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연가

/하얀대문을달았다..

언젠가대문없는집을포스팅한적이있다

집을짖고대문없이살아보니진짜편한맛을알았다

나를비롯하여오는사람이든고양이든까치든꿩이든

바람까지도드나들기좋다는걸깨달고

대문따위는있어두없어두그만이라는생각으로살았다

"제주도에는대문이없다

제주도에선사람이고바람이고

무시로드나든다

걸림돌없이"/변택주

그런데우연한기회로대문이생겼다

/사람맘이그리간사할까

대문없이도허물없이살앗던맘이막상대문을달고보니

든든한울타리란말이왜있는지알것같다

올이른봄부터어지럼증세가간간히오곤하더니

결국쓰러져인공관절수술과오랜병원신세를져야했고,

지인들이나이웃에게도움을받는처지가되었다

당시그녀는그리가까운사이는아니었다

소식을듣고벽락같이달려온그녀는그뒤자주병원엘드나들며

목욕도시켜주고밤병상까지지켜줘가며의외로넘치는친절에

오히려당황하고어쩔줄몰랐다

동병상련일까

여자혼자산다는같은입장이라는..

그러나,그보다더큰의미가있었다는걸곧알게되었다

죽은남편에게도감추고살았던무학이라는상처로평생

힘들게산인생을이제라도깨우치고살고싶다고..

오랫동안망서렸던고백이라며털어놓았다

그날은여름이한창익어가는..병원공원에서다

한글만가르쳐달라는면뭐그리어려우랴

죽는날까지자신의삶전부를가르쳐달라는말이다

자신의인생밑바닥까지보여준용기..비로서

존재의갈증을발견하고근거를찾고싶었던모양이다

이제인생을다른삶으로살고싶었던게다

퇴원후..

일주일에두번방문이석달째다

스승과제자가따로있나삶이곧가르침이고배움아닌가

처처불상사사불공이라않던가

곳곳에하느님이계시고사람이곧종교인것을..

/돌담아래수선화가올라왔다

금방이라도필듯몽우리도지었다

겨울의꽃수선화는

은은한향기를품고바닷가해안길목이나밭두렁에만발하다

겨울낭만을느껴볼수있는제주꽃이다

"한떨기가난한꽃이여

뉘몰래쓸쓸한내방한편에피었어되.."유치환/수선화

내년겨울봄엔마당곳곳에도한창이리라

/점점여위어가는갈대..

동지를지나고노루꼬리만큼해가길어졌다

서쪽창으로들어오는오후햇살이따뜻하다

또송년이다

해마다겪는감정이지만해마다새롭다

감사와아쉬움과쓸쓸함을앞세우고..

또한해가뒤도돌아보지않고서둘러간다

휑한갈대숲으로넘어간다

올한해을,한생애처럼보냈다

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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