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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13:19:16 |
‘한국인은북방기마민족’‘한국인의선조는북방으로들어온기마민족과남쪽으로들어온해양민족이합쳐져만들어졌다.’지금껏우리가알던한국인의원류에대한학설·주장들이다.한마디로,한국인은북방루트를통해들어온기마민족의후예들과남쪽바다를통해들어온해양·농경민족의후예들이합쳐져만들어졌다는것이여태까지의상식이었다.
그러나이런상식을완전히뒤엎는학설이더타당하다는논문이나왔다.‘한국인은모두동남아시아에서해안선루트를타고올라온남방계통의후손들’이란학설을증명하는논문이세계적인과학지<사이언스>최근호에실렸다.더군다나이연구는한국의박종화박사(테라젠바이오연구소소장),강호영연구원(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국립보건원,숭실대를포함하여전세계11개국40개연구소의93명연구자가참여해73개아시아민족의1900여명유전자를분석한초대형연구의결과이기때문에,기존연구결과를압도하고있다.
이번연구의결론에서가장눈에두드러지는내용은‘인도를제외한아시아인구는거의전부가동남아시아에중심을둔인구가퍼져이뤄진것이며,유럽쪽에서이른바북방루트로중앙아시아를거쳐중국북부-한반도-일본에이르렀다는북방계민족의이동은없거나,있어도아주소수에불과하다’는것이다.
이번범아시아유전체변이컨소시엄(PASNP)공동연구진이작성한아시아주요민족의이동도를보면이런주장을한눈에알수있다.특히이동로의가장위쪽노란색으로표시된‘알타이족’의이동경로는그간우리가배워왔던화살표와는정반대방향을향하고있다.여태까지는북방민족이중앙아시아에서‘서쪽에서동쪽으로향하는경로’를통해한반도까지들어왔다고표시했지만,이번공동연구진은‘동남아시아쪽에서올라온남방계가중앙아시아에서동에서서로진출했다’는사실을분명히밝히고있기때문이다(그림의맨위쪽노란색선참조).
이번연구에한국측정보분석책임자로참여한테라젠의박종화소장은지난해12월22일“저도원래는‘한국인은북방루트를통해한반도에들어온사람이주’라는학설을믿었지만실제로데이터를보니생각을바꿀수밖에없었다”며“한반도거주민은비록일부북방루트를통해들어온사람도있겠지만절대다수는남방루트를통해들어온사람”이라고말했다. 공동연구진이이런결론을내린이유는,유전자분석결과가장다양한유전형을보인것은동남아시아지역이었고북쪽으로올라갈수록유전자의다양성이옅어졌기때문이었다.유전자의다양성이높다는것은그지역으로부터인구가퍼져나가기시작했다는것을의미한다. ‘원산지’에서는워낙오래거주했기때문에유전적다양성이높지만,아프리카밖으로나오면서부터는그중일부만현재살고있는지역에도착했기때문에,예컨대한국이위치한동아시아지역까지와서사는사람들은유전적다양성이훨씬단순해진다는것이다. 우리는흔히흑인인아프리카사람들과황인종인한국사람의유전자차이가,같은흑인인아프리카사람들사이의유전자차이보다더클것으로생각한다.그러나실제로는아프리카에는키가아주작은피그미족부터7척장신인에티오피아사람까지다양한인종이살기때문에아프리카사람사이의유전적차이가아프리카인-한국인의유전적차이보다더크다는것이학자들이공통적으로지적하는사항이다.‘인류의고향이아프리카’라는데대한증거이다. 이번에다국적공동연구팀이아시아지역73개민족의유전자를분석한결과에서는,동남아시아를중심으로하는지역에서유전적다양성이가장높게나타났고,북쪽으로올라갈수록유전적다양성이옅어지는것으로나타났다.아프리카에서나온인류의조상이해안선을따라동남아시아까지와서는이지역에오래머물며번식했기때문에동남아시아지역의유전적다양성이가장높게됐다는결론이다. 