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면을 벗어도 안아 줄 사람

내가가면을벗어도나를안아줄사람이란…

"있는그대로의내모습을보일수있는상대가한사람쯤있으면좋겠습니다."사람들은그렇게생각합니다."내가변덕보따리든모순덩어리든,그걸받아줄만한사람에게는있는그대로의모습이드러나도괜찮다"(170쪽)고마음놓고싶을때가생기는법입니다.이번주는그런상대를찾았다고외치는소설’새벽세시,바람이부나요?'(문학동네·원서2006)를권해드립니다.다니엘글라타우어(Glattauer·1960~)라는오스트리아작가가쓴소설인데요,올해읽은소설중에제일재미있었습니다(진짭니다!).

이소설은전부이메일로돼있습니다.커뮤니케이션카운슬러이자대학의언어심리학자인독신남레오(36·남),그리고홈페이지디자이너이자두아이의엄마인유부녀에미(34·여)가주인공입니다.에미가’라이크’라는잡지의정기구독을취소하는메일을보낸다는것이레오에게잘못전달되는바람에두사람은연결됩니다.처음에는단순호기심으로시작된이메일이점차두사람을굵은감정의끈으로묶게되고심각한상황으로줄달음치게됩니다.

레오는고백합니다."에미.당신은제안에있으면서저와늘동행하는제2의목소리같은존재입니다.당신은저의독백을대화로바꿔놓았습니다."(132쪽)그러자에미도화답합니다."당신에게메일을쓰고당신의메일을읽는시간이저에게는일종의’가족타임아웃’이에요.이시간이일상밖에있는작은섬이라고나할까요?"(149쪽)

두사람은"(직접)만나자,그러지말자"아옹다옹하면서,그리고"이제그만헤어지자"몇번이나다짐을두면서도점차상대에게빠져듭니다.서로는서로에게섬과같은존재입니다.이쪽세상에서힘들고지칠때배를저어가면,마치가면을벗어던진것처럼완벽하게그대로의나를따뜻하게맞아줄그(녀)가기다리고있는섬이되는겁니다.적절한에피소드를섞으면서이만큼상대의감정을섬세하고깔끔하게파고드는문장들을일찍이보지못했습니다.보증섭니다.

‘철도원”장미도둑’같은책으로한국에수많은고정팬을거느리고있는아사다지로(1951~)의새소설집’슈샨보이'(대교베텔스만·원서2007)를함께권해드립니다.이책은현재워낙많은분들이감동의사연을말하고,입으로전파하고있는중이어서별도의소개가필요할까싶습니다.또본지문화면에도인터뷰가이미게재됐습니다.그런데도다시한번’슈샨보이’를권하는것은,이작가는왜우리의눈물샘을자극하는가에대해드릴말씀이있기때문입니다.세대를뛰어넘는기억의두레박,그것을휴머니즘의가교로전환시켜오늘날의상처를어루만지는솜씨가우리시대최고봉에가깝습니다.놓치지마십시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