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만도못한놈
이기숙
만60에직장을퇴임하고가끔강사로불려나갔다.심심치않게시간도보내고수입도생겨그런대로즐거웠다.그후글공부영어공부에열을올렸으나영어는불가능함을깨닫고글공부에만전념하였다.그간남편위한내조,자식뒷바라지제대로하지도못하였지만나를버리고살아온세월이었다.62세가지나니강사청탁도끊어져,완전히자유의몸이되었다.나를위한시간나의취미를찾아열심히활동하였다.
그러나왠지마음이편안치가않았다.아무조건없이남을위한일을하지못한것이부끄러움으로다가왔다.어느한분야에서자원봉사를하고싶었다.그래선택한것이‘생명의전화’이다.한일년은교육기간으로강의도듣고실습도하였다.2003년부터한달에두번씩나가상담을한다.해외로여행을가지않는한내가맡은시간은책임지려고애를쓴다.
결코쉬운일은아니다.아무것도아닌일로전화하는사람이있는가하면.때로는어이없는전화,답답한전화,짜증나는전화가있다.왜내가사서스트레스를받나생각하기도한다.하지만누가억지로강요하는일도아니고안한다고큰일나는것도아닌데나자신과의약속이기에건강이허락하는한꾸준히하고있다.
50대초반남자의전화다.
“아내가이혼을요구하니어쩌지요?난이혼하기싫은데요.”
왜이혼을하자는건지이유가있을것아니냐했더니
“내가죽을죄를졌지요.사람으로선도저히할수없는잘못을저질렀지요.”
[얼마전보험회사에다니는아내가저녁은회식이있어늦겠다고하였다.밤8시쯤아내의동료로부터전화가왔다.술이너무취해인사불성인데택시로태워갈터이니도로변까지마중나와데려가라는전화였다.키도크고몸무게가만만치않은아내를혼자집까지데려올자신이없었다.궁리끝에가까이사는친구를좀도와달라고불러냈다.둘이서간신히메고들어와방에눕혀놓았다.
약을사와야겠기에약사러같이나가자고하니,그친구가그냥거실에서TV보고있을게갔다오라하였다.혼자가약을사가지고오니거실에있어야할친구가보이지않았다.집으로갔구나생각하고무심히방문을열었다.그순간못볼것을보고말았다.친구는바지를입는중이고아내는누운체벗겨져있는데그의팬티는아예찢어져있었다.도저히참을수없어그친구를끌고나와죽지않을만큼패주고는잘못을인정하는실토를받아냈다.
다음날그의집으로가그의아내가있는자리에서그사건을폭로하고는감옥에집어넣겠다고호통을치니,그의아내“이짐승같은놈아,어찌그런짓을”잡히는대로물건을가지고남편을때렸단다.때리다지친아내무릎을꿇고는제발고소만은하지말아달라고애원하였다.분이풀릴만큼어떤형벌이라도받겠다고사죄를하였다.
“그래?그럼네딸을줘.”
예쁘고착한24살짜리딸을요구했다.
“그건안돼,,,…그건안돼……그것만제하고는무슨요구든다들어줄게요”
고양이앞에쥐가되어손이발이되도록비는것을내일까지시간을줄터이니잘타협해서결정하라하고는돌아왔다.
이튼날다시가어쩌기로했느냐고하니친구부인이딸은못준다고자기를마음대로하라고한다.자기도이쁜이수술도받았고아직은40대로쓸만하다고.그의남편과합의가됐다고하였다.그럼남편을내보내고3시간을마음대로가지고놀겠다고하였다.그의남편아무말못하고쫓겨나갔다.
그후며칠이지나그여인(친구부인)을잊을수가없어불러냈다.순순히나와주어그녀도자기가좋아졌나보다생각하고차안에서일을끝내고헤어졌다.
그런데그여인남편과같이와마누라앞에서그사실을폭로하고는가만히있지않겠다고호통을친다.완전히역습을당하고죽을죄인이되었다.]
그의아내는’친구가짐승이라면당신은짐승만도못한놈’이라며도저히용서할수가없다고이혼을요구한단다.친구내외는콩밥을먹이겠다고협박을하고있다고한다.한순간에이성을잃고저지른죄로지금까지쌓아온부부의정과사랑,믿음이송두리채깨지고체면과명예,자존심이땅바닥에나뒹굴게되었으니어쩌면좋겠느냐는사연이다.
이런남편,용서가될까……?
할말을잃었다.이렇게까지타락하는인간들정말서글퍼진다.마음속에선‘이개++야’욕이라도하고싶었지만차마못할말이다.무조건빌고또빌라고하였다.정말용서받기힘든일이니목숨걸고용서를빌라고하였다.
저녁7시집으로향한밤길에문득윤동주시인의대표시가떠올라마음속으로읊어본다.
죽는날까지하늘을우러러
한점부끄럼없기를,
잎새에이는바람에도
나는괴로와했다
별을노래하는마음으로
모든것을사랑해야지
그리고나한테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별이바람에스치운다
2006년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