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연가
BY 파도의말 ON 12. 30, 2014
/하얀대문을달았다..
언젠가대문없는집을포스팅한적이있다
집을짖고대문없이살아보니진짜편한맛을알았다
나를비롯하여오는사람이든고양이든까치든꿩이든
바람까지도드나들기좋다는걸깨달고
대문따위는있어두없어두그만이라는생각으로살았다
"제주도에는대문이없다
제주도에선사람이고바람이고
무시로드나든다
걸림돌없이"/변택주
그런데우연한기회로대문이생겼다
/사람맘이그리간사할까
대문없이도허물없이살앗던맘이막상대문을달고보니
든든한울타리란말이왜있는지알것같다
올이른봄부터어지럼증세가간간히오곤하더니
결국쓰러져인공관절수술과오랜병원신세를져야했고,
지인들이나이웃에게도움을받는처지가되었다
당시그녀는그리가까운사이는아니었다
소식을듣고벽락같이달려온그녀는그뒤자주병원엘드나들며
목욕도시켜주고밤병상까지지켜줘가며의외로넘치는친절에
오히려당황하고어쩔줄몰랐다
동병상련일까
여자혼자산다는같은입장이라는..
그러나,그보다더큰의미가있었다는걸곧알게되었다
죽은남편에게도감추고살았던무학이라는상처로평생
힘들게산인생을이제라도깨우치고살고싶다고..
오랫동안망서렸던고백이라며털어놓았다
그날은여름이한창익어가는..병원공원에서다
한글만가르쳐달라는면뭐그리어려우랴
죽는날까지자신의삶전부를가르쳐달라는말이다
자신의인생밑바닥까지보여준용기..비로서
존재의갈증을발견하고근거를찾고싶었던모양이다
이제인생을다른삶으로살고싶었던게다
퇴원후..
일주일에두번방문이석달째다
스승과제자가따로있나삶이곧가르침이고배움아닌가
처처불상사사불공이라않던가
곳곳에하느님이계시고사람이곧종교인것을..
/돌담아래수선화가올라왔다
금방이라도필듯몽우리도지었다
겨울의꽃수선화는
은은한향기를품고바닷가해안길목이나밭두렁에만발하다
겨울낭만을느껴볼수있는제주꽃이다
"한떨기가난한꽃이여
뉘몰래쓸쓸한내방한편에피었어되.."유치환/수선화
내년겨울봄엔마당곳곳에도한창이리라
/점점여위어가는갈대..
동지를지나고노루꼬리만큼해가길어졌다
서쪽창으로들어오는오후햇살이따뜻하다
또송년이다
해마다겪는감정이지만해마다새롭다
감사와아쉬움과쓸쓸함을앞세우고..
또한해가뒤도돌아보지않고서둘러간다
휑한갈대숲으로넘어간다
올한해을,한생애처럼보냈다
14/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