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지 :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오거리
계산오거리 근처 도로위에 새겨진 詩(시)가 있다.
그러나, 걷지 않으면 볼 수 없으며,
바닥을 보지 않고 걷는다면 역시 볼 수 없는 詩(시)
몇줄의 싯귀 속에 녹아 흐르는
민족정신 가슴이 뭉클해 온다.
함께 보셔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ㅡ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발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에 아씨같은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쁜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야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습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에 잡혔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데레사
2017년 1월 11일 at 7:30 오전
우리들 학창시절에 달달 외웠던 시
다시 읽어보며 감상에 젖어 봅니다.
지금 이 암울한 나라는 어찌하야
좋을지 답이 없어요.
초아
2017년 1월 12일 at 5:53 오전
그랬지요.
저도 달달외웠기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조상님들이 지켜온 우리나라 대한민국
우리도 잘 지켜 후대로 전해줘야겠는데..
어찌해야 좋을지..
참나무.
2017년 1월 11일 at 10:45 오전
대구가 문화도시군요
허기사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시가 적힌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데
여튼 길바닥의 시는 난생처음입니다
대구를 덕분에 많이 알게되어 감사합니다
초아
2017년 1월 12일 at 5:55 오전
예, 문화도시이며 교육의 도시라고 하였지요.
맞아요. 시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지하철 스크린에서도 버스 승강장에서도
드문드문 시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저도 우연히 바닥을 보다가 신기해서 담아
소개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