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190119 뒷모습

작년 여름 휴가 때 방문한 미술관에서 앞서 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몇십 년 전 남편을 처음 본 것은 앞 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이었습니다.

직원이 주차장에서 차문을 여는 사람을 지목하며, 옆 부서에 새로온 부장님으로 능력이 매우 뛰어나신 분이라고 열심히 설명을 하길래 보았던 것이 처음 본 장면입니다.

흘깃 한 번 본 뒷모습의 주인공과 평생을 함께 할 줄을 몰랐었습니다. 인연은 언제 어느 방향에서 올지 모르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 그 장면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요즘 뒷모습 사진들은 여기저기 사진 찍느라 걸음이 더딘 것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먼저 가는 뒷모습들을 찍은 것들입니다.

걸어가는 모습에서 삶의 무게가 그대로 얹어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평생 함께 하자는 약속을 한 이후부터 그 삶의 무게들을 함께 지고 간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나눌 수 없는 것도 있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많이 따랐던 후배가 상당히 문학적인 소양이 깊었었는데 나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아침 조회를 끝내고 들어가는 뒷모습이 너무 외로워보여서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늘 많은 친구들에 둘러싸여 지내던 때라 뜻밖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그 후배가 사람이 원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외로움의 그림자를 보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서 그런가 싶습니다.

결혼 초기 웃는 모습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는데 60을 넘어선 지금은 거의 남매 수준으로 닮아진 것 같습니다. 남편의 뒷모습에서 삶의 무게를 느낄지언정 외로와 보이지는 않는 것처럼 평생 본 적이 없는 나의 뒷모습도 그러려니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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