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추기경 선종2주기/이해인수녀 특별기고

김수환추기경선종2주기이해인수녀특별기고

우리도사랑의바보가되자

/김수환추기경님이선종한자2년이지났지만추모열기는여전히뜨겁다

지난해2월서울명동성당입구에서열렸던추모사진전전시작품중고인의

생전모습/동아일보사진자료

해마다입춘이면꽃망울을터뜨렸던매화가아직꼼짝도안하는걸보면
이번겨울이얼마나추웠는지알겠다.만나면추기경님에대한이야기도
자주나누던박완서선생님의갑작스러운별세에내마음은더욱추웠던것 같다.설연휴엔이태석신부님을주인공으로한추모영화‘울지마톤즈’를 반복해보면서가슴이미어지는슬픔에눈물이멈추지않았다.

“꼭시성식을하지않더라도바로김수환추기경님이나이태석신부님처럼 살다가신분을이시대의성인이라부르는것아니겠어요? 누가시키지도않았는데사람들이갈수록더그리워하며닮고싶어하는 그런분들말이에요.”오늘아침객실에서함께식사한독일인토마스팀테 신부님의말을듣고나도고개를끄덕였다. 받은사랑은과분했다하시고베푼사랑은늘부족했다고고백하신분, 썩훌륭하진않아도조금괜찮은구석이있는성직자로기억되길바란다고 하신김수환추기경님,그분의무엇이사람들의마음을그토록움직이게한걸까. 선종하신이후에도끊임없이용인의묘소를성지순례하듯가고싶게만드는것일까. 그것은아마도욕심없는사랑의나눔과겸손으로일관된삶이남긴감동과 향기의여운덕택이아닐까한다.

생전에선물로주신묵주에서,떠나시고나서기념으로만들어나눠가진사진엽서나 스티커에서아직도그분이환히웃고계신다.2007년에직접그리신자화상밑에 ‘바보야!’라고적은글씨에도새삼눈길이간다.“추기경님,제가바보라는두글자로 2행시지어볼게요.‘바라보면볼수록보물이되는사람’입니다”하니나를향해빙그레 웃어주시는것만같다.
/이해인수녀 김수환추기경님은‘자기자신을열심히갈고닦아다른사람을편안하게하는 -수기안인(修己安人)’의덕목을누구보다잘보여주신분이라는생각이든다. 스스로사랑의바보가되기를원하고실천했던그분처럼우리도사랑의바보가되면좋겠다. 사랑의바보가기본적으로지녀야할덕목은무엇일까.그누구도내치거나차별하지않고 골고루배려하고마음써주는보편적인사랑,손해볼준비까지되어있는너그러움일것이다. 약자를먼저배려하는행동을언제어디서나서슴없이할수있었던그따뜻한용기를본받고 싶다. 명동성당앞좌판에서묵주를파는아줌마에게일부러다가가수고한다며묵주를구입하셨던 그분의모습은생각만해도소박하고정겹다.추기경님처럼우리도누구에게나자연스럽고 편안하게다가가는분위기를지닌다면얼마나좋을까. 신앙과종교를이야기할적에도너무경직되고배타적이거나엄숙한표정을짓기보다는 일상의따듯한유머로대화를시작할수있는여유있는사람이되면좋겠다. 내가아는어느목사님은종교가다름에도불구하고추기경님을만나면대화자체가소탈하고 편안해서그만남을부담없이즐기게되더라고했다.추기경님처럼우리도자신을낮출줄아는 겸손함,단순함,솔직함을지니면좋겠다. 누가당신을강도높게비난하는목소리를높여도날카롭게대응하기보다는오히려 ‘내게필요하고고마운일’이라고고백했던분이다.예전에우리수녀원을방문하신 어느날“혼자서기차를타고오는데말이지.늘수행비서가챙겨주다보니선반에 가방올리는단순한행동조차빨리못하는내모습을보며많이반성했어요. 사람의습관은참무서운것이더군요”라고하신말씀도떠오른다.생전에나라와교회를 걱정하시며수많은불면의밤을보내셨던어른께서지금이세상을보시면무어라고하실까. 문득자비와지혜가가득한그분의음성을다시듣고싶다. “내일을향해바라보는것만이희망의전부는아닙니다. 내일을위해서오늘씨앗을뿌리는것이야말로진정한의미에서의희망입니다. ”추기경님의어록을묵상해보는오늘,평소에좋아하시던‘등대지기’노래를부르며 어리석은사랑의바보,그러나실은대단한현인이셨던그분의자애롭고푸근한 미소를그리워한다./이해인수녀

방금해인수녀님께서이메일로알려주신 김수환추기경님의선종2주기특별기고문이다 어느덧선종2주기..

모든이들의모든것이되고떠나신 진정사랑의길을활짝열어놓고가신 평생사랑과고독과아픔과인내로 스스로수의를입고바보처럼살다떠나신 아,바보같은님…고마운님… 김수환추기경님…

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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