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오기전이웃에85세된어른이살고있었다.한국식품점에갈때마다찾아뵙는이
어른께서찾아뵐때마다내가기르는수염에대해서어김없이하시는말씀이있다.
인사를드리고집안에발을들여놓는순간,"자네그수염뭣땜에기르나?
당장깍게"이말씀과함께"핏줄은못속여,자네기른수염을보면양반의
후손이틀림없어,양반의수염은길게자라나상놈의수염은조금만자라면
수염이틀림없이꼬불꼬불하게변하지,내어릴때양반과상놈의수염을보고
반상의수염이다르다는것을수도없이보고얻은결과지".
이런말을들을때마다나는황후장상의씨가따로있습니까?하면서
웃어넘기지만,옛날반상제도가한국사회구석구석을지배할때어린
시절을보낸그어른의말씀에서사회최하층의사람들이격든고통이
어느정도였는지짐작할수있다.
수염이자라는형태로반상을구분했다면수염보다더중요한머리
결도그시절에는분명문제를삼았을것이다.내머리결이조금길게자라면
파도처럼굽이치는머리결이라,그시절에살았다면분명상사람으로취급을
당했을게틀림없을것이다.
수염을기른후수염으로인해격는일들이이것만이아니다.수염이없을때
상점에가면점원에게물어도그저별로반갑지않게대하든콧대높은백인남녀들이
수염을기른후나를대하는태도가180도로변했다.나는가끔왜이들이
그렇게갑자기변했나하고한참생각하다가보면,그원인이바로수염을
길렀기때문이다,라는생각을떨처버릴수가없다.
그들은수염을기른나를보고분명백인으로착각을하고하고SIr,
하면서공손하기이를대없이대하는게틀림없어보인다.하루는못을사러
홈데포를갔을때다,낮선젊은남자가나를향해서아는채를하면서큰소리로
나에게말을하고았었다.뒤를돌아봐도아무도없는걸로봐분명그는나를
다른사람으로착각하고아는체를하고있었다.
수염때문에지난가을고향에갔을때는외국인으로매일오해를받는일이많았다.
특히이태원에서택시를타고운전기사에게목적지를말하면,기사들십중팔구는
반색을하며,한국말을어떻게그렇게잘하십니까?하면서기사는내한국말실력에
찬사를아끼지않는다.그런기사님들에게나한국인이요!하고신분을아무리밝혀도
대부분내말을밎지않고농담도잘하십니다,하고받아넘긴다.
수염을기른후격는새로운세상을대하며,인생은역시살만하고재미있다는
생각을하며,초원의밤하늘아래서차한잔마시며담배연기를밤하늘에날려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