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訓, 당신 말이 맞소.
家訓,당신말이맞소.
당신말이맞소.’
아침밥을먹는데작은아들이물었다.
"아빠,맹세가무슨뜻이에요?"
"맹세?한자어맹서(盟誓)에서온맹세말야?
무엇을꼭이루거나지키겠다고굳게다짐하는것이지."
"그런데결혼식때많은사람들앞에서죽을때까지사랑하겠다.’고
맹세해놓고왜이혼하는부부들이많아요?" "그때는그랬지만,살다보면사랑이식거나성격이너무안맞아그러지,뭐." "나는한번맹세하면악착같이지킬텐데." "그래,그래서맹세를함부로하는것이아니야."

아들과의대화끝에최근들은어느부부의얘기가생각났다. 사반세기동안우리와가깝게지내어지간한가정사도아는사이다. 우리부부도그렇지만,그집도처음부터둘의성격이워낙맞지않아 늘티격태격하기일쑤였다. 아이들을키울때는그래도좀나은편이었지만, 아이들이스물이넘게장성하여둘만의시간이많아지자 걸핏하면말다툼하는일이많아졌다. 남들은’제2의신혼’어쩌고하는데,그집은정반대로치달았다. 아내는남편의일거수일투족이마음에들지않았고, 남편은아내의잔소리와유별나게따지는성격에죽을맛이었다. 취미도너무달랐다.남편은술과담배,커피아니면잠자기등 아내가싫어하는것만골라서했다. 아내는학교선생님답게지성이풍기기를원했건만, 어깃장만놓는남편에정나미가떨어졌다. 한번밉게보이니,연애할때에는마음에들던넓은이마나 잘생긴코까지보기싫다고했다. 아이들과주변의눈이있어갈라서기도쉽지않은상황이라 그저속앓이만하면서’한지붕두가족’으로한동안산적도있다. 주변에서도’혹시저러다진짜로찢어지는것은아닌가’염려도했다. 그런부부가언제부터인가확연히달라졌다. 백두대간을같이다니는가하면,서로의취미도존중해주기시작했다. 남편에게’비결’을물었다. "앞으로는여자들말만잘듣기로했다."는답이었다. 여자들이라니? 아내와자동차내비게이션에서길을안내하는내비걸(Navigirl)’이란다. 어떻게그런일이있을수있느냐니까, 가훈(家訓)을아예"당신말이맞소."로정했다고한다. 뭔가비위에맞지않아화가날때에도얼른"당신말이맞소."라고하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되더라는그의얘기를듣고살포시감동했다.

아내역시남편의눈부신변화에동참,남편의언행이나주장이마음에안들어도곧잘 "당신말이맞소."라며맞장구를친다는것이다. 그말만하면둘이얼굴을맞대고웃어버린다고한다. "정상대방말이옳지않을때에는어떻게하느냐?"고물었더니 그럴경우엔"그건당신말이틀린것같소."라고말하며토론으로합의점을찾는다 고한다.무릎을쳤다. 우리보다더불안해보이던그들에게서기가막히게좋은가훈을선물받은것같아 기뻤다. "당신말이맞소."라는가훈으로’인간승리’가아니라 ‘가정승리'(家庭勝利)를한부부의실례(實例)를들으며느끼는바가많았다. 화가머리끝까지나주변에있는아무물건이라도던지고싶어질때, 한번쯤아내(또는남편)의입장으로돌아가"당신말이맞다."고해보면어떨까?

나는잘쓰지못하는붓글씨지만, "당신말이맞소." 를한지(韓紙)에큼지막하게액자로만들어그부부에게선물할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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