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연대기

연대2

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노르웨이판 ‘부부의 세계’란 말이 어울릴듯한 책을 접했다.

 

부부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과 생각을 던진 책이라고 할까? 암튼 특이하게도 남편의 시선으로 그린 책이라 눈길을 끈다.

 

유부남인 주인공 존이 타미와 만나게 된 일을 시작으로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역순으로 진행되는 형식이다.

 

딸이 아파 병원에 갔던 존은 그곳에서 타미와 만나게 되고 서로 호감을 가진채 산책이란 이름으로 만남을 자주 하게 된다.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느낀 두 사람, 존은 조강지처와 이혼하고 타미와 재혼을 통해 새로운 제2의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영원한 사랑이 지속될 것이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탐닉하는 부부의 애정전선에 이상이 없을 듯한 두 사람은 군나르라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깨지게 된다.

 

업무상 만나게 된 군나르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 타미, 그런 타미를 바라보는 존은 처음엔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점차 두 사람의 애정전선에 이상한 균열이 생기면서 부부간의 대화는 살벌을 넘어 전쟁이 터지기 일보직전에 이르게 된다.

 

도대체 어느 순간부터 잘못된 것일까?

 

설마 조강지처가 떠나면서 말한 것처럼 그대로 자신에게도 이런 일들이 닥칠 줄 존은 상상이나 했을까?

 

미세한 균열은 바로 잡는다면 메꿔질 수 있지만 점차 벌어지는 균열, 특히 남녀 간의 이상과 현실에서 오는 차이는 보다 커지게 마련이라, 이들이 겪는 부부의 대화는 현재 실황 중계처럼 다가온다.

 

배경만 유럽이었을 뿐, 비단 갈등을 겪는 부부들이라면 아마도 바로 눈에서 바라보듯 이들처럼 치열하게 싸우지 않았을까? 도 싶은데, 부부라는 사이는 화성과 금성에서 왔다는 어느 책 제목처럼 꼭 내 이상의 현실에 맞춰주길 바래서는 안 될, 동반자란 사실을 두 사람은 잊은 듯 보인다.

 

처음의 강한 애정의 탐닉과 갈구가 지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하고 길들여지는 시간이 있고, 그런 가운데 사랑의 감정은 어느새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동반자란 생각, 더 나아가 서로가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사이가 되기 마련이라는데, 이 책에서 보인 두 사람은 이 정도까지의 참을성이 없었는 듯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애정이 식은 후에 남겨진 그다음의 감정선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또 다른 새로운 부부의 세계가 열린다는 사실을 잊은 두 사람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특히 전처, 존, 타미, 군나르, 이들 모두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남았다는 사실, 존이 마지막으로 타미에게 구애한 듯한 행동들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단 생각까지 들게 했다.

 

제목 그대로 결혼의 연대기는 두 사람의 대화와 그동안의 일들을 통해 진정한 부부의 세계는 무엇이며 결혼이란 것은 무엇인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부분적으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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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퍼트리샤 포즈너 지음, 김지연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1월

홀로코스트에 대한 많은 실제의 이야기들은 우리들에게 여전히 같은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참혹한 진실에 대한 아픔을 느끼게 해주는 역사다.

 

특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쓴 글들이나 사진들을 보게 되는 경우나  실제 여행지에서 보고 느끼는 아픔들은 여전히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은 기존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가해자로서 살다 간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빅토르 카페시우스-

 

지극히 평범한 제약회사 이게 파르벤이란 곳에서 영업원으로서 근무했던 그가 해온 행적들을 통해 다시금 아우슈비츠란 곳의 악명을 생각해보는 책이기도 하다.

 

루마니아인으로서 전쟁이 발발하자 아우슈비츠의 주임 약사로 발령받아 근무하던 그는 주위에서 평가를 받아온 “약사 삼촌” 내지는 ‘착한 약사”란 명칭이 무색하게 왜 그는 악랄한 모습으로 변했을까?를 추적한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기차에서 내린 유대인들의 생사를 쥐었던 맹겔레를 비롯해 그의 뒤에서 이들의 생사권에 대해 동참했던 카페시우스는 점차 그곳에서의 삶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의약품 조달을 기본으로 고위적으로 수감자들에게 돌아갈 의약품을 주지 않은 행위, 죽은 자들의 치아 중에서 금니를 발치해 뽑힌 치아를 중간에 가로채는 행동, 생체실험

보조까지 스스로도 이를 인지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들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행하는 모습이 경악하게 만든다.

