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과 여사님

일1 일3 일2 원1 원2 원3

지난 2주간이 마치 꿈결 같습니다.

8일 저녁 시작된 다리 통증으로 11일 일산병원에 입원하였다가 수치가 많이 내려가서 19일 퇴원하였고 재활치료를 위해 원주에 와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입원하였다가 22일 오늘 퇴원하였습니다.

정상의 80배가 넘는 수치가 빠른 속도로 내려와 이제 정상으로 회복되었고 부었던 다리도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앞으로 얼마간 지속적으로 재활치료(물리치료)를 하면서 약해진 근력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동안 따뜻한 말로, 댓글로, 기도로 회복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생각보다 빨리 회복한 데는 많은 분들의 마음이 함께 하셨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일산병원에서는 간호간병서비스 병동에 입원을 해서 하루 두 번의 면회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환자분들과 조용히 보냈습니다. 무릎수술, 허리수술, 고관절수술을 하신 분들은 연세가 드셨음에도 휠체어로 혼자 이동을 하실 수 이는 분들이어서 움직일 때마다 간호사를 불러야했던 저보다는 형편이 좋으신 편이었습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병동은 가족들이나 간병인들이 함께 자고 먹는 병실이어서 또 달랐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제가 목발로 혼자 다닐 수 있었던 데 비해 두 어르신들은 24시간 침대에서 떠날 수 없어 검사를 받을 때도 침대로 이동해야 되서 항상 가족이나 간병인이 함께 하였고, 다른 한 분은 휠체어에는 앉을 수 있으나 누군가 도와와야만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병실에서는 나이 상관없이 병에 대해, 증세에 대해 치료에 대해 간병에 대한 내용이 공동의 화제가 되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옆 사람이 어떤 치료를 받는지 현재 회복이 어떤 상태인지 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때 되면 나오는 식사 시간이 되면 싱거운 병원 밥 먹기 힘들다며 가족들이 준비해온 짭짤하고 매콤한 반찬들을 나눠 먹었습니다.

며칠 입원해 있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어머님’과 ‘여사님’입니다. ‘어머님’은 의료인들이 환자들을 부르는 호칭이었으며 ‘여사님’은 의료인들과 가족들이 간병인들을 부르는 호칭이었습니다. 70대 어르신들을 간병하는 ‘여사님’들 연세가 60대 후반, 70 이라고 했습니다. 가족이 하든 간병인이 하든 ‘노노케어’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든 생각은 이 세상의 제일 약자는 ‘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몸을 돌 볼 수가 없는 상태에서 온전히 도와주는 손길에 의지해야 하는 환자들 중에 병원 곳곳마다 붙여 있는 ‘환자의 권리’를 제대로 읽어 본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어머님’으로 산 두 주일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날들이었는데 퇴원한 지금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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