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역사

독서의여사표지독서의 역사 – 책과 독서, 인류의 끝없는 갈망과 독서 편력의 서사시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정명진 옮김 / 세종서적 / 2020년 3월

인류의 역사가 이어져오면서 가장 두드러진 것 중에 하나가 활자의 발명이다.

활자가 있음으로 해서 그 이전에 행해졌던 구전의 행태가 글자로 변하고 이는 곧 인류의 문명의 재산보호 차원이자 각기 그네들 조상들의 중요한 무형의 보전을 이어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자의 기능은 비단 보전의 의미만이 아닌 읽는다는 행위를 시작함으로써 더욱 그 뜻을 파악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독서라는 개념으로까지 발전시켰다.

 

흔히 말하는 독서라는 개념에 대해 전방위적인 글을 오랜만에 접한다.

 

저자 알베르토 망구엘은이란 이름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호르헤 보르헤스다.

16살 때 서점에서 일하면서 엄청난 독서력 때문에 시력을 상실했던 그에게 책을 읽어줌으로써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을 알려진 독특한 이력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문자를 통해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왔고 여전히 그 영향은 어떻게 이어져오고 있는지를 다가적인 변화를 주시하며 쓴 책이다.

 

첵을 읽는 행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속독, 완독, 숙독, 묵독…

 

오랜 과거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발전된 독서의 역사는 묵독을 통해 은밀한 연구 가능, 종교개혁 당시 마틴 루터까지 영향을 미쳤던 부분들을 서술한다.

 

그런가 하면 책을 읽음으로써 사회적인 의식의 깨어남, 나아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한 부분들은 ‘금지된 책 읽기’부분에서 더욱 실감 있게 다룬다.

 

특히 진시황제의 분서갱유나 미국 노예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같은 흑인에게 배우거나 선량한 백인들로부터 글을 배우는 과정을 다룬 부분들은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과의 극명한 대립들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책의 크기나 형태를 다룬 부분들, 책을 파는 사람들, 대신 책을 읽어주는 독사(讀師) 제도, 문자 대신 그림을 통한 메시지를 전달했던 ‘비블리아 파우퍼룸, 책을 훔치는 책 절도,,,

 

익히 알고 있거나 몰랐던 책의 세계, 독서의 역사 그 자체를 망라한 책이라 저자의 해박한 지식 앞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지금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이북과 오디오 북도 책의 한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읽는 행위인 독서의 의미와 그 변천사를 다룬 ‘역사’란 부분은 여전히 진행 중임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유명인사들의 독서 편력 얘기도 흥미롭고 알려지지 않는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도 등장하는, 그야말로 ‘독서’란 역사 속의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녹슨 도르래

녹슨도르래

녹슨 도르래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3월

 

 

 

 

일본 코지 미스터리 여왕이라 불리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이다.

 

 
–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매일 선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시 선택한다.

 

첫 문장부터 눈길을 끄는 서막은 주인공 여탐정의 고군분투하는 여정을 보인다.

 

 

 

프리랜서 탐정으로 일하던 하무라 아키라는 살인 곰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번외로 다른 일도 같이하고 있는 중이다.

도토리 종합 리서치의 사쿠라이로부터  하청을 받은 일이 들어오게 되는데 부짓집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 뒤를 조사해 달라는 것이다.

 

조사 대상인 이사와 우메코의 뒤를 밟던 중  우메코가  동창생과 싸우던 중 아키라를 덮치는 사고가 일어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무사했지만 정작 다른 할머니인 아오누마 미쓰에가 크게 다치게 된다.

 

이 사실을 보고하게 된 하무라에게 하청을 준 사쿠라이는 뒤탈이 없게 미쓰에 에게 잘 말해달라는 중개인 업무까지  부탁 받게 된다.

 

절지에 중개인 업무까지 맡게 된 하무라는 미쓰에 할머니에겐 유일무이한 가족인 손자 히로토가 있고 그 손자는 사고로 인한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손자인 히로토가 당한 교통사고는 그를 기억의 일부를 잃는 부분 기억상실 환자란 명칭으로 불리게 됐고 곧 히로토부터 다른 의뢰를 받게된다.

