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촛점을 맞추어도 예쁘게 찍히는 꽃.
구중궁궐이나, 대갓집 또는 양반집에만 피었던 꽃.
바로 능소화지요.
멀리서 보고 얼른 달려갔지요.
이웃님들과도 함께 하기 위하여
주말을 아름다운 꽃과 함께~~~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능소화도 제가 불러 주었기에
이토록 아름다운 꽃이되어 제게로 왔습니다.^^
이 능소화를 ‘구중궁궐 꽃’이라 부른다.
이렇게 부르는 것은 능소화에 얽힌 슬픈 전설 때문이다.
꽃말은 ‘영광’, ‘명예’이다.
업신여길 凌(능), 하늘 宵(소), 꽃 花(화)
‘하늘을 능히 이기는 꽃’ 이란 뜻을 지닌 凌宵花(능소화)
그 이름처럼 고고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다섯 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모두가 한 데 붙어 있는 통꽃이므로 질 때도
흐트러지지 않고 활짝 핀 그대로 뚝 떨어진다.
이 꽃에 얽힌 이야기 가운데 한 전설에 따르면
능소화는 원래 이 세상의 꽃이 아니라 하늘의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꽃에도 약점이 있지요.
제 아무리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 자랑하고 싶어도
옆에 지탱해줄 버팀목이나 지지대가 없으면 뻗어나가지
못하는 덩굴성 식물이라는 것이다.
능소화 전설
옛날 옛날 소화 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는데,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에 빈의 자리에 앉게 되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오지나 않을까
서성이며 기다리다, 서러운 세월만 흘러갔습니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여인은 상사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영양 실조로 세상을 뜨게 되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이었기에 초상조차 치루지 않았지만,
혹 내일이라도 오실지 모르는 임금을 기다리겠다는 여인의 애끓는
마음을 안 시녀들이 담장가에 묻어두었다한다.
그 다음 해 빈의 처소 담장에는 평소의 빈답게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고한다.
담을 의지하거나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는
홀로 필수 없는 꽃 능소화 빈의 넋이라 합니다.
꽃잎의 모습이 정말 귀를 활짝 열어 놓은 듯 하다.
꽃이 되어서까지 기다리는 그 사모의 정 애닯픕니다.
한이 많은 탓일까, 아니면 한 명의
지아비 외에는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따다 가지고 놀면
꽃의 독소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을 한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기도 하지만, 사실은 아니라 합니다.
능소화 필 때 / 박수진
그대 향한 사랑 너무도 깊어
한번 잡은 손 놓을 수 없네
그대 향한 사랑 너무도 깊어
한번 잡은 손 놓을 수 없네
가까이 있어도 그리운 사람아
앞마당 능소화 아름답게 필 적에
나 그대 억센 두 팔에 칭칭 감기어
꿈같이 한세상 살고 싶어라
꿈같이 한세상 살고 싶어라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 이원규
화무 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능소화 아래 작은 돌 웅덩이에 떨어진 능소화
물위에서 다시 폈네요.
능소화는 피고지고,
다시 또 내년 봄을 기약하겠지만,
한번 가신 님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