 

여기엔 지금도 유명한 바이엘 제약회사가 포함되어 있던 당시의 파르벤이란 회사가 독일의 히틀러가 세운 제3제국과 결탁하여 모종의 이익을 취하는 행동까지 파고든 사실의 이야기가 담긴 여정은 한 생명의 소중함이 어떻게 물건처럼 노동력에 대한 가치를 계산하는 소모품으로 전락하는지,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세우고 전범기업이란 이름으로 남게 되는지에 대한 흐름을 함께 살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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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고 각자 회생의 기회를 삼은 SS친위대원들에 대한 재판과 카페시우스가 벌인 자신 또한 전쟁의 희생양처럼 법정에서 벌인 진행과정은 정말로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 자신도 희생양처럼 여겨진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한 마지막 최후의 진술처럼 여겨 모르쇠로 일관한 것처럼 보인 행동인지를 묻게 된다.

 

여기에 문제는 또 있었다.

연합군이 가지고 있던 전쟁의 주범들이었던 나치 대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독일에 넘기면서 독일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과거는 과거일 뿐,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있지 말고 보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위한 모색을 하자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전범들에 대한 차후 법정 형량은 생각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다행히도 프리츠 바우어 법학자와 랑바인 같은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이 힘입어 ‘살인 가해자’란 명칭으로 일부를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는 점은 거대한 전체주의 조직 안에서 지시하는 대로 해왔을 뿐, 자신들도 희생양이었다는 주장에 일침을 가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자신이 행했던 그 모든 전 과정들을 부인했던 카페시우스란 인물, 만약 자신의 가족이 그런 고통 속에 살았다면 그 자신은 어떤 심정이었을까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을까?를 묻고 싶어 진다.

 

시간은 흘러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점차 희미해져 가는 역사 속의 진실들, 여전히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은 진행 중이다.

 

블리딩 엣지

블리딩엣지

블리딩 엣지
토머스 핀천 지음, 박인찬 옮김 / 창비 / 2020년 5월

난해하고도 어렵기로 이름난 소설가. 토마스 핀천의 신작이 출간됐다는 소식과 함께 지금까지 출간된 작품들과는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소개 문구에 구매한 책이다.

 

 

뉴욕 어퍼 웨스트사이드에서 두 아이를 기르는 싱글맘인 맥신 터노는 사기 조사관으로 일한다.

두 아이의 등굣길을 함께하는 것을 시작으로 어느 때와 다름없는 자신의 일터를 통해 일을 하는 그녀에게 어느 날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레지 데스파드가 찾아오면서 사건의 실체를 조사하기에 이른다.

 

한때  가까웠던 두 사람은 레지가 맡게 된 , 해시슬링어즈라는 회사의 다큐를 찍는 과정에서 왠지 모를 수상한 컴퓨터 보안에 관한 느낌에 대해 맥신에게 의뢰하게 되는데, 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접근이 필요한 사항이 있게 마련-

 

그런데 이 회사에 접근을 하게 되면 강한 보안의 경고가 뜨면서 더 이상의 접근을 불허한다는 말말을 한다.

더군다나 자신은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큰 일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입장이라 에릭 아웃필드라는 고등학생을 통해 이 회사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 한다는 말을 들려준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맥신은 그 후 여러 각도에서 회사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  이 회사의 자금출처에 대한 의심을 하기에 이른다.

바로 비밀리에 중동으로 많은 액수의 돈이 송금되고 있다는 사실, 주변의 인물들을 접촉해가면서 회사의 실체를 밝히려 노력을 하는데 가운데 9.11 테러 사건이 터지게 되는데…

 

 

우선은 저자의 해박한 IT 지식과 이를 연계시켜  추리를 접목한 글이 인상적이다.

 

배경이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한 닷컴 버블 붕괴를 기점으로 2001년 9.11 테러 사이의 뉴욕이라는 대표적인 도시를 내세워 다룬 이야기라 실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가족들의 이야기와 주변의 이야기들이 함께 곁들여진다.