다름 아닌 교통사고 당일 아버지와 함께 스카이랜드 역에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와 뒤이어 아버지의 유품인 책을 처분해주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이에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일처리를 진행하던 중   그녀는 히로토의 방에 화재가 나면서 죽게 되고 뒤이어  히로토의 사건 의뢰는 점차 미궁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선택의 기로에 선 하무라의 사건 해결은 이렇게도 안 되고 저렇게도 안된 결과물 앞에서 활약을 벌이는 과정은 죽은 히로토의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 생각나게 만든다.

 

그를 둘러싸고 있었던 사람들 속에 진짜가 있었기에 더욱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여성 탐정이란 소재를 내세워 사건의 뒤 진실을 캐내는 활약은 여전히 고생길이지만 감동적인 부분도 들어있어 더욱 찡하게 다가온다.

 

무심코 지나치게 만든 초반부 등장인물에 대한 저자의 노련미, 로맨스까지 살짝 버무린 이야기의 흐름을 재밌게 읽는다면 코지 미스터리 여왕이 쓴 작품을 보다 더 생생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NHK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다고도 하는 만큼 이 시리즈물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안녕, 나의 순정

순정 안녕, 나의 순정 –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
이영희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3월

학창 시절 ‘만화광’ 이란 별칭으로 불렸던 친구가 있었다.

당시엔 만화보다는 책을 주로 접했던 나에게 내 짝꿍이었던 그 친구는 유달리 등교하면서부터  하교할 때까지 끊임없이 가방에서 나오곤 하던 것이 만화책이었다.

 

당시 그 친구를 열광시킨 만화란 존재는 내게 생소하기도 했지만 일단 활자 위주가 아닌 그림이 섞인 복잡한 이미지로 보였던 것도 흥미를 이끌었다.

 

아니나 다를까, 늦게 배운 ~이 무섭다는 말처럼 그야말로 그 친구와 쿵작이 맞은 나는 그 이후 만화책 마니아로 전락(?)해 버렸다.

 

지금이야 만화방이란 것이 있어 많은 종류의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지만 당시만해도 잡지책 속에 나오는 연재나 그 연재가 끝나면 책으로 나온 것을 구매해서 읽던 시절이라 더욱 갈증에 메말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니 요즘 시대 흐름의 발맞춰 웹툰을 통해 인기를 끌면 바로 드라마화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 또한 그러한 경험의 기억을 더듬어 추억의 만화로 당시의 소녀 감성을 소환한다.

 

책을 펼친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그 느낌을 아시는지?

너무나도 좋아했던 작가들이 작품과 그림, 이름들이 나오는 책이라 그 감성의 극대치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신일숙, 황미나, 김혜린, 이빈, 한승원, 이은혜, 한혜연, 박희정, 강경옥, 유시진, 문흥미, 이미라, 나예리, 천계영, 박은아….

 

작가들의 색채와 그림 속에 녹아든 주인공들의 숨결소리마저 모두 흡수시켰던 당시의 만화 내용은 현실에서 고달팠던(?) 학업에 지친 소녀들의 감성에 위안과 주인공이 마치 나 자신인 것처럼 착각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주었다.

 

한 권 한권이 끝날 때마다 언제 다음 권수가 나올까 하는 기다림의 연속들, 그런 가운데 이 책의 구성을 통해 볼 수 있는 4부로 이루어진 구성은   14명의 작가의 작품들을 주제에 맞게 만나며 떠올릴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시 공간을 넘나드는 만화의 이야기 창조와 그 안에서 어우러지는 로맨스, 대사 하나하나에도 가슴이 콩닥콩닥거렸던 기억, 그런가 하면 현실을 직시한 만화들의 내용들을 통해 성장해 나간 기억들이 새록새록 넘나들게 한다.

 

만화찹체1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온 세계 속에 뛰어들어가 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볼 수도 있었던 만화, 특히 순정만화란 세계는 이제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다시 더듬어보는 계기를 준 책이다.

 

특히 잊을 수가 없었던 작가들의 소환 대상인  황미나의 <굿바이 미스터 블랙>부터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 김혜린의 <불의 검>, 한승원의 <프린세스>,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 강경옥의 <블루>….

 

 

만화합체2

 

다시 예전의  풋풋했던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나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이 책으로 소환해보시길~~

 

그녀의 푸른 날들을 위한 시

그녀의 푸른 그녀의 푸른 날들을 위한 시
천양희 외 지음 / 북카라반 / 2020년 3월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 여류 시인들의 시들을 모은 작품집을 만났다.

