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병상33일째ᆢ
이밤을자고나면퇴원이다

수술전의지루한기다림ᆢ수술후호흡곤란으로중환자실에서의
하룻밤그고통그외로움ᆢ말그대로뼈를깍는아픔을겪여야하는
인공관절수술이다ᆞ몸과마음은갈기갈기찢기고지칠대로지쳣다
시인들은잊혀진여인이가장불쌍하다고말햇던가ᆞ그러나
아픈내가더그랫던것같다

그토록지루하던나날들ᆢ
인생에기다림이없다면얼마나절망스런일인가
혹독한겨울도곧따뜻한봄이온다는기다림으로ᆢ푹푹찌는
여름도곧낭만의가을을기다리는마음으로살아가듯
때가되면집으로간다는기다림으로견뎌온하루하루였다

"기다림이없는인생은지루할거다
그기다림이너무먼인생은또한지루할거다
그기다림이오지않는인생은더욱더지루할거다"
조병화/지루함

집으로가는길이바로눈앞이다
집을비운동안ᆢ잔듸마당은곳자왈로숲을이루고
낮은돌담을덮은아이비ᆞᆢ호박덩쿨들은제멋대로뻗어
젊고늙은호박들이딩굴거리고ᆢ누구의손길을받지못한
꽃밭ᆢ한번씩바람결에듣자니마음이아팟다

또하나의긴여정을끝낸마음이다
아니ᆞ그렇게믿고싶은마음일게다
보다더한시련이올지도모르는게인생이니까
그럼또다시희망과꿈의기다림은시작되리라
암튼ᆞ인간은끊임없이기다림의존재로살아간다

병실이고요하다
종일헛소리로떠들던구십구세할망도깊이잠든밤이다

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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