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 人 考[노인고]
老人考[노인고]
시간의흐름은급류를탄다.일주일이하루같다고할까,
아무런하는일도없이,문안전화도뜸뜸이걸려오다가
어느날부터인가뚝끊기고만다.이럴때내가영락없는노인임을깨닫게된다.노인이되어봐야노인세계를확연히볼수있다고할까-노인들의삶도가지가지이다.노선(老仙)이있는가하면,
노학(老鶴)이있고노동(老童)이있는가하면,
노옹(老翁)이있고노광(老狂)이있는가하면,
노고(老孤)도있고노궁(老窮)이있는가하면,
노추(老醜)도있다.노선(老仙)늙어가면서신선처럼사는사람이다.
이들은사랑도미움도놓아버렸다.성냄도탐욕도벗어버렸다.
선도악도털어버렸다.삶에아무런걸림이없다.
건너야할피안도없고올라야할천당도없고빠져버릴지옥도없다.
무심히자연따라돌아갈뿐이다.노학(老鶴)늙어서학처럼사는것이다.
이들은심신이건강하고여유가있어나라안팎을수시로돌아다니며산천경계를유람한다.그러면서도검소하여천박하질않다.
많은벗들과어울려노닐며베풀줄안다.그래서친구들로부터아낌을받는다.틈나는대로갈고닦아
학술논문이며문예작품들을펴내기도한다.노동(老童)늙어서동심으로돌아가
청소년처럼사는사람들이다.이들은대학의평생교육원이나학원,아니면서원이나노인대학에적을걸어두고
못다한공부를한다.시경주역등한문이며서예며정치경제상식이며
컴퓨터를열심히배운다.수시로여성학우들과어울려여행도하고노래며춤도추고즐거운여생을보낸다.노옹(老翁)문자그대로늙은이로사는사람이다.
집에서손주들이나봐주고텅빈집이나지켜준다.어쩌다동네노인정에나가서
노인들과화투나치고장기를두기도한다.형편만되면따로나와살아야지하는생각이늘머리속에맴돈다.노광(老狂)미친사람처럼사는노인이다.함량미달에능력은부족하고
주변에존경도못받는처지에감투욕심은많아서온갖장을도맡아한다.돈이생기는곳이라면
최면불구하고파리처럼달라붙는다.권력의끄나풀이라도잡아보려고늙은몸을이끌고끊임없이여기저기기웃거린다.노고(老孤)늙어가면서아내를잃고외로운삶을보내는사람이다.이십대의아내는애완동물들같이마냥귀엽기만하다.삼십대의아내는기호식품같다고할까,사십대의아내는어느덧없어서는안될
가재도구가돼버렸다.오십대가되면아내는가보의자리를차지한다.육십대의아내는지방문화재라고나할까그런데칠십대가되면
아내는국보의위치에올라존중을받게된다.그런귀하고도귀한보물을잃었으니외롭고쓸쓸할수밖에...노궁(老窮)늙어서수중에돈한푼없는사람이다.
아침한술뜨고나면집을나와야한다.갈곳이라면공원광장뿐이다.
점심은무료급식소에서해결한다.석양이되면내키지않는발걸음을돌려집으로들어간다.며느리눈치슬슬보며
밥술좀떠넣고골방에들어가한숨잔다.사는게괴롭다.노추(老醜)늙어서추한모습으로사는사람이다.어쩌다불치의병을얻어
다른사람도움없이는한시도살수없는못죽어생존하는가련한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