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속에 라면 끓이며

[원문]겨울비가나에게다가오는느낌은?

오후5시반에이태원전철역에서친지를만나기로했다.어둠만가득한숙소복도를빠져나와건물밖으로나오자초겨울비가내리고있었다.다시방으로돌아가우산을들고나와빗속을걸어전철역으로친지를마중나갔다.30분을늦게도착한친지는도착하자마자사무로전화만몇번대화를나눴으나얼굴을모르는여인이우리두사람을만나고싶다며오는중이라고했다.

나와친지는쏫아지는겨울비를맞으며생면부지의여인을기다리며,어떤여인이길래생면부지의남자를만나려고이비속에이태원까지오는지궁금증이생겨별생각을다하며친지와대화를나눌때,키가작달막한40대중반여인이나타나내옆에서우산받처들고핸드폰전화번호를누르자내친지의전화벨이울렸다.생면부지의세사람은이렇게만나서로인사를한다음,나는그들을데리고피자집으로들어갔다.

피자와맥주를시켰다.방금전에만난생면부지의여인은맥주를조금밖에못한다고해서적은맥주한병을나와나누어마실때,피자가테이불에올라왔다.여인은파지를먹으며연상입맛에맛는다며음식칭찬을할때,나는이여인이무엇을하는여인인지,굼금증을참기가힘들어,참무슨일을하고계십니까?하고물었다.

여인은내가묻는말을기다렸다는듯,자기는부동산회사에서땅을판매하는사원이라고자신을소개하면서명함을건네주며자신이하는사업을쉴새없이선전하기시작했다.이생면부지의여인은두남자에게땅을팔기위해차가운겨울비를맞으며이태원까지달려온것이었다.

찬비오는초저녁밤,땅을사라는여인의말을맥주한잔마시며들을때,두남자에게서별반응이없자지친여인은먼저간다는인사말을남기고유유히빗속으로사라졌다.맥주한자더한다음,친지와헤어저숙소로돌아와티비를키려고아무리전원스위치를눌러도티비는켜지지가않았다.내가나가기전리모콘의엉뚱한버튼을눌러티비는잠을자고있는것같았다.

다시숙소를나갔다.담배한대피우며찬비를모자도없이맞으며편의점에들러면발이굵은라면을한봉지사서들고숙소로돌아왔다.부엌으로들어가작은냄비를찾아내물을붓고끓이기시작했다.신문을뒤적이는사이물이끓기시작했다.라면봉지를가위로자르고라면을꺼내넣고스프를털어넣을때,붉은고추가루가든스프는꿇는물속에들어가자순식간에물은붉게물들며얼큰한국물을마시고싶은충동에내입안은금새침이돌았다.

오래전11월중순,그밤도이렇게차가운겨울비가캔사스대평원야외훈련장에내리고있었다.인사중대가3개월에한번씩수행하는2박3일의야영을나간첫날밤이었다.나를좋게안보든인사계는잘되였다는듯이나를그날밤초병반장으로임명하고초병명단을내손에들려주고는도망가듯사라졌다.

서부에오는겨울비는눈보다더감당하기가힘들다.겨울비에옷이젓어피부에닿으면살을에이는듯한한기가온몸에퍼지며몸은금새사시나무떨리듯떨린다.판초를뒤집어쓰고발목까지빠지는훈련장진흙탕속에세워진텐트를돌며보초교대시간이되어도나타나지않는초병을찾느라밤을밝힌겨울비오는밤,날이밝아올때느꼈든살을에이는듯한겨울비속에서나는냄비에서바글거리며끓고있는면발아굵은얼큰한라면국물을떠올리며입맛을다시며찬비를맞으며서있었다.

가스레인지위에서면발이굵은라면이냄비를흔들듯끓기시작한다.물이좀적은것같아정수기에서물을받아반컵을붓자끓든라면은잠잠해졌다.젓갈로저으며맛을보자3분은더끓여야될것같다.겨울비속에라면은잘어룰리는콤비다.

다음주초에는가방에옷을챙겨넣기시작해야한다.초원의집을떠난지이미2개월이되어가고있다.

한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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