학창 시절에는 좋아하는 시인의 시 구절을 노트에 필사를 하거나 코팅을 해서 지금의 책갈피처럼 사용하던 때도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그러한 행동들이 드물어졌다.

 

그런데 이 책을 접하고 보니 다시 한번 시의 세계로 빠져들어보게 된다.

 

천양희, 신달자, 문정희, 강은교, 나희덕  시인들의 감성 짙은 시의 구절들은 여전히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고 있다.

 

실 생활에서 묻어 나오는 현실감각이 뛰어난 시 구절을 통해 같은 공감대를 느낀다는 것은 비단 여성이란 것에 한해서만이 아닌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꼈을 공통분모의 감정을 대변해 주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다루고 쓰이냐에 따라  읽는 독자들이 나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하는 이심전심이 통하는 시 구절들은 그 당시 그분들의 시를 읽고 외웠던 한 어린 학생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시간을 주었다.

 

삶이 팍팍하고 요즘처럼 걱정거리가 많은 시대에 엄마의 따뜻한 느낌으로 토닥토닥 위로를 전해주는 그녀들의 시가 참으로 좋게 느껴진다.

 

시구절

 

 

 

남편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문정희

시인이자 아내, 엄마로서 느낀 일상사의 차분한 감정을 시를 통해 쏟아부은 작가들의 시는 한 편의 강렬한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하고 압축된 영상의 한 부분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어김없이 계절을 제 할 본분을 다하고자 하는 이때, 여류시인들이 들려주는 시를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노동의 시대표지;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3월

 

 

획기적인 산업의 발달은 명칭이 바뀌면서까지 진행 중이다.

이미 4차 명이란 말이 나왔듯이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말(馬)을 필요로 했던 시대가 저물고 곧이어 자동차, 트랙의 등장으로 인해 말(馬)에 대한 필요성 소멸은 당연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렇듯 우리들 생활에 있어서 기계의 발전은 윤택한 삶을 이어주는 한 방편이었지만 점차 인간의 노동이란 현실에 입각해서는 다른 방향에서 생각할 고민을 던진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힘을 필요로 하는 일들은 반드시 존재했고 지금도 그러한 부분적인 일들은 이어져오고 있지만 과연  언제까지 인간들의 낙관은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 저자는 책 제목에서처럼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은행만 가도 이미 창구에서는 직원이 수가 줄어들고 있고 자동기기의 의존도는 훨씬 많아졌으며, 이는 곧 전국적인 점포의 현황과도 맞물린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영화관 또한  티켓 현황을 보면 더욱 실생활에 밀접한 자동 기계화의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인간의 노동의 힘이 많이 필요로 한 때인 과거와 비교해 볼 때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사실 앞에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들의 노동 가치는 과연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엿보게 한다.

 

여기에 이를 보완하고자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저자의 주장에선 그 발상 자체를 의심해보라고 말한다.

즉 교육의 발전과 역할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인간들의 노동력 향상이 기계화와 함께 동반으로 이루어지기엔 요원하다는 의견에는 현실이란 점이 직시되고 있다.

 

 

 

 

노동1

 

하지만 과연 저자의 말처럼 인간의 노동 한계는 이것이 끝일까?

AI의 발전하는 시대의 적응과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세금과 분배의 문제에서 오는 역할분담, 기술문제, 일에 대한 의미와 진정한 노동의 가치에 대한 고민들을 되짚어 볼 것을 제안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들이 무엇인지를 제안한 점들도 되새겨볼 부분들이었고, 일을 통한 노동의 의미, 인생을 통해 무엇이 진정한 가치의 기준이 되는지를 생각해 볼 부분들이라 신선했다.

 

일을 통한 노동의 의미, 인생을 통해 무엇이 진정한 가치의 기준이 되는지, 미래에 일에 대한 부분들을 그린 책이라 멀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닌 점을 그린 책, 기계문명과 인간관계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내 휴식과 이완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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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지친 하루의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은 휴식을 겸한 여행을 꿈꾸기도 한다.

 

때론 그러한 소망이 꿈속에서 나타나 잠시나마 일상을 탈피하게도 하는 달콤한 유혹의 한 순간을 즐길 수도 있지만 현실을 마주한 깨어난 후의 일상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하다.

