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내 탓이야
내 탓이야
어리석은 내 탓이야
손가락질 하나에
핏대 올린 악다구니에
흘겨보는 눈길에
이런 날은
헝클어진 실 뭉치처럼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전혀 생각할 수 없다.
그저 사방이 적인 듯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은
지나갈 뿐이다.
유리알이 금이 갈 정도로
하늘은 저리도 맑고 맑은데
턱없는 오물을 뒤집어쓴
하루를 꾸역꾸역 삼켜야 한다.
그저 참을 수밖에
참을 ‘忍’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지요.
속이 부글부글 끓는 날
일단은 자야겠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다시 뜰 태니까
그래 잘했어
나 참 잘했어
스스로 격려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