 

억만장자이자 미지의 인물인 게이브리얼 아이스가 운영하는 컴퓨터 보안회사 해시슬링어즈에 대한 조사는 이 회사가 파산한 회사를 통해 자금을 몰래 빼돌리고 이 돈의 행방은 중동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한 의심부터 시작되는 첫 시작은 모종의 거대 조직의 실체와 이를 밝히려는 주인공의 활약과 함께  기존의 추리 소설처럼 양상을 띠지만 여기에는 유대인으로서 겪는 여러 사회적인 경험, 모사드, 미국 중요 정부의 계획, 러시아의 개입처럼 여겨지는 첩보의 세계, CIA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장치를 곁들인다.

 

여기에는 또 하나 맥신과 아는 저스틴과 루커스라는 인물도 대표되는 캘리포니아 출신  IT출신가들이 개발한 ‘딥아처’라는 소프트웨어를 접하면서 겪는 가상의 세계를 체험하는 부분이 곁들여진다.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특히 미국이라는 나라를 통해 발달된 인터넷상에서의 세계는 디지털이라는 문명이 주는 혜택에서의 다양함을 느끼고 있지만 그 안에서는 정작 개개인들의 정보나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그 틀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특히 추리와 사이버펑크 과학소설의 선두주자인 저자의 작품을 통해서 바라본 지금의 세계는 소비주의 중심의 생활, 대중문화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라 이미 기존의 저자의 작품을 대한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수긍이 가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

 

책 제목인 ‘Bleeding Edge’는 ‘최첨단’이라는 뜻으로 이미 책에서도 루커스가 말한 대목처럼 안전성, 유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최신 기술이란 용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고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IT기술을 이용해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음을, 대표적인 닷컴 버블을 통해 그 모습들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렇다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글쎄, 나의 모자란  IT 지식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 해 준 책이었다고 생각되는 작품인지라 올해 읽었던 추리 분야에서 가장 읽는 속도도 더뎠고 중간에 포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갈림길에 서게 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내용은 어렵지 않은데 IT소재를 다룬 책이라 이 분야에 익숙지 않은 독자라면 읽는 시간은 걸릴 것 같다.

 

 

특히 미국 대중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뉘앙스적인 느낌을 제대로 알기가 아쉬웠단 점을 꼽을 수 있고, 난해한 그만의 독보적인 작품의 세계는 기존보다는 훨씬 부드러워졌지만 친해지기는 여전히 어려운 작가란 생각이 들만큼 추리소설이되 마치 IT 전문 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 작품이었다.

 

 

진실에 갇힌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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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에이머스 데커는 고향인 오하이오주 벌링턴에 돌아와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그 장소, 그 집, 그 모든 사람들이 있었던 곳, 일 년에 한 번씩 찾은 고향엔 여전히 죽은 아내와 딸, 처남이 있기에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그 일 이후 과잉기억 증후군과 공감각의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그가 사건의 해결을 한 이후에 해마다 찾는 무덤가-

 

그런데 그를 찾아온 한 남자에 의해 걷잡을 수없는 과거의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경찰 초년생 시절 처음 맡았던 살인사건, 그 현장에서 식당 주인인 데이비드 카츠, 그리고 은행에서 대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도널드 리처즈, 리처즈의 아들과 딸이 모두 죽은 채로 발견이 된 그 사건에서 모든 결과는 한 사람을 지목하고 있었으니 바로 자신이 감방에 넣은 메릴 호킨스다.

 

그런 그가, 감방에서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할 그가 에이머스 앞에 나타나 자신은 무죄라고 말하며 이미 죽음을 목전에 둔 자신이기에 1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진실을 밝혀달라며 말한다.

 

당시의 기억을 되새기며 함께 사건을 해결했던 랭커스터와 이 사건에 대한 전모를 살피기 시작하려던 그때 누군가에 의해 호킨스는 살해된 채 발견이 된다.

 

그저 흘려들었던 그 당시 사건이 더 이상 간단한 사건이 아님을 느낀 데커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이 사건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뛰어드는데…

 

 

아픈 과거의 기억 외에 또 다른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 에이머스란 주인공을 내세운 ‘남자’~시리즈의 신작이다.

 

여전히 과거의 고통 속에 새로운 삶에 적응해가려는 주인공의 모습도 여전하지만 과거에 이미 밝혀지고 그 결과로 감옥에 들어간 죄인이 자신의 무죄를 밝혀달라는 점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독자들은 당시 사건 현장에서 벌어졌던 증거물과 죽은 사람들의 관계, 그 이후 남겨진 그들의 아내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함께 살펴보게 되지만 정작 왜 그들이 죽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보다 원점에 다다르기까지의 여정은 쉽지만은 않게 그려진다.