 

하지만 만일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숙면이란  세계를 지나 온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약의 힘을 빌어 시험을 한다면 과연 우리들의 인생은 새롭게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전작품인 ‘아일린’을 읽은 독자라면 새로운 이 작품을 쓴 저자의 글로 또 한 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부모의 죽음 이후 유산을 물려받은 20대의 그녀는 타인들이 보기에 완벽함을 보인다.

빼어난 미모와 신체를 가진 그녀, 하지만 그녀는 어릴 적부터 각자의 삶 속에서 살아온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성장했고 그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친구 리비와 재회와 이별을 반복한 전 애인 트레버가 있을 뿐이다.

 

미술관에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이마저도 그만두고 온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결심한 그녀의 선택은 약을 통해 긴 잠을 자고 깨어남을 반복하는 것이다.

 

자기 보존의 수단으로 택했던 동면은 정신과 의사 터틀 박사와의 상담을 통해  처방제인 인페르미테롤을 복용하면서 수면제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자고 일어나면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는 음식이 있고 영화가 틀어져있으며, 친구 라비의 방문을 받는 것,  전 애인에게 거짓의 말로 전화해 그를 오게 만드는 과정까지 이 모든 것이 때론 현실인지 꿈인지조차 모호하게 생각되는 지점에 이른다.

 

 

친구 라비로부터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이 부러움이자 때론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엄마의 병세 걱정과 유부남 상사와의 아슬한 사랑 타기 고민들을 듣는 일조차 버거운 그녀의 선택은 여전히 잠을 자는것-

 

책은 그녀가 선택한 약 의존성에 대한 과정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립된 정세 불안, 특히 책 속에서 보인 주인공의 애정결핍과 주변인들과의 친화성 거부를 드러내 보인다.

 

자발적 은둔을 자처하면서까지 극단의 삶이 아닌 전혀 반대의 ‘나’를 재탄생해 보려는 그녀의 말과 행동은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킨다.

 

특히 이 책에서 사용한 방법인 수면이란 장치는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택한 선택의  유일한 방법임을 납득하게 하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중성의 모호함을 드러낸다.

 

그녀 나름대로 살아가고자 노력한 모습들은 보통의 시선에서는 극단의 처방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저자는 이러한 아이러니한 면들을 파고들어 오히려 그녀의 의지를 드러내 보이려 노력한다.

 

 

과연 그녀는 오랜 동면과 기상을 통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새 세상에 한발 다가설 수 있을까?

 

다소 도발적이고도 실험적이라고도 느끼면서 읽은 책, 저자가 그린 새로운 시도의 환상적, 몽환적인 여정이 드리운 책이었다.

 

현대인의 과감하고 솔직한 결핍의 상태를 새로운 전개로 그려놓음으로써 저자만의 색깔을 드리운 책,  나의 진정한 휴식과 이완의 해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생각해본다.

 

 

 

배심원단

배심원배심원단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믿고 읽는 마이클 코넬리의 시지즈물 ‘미키 할러 변호사’가 돌아왔다.

 

이미 자신의 평판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미키, 한때는 이름을 날린 명 변호사로서 입지를 굳히는가 싶더니 자신이 변호했던 의뢰인이 음주 음전으로 시민 두 사람을 죽이자 자신의 처지와 극심한 죄책감에 빠진 모습이 새옹지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변호사란 직업이 의뢰인의 신분을 보호하고 세상의 잣대로 보건대 분명 나쁜 짓을 저지를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는 확신이 있어도 일단 자신이 변호하는 입장이라면 인간의 세상사 잣대가 아닌 법 안에서의 자신의 직업을 통해 철저히 옹호하고 발휘하는 사람이다.

 

즉 자신의 의뢰인이 비록 죄를 지었을지언정, 그 행위의 뒤 배경을 통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게 되었는지의 이해와 법 안에서의 최대한의 선처를 호소하는 직업이다.

 

이런 변호사란 직업을 가진 미키 또한 돈을 싫어할 리 없다.

비록 자신의 양심에 걸림돌이 있을지언정, 돈은 돈이요, 법 안에서 최선만 다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지만 나락으로 떨어진 이후엔 오히려 자신이 의뢰인을 찾아 나서야 할 지경이다.

 

그런 그에게 한 살인용의 혐의를 쓴 의뢰인의 요청이 들어온다.

