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28일 토요일,영상 10도의 햇살 좋은 포근한 주말.
12시 50분경에 대학 친구인 선이 전화가 왔다.
“머리가 하도 볼만하기에 좀 다듬고 파마하려고 왔어,그리고 갤러리아서 장도 봐서 갈려고 해,너 시간 어떠니?”
수남: “얘,출발하기 전에 전화 하지 그랬니?,그랬으면 나도 스케줄을 잘 맞출 수 있었는데,오늘 짬을 낼 수 있을 지 모르겠다,그 미용실 이름이 뭐니? ,응 그래 알았다.”
라고 통화를 하고 보니 오늘따라 헬퍼가 없고 6시부터 남편 고교 동창회와
큰 아이의 피아노 레슨까지 있는 날이라
짬 내기가 쉽지가 않을 것 같았다.
친구는 트랜튼이라는 곳에 사는데 우리 집서 2시간 정도가 걸리는 외곽지역이다.
토론토에 한 번 오려면 날을 잡아서 와야 되는 것은
친구도 우리처럼 컨비니언스 스토아를 하기에 시간을 잘 내기가 어렵다.
더구나 주유소까지 같이하니 더더욱 빠져 나오기가 쉽지가 않다.
헬퍼들 맡겨 두고 시장보러 남편과 와도 되돌아 가기 바빴는데
오늘 처음으로 본인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토론토 나들이를 한 날이라
남편과 함께 온 날과 달리 서둘러 돌아가지 않아도 되기에
나도 늦더라도 잠시 얼굴만이라도 보아야겠다 싶어
미용실에 전화를 해서 가겠다고 알려 두었다.
“선이야 ,갤러리아서 시장 보면서 잠시 이야기 할 수 있으니 그리 갈게”라고 하고 보니
감사하게도 아이들 아빠가 가게 물건 쇼핑 갔다가 빨리 왔기에
점심 챙겨 드리고
3시부터 8시까지 있는 메리와 리즈 쌍둥이 친구 생일 잔치에 초대 받은 딸래미를
메리네 집에 보내고 둘째는 스파다이나 챠이나 타운에 볼 일이 있어서 다녀 오라고 하고
큰아들과 막내아들을 데리고 노스욕으로 향했다.
6시에 동창회 갈 남편을 생각하고 얼굴만 보고 와야지 싶은 생각으로 나갔는데
친구가 단골로 가는 만두향 곁의 좋은 미장원에 갔더니
친구 딸이 매직 스트레이트를 하기에 아직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해서
우리 큰 아이도 기다리는 시간에 이발을 했다.
매직 스트레이트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함께 간단히 식사라도 할 시간은 내기가 어려워서
친구가 미리 사둔 만두향의 만두를 미용실서 기다리면서 같이 먹었다.
친구도 혼자 처음 길이라 어두워지기 전에 출발하는 편이 낫겠고 나 역시 남편 고교동창회에 늦지
않게 갈 수 있게 서둘러야했다.
막내는 만두보다 들어 오면서 바로 옆 집에 있었던 피자 간판에 더 맛이 끌렸던지
피자를 먹고 싶다고 해서 친구가 데리고 가서 한 쪽에 3불 가까이 하는 치즈 피자를 한피스 사 주었더니
맛있게 잘 먹었다.
미용실을 나오는데 벌써 해가 많이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막내는 트렌튼 누나가 너무 잘 해주니까 누나네 집에 가고 싶다고 졸랐다.
그래서 갤러리아 슈퍼에서 만나기로 하고 누나네 차를 타고 오는 것으로 했더니
잠시 함께지만 너무도 좋아했다.
내일 구정을 앞 둔 토론토서 제일 큰 한국슈퍼인 갤러리아는 인산인해였다.
확장까지 해 둔 넓은 매장 가득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고
이곳에 오니 정말 서울 한 가운데 있는 느낌이 저절로 들었다.
몇 일 전에 우리집 가까운 블로어 한인타운 식품점에서 시장을 가득 봐 두긴 했지만
그래도 몇 가지 챙길 것들이 있었다.
우리는 40불 이상에 한 장씩 주는 기아 자동차 경품권을 여러 장 쓰느라 한 참 신났다.
마치 입구에 세워둔 미니 밴이 벌써 내게 행운으로 다가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이름과
주소 전화 번호를 몇 개의 경품권 종이에 아들과 함께 썼다.
차가 오래 되어서 새로 바꿀 때도 되었는데
정말 행운이 내게 오면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써서 통에 넣었다.
친구는 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면서 살이 쪄서 고민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엔 토실토실 알맞게 너무 보기 좋은데 본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친구부부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싶다.
이민 성공자 중의 한 사람이 분명하다.
이민 온 줄도 전혀 몰랐는데
어느 날 우리 집에 전화가 와서 토론토 민박집에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서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을 다 혼자서 스스로 모든 일들을 해결 한 것도 놀랍고
아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거나 신세를 지지 않겠다는 단단한 각오를 했던지
공항 픽업조차 신경 안쓰게 모든 것을 본인들이 다 해 둔 상태에서 연락을 해 왔던 것이다.