 

한 남자의 아내가 죽은 채로 발견이 되고, 연이어 계속 이어지는 의문의 주위 사람들의 죽음과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수순들은 에이머스가 겪는 개인적인 고통과 함께 진실이란 이름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 가볍게만 여길수 없었던 사건의 본질을 알게 된 후의 폭풍을 더욱 놀랍게 그려냈다.

 

“진실이 늘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건 아니에요. 때론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 될 수도 있죠.”

 

어쩌면 호킨스도 그렇고, 리처즈나 카츠의 아내, 호킨스의 딸도 이러한 생각들로 묻고 지나왔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진실이 무조건 좋은 것만이 아닌 양 갈래의 선택의 갈림길에 섰던 사람들의 심정이라면  그들이 내린 결론이 당시로선 최선의 선택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내용상 무거움을 던진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들이기에 에이머스가 겪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은 왠지 그동안 시리즈를 읽어왔던 독자로서 마음 한구석에 애잔한 감정이 스며드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동료애와 그들이 겪는 애환들이 결코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게 느껴지는 데커의 변화된 모습이 다음 시리즈에선 어떤 발전된 감정의 이입으로 변해있을지도 궁금하고, 전작의 주인공인 마스의 출현은 반가움마저 들게 한다.

 

 

 

단순하게 끝낼 수도 있었을 사건의 전말 뒤에 감춰진 무섭고 치밀한 계획이 밝혀지는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기는 한편 다음 시리즈에선 보다 밝은 에이머스 데커를 기대해보게 한 작품이었다.

 

 

 

 

비틀거리는 소

비틀거리는소비틀거리는 소
아이바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0월

경시청 수사 1과 소속 다가와는 수사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형사로서 한동안 일을 쉬다가 복귀, 그 이후 미해결 사건들을 전담 맡아 일하고 있던 중 2년 전에 있었던 ‘나카노 역 앞 선술집 살인 사건을 배당받게 된다.

 

2명의 피해자가 생긴 이 사건은 산업폐기물 처리업자와 수의사가 살해되었고 현장에서는  강도짓에 의한 강력사건으로, 당시 범인이 외친 “머니, 머니”라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의 소행으로 여겨 수사를 진행했지만 범인은 오리무중, 뚜렷한 결과물이 없는 종결로 마무리된 사건이었다.

 

단순하게 보면 그럴듯한 시각으로 여겼을 이 사건의 실체는 무엇일까?

죽은 두 사람의 직업이나 연관성은 어떤 면에서도 매치가 되지 않았던 만큼 다가와는 선배로부터 배운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을 지키면서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한편 인터넷 미디어 <비즈 투데이> 기자 쓰루타는 옥스 마트를 표적 취재하면서  옥스 마트의 기업형 박리다매의 선점 공략에 이은 지방 소형업체와의 경쟁에서 경쟁을 다투고 임대료 매장을 통한 수익을 통한 영업전략을  쓰는 업체로써의 부당한 점을 알리기 위해 기사를 올린다.

 

이 와중에 옥스 마트가 미야기 현에 대규모 쇼핑센터를 건설함에 있어 미트 박스와 연관성이 있다는 제보를 통해 이들의 관계엔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한 취재를 하기 시작하고 이와 관련된 자료를 전 미트 박스에서 근무했던 고마쓰 다카시 생산과장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다.

 

범죄 중에 가장 나쁜 범죄 중에 하나가 우리들이 먹는 음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포함된다.

 

건강과 직결되는 음식인 만큼 무엇보다도 양심을 걸고 운영해야 할 업체들의 비양심적인 행태의 범죄가 벌어졌단 소식을 접하게 되면 분노가 일어나기도 하고, 자신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했다면 과연 이런 일들을 벌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아주 심각한 범죄란 생각이 든다.

 

이미 음식으로서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판정이 된 소의 신체 일부를 각종 첨가물을 더해 일반인들이 구매해 먹을 수 있게끔 만드는 이러한 행동들은 거대 기업인 옥스 마트와 옥스 마트가 거부할 수 없는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하는 미트 박스란 업체의 모습들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취재 덕분에 더욱 실감 있게 느껴진다.

 

소의 비정상적인 비틀거림의 양상을 통해 인간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일반인들을 속이고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증대한다는 비양심적인 모습, 양심적인 수의사와 옥스 마트의 약점을 거래로 이용하려 했던 산업폐기물업자의 양심 없는 행동들은 결국 살인이라는 과정에 이르게 만들었지만 결국 이 모든 과정들을 들여다보노라면 일반 독자로서 느낀 배신감은 소설이었지만 현실감을 느끼게  했다.

