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를 심고..

/향나무를심고…

얼마전모슬포오일장에서

향나무하나를구입해동쪽마당한켠에심었다

그많은나무들가운데유독눈에들어온향나무는아마도

나와인연으로새식구가될운명이었다

작년2월이른봄에입주해돌과의전쟁을치르고

심어놓은것이라고소박한꽃들과값싼어린나무들로

그런대로아가자기한맛은있으나,풍성한푸르름을원하는

내조급함은듬직한큰나무에대한아쉬움으로애가닳았다

드디어그나무가마당에자리잡고우뚝서있으니

마치나를지켜주는수호천사같은든든한믿음과안정감으로

그러니내가얼마나소심하고약한존재인가

자연은소리없는존재로날외롭게않게하며

그잔잔한기쁨이야말로축복임을늘깨달게하였다

사람이심어놓은자리에만족하고끝내그이름으로

살아가는,모진비바람을이겨내고,홀로고독을견디는..나무..

"나무는모든고독을안다.

안개에잠긴아침의고독을알고,구름에덮인저녁의고독을안다.

부슬비내리는가을저녁의고독도알고,

함박눈펄펄날리는겨울아침의고독도안다.

나무는파리움쭉않는한여름대낮의고독도알고,

벌얼고돌우는동짓달한밤의고독도안다.

그러면서도나무는어디까지든지고독에견디고

고독을이기고,고독을즐긴다

일생을이웃하고살아도싫증나지않는참다운친구다"

이양하/나무

향나무가자라는모습을얼마나더볼수있을까

함께하는남은내삶의모습을,내집을오고가는사람들을,

또이웃들을,그리고마당에피고지는꽃들을..드나드는나비와벌들을..

스쳐지나가는바람의숨결까지..낱낱히기억하리라..

오래된나무에게는영혼이있다고한다

그나무앞에우리인생은겸허할수밖에..

1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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