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집어넣고나자내가두달간잠자며생활하든방은일순간에
빈방으로변하자내마음도허전해지기시작했다.
가방은나의모든것을삼키고방한구석에우두커니서서
빈방에서가방을지켜보는나를주시하며,인생이뭐별것
있나?너의모든것은내가집어삼켰으니허전하기도
할거야,비웃는듯이가방은나를보고히죽거리며웃는듯
했다.
그래인생별거아니지,나의모든것을네안에챙겨넣어버리고
나니그저별볼일없는노병으로돌아갔으니…
방한구석에우두커니서있는가방과기싸움이라도할듯
노려보자원룸건물앞인도벤치에서가방에모든것을
담아가지고끌고다니다가밤이면벤치에서잠을자는
한여인의모습이떠올랐다.
혼자말을주고받는여인,그녀는가족들로부터
길거리에버려진정신착란증환자다.가방에모든것을
담아끌고다니는가련한정신병자,세상에아무도거들떠
보지않는여인이너무가련해내가피든담배한갑을
벤치에서자는그녀의가슴위에올려놓고깨우자그녀는나를
보는순간으~악하는비명을지르며놀라잠에서깨어났다.
즐담배를피우는그녀에게나의조그만동정은꿈길을헤매든
그녀를깨웠으니그녀의비영에놀라기는나도마친가지여서당황하다가
이건내가주는담배니놀라지마세요,라는말밖에무어라고
변명을할수가없었다.
이런나를지켜보돈가방이드디어입을열었다.당신도그여인과
뭐가다릅니까?당신의모든것은내안에다있으니가방에모든것을
담아가지고다니는그여인과하나도다를게없지않습니까?
허,이녀석이나를비웃고있잖아!방구석에서있는녀석을발길로
가볍게한대걷어차며,야,지난2개월동안내가가는곳어디든지
나를따라다니든저작은가방을봐라,그러자덩치큰가방은킥킥거리며,
주먹만한가방을나와어찌비교하십니까,하하하,이번에는
큰소리로나를조롱하듯비웃었다.
그래,그럼너는지난2개월동안무엇를했지?
그거야내주인인당신이나를필요료한이순간까지
창고에서푹쉬고있었지요,그것도모르십니까?
허,이녀석나를아주놀리고있네,그래그건네말이
맞다,그러나카메라를담은조그만가방은말이다,
내가가는곳어디든지지난2개월간따라다니며.
경주안압지에서는천년전의나의연인이었든아랑낭자를
만나는나를지켜보았고,또전국을돌아다니며가을을
카메라에담을때수고를해주었지,그러니작은가방이라도
나를위해서지난2개월간내인슈린도담아가지고
다니며언제든지필요할때마다나를위해서수고를
해주었으니덩치만큰너와감히비교도할수없는수고를
해주었지.
그러자덩치만큰가방은할말을잃고쑥스러움을견디지
못하며점점작아져축구공많큼되였을때발로가볍게
걷어차자가방은방안에서사방벽을받아친후방바닥에
떨어지며방바닥에서통통튀기시작했다.
건방진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