 

이런 식품에 얽힌 비일비재한 사건사고들이 발생할 때마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는 결과물로써 받아들이는 감정들은 정부와 고위 경찰, 대형 기업과 사회 저변에 퍼지는 위기 심각에 대한 모면을 통해 일반인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마저 느끼게 하며, 사회파 미스터리로써 유통과 식품에 얽힌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소’를 통해 그려낸 작품이라 더욱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 작품이었다.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미술관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의사와 미술의 관계라고 하니 궁금증이 생긴다.

 

이 책의 저자는 진료실과 미술관을 오고 가면서 의학과 미술의 관계를 글을 통해 그려낸다.

 

근 20여 년 동안 각국의 유명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들을 통해 직접 감상하고 그에 관한 기록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안내서로써도 손색이 없는 책과의 만남을 선사한다.

 

눈에 비친 그림을 그냥 보는 것과 그림에 담긴 색채와 당시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실제적인 사연을 함께 알고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 책에서 보인 여러 화가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읽고 그에 얽힌 그림을 함께 보노라면 마치 당시 그 화가가 겪었을 고통을 함께 느낄 수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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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경우도 그렇고 차이콥프스키의 동성애에 얽힌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지만 특히 당시 시대의 흐름과 사회 저변의 인식에 깔린 시선들을 통해 죽음을 어떻게 맞았는지에 대한 설명 부분들은 한 편의 미술사학을 보는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런가  하면 의사로의 본분인 가슴에 청진기를 대는 그림이나 엄마가 아이의 머리에 이를 잡아주는 모습들을 통해 당시의 위생에 얽힌 이야기를 그려볼 수 있게 하고 의사로서 의술에 전념하는 것과의 연관성이 있는 그림 설명 부분들은 하나의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시간을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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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퐁피두 부인의 인생에 얽힌 병이나 안톤 체호프에 얽힌 일화들은 의학 속에 담긴 인물들의 개인 역사이야기는 물론 당대의 유명인들이 살아왔던 시대 흐름까지를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은 의학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사연들을 함께 읽을 수 있어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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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의학이라 하면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게 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림 속에 담긴 의학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는 세련되고 풍부한 재미, 특히 무엇보다 역사와 의술, 그림에 담긴 의미를 모두 알 수 있는 책이라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여자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2019 부커상 수상작. 흑인 여성 최초의 부커상 수상이자 마거릿 애트우드와의 공동수상이라는 타이틀, 출판사에서 출간 예정 목록에 올라있을 때부터 관심을 두던 작품이었다.

 

 
첫 등장인물인 앰마-

 

그녀가 쓴 희곡 [다호메이의 마지막 여전사]  첫 공연이 내셔널 시어터에서 열리는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녀를 둘러싼 혈연관계, 친구, 그 친구의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선을 통해 그려낸다.
앰마는 순수혈통 영국인이 아니다.

오십 대의 여자, 아니 정확히는 레즈비언이다.

가나 독립을 위해 활동했던 기자 출신 아버지가 영국으로 도망치면서 엄마와 만나 결혼해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영국인이다.
일찍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고 같은 레즈비언인 도미니크와 함께 연극극단을 만들게 되는데 부시 위민(bush women)이란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도미니크가 미국인 레즈비언 응징가를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되면서 그녀는 프리랜서로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그녀의 딸 야즈는 게이 커플인 롤런드 박사의 정자를 기증받아 태어난 아이다.

부모 사이를 오고 가면서 성장한 그녀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자신의 진로와 자신의 성장배경을 통해 미래에  대한 걱정을 그녀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대학생으로서의 모습을 보인다.

여기엔 야즈 외에도 이슬람을 믿는 친구, 잘난 아버지를 둔 덕에 호화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친구, 다양한 이야기들이 또한 엮인다.

 

 

한편 미국으로 건너간 도미니크는 같은 레즈비언들이 사는 공동체에 들어가 살지만 모든 일에 편집증으로 자신을 가두는 응징가로 인해 스스로의 자각과 기대치를 넘어선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나가다 탈출에 성공, 제2의 인생을 찾는 노력을 한다.
캐럴-

고국에서의 엘리트로 인정받은 아버지와 엄마였지만 이민 온 영국에서의 삶은 운전기사와 청소부로 삶을 이어나가는 부모 밑에서 13살 집단 윤간을 당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여성이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열심히 공부한 덕에 유명 은행에 취업, 백인 남성과 결혼한다.

