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서서
누군가에게 떠밀려
벼랑 끝에 서서
누군가를 원망하며
미워질 때
문득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살아오며 난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내몬 적이 없었던가
피해자라 생각한
나 자신이 가해자이진 않았을까
용서를 받아야 할 내가
오히려 자비를 베풀었다 자만하지 않았을까
상처받지 않으려
조심하고 삼간 몸짓이
오히려 흉기가 되어
상처를 주지나 않았는지
얼마를 더 살아야
이 모든 것에서 놓여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더는 물러설 때가 없는
벼랑 끝에 서서
형체도 없는 마음속 전쟁
할퀴고 뜯기고 피 흘리며 또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