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일기
사랑의먼길을가려면/작은기쁨들과친해야하네
아침에눈을뜨면/작은기쁨을부르고
밤에눈을감으며/작은기쁨들을부르고
자꾸만부르다보니/작은기쁨들은
이제큰빛이되어/나의내면을밝히고
커다란강물이되어/내혼을적시네
내일생동안/작은기쁨이지어준/비단옷을차려입고
어디든지가고싶어/누구라도만나고싶어
고맙다고말하면서/즐겁다고말하면서/자꾸만웃어야지
나의시’작은기쁨’전문
새해새봄을맞으며’행복하세요!”기쁘고즐거운시간보내세요!’좋은일만가득하시기를!’하는덕담을수도없이들었다.올한해내가결심한것중의하나는하루한순간을소중히여기며작은기쁨들을많이만드는것이다.결심하고다짐한다고해서기쁨이오는것일까반문할지모르지만의식적으로노력하다보면참으로많은기쁨들이여기저기서달려오는것을본다.하루에눈을뜨면아직내심장이뛰고있고숨을쉬는것에대하여새롭게감사하고기뻐한다.기도시간에기억할사람이많은것도새롭게기뻐하고식탁에서는소박한상차림이지만하루세끼굶지않고먹을수있는은혜를새롭게기뻐한다.마주앉거나옆에앉은동료의나와다른점을재미있게받아들이며기뻐한다.일터를향하며하늘과바다를볼수있는것도새롭게기뻐한다.짬짬이좋은책을읽거나음악을듣고산책도할수있는휴일의시간을늘처음인듯설레이며기뻐한다.예기치않게찾아오는손님들이더러는나를힘들게하여도이만남을통하여어떤숨은뜻을알아듣고배울수있지않을까긍정적으로받아들이며기뻐한다.마음에드는사람만사랑하는것은누구나할수있다.그러나자기마음에안들고성격도안맞고하는일마다못마땅하게생각되는어떤사람을-진심으로이해하고받아들이는노력을해서그것이사랑으로변할수있다면참으로아름다운승리가아니겠는가?나는이제사조금알것같다.때로는내맘에안드는사람을진정으로환대하고받아들일때서로막혀있던통로가트이고조그만사랑의기적이일어날수있음을–이기쁨은그무엇과도바꿀수가없음을–
나는수도자의신분이다보니여행길에서도종종사람들로부터축복기도를해달라는부탁을받기도하는데이제는무조건못한다고피할것이아니라아주평범하고간단한표현이라도하려고마음먹는다.대학에입학했거나갓결혼한이들에겐새출발의기쁨을,아픈이들에겐치유의소망을,여행하는이들에겐안전한귀가를기원하는말을해주면될것이다.
며칠모처럼높은산에올라갔다.사람들이함부로쓰레기를버리는자리에주의사항두개가붙어있는데한곳에는’열사람이줍기보다한사람이안버리기’또한곳에는’마음의찌꺼기만버리고가십시오’라고써있었다.어느절에는’아니온듯다녀가시옵소서’라고적혀있다더니….단순히’쓰레기를버리지마시오!”엄벌에처함"이란말보다는얼마나정겹고따뜻한표현인가!
근래에우리집에오신어느사제께서누구의재능과장점을말할때면꼭’그분의좋은점은우리를위해서도특별한선물이지요!’하는데그표현이따뜻하고좋았다.나도사람들을만나면언제나격려하고위로하고희망을주는축복의말을해주어야지다짐해본다.좋은말,긍정적인말,밝은말을더많이하고사는새해새봄이되길기도한다.입만열면다른이를비방하는이들이있는가하면입만열면다른이의좋은점을말하고비난보다는격려의말을하고누가험담을할라치면오히려덮어주거나변명해주려고애쓰는이들의모습도있다.
-한마디의친절한말은의기소침한사람들에게격려를준다.그리고잔인한말은다른사람들로하여금무덤에가는날까지흐느껴울게만든다.-플톤쉰주교의어록에서
-실없이칭찬하면말이무게를잃는다.근거없이비방하면비난이내게로돌아온다.지위가높은사람의한마디는아랫사람의인생을들었다놓았다한다.좋은말도가려서하고충고도살펴서하라.무심코던진한마디가비수가되어박힌다.뜻없이한행동이걷잡을수없이커진다.말과행동이사려깊지못해원망을사고재앙을부른다.-다산정약용의어록에서
비가온후도아닌데아침엔쌍무지개가떠서침묵해야하는수도원복도에서다들환호성을지르며야단이었다.혼자보기아깝다며다른이들을부르고,즐겁게웃고…..아름다움은우리를묶어주는힘이있다.비내린뒤에다시보는눈부신햇빛,나뭇잎을스치는바람소리에종종눈물이날적이있다.
아침엔설거지하다가해뜨는광경을보고감탄사를연발했지만딱히떠오르는표현이없어안타까웠다.그냥아아!하기만할뿐…..요즘부산의하늘은얼마나맑고밝고투명한지!밤에는별들도유난히반짝이고–날씨가차가울수록하늘과바다의빛깔도더욱푸르네.날마다새롭게감탄을하면서즐기고즐기면서감탄한다.정원에나가봄을준비하는꽃나무들에게도인사해야지.
적당히숨기려해도/자꾸만기쁨이웃음으로/삐져나오네/억지로찾지않아도/이제는내안에/뿌리박힌그대/어디에있든지/누구를만나든지/내가부르기만하면/얼른달려와날개를달아주는/얼굴없는나의천사/고마운기쁨이여-나의시’내안의기쁨’-
안녕하세요?
2008년4월호소식은<당신이축복입니다>4월호에실린이해인수녀의<기쁨일기>로대신합니다.우리수녀원은온통봄꽃들의축제….산과언덕을오르내리며그저”아아…."하는감탄사만연발할뿐이랍니다.동심으로돌아가아이들과달리기하는어느날의사진을많은분들이좋아하시어사진으로도만들어원하는분들에게사인해서드리도록….사진작가에게도허락을받았답니다.제가보아도행복한모습….늘이렇게살았으면합니다.
3월중순에열림원에서나온<작은기쁨>은출판사의횽보효과도있을테지만독자들의반응이좋아금방재쇄에들어갔습니다.
시집뒤에도인쇄되어있는’작은기쁨’노래도한번불러보시길바랍니다.
샘터에서나온번역동화집<우리가족-최고의식사>도반응이좋아다행이고요.
5월이되면어머니를주제로한조그만글모음집도샘터에서나올예정인데제목은아직정하지못했습니다.돌아가신어머니를추모하기위함이라유족들의보관용비매품으로하려하지만출판사는독자용으로도판매를원하고있어원고를다른방향으로편집해볼까합니다.
늘저를염려하여주시는따듯한눈길과마음과기도에감사드리면서
살구꽃과복숭아꽃나무가아름다운봄의정원에서해인수녀올림
글/이해인
편집/들국화
오늘(4월5일오후5시)
광화문교보문고에서<작은기쁨>싸인회가
4월의작은기쁨으로축복이가득하겠지요…
08/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