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 간 아침에…

/태풍후아침..

태풍’볼라벤’은예상대로대단했다

간밤의태풍에는빗소리,파도소리,나뭇잎흔들리는소리,

그리고..그리고격정적인인생소리가들렸다

어떤태풍이든그냥지나가는바람이아니다

곱게가꾼꽃밭을망치고,나무들의온생애을흔들고,

세상이곧끝낼것같은분노로생명을위협한다

인생의태풍도그랬다

지난날수없이겪었던인생의폭풍우…

그럴때마다또다시일상의삶은만신창이가되고

몸과마음은힘없는가랑잎이되어벼랑끝에서…

그한없는절망감…

어느해여름이그랬다

자연의태풍은그나마예고란게있다

예고조차없이돌변했던인간의태풍..인생최악의그순간

삶의절실함과죽음의초연함을함께체험해야했다

바람만불어도날아갈한줌목숨..

그래도기적처럼죽지않고살아남아..비로서최악의그순간이

마지막이되어비로서자연의폭풍우을겪으며살고있다

"그여름난

폭풍의한가운데있었습니다

그여름나의절망은장난처럼

붉은꽃들을매달았지만

여러차례폭풍우에도쓰러지지않았습니다"이성복/그여름의끝

태풍이휩쓸고떠나간마당..

그치명적인태풍에도불구하고험한상처는없었다

달랑고춧대와벗나무만쓰러졌을뿐..

한창예쁜금송화,칸나,막피기시작한청조한하얀사프란,

않은뱅이보라색꽃,낮은돌담의작은돌한개까지..멀쩡했다

정말기적처럼무사했다

다만,밤새잠못이룬내육신만초토화되었을뿐…

태풍이지나간아침..

간밤의공포를경험한다래..남아있는바람이상쾌한가

기분이좋았고,화순곳자왈방목소떼들도유유히내려와

새로운아침을맞는다

폭풍우지난후..그고요함과평온함,

더깊고넓은삶의의미를느끼게해준다.

1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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