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게 길을 묻다
BY 파도의말 ON 6. 15, 2009
@대평포구..박수기정
@예래포구..
"사람으로살수록삶은더붑볐지요
오늘도나는사람속에서아우성치지요
사람같이살고싶어살아가고싶어"
삶에게길을묻다/천양희
세상이어디에도있듯
삶은어디에도있었다
유년의기억조차하나없는
3살어린나이엄마등에엎혀
이북평양서1.4후퇴때남으로피난내려와
부모그늘에서별고생없이남들처럼
한두개의꿈을키우며살았다
그러나인생의길이꿈대로되지않는게
바로삶이란걸깨달았을땐이미
뼈저린후회와절망은시작되었다
누가뒤에서떠다밀은건아니지만
번번히꿈과희망을비참히빼앗고마는
날강도같은사람을만난것도
서럽고분하게살아온인생도내삶이었다
나이.학력고향부모형제까지모두속이고
진실을알았을때는이미첫아이를낳은후였다
결혼후알고보니거짓말은습관성이었고
밤낮없이속고살았다
도덕이나배려,진실이니하는
그런선천적애정결핍도모자라
툭하면변화무쌍한심성때문에시한폭탄을껴안고
살아야하는늘위태한내삶이었다
집안에선조선의온갓욕설과폭행
시도때도없는의처증세,구속,그럼에도
그다음날안색하나변하지않는그멀쩡함은
나를더미치게하였다
술값노름빚,뒷정리못하는여자관계까지
밖에서저지르는끊임없는사고사건들
그뒷치닥거리는언제나내몫이었다
대가리만있고꽁지는없는사람이었다
남편은멀쩡한겉모습과달리
그리좋은사람이아니었다
삶의진지함이나긴장감같은것은
인생에거추장스러운개념일뿐이다
오직이기적인욕망과쾌락이인생의목표다
가정의소중함도자식의애정표현에도
모르는건지서툰건지그런건아직도
이해하지못하는많은부분중에하나다
어느한순간의자유도행복도없었던
악몽보다더무서운일상,진저리나는의처증..
마치술에빠져죽을것처럼마셔대고
아마목숨은끊어도술과도박과여자는끊지못할
치유불능중증환자가바로내남편이란사람이다
차라리이산을저산으로옮기는게쉬울까
그모두를고치며산다는것은
도저히불가능이라는걸깨달았을때
이제는더이상투쟁이나타협할생각도없고
그저방관하거나초연해지는방법만이
삶의길이라고생각하였다
삶이얼마나모질고독한것인지
고통도어느한계에다르면두렵지않고
상처도지나치게깊으면눈물도나오지않았다
오히려마음은담담해지고무감각해지는지
분노의감정도일지않았다
몸에배어있는도덕불감증은
베트남에첫발을딛는그순간부터
더신바람나는세상을만났다
남의나라에서먹고사는의지보다
구역질나는욕정의냄새로
오직젊은꽁까이에목숨걸고살았다
마치소돔과고모라같은
그소굴속에서한뼘씩자라는삶이었고
뒷꼭대기에비웃는눈총을느끼며
기도뿐이할일이없었다
그렇게베트남생활7년만,어느날
어떤투쟁이나타협도하지않았고
전혀노력도내의지와도아무상관없이
해방이이루어졌다
도저히착해서헤어질수없다는
남편나이의삼분의일도안되는,딸보다도
적은나이의현지여자랑보다낳은삶을즐기기위해
아직준비하지못한나를
한국으로내쫓는방법을택한것이다
더자유로운쾌락을위해선
내존재가걸림돌이라는이유가되었던거다
어느날신새벽벼락천둥번개를치고는
하마트면죽음까지갈뻔한최악의사태를치른후
그댓가로베트남의삶과함께그전삶이끝이났다
어쨋든하느님은나를버리지않았다
그렇게살아온33년이란어둠속에서
어떤방법으로든나를끌어내주셨고
진저리나는형벌과억압에서건져주셨다
위기는기회였고전화위복이라는이름으로
인생의반전이시작되었다
부서진몸과마음을
또다른삶의바다에세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