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오는 소리에 떠오르는 망상

밤12시가넘자천둥벼락이치며지붕에빗방을떨어지는소리가

판잣집지붕에빗방을떨어지는소리처럼들린다.옛날가난한시절,

서울변두리에수도없이세워졌든판잣집,그판잣집재료가미군의

전투식량을담은종이박스를사용했었다.그전투식량박스는방수를위해박스

재료가운데는타르가들어있어서판잣집을짓고지붕을덥는재료로안성마춤이었다.

종이박스로지붕을덥었으니비가오면종이박스에떨어지는소리가대단하게

들렸다.지금나는내침대에누워예전의판잣집이아닌택사스에있는집에서

지붕에빗방을떨어지는소리가판잣집지붕에빗방을떨어지는소리처럼

들린다고했으니고향에사는사람들은믿어지지가않겠지만,내집지붕에

빗방울이우두둑소리를내며떨어지는소리는거짓이아닌진실로,지금도

지붕에우두욱거리며세차게떨어지는빗방울소리가들린다.

지붕을덥은싱글의두께가미군전투식량을담은박스와거의같고,싱글믿에는

합판,그밑에방의천정은석고보드로지었으니빗방을소리가들리지않는다면

그거야말로거짓말이다.

지붕이이러니탁구공만한우박이라도내리면지붕에구멍이뻥뻥뚤린다.새벽4시반이

되자잠시그쳣든비가다시내리며,지붕에우두둑거리며떨어지는빗방을소리가다시들린다.

뒷뜰로나가는문을열자장대같은비가내리는월남의정글로빨려든다.지금도비가오는날이면

버릇처럼월남에서있었든포성과총소리의환청이저멀리서들려온다.야간경계근무중

오는비를피하기위해고개를숙이고참호에앉아있다가오는비를원망하며,하늘을향해

얼굴을들자내얼굴에떨어지는빗줄기가사정없이빰을타고내려와목안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놈의비,언제그치지!끈질기게내리는동남아우기의빗줄기를철모와판초로쪼그리고

앉아언제그칠지모를비를맏으며,젓은손으로담배를꺼내한대피워입에물고

페깊숙히연기를들여마시는순간,정신이몽롱해지며일순간황홀경에빠진다.

비,비,비,택사스대초원의봄비는마음을어지럽히며,우두둑소리를내며지붕위에떨어진다.

이제한시간후,날이밝으면아침을먹은후다시주사기를꺼내인슈린병을거꾸로들고

주사기를찔러인슈린을넣은다음,주사기를하늘을향해바른손에들고왼손엄지에힘을준다음

검지를엄지에힘차게튀겨주사기를때리면주사기에있는공기가맨윗쪽으로올라간다.

다시주사기를왼손에들고바른손으로주사기뒤쪽을서서히눌러주면주사기에들어있든

공기가주사기침위에서빠져나간다.

공기를뺀주사기를비스듬이알콜패드박스에세워놓고,내뱃살피부어디에주사기를

꼿을까를망설이다가,알콜패드로배꼽왼쪽을쓱쓱문지른다음두툼한뱃살피부를왼손

엄지와검지로움켜쥐고바른손으로주사기를들고왼손으로움켜쥔뱃살에주사기를들이대고

쿡찔러바른손엄지로주시기뒤를눌러인슈린을피부깁숙히주사하는순간코에서약냄사가

흐른다.

아침저녁으로내가내몸에주사기를이렇게찌르며,남은여생을살아야한다는것,생각만해도

끔직하다.

성철스님의말씀대로한세상살며많이속여먹었고,이에더해나는거짓말도많이했으니

지금당장불지옥에떨어져도원한은없겠지!

봄비오는밤의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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