 

한 여인의 죽음을 두고 살인자로 몰렸다는 사람, 알고 보니 죽은 여인은 한때 자신이 알던 여인, 남자를 접대하던 그 여인은 약속된 장소로 남자를 만나러 갔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녀를 관리하던 남자는 그녀가 거짓말한 것으로 오해, 목은 졸랐지만 그것까지였다고 주장한다.

즉 살인은 결코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과연 미키는 자신의 명예를 걸고 이 사건을 풀어나갈 수 있을까?

 

 

자신이 속해있던 변호사라는 세계에서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며 사건 해결을 할 수 있을지, 추리 스릴의 세계에서 이미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인 만큼 이번 이야기도 장르 소설의 맛을 제대로 살린다.

 

정황상 모두가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지목한 마당에 진실을 풀어나가는 미키의 활약, 변호사로서의 최소한 양심을 걸고 뚜렷하게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가서는 그의 매력에 흠뻑  시리즈물을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법을 다룬 이야기들의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과 함께 변호사란 직업세계와 자신의 양심대로 움직이는 미키의 활약은 기존 시리즈물이 계속해서 출간되는 이유를 수긍하게 한다.

 

이미 추리 스릴의 세게에서 명성을 알리고 있는 저자의 이번 작품 또한 그 연장선에 있는 만큼 미키의 개인사가 담긴 이야기도 담겨 있어 더욱 재미를 준 책이다.

한자와 나오키 4

한자와나오키4한자와 나오키 4

이케이도 준 저/이선희 역/인플루엔셜 | 2020년 03월

지금까지 시리즈로 나온일본문학 소설  한자와 나오키 4를 만났다.

 

 

이번엔 전 작품에서의 활약에 이은 한자와의 어떤 행동들이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할까에 대한 궁금증, 기대 반으로 가득한 작품이기에 읽으면서 역시나~였다.

 

 

전편에서 도쿄 센트럴 증권’으로 좌천되었던 ‘한자와’가 다시 ‘도쿄 중앙은행’의 ‘영업 2 차장’으로 돌아오면서 진행된다.

 

 

바로 ‘심사부’에서 맡고 있는 ‘TK항공’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다른 부서가 맡은 일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정부가 관여하고 있던 회사였던 만큼 이에 대한 조정을 통해 다시 검토를 지시한 위선의 명령에 따라 충실히 자신의 정직을 기조로 삼아 합당한 결과를 제시하는데 이는 곧 정부가 설치한 ‘TK 항공 회생 테스크포스’에 의해 거절당한다.

테스크포스’의 ‘노하라 쇼타’ 변호사의 요구인  ‘TK 항공’의 신속한 재건을 위해 은 행들에게 채권의 70%를 탕감해 달라고 일방적으로 요청한 것인데 이는 한자와에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전작에서의 싸움이 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엔 정부와의 의견 충돌, 그 안에서 자신조차 모르던 비밀을 파헤쳐가며 일을 처리하는 한자와의 활약이 돋보이는 책이다.

 

결국 정치를 하는 사람들, 공무원의 신분을 이용한 사람들의 이익을 도모한 일을 무마시키고 사임을 통해 마무리되지만  왠지 읽으면서도 국가 공무원이란 신분을 이용해 무소불위의 행동을 하는 모습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얼마 전 드라마 ‘머니 게임’에서도 재경부가 은행을 처리하는 과정과 대기업에게 압박을 가하며 그들 나름대로 국가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들이 보였던데 드라마에서도 양분된 모습의 공무원 모습들이 떠오르게 한 작품이었다.

 

이미 드라마로 나와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라 이번에도 책을 읽는 순간 한자와의 활약은 직장인으로서 느꼈을 감정들을 통쾌하면서 시원하게 날려준 사이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자와를 괴롭혔던 주위 사람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지하는 회사 동료들의 우애와 끈끈한 우정들은 총성 없는 전장의 생생한 모습들을 함께 보임으로써 더욱 재미를 느끼며 읽었다.

 

저자의 경험담이 담긴 책 시리즈라서 더욱 실감 있게 와 닿았던 책이다.

 

 

 

 

영혼의 집 짓기

영혼의집짓기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제목부터가 심금을 울렸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죽음 뒤에 영혼이 있을 것이라고, 비록 육신은 이승을 떠나가지만 영혼만은 그 사람의 정신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믿고 싶다.