그 정도는 부담 주는 것이 아닌데도 스스로 모든 것들을 미리 다 알아서 해결한 친구네가 고맙기도 하고
대단하다 싶었는데 그 보다 더 대단한 것은
이민 와서 몇 개월은 여유있게 여행하고 상황을 살피는 다른 가정과 달리
오자마자 비지니슬 찾더니
인터넷을 통해 한 달 만에 트렌튼에 있는 지금의 건물을 혼자서 찾아 샀던 것이다.
가게를 얼마나 잘 키웠는지
친구 남편의 부지런함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외곽이라 토론토에 비해 가격은 많이 낮지만
은행 융자 전혀 없이 건물을 샀고 주유소랑 스토아를 함께 운영하기에
매 년 장사 실력이 늘어나니 참 감사하다.
회사는 다르지만 친구 부부 모두 항공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손님 서비스 역시 계속 잘 하기에 더욱 가게를 키워가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땐 내가 친한 4명 친구와
선이가 친한 5-6명의 친한 친구 멤버가 달라서 서로 잘 알고 친하기는 해도
친밀한 모임은 나나 선이나 각각 다른 친구들과 한국선 만나다 보니 잘 못 만났는데
이민와서는 우리 둘이 정말 단짝이 되었다.
둘이 너무도 비슷한 상황이라 더욱 마음이 통하고 애틋한 정이 생겨 가는 것 같다.
우리나 선이나 모두
낯 선 나라에 와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론 일을 하지만
내 건물을 갖고 내 가게를 운영하기에 속편하고 그래서 감사하고
여러모로 안정을 찾았기에 더욱 감사하다.
우리는 시장을 보면서 서로 장바구니에 하나라도 더 챙겨 넣어 주려고 하는 맘도 똑 같았다.
족발을 오랫만에 맛보고 즉석 뻥뛰기도 있어 재미있게 막내랑 한 참 구경하다가 그것도 사서 먹으면서
친구와 즐거운 시장 나들이를 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6시가 넘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남편의 휘문고교 동창회가 있다고
후배 총무님께서 메일 후에 꼭 함께 오라고 전화 연락까지 주었는데
나는 못가더라도 남편은 꼭 가실거라고 했는데 그만 내가 시간을 너무 잡아 먹었다.
친구랑 아쉬운 작별을 하고
이젠 혼자 토론토 올 수 있으니 자주 오고 올 때는 꼭 미리 알리라고 당부를 하면서
친구가 먼저 출발 하게 하고 뒤 따라 나도 집으로 향했다.
우리 막내는 트랜튼 누나네 같이 가자면서 차를 타면서 울더니
한 35분여 집 까지 오는 동안 내내 울었다.
이모(내 친구를 이모라고 한다)랑 누나가 너무너무 이뻐하니까 아이도 계속 더 있고 싶어
같이 가고 싶어 했다.더구나 전에 누나 집에서 보고 왔던 이쁜 강아지도 보고 싶고
뭔지 모르는 기대가 아이를 가고 싶게 했던 것 같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 계속 달래고 큰 아이도 곁에서 아이를 달랬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잘 해결이 안되는 것 같았다.
정말 감사하게도
아이가 그렇게 울어도 나는 태연했다.
넷째를 키우는 엄마의 여유인것 같기도하다.
“우리 진경이 목청이 정말 탁 트였구나.이렇게 잘 우니까 목청이 더 좋아져서 정말 찬양을 더 잘 하겠네,
이젠 울지마,다음에 아빠랑 시간 맞춰서 꼭 가자,알았지? 우리 진경이 굳보이 이젠 그만”이라면서
잘 달래면서 오다보니 집에 도착이 되었다.
아이는 실컷 울었던지 그리고 오늘은 갈 수가 없다고 스스로 터득이 되었던지
그제서야 그쳤고 아빠를 보더니 금방 언제 울었던가 싶게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어린 아이들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큰소리 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아이 마음을 잘 다독거려 준 것은
잘 한 것 같다.
“여보 미안해요,이렇게 늦어서 어떻하죠? 당신 동창회 늦었는데 어서 출발하세요”
남편:”괜찮아,금강산(모이는 식당 이름)이 너무 멀어서 지금 가도 많이 늦게 도착 될텐데
다음 주에 있는 대학 동창회 때 가면 돼”
나는 너무 미안했다.
오늘 갑자기 정해진 내 친구 만나는 일로
몇 달 전부터 계획된 남편의 스케줄에 지장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민와서 일 년에 한 두 번 만나는 동창회는
한국서 갖는 동창 모임과 또 다른 의미가 있기도하다.
나는 남편이 동창 모임은 꼭 참석 할 수 있게 시간을 배려 했었는데
정말 오늘은 많이 미안했다.
감사하게도 남편이 내 미안한 마음에 전혀 괜찮다고 안심을 시켜 주어서 고마웠다.
친구가 잘 도착했다는 안부를 주어 나누면서
이민와서 만나는 학교 때의 친구는 역시
이곳에 와서 만난 다른 분들보단
마음이 통하는 그리고 마음으로도 읽을 수 있는
정다움이 있어 좋다.
자주 전화를 하고
가끔씩이지만 캐나다에 와서 만나는 친구가 있음이
새삼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