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쓴 맛

대학을졸업하고대기업에입사해일년이지난1983년초의일이었다.부서사람들과는다들우애있게잘지내고일은잘배워서한창재미있고걱정거리가없을때였는데나도모르게내머리위에날벼락이준비되어있다는것을알게되었다.

사무실밖복도를지나가는데사장실비서(나보다일년먼저입사했던)가인사를하면서한마디건네는것이었다.

"부사장실로가신다면서요?"

"예?그게무슨소리인가요?"

갑자기그비서의얼굴빛이바뀌면서허둥지둥대답도미처하지못한채가는데그뒷모습을바라보면서’뭔가터졌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

입사초기에비서를하면어떻겠느냐는권유가있었으나체질로나성격으로나도저히맞지않는일이라업무를하겠다고주장해서무역업무부서에서일을해오던터였는데갑자기웬부사장실?

여러가지생각을하다가비교적모든일에솔직하고털털한옆과의과장님에게면담신청을하였다.회사밖의찻집에서’부사장실’이야기가무슨말이냐는질문에한참고민을하시던그과장님이이야기하신내용은’마른하늘의날벼락’바로그것이었다.

당시회사는여름휴가에100%,가을추석에100%,그리고연말에300%의보너스를지급하였는데연말보너스는바로성과급제여서인사고과에따라최고350%에서최저240%까지각양각색으로지불되었던터였다.인사고과가진행되던늦가을에부서차장님이’이번인사고과가참잘나왔다’고지나가는말로알려주셔서그런가보다하고지냈는데막상보너스를받아계산해보니240%가나왔었다.진작사유를물어봤더라면알았을텐데회사사정도잘모르던터라그해여름발을삐어일주일이상을병가를냈었던적이있어혹시그때문인가?하고무심코넘어갔었다.

그과장님설명에의하면직원과대리급을같이놓고인사고과를하였는데고참대리중에꼭승진을해야할사람이고과가너무낮게나오는바람에승진은고사하고울산으로쫓겨가게생기는일이발생하였고부장님이신입직원인나의고과와바꿔치기를했다는것이었다.

문제는새해가되면서업계에불황이닥쳤고감원대상을골라내는데그기준이인사고과였고부서에서제일고과가낮은내가그명단에올랐는데간부회의에서이제들어온지갓일년이지난대졸여직원을그냥쫓아낼수없으니어떻게하느냐의논하다가부사장님이그러면자신이비서로쓰겠다고했다는것이었다.

들으면서기가막혀말도안나왔다.나의실수나나의능력부족때문이아니라조직의일처리때문에엉뚱한피해를입게되었던것이다.하도질린표정을하고있으니그과장님은자신이이야기했다는것은알려지지않았으면좋겠다고부탁을하였다.이이야기는과장급이상간부들만아는이야기라자신이발설한것이밝혀지면아주곤란하다는것이었다.

이야기를듣고난나는그저하늘이노래지고억울한심정에어찌할바를모르다가다른계열사에근무하는친구를만나의논을하였다.어떻게처리해야하는가?친구는위로하기를’하나님은극복할수있는시련만을주신다는데능히이번일을극복할수있을것’이라는것이었다.

집에돌아와밤새생각하고또생각해도억울한생각만들고이사실을신문에알려?한번뒤집어놔?별별생각을다하며뜬눈으로밤을새웠다.

그다음날아침부장님에게찾아가’부사장비서’설이도는데도대체어떻게된일이냐고물었다.
부장님왈,내가능력이뛰어나서발탁되었다는것이었다.차라리솔직하게일의진척을말했더라면순순히물러나왔을텐데말도안되는거짓말에화가나서절대부서를못옮기겠다고하였다.그러자부장님은한술더떠서’중이절이싫으면절간을떠나야지,회사가정책적으로결정한내용이싫으면나가야한다’고강변하였다.어이가없어서부장님얼굴을물끄러미바라보다가나왔다.

옆과의과장님이내가부장님과이야기하는것을보고는바로담당과장님에게이야기를하셨던모양이었다.과장님이이야기좀하자는것이었다.바깥에나가대면하자과장님은작년고과결정때자신은부장님의결정에반대를하였으나어쩔수없었으며너무미안하다고하였다.내가어떠한결정을내리더라도할말은없으나다만처자식달린남자직원한사람구원한셈치고그냥넘어가줄수없겠느냐고부탁을하시는것이었다.

과장님과의면담을끝내고들어오자차장님이면담신청을하셨다.내용은같은것이었다.자신도옳지않은일인줄알면서조직의구조상그렇게밖에할수가없었다는것이었다.

그리고다음에는총무과장이보자고하였다.일은이미벌어졌고나에게원하는것이무엇인지를물었다.나는나의잘못이없으므로부서는옮기지못하겠다고하였다.

그후그렇게무성하게나만모르고떠돌던나의인사說은가라앉고내게아무해명도없이설명도없이나는그냥그부서에서계속근무하였다.

내가더이상일을크게만들지않은것은너무도잘지내고있는부서사람들과의관계가망가지는것을원치않았기때문이었다.나는한때회사를옮길것도생각하였었으나여기서이러고나가면패배하는것이다라고결정하고그후더열심히일을하였다.

그리고일년뒤인사고과철이왔을때차장님이이번에인사고과점수가아주좋다는것을친절하게일러주었다.지난번에미안했던것을보상하려나?그렇게생각하고있었는데결과는?높지도낮지도않은중간300%였다.그렇다고높다고하더니왜평균을주었느냐고할수도없는일이었다.

그다음해에는어디누가이기나두고보자는오기도발동하였고일을더열심히하였다.
결과?차장님의인사고과잘나왔다는이야기도또들었고받은것은똑같은300%…아무래도부서를못옮기겠다고버틴것에대한부장님의응답(?)이었던것같다.과장님과차장님의미안해하는모습이란…

그리고4년째되던해회사의일부사업부서를독립시켜회사를만들게되었는데우리업무부서의반이신설회사로옮기게되었고그당시담당과장,차장님이함께옮겨가게되었다.

그해겨울…나는연말에최고350%의보너스를받았고승진을하였다.승진이결정되던날과장님이불러서말씀하셨다.

"그동안너무오래미안했습니다.이제야제대로되었습니다."

조직의쓴맛으로인해벌어진일을수습하는데꼬박3년이걸렸던셈이다.

(2001.12월씀)

InChrist,thehopelessfindhope.
그리스도안에서는소망없는자들이소망을찾는다.

http://blog.daum.net/peace-maker/99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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