 

그런데 죽음이라는 것은 어느 날 통고를 하지 않는 불청객이다.

그런 만큼 이런 죽음, 특히 가까운 지인이나 부모님의 죽음을 실제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책 제목이 주는 울림 성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듯하다.

 

이 책은 실제 저자가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기자이자 작가로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언젠가 맞을 자신의 죽음을 대비해 관을 짜기로 계획하면서 느낀 여러 감정을 쓴 에세이다.

 

은퇴한 이후에도 꾸준히 당신에 대한 몸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던 아버지는 집 안 곳곳에 자신의 작품(?)을 설치했고 그런 가정의 분위기는 저자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우연찮게 자신의 관 짜기 돌입 프로젝트를 하겠다는 발상은 일률적인 관의 형태나 소재를 떠나 온전히 자신만의 영혼이 들어갈 관을 생각했기에 가능했고 이는 총 1095일 동안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진행하면서 일상생활 속의 변화를 담담히 풀어놓는다.

 

암의 재발에도 불구하고 거뜬히 이겨낸 아버지, 그런 아버지였지만, 엄마의 친한 친구분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연이어 세 번째 암이 발생한 이후 아들이자 한 남자, 한가정의 가장인 저자가 아버지를 통해 느낀 삶에 대한 사랑, 용서, 후회를 진솔하게 풀어낸 부분들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내 곁에 항상 계셔줄 것만 같았던 부모님의 존재,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이란 말이 서툴게 받아들이기도 전에 갑자기 돌아가신다면 그 당황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저자의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저가가 관 만들기 프로젝트에 동참을 구했을 때 자신의 노하우와 곳곳에 인생의 지혜를 담아낸 모습들이 저자의 섬세한 기록을 통해 보인점이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게 한다.

 

동양인의 시선으로는 선뜻할 수 없었던 프로젝트였지만 이를 떠나 관을 만들기 위해 설계를 하고 진행을 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깨달은 점들은 우리 모두에게 공통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감정이 아닐까 싶었다.

 

– 나 자신의 관을 만든다는 것은 한 때는 매우 매혹적인 은유처럼 보였지만, 다 만들어진 관의 모습은 자신의 진실을 가식 없이 드러내 보였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진실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상자일 뿐이었다.- P335

 

 

차근히 풀어낸 글의 감정도 좋았고 책을 덮고서도 한동안 뭉클함이 가시질 않은 책이었다.

                                                                                                                                

환야 1.2

환야[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모두 읽은 것을 아니지만 대체로 출간된 책들은 거의 읽은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왠지 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더군다나 개정판으로 새롭게 만나는 책이란 것에 궁금증이 더욱 생긴 작품이기도 하다.

 

 

저자의 백야행을 접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또다시 그의 진가를 느낄 수가 있을 것 같다.

 

배경은 대지진이 일어난 일본의 그 후를 다룬다.

대지진이란 재해 속에 부모를 잃은 여자 주인공 미휴유는 계획된 살인이 아닌 우연한 살인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건물 더미에 깔린 고모부를 죽인 마샤야를 보게 되고 마사야의 사연은  오로지 아버지 생명보험금을 노린 고모부의 존재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저지른 살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의 운명을 함께하는데…

 

사건을 두고 모든 일을 해결해주겠다는 그녀, 가녀린 외모에 위험함을 느끼게 하는 여자, 이런 여인에게 빠져드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긴박함을 유지한 채 진행된다.

 

자신들이 위험을 알아주고 함께하며 풀어나가려는 그녀를 어찌 마다할 사람들이 있을까? 바로 이런 점을 노린 그녀의 교묘한 계획은 역시 마사야를 이용했음이 드러난 장면들이 기막히게 다가온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뿌리치지 못한 남자 마사유, 그렇다면 그녀는 진정 자신의 계획 때문에 그를 이용한 하려 했을까? 아니면 마사유처럼 어느 정도 그에 대한 감정이 있었을까?

 

유일하게 그녀를 의심했던 형사 가토는 그녀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지, 후반부에 갈수록 흥미진진하게 다가오는 내용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 아니 마사유에 대한 아련한 감정이 몰려오는 것은 팜프파탈인 줄 알면서도 그녀를 놓지 못했던 순정남에 대한 사랑이 내내 안타깝게 느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