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속의 영혼
BY 파도의말 ON 5. 28, 2007
바람속의영혼
이제당신은
세상의고뇌를모두내려놓았습니다
세월의아픔을모두벗어버렸습니다
비로서맑은영혼으로남아
고향의바람소리를들을것입니다
세상천지모르던간난아기로태어나
엄마젖빨던포근함으로가족을배우며
든든한부모님..그리고
오빠언니동생들이있는열살짜리소녀였답니다.
영원한사랑과행복을꿈꾸면서
가슴콩닥콩닥뛰던,
봄날에활짝핀벚꽃보다더아름다운
수줍던스무살신부인적도있었답니다
세월은잔인하게도빠릅니다
젊은날들의기쁨도아픔도다떠나고
세월은꿈속같이흐르더니어느새
내무릎위에아가들이앉아있네요
미처지난날들을뒤돌아볼새도없이
느닷없이정신에병이생겨나
채워놓은생의기억들을하나씩하나씩지우는
상실의병…망각의병…치매랍니다
짝짝이양말을신어도
음식을칠칠맞게흘려도
정성껏보살펴주어도감사할줄모르는
할일없이나날을보내는과팍한늙은이..
그러나,내한몸둥이불사르며
시퍼런바다속숨비소리같은욕망
내평생내자식들에게퍼부었던사랑
그사랑만은…또렷이기억한답니다
이젠알것같아요
내가꿈꾸며갈망했던영원한것은
세상에존재하지않는다는무서운진리를
이제는받아들여야할때가온것같아요.
우리들은날마다늙어갑니다
세월속에늙어가고
외로움에늙어가고
어느누구도치매로부터자유롭지못하답니다
잠시나마머물었던세상,
맑은하늘같은기도를하고
푸른바다같은성찰을하며
떠날때가되면바람처럼떠날거예요
바람불던날,
당신을떠나보낸바닷가가장자리에는
할머니의혼인양,
할머니의서툰노래가락이곧흘러나올것같은
허리휜할미꽃한송이가붉그스레피어있습니다.
0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