고있는경우가많은데대개의경우거짓으로살고있는삶이더중요하다고할수있다네요.논쟁적대목이아주많이나옵니다.강추,강추….
7명의여자가저주하는한남자
혹시트럭이밟고지나가는것처럼가슴이짓눌린슬픔을당하신경험있습니까.특히배반한남자때문에요.스페인출신의프랑스작가이자벨알론조의장편‘옴므파탈’(지안)도정말놓칠수없는작품입니다.‘당신이?날대신할여자를찾지않을거라고?웃기고있네!당신한테여자꼬시는건자전거타는거랑같다며.어떻게당신이그걸잊어버릴수가있어’(202쪽).이한문장으로눈치채셨겠지만,이소설은모두7명의여성이번갈아가며고백을하는투로돼있습니다.그들이상대했던남자는막스라는부동산중개업자입니다.막스는핸섬하고,친절하고,섹스를잘하고,돈을잘법니다.여자에게동화같은분위기를선물할줄도압니다.그러나막스는권태를쉽게느낍니다.이소설은막스의상대가됐던여자들이어떻게자신들이막스에게빠져들었으며,어떻게꿈결같은시간을보냈으며,그리고결말에어떻게버림받았는지를소상하게털어놓고있습니다.
그녀들이일탈적사랑을원했든,섹스중독에빠질만큼육체적욕망에찌들어있든,계산적이고쿨한사랑을원했든,결과는같습니다.막스는교통사고로죽고맙니다.‘치명적인남자’(옴므파탈)를거울삼아우리가원하는사랑의정체성을묻습니다.
Share the post "두 개의 삶을 살고 있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