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풀 밭에서

아침에조금늦게일어났다.억세풀밭에서있을모임장소를찾아가기위해이태원전철역으로걸어가다보니,전철역왼편에피출소가있었다.커피한잔마시며담배한대피울시간이충분히있어파출소옆커피자판기에서커피를한잔사들고담배를한대꺼내불을붙여물고커피를마시고있을때,나이지긋한순경이나를지켜보며시선을떼지않았다.

나는순경에게,왜그러십니까?하고물었다.
순경,아,한국말하는거보니한국사람이내.

나,한국인이요,
순경,쓴모자가클린트이스트우두모자와똑같내.

나,잘못보셨습니다,내모자는그의모자와는다름니다.
순경,내모자를양해도없이내머리에서벗겨손에들고야,멌있내!
감탄사를연발했다.시선을모자에서내머리로돌린순경은아,이제야
왜모자를쓰는지알것같내.

이순경은보기에나이가60을넘어보여도아직5십대여서현직을유지하는
사람으로보이며,내나이를자기보다한참아래로보고반말로나를대하고있거나,

아니면쥐꼬리만한경찰의권한을밎고아래위도못알아보는파렴치한인간이라는생각이들었다.

당신어깨에붙어있는계급이무엇입니까?하고묻자그는내계급은경사요,
대답하며,옆에있는다른순경을턱으로가리키며,재는쫄짜지,하면서자신의
계급이높다고어깨를으쓱였다.

환갑이지난노인에게대하는이순경의무례한행동을지켜보며,저런자가
민중의지팡이로공무상피의자에게대하는태도는의심의여지없이인권이고
개인의프라이버시를무시할것이고,그자에게걸리면누그든모욕을당할것이라는내생각이

틀림없을것이다.

월남을67년에갔다는그의경력을들어보니나보다는4-5섯살아래로보이는이경사는내가월난전에71년에갔다고말하자,그때는이미월남전쟁이끝난떄가아냐?하는걸보아그는75년에월남전이끝난사실을모르고있는사람이었다.

무례한순경과더할말이없다고느낀나는전철역으로내려가월드컵경기장을가는전철을타고약속시간인11시를조금지나도착했다.부지런히역사를빠져나와억새풀공원을간다는셔틀버스정류장을향해달려가지나가는행인을잡고물어보니,셔틀버스가없어졌다고해택시기사에게억세풀공원입구까지가자고하자,차가들어갈수가없다며5분만걸어가면된다고해부지런히억세풀공원을걸어올라갔다.30여분늦게도착해보니아는사람은한사람도그넓은공원에서만날수가없었고,또드넓은공원에서사람을찾기란불가능한일이었다.

이왕공원정상억새풀밭까지올라왔으니되돌아가기보다는억새풀밭을보고느끼기위해서풀밭으로들어갔다.내키와맏먹는억세풀은씨를맺어야얀솜털을한웅큼씩머리에달고서있었다.

손으로잡고느껴보는억세풀의한얀솜털은내손안에서따듯하게느껴지며,이억새풀솜으로겨울바지저고리에솜대신넣어입었든가난한조선조민초들의세계로시간을넘어들어갔다.

각종세금과병역의의무를지고사는가난한조선조의백성들은덥고자는이불을뜯어무명을짜세금독촉하는탐관오리들에게각종세금으로바치고나면,찬바람세차게부는한겨을,피부를도려내는듯한삭풍을이겨내기위해가을이면억세풀밭으로가난한백성들의식솔들이달려가내손안에들고있는억세풀하얀솜털을훌터자루에담아집으로가져와무명을짜기위해뜯어낸이불솜대신,이불홑청에억새풀하얀솜을집어넣어한겨울의추위를이겨냈다.

인고의세월을이겨내고오늘의나를있게한선조들의한과슬픔을억새풀은아는지모르는지,내손안에서느껴지는억새풀의따듯한촉감에서선조들의체온을느끼는오후,발길을돌려억새풀밭을빠져나오기시작하자억새풀밭은바람결에흔들리며,마치손을흔들어나와의작별을아쉬어하는듯했다.

억새풀밭을빠져나와휴계소에서쉬고있었다.약속시간에서이미두시간을지났다.혹시하며지나가는사람들을주시하고있을때,운행이중단되였다는셔틀버스가올라왔다.생각을더듬자이곳이바로만나기로한약속장소라는것을알았다.등산객이다내리자수십명의유치원생들이버스에오르고나는맨뒤에차에올랐다.

비록아무도만날수는업었어도,정상까지두번쉬고걸어서난지도정상에오른내건강은양호하다는생각을하며,나혼자만의즐거운시간을갖을수있었다는생각으로나자신을위로하며이태원으로돌아왔다.

한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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