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람이 분다

/눈바람날리는밀감밭..

초겨울그렇게풍성하였던노란밀감들이

겨울이깊어지면서휭한쓸쓸함과

빈약함이감도는들판이되었다

미쳐농부의손이닿지못해매달린밀감과

응달진나무사이와현무암에쌓인눈의흔적이

황량하고메마른느낌을더해준다

내마음의표정때문일까

낙원이라할수없는고난의땅이다

나는지금하느님에게삐져있다

아니정확히말하면나자신에게삐져있는게맞다

지은죄가많아고해성사볼자신도없었고

올성탄엔성당에가는대신에

눈바람펄펄날리는밀감밭으로달려갔다

원망과노여운마음이범벅이되어

깨끗한아기예수를만나는대신

육신을혹사하여맨정신을잊고싶었다

이땅에서사람과의관계는

살아갈수록더어렵다

그러나자연은오래관계할수록

세상욕망을비워냄을느끼게하는

묘한신비감에쌓여있었다

어쨋든내삶의형기가

어디까지인지는모르겠지만

살아온세월보다

살아갈세월을생각하니무섭다

진정초야에뭍혀사는흉내내가며

제대로자연을품고살고싶었는데

역시그것도인간의욕심이란걸알게한다

나를향해오는부당한고문도

어차피내인생의일부이고

내가풀어야할삶의숙제이며

평생끊을수없는자책감으로살아야할운명이다

내깜깜한속도모르고

밀감밭주인인강간사는

오는봄에본격적으로농작할불루베리를

몇구루심어주겠다고하고

진간사는딸기를심어주겠다고하면서

내땅에희망을심는다

그러나지금내가정작파뭍고싶은건

삶의서글픔이다

그랬다,

어느시인의시처럼

사람만이희망이고꿈이라고,

이어둠이지나가면

분명아침해는뜨겠지..

다시바람이분다.

09/12/27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