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찬바람부는계절생각나는첫사랑의기억

1시가지난오후,숙소에서일층으로내려갔다.담배를한대붙여물자주차미터기앞에서백인남녀두명이흑백의조잡한포스터를주차미터기에붙이고있었다.한국인이아닌유럽인들이한국이태원에서포스터를붙인다는사실을보고흥미가당겼다.

나는그들이떠나자어떤광고물을붙였는지획인하기위해서주차미터기앞으로다가갔다.광고지는흑색바탕에흰색으로신사복을입은사람이그려져있고앞에벽열전등이서있다.두남녀가붙인포스터는광고가아니었다.그렇다면그들은무엇을전달하기위해서이포스터를붙였을까,하고포스터그림을가까이서살피자백열전구위에는Thislightisevil!이라는문구가써있었고백열등에는USA라는영문자가써있었다.

유럽인두남녀는미국은악마라는반미구호를붙이고삼각지쪽으로게속포스터를붙이며가고있었다.따라가서그들이누군지한번대화를나눠볼까?하는생각이번갯불처럼머리를스쳐지나갔지만,표현의자유가있는민주국가인한국에서외국인이반미구호포스터를붙인다는것당연하다는생각이들어미팔군이지척인이태원에서반미포스터를붙이는그들을주시하며너무도변한한국의반미정서에외국인도한목거드는모습이달라진고국의현실을대변해주고있었다.

앞가게주인이이리와앉으세요,하는소리에나는인도에펴놓은의자에앉았다.가을이깊어가자날씨는쌀쌀해지며,지난며칠밤전기장판을깔고자도방공기가차가워몸이가볍지가않다.이가내식당에대고,나깁밥하나요,소리처주문을했다.이제한달이넘자주위사람들과친해져허물없이지내는사이가됐다.이집만두국은맛이있지만,화학조미료를너무많이사용해서그런지먹고나면위가뒤틀리는통증이수반해깁밥을시켰다.

주문한김밥을인도탁자위에올려놓고먹기시작했다.김밥을씹으며국물을한모금먹은다음반미구호를붙이고지나간두젊은이의행동을다시생각하기시작했다.무슨목적을가지고이태원에서반미구호를붙였는지퍽이나궁금하고,아마그들이목표한포스터의목표는틀림없이이태원을거닐고있는미군병사가듵림없을것이다.

인도의시성타골이한국을마음의고향이라고쓴시를반미구호를붙인젊은이들이알고있을까?인도의시성타골이한국을영원한마음의고향으로쓴시한구절을떠올리며,이땅에영원한평화가오기만을기원하는이노병은타골이마음에고향이라고예찬한고향에서가을을맞이하기위해태평양을건너왔다.

이태원언덕,양쪽길옆프라타나스나뭇잎은언덕길을오르며자동차들이내뿜는매연에3분의2는말라죽었다.그러나공해에강한은행나무는꿋꿋하게공해에시들지않고길양옆에서있다.구름이끼는날이면공기를들여마실때악취가나는매연에시달리는내코속은저녁이면까매진다.

매연이꽉차있는길가숙소에서몇달만살아도암에걸릴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기도하지만,내고향에서가을을맞는다는한가지사실만으로도내뇌에서분비하는엔돌핀의양은곱절이나많아져매연의공격에서내몸을지켜주고보해줄것이라고느낀다.

어떤매연도이겨내는강인한내성을가진은행나무를나는사랑한다.몇십년전군대가기전노오란은행잎이비처럼떨어지는은행나무아래서첫사랑의여인과이별을했든은행나무,이가을다시노오랗게은행잎이물들며,쓸쓸한가을바람에노오란은행잎이비처럼떨어질때,이노병은고향을등지고짐싸들고내년가을을기약하며,다시태평양을건너바람부는초원의언덕으로돌아가기위해나는고향을등지고떠나야되는명예로운명분을열심히찾고있는중이다.

고향을등지고다시떠나야되는노병의명분,나는이쓸쓸한가을날오후에그것을열심히생각하고있다.

한수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