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면 온 산천에서 밤꽃이 만발하여 향기를 품는다.
밤꽃은 화려함 대신 엄청난 수의 꽃을 피워 존재감을 과시한다.
밤꽃은 마치 동물 꼬리처럼 늘어진 꽃차례로 무리지어 핍니다.
꽃이 필 때 수꽃은 위세를 떨치며 위쪽에서 아래로 길게 꼬리를 내려 피고,
암꽃은 꽃차례 아래쪽에 살포시 숨어 핀다.
밤꽃 특유의 독특한 향기를 내는 꽃은 수꽃이고, 암꽃은 향기가 없다 합니다.
밤꽃이 자연의 섭리에 의해 수정이 이뤄지면 작은 아기
밤송이가 달리기 시작사는데, 아래쪽 암꽃 가지 쪽에 밤 열매가 달린다.
꽃향기가 상큼하지는 않다.
그저 구수한 듯한데, 어찌 생각하면 좀 묘한 느낌과 함께 강렬한 느낌을 준다.
남자의 체액냄새 같다고도 하여 옛날에는 밤꽃 피는 때에 과년한 딸 외출을
자제시키기도 하였다는 말이 전해진다.
밤꽃에는 정액과 똑같이 스퍼미딘과 스퍼민이라는 물질이 들어있어
이 물질은 정자가 난자에 도달할 때까지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며 그리고
번식을 위한 꽃가루를 퍼뜨리려 벌을 유혹하기 위해 향기를 품어낸다 합니다.
어찌되었든 사람이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이
밤나무는 벌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 향기를 품어낸다 합니다.
꽃말 : 포근한 사랑
밤나무는 조상의 음덕을 잊지 않는 나무로 인정되어 제사상에 오르는 단골 과일이다.
밤은 땅에 떨어져 싹이 트고 열매가 맺을 때까지 껍질이 오래토록 붙어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조상을 잊지 않는 나무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제사와 관련된 제상, 제기, 위패, 신주 등은 반드시 밤나무로 만들었다.
밤은 또 대개 한 송이에 3개씩 들어있기 때문에 3정승을 떠올렸고 제상에 올려
자손의 출세를 기원하는 의미와도 연결시켰다.
엄청나게 열리는 밤알을 多産(다산)과 연관시켜 혼례상에도 오르지요.
밤나무 목재는 단단하고 방부제 역할을 하는
타닌 성분이 많아서 잘 썩지 않아 쓰임새가 다양하다.
거문고, 散調伽倻琴(산조가야금), 牙箏(아쟁), 大箏(대쟁) 등
현악기의 복판을 만들 때 사용되는 재료이다.
특히 지금은 대용품이 많이 있지만 예전 철도 침목은
세계 모든 나라에서 밤나무 목재를 사용하였다 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 어느 날
험상궂은 스님이 율곡의 집에 와서 어린 율곡을 보더니
“밤나무 일천 그루를 시주하지 않으면 이 집 아들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것이요.”
라고 말했다.
율곡의 아버지는 마침 뒷산에 심어 놓은 밤나무가 있어서 그것을
시주하겠다고 했더니, 스님은 산에 올라가서 밤나무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세번이나 세었는데도 구백구십구 그루 뿐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그때 숲속에서 나무 한 그루가 “나도 밤나무요”하고 외쳤다.
그러자 그 괴승은 호랑이로 둔갑하여 멀리 도망쳐 버렸다.
율곡은 자라서 훌륭한 학자이면서 정치가가 되었다.
“나도 밤나무요”하고 외친 이 나무는 모양새가 진짜 밤나무와 매우 닮았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그 후부터 ‘나도밤나무’라고 불렀다 합니다.
밤나무는 2,000여 년 전 중국의 승려가
우리나라를 왕래하면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려 예종 13년(1118)에는 왕이 농경지를 제외하고 나무가
자랄 만한 곳에는 밤나무와 옻나무, 닥나무를 심으라고 전국에
영을 내리기도 했다.
또한 조선시대 최초의 법전인 ‘경국대전’에 밤나무 과수원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남아 있고, ‘속대전’에는 밤나무를
심어서 밤 생산을 많이 하는 농민들에게 부역을 면제해 주는 혜택까지
주며 장려했다고 기록되었다.
밤나무는 세계적으로 11종류가 있는데,
산밤을 기본으로 해서 개량한 한국 계통의 밤,
천진율이나 약밤의 중국 계통, 미국 계통의 밤나무
그리고 밤알이 굵고 겨울에 잎이 잘 안 떨어지는 유럽 계통의
밤나무로 나눌 수가 있으며, 기호나 용도에 맞게 수많은 품종이
개발되어 재배되고 있다 합니다.
데레사
2019년 6월 29일 at 10:39 오전
밤꽃향기가 우리집에서도 은은히 느껴집니다.
앞 모락산에 밤나무가 많아요.
나는 잊 향내가 좋아서 코를 벌룸거립니다.
어느새 이 해도 반이 지나가네요.
늘 건강하기를 바래요.
초아
2019년 6월 29일 at 10:08 오후
전 전남 화순 답사길에 만났어요.
활짝 핀 밤꽃이 눈에 띄어 담아왔어요.
근데, 가까이에서 담았다면 작은꽃하나하나
확실하게 담아왔을텐데… 안내판 뒤쪽 절개지의
밤나무꽃이라 흡족하진 않았지만, 소개하였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땐 가까이서 접사로
담아보고 싶어요. 언니도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