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단상

/주일날아침..

이른아침부터조금씩뿌리던비였다

모슬포성당교중미사를가려고문을나서니

그사이제법빗발이굵어지고세차다

작년여름오른쪽다리를수술하고나서날씨만굿었다하면

말썽이다.그렇게한번무너지고나니건강에자신감을잃었다

하물며걷는것도밤운전도조심스럽고육신은물론

마음조차도소심해졌다.

그러나,어디그탓만이겠나.

어느덧68세..나이들어멀쩡한다리도아플때가되었거늘,

지금까지살아온기나긴그세월을누가거스르랴..

유리창너머로들리는빗소리..

"나이들면사는게쉬운줄알았는데

찬비내리는낮은하늘이나를적시고

한기에떠는나뭇잎이되어나를흔드네"

마종기/늙은비의노래

먼길휘돌아떠돌다보니자연스레나이먹고

몸은당연히피곤할수밖에없다.그럼에도불구하고

마음만큼은어제보다오늘,오늘보다내일은,좀더

순수해지고싶을뿐이다.

"잎새다떨구고앙상해진저나무를보고

누가헛살았나말하는가

열매다뺏앗기고

냉냉한바람앞에서있는저나무을보고

누가잘못살았나말하는가.."

도종환/겨울나무

인생자체가믿을게못되는데

무얼더욕심내겠는가..지는줄알면서피는꽃..

날마다저무는바다…

굳이노을지는바다를가지않아도

삶의가장진실한마지막을인정하는황혼이

어찌아름답지않겠는가…

나혼자즐기는카페소풍에서

청량한빗소리들으며차한잔여유로움과

자유로운고독으로존재하는평화를누린다

한방울의빗물에게도감사하고싶어진다

1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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