박종화소장은한국인·일본인이현재의위치에서살게된경위를다음과같이설명했다. “동남아시아에거주하던사람의일부가지금으로부터3~4만년전에북쪽으로이동하기시작하여추운기후에적응하기시작했으며,그중일부가한반도로들러왔고,일부는일본열도까지건너가게됐다.” 그러나3~4만년전에이뤄진이런이동은“대규모이동이라고는할수없다”는것이박소장의설명이다.당시이동규모는상대적으로소규모라고할수있으며,훨씬규모가큰대규모이동은지금으로부터1만~1만2000년전쯤의이른바‘신석기혁명’때였을것이라고그는설명했다. 신석기혁명이란그때까지자연계에존재하는먹을것을사냥또는채집으로먹어왔던인류가사상처음으로직접씨를뿌리고작물을키워농사를지어먹을것을마련하는것을주요내용으로한다.그전에수렵·채집시대에는자연에서구할수있는먹을것의양에한계가있기때문에대규모인구를먹여살릴수없었지만,신석기혁명으로농사를지으면서비로소많은인구를먹여살릴수있게됐고,그영향으로인구가크게늘면서불어난인구중일부가새로운땅을찾아이동하기시작했다는것이다. 또한가지지질학적으로,지금부터약1만5000년전후엔해수면이지금보다100m정도나낮아서동남아시아섬들과대만·한반도·일본등이육지로붙어있었다는점이주목된다.비록이번사이언스논문에는그내용에대한언급이없지만,그것이미치는영향에대해컨소시엄에서는토론이많이있었다.낮은해수면으로육지가맞닿아당시동남아시아및동아시아인들이광범위한지역으로퍼져나가기좋은지리적요건을갖추고있었음을말한다. 이미3~4만년전에한반도와일본열도에들어와있던인구가있었지만,신석기혁명이후1만~1만2000년전시기에새로운유입인구가농업중심지인동남아시아에서대거북쪽으로이동하면서한반도를지나일본까지이르렀다는게공동연구진의결론이다. 그간조상들의한반도이동설을연구한학자들은공통적으로한국인·일본인의유전적특징에대해“남방계보다는북방계의유전적특징이더강하다”고밝혀왔다.유전적으로한국인·일본인은중국북부나시베리아등의북방계민족과유전적으로가깝지,동남아시아·남중국중심의남방계와는차이가난다는결론들이었다. 이에대해박소장은“그북방계유전자를여태까지구미학자들은‘유럽·중동을출발한인류의선조가중앙아시아를지나한반도·일본까지진출했기때문’이라고해석했지만,이번대규모조사결과그북방계는중동→중앙아시아를거쳐온게아니라동남아시아에근거를갖추고번성한아시아민족이북방으로퍼져나가면서현지기후에적응한사람들인것으로드러났다”고설명했다. 즉,한국인의피에북방계혈통이분명히흐르지만,그북방계라는것이‘북방루트’를통해한반도까지들어온아니며,동남아시아거주민들이북쪽으로올라가북방계가됐다는설명이다. 이번연구의결과,앞으로중앙아시아사람들이정착한루트가구미학자들의종래주장대로‘서쪽에서동쪽으로’였는지,아니면이번대규모조사결과처럼‘동쪽에서서쪽으로’였는지에대해앞으로새로운논쟁이벌어질조짐이다.그간중앙아시아에서발굴된조상들의형질은‘백인모양을닮았다’는연구도있었고‘아시아사람의유전자더라’는식으로서로엇갈린연구결과가나왔었다. 선조들의이동경로에대해서는항상‘일본인은한반도를경유해일본열도에들어갔는가’하는점이논란이지만,이번연구에서도드러났듯일본인들이한반도에서열도로들어갔다는점은재론할필요도없이“당연하다”는게연구진들의결론이다. 한국에서도번역된 이번대규모연구결과,그간한국에서통용돼왔던통설,즉‘정주영전현대그룹회장같은얼굴(얼굴이길고털이없으며눈이가늘고광대뼈가발달함)은북방계유래의대표적인얼굴이고,박태준전포스코회장같은얼굴(얼굴이작고털이많으며눈이크고광대뼈가발달하지않음)은남방계의대표적얼굴’이라는해석도사라질운명에처하게됐다.북방계얼굴이든남방계얼굴이든그출발점은모두동남아시아이며,단지현지기후에적응하는과정에서얼굴형태가달라졌을뿐,‘중앙아시아를경유해한반도로들어온이른바북방계’는이번연구를통해확실히부정됐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