 

이들 외에도 작품 전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순수 영국인이 아닌 부모세대나 그 훨씬 이전의 세대부터 거슬러 올라간 조상들이 백인들과 연관되어 있거나 결혼을 통해 태어난 사람들이다.
처음 등장하는 앰스의 커밍아웃인 레즈비언의 삶을 필두로 그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들의 삶은 과거의 할머니, 엄마 세대를 거쳐 자식으로부터 한물간 구세대 인식으로 여겨지는 시간의 흐름들이 서로 연관성을 보이면서 풀어나간다.

 
영국 안의 영국인이되 같은 백인인 영국인으로부터 차별 어린 시선을 받으며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성장의 기억들은 비단 이들 여성에 한해서만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이민세대들의 아픔들이 함께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았다는 것은 인종의 색깔을 넘어선 차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물음, 더 나아가서 부모들이 힘들어도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던(캐럴의 엄마 버미) 여인의 삶이 있다는 사실이 이민 1.5세대에 해당되는 캐럴의 인식과 대비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그려진다.

 

 
이런 부모의 바람대로 같은 혈통인 아프리카인과의 결혼을 거부한 채 사랑하는 사람인 백인 남성과 결혼한 캐럴의 경우 자신의 피부 색깔과 어려운 환경을 탈피하고자 기를 쓰고 공부에 매진한, 그러면서도 아픈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여성의 모습을 통해 기성세대와는 다른 또 다른 인생관을 보인다.
책의 첫 흐름인 앰마의 레즈비언의 삶은 기존의 사회에서 인식되는 성 정체성에 대한 차별에 반하는 모습과 사회 인식에 반하는 삶, 규정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의 기조에 반발하는 모습들은 그녀의 친구인 셜리와는 우정을 이어나가되 셜리가 생각하는 앰스의 레즈비언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르게 받아들임으로써 같은 사회 안에서의 우정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엿보게 하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여자1

 

셜리 또한 같은 피부색을 지녔지만 학교 선생님으로서 살아가는 모습 속에 중산층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은 앰스와는 다른 생활의 이면을 보이는 여성으로 그려지며 교육이란 것을 통해 그녀 자신의 성공 성취도와 그럼에도 여전히 불운한 환경으로 인해 그곳을 타파하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처벌들을 통해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셜리의 엄마, 윈섬은 읽으면서 이해를 할 수 없었던 인물이었다.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통해 두 손녀까지 본 할머니가 사위와의 불륜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그것이 사위가 딸의 곁을 떠나는 것보단 낫다는 자신 스스로의 핑계 내지는 사위가 먼저 자신과의 사이를 통해 욕구 해소를 발산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할머니이기 전에 한 여자로서의 사랑의 또 다른  행동을 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 인물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저자는 성 정체성에 대한 페미니즘의 변화와 여성들의 적극적인 행동과 모습들을 그리면서 메건이 모건이 되는 과정, 레즈비언이 아닌 좀 더 확장된 성의 구분을 드러내는 젠더 확정, 젠더 프리를 통해 또 다른 그들만의 삶 모습, 인종 간의 차별은 물론 남녀 차별, 같은 젠더 안에서도 차별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과감하게  표현한다.

 

모건의 할머니 해티의 숨겨진 아픈 자식의 비밀, 그녀의 엄마 그레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해 그녀의 자식이 만나러 오는 장면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12명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린 그들만의 사연은 여성이란 이름으로 구분된 성에 대한 의미, 여성, 남성이란 이름으로 구분 짓고 그 안에서 사회의 인식대로 살아가는 통념적인 의미, 그에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성 정체성을 통한 사회의 차별을 견디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소외된 여성들의 삶을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장대한 서사로 그려냈다.

 

어린 시절 소녀로서의 삶, 성장한 뒤의 여자로서 불리는 시기의 삶, 여기에 그녀들과 함께 하는 다른 사람들, 같은 여성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으며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 비 혈연이지만 가족이란 개념으로 맺어진 관계, 퍼넬러피의 경우를 통해 그 자신이 백인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자신 또한 흑인의 한 뿌리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아가는 과정은 저자의 글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다.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바라보는 차별 섞인 시선과 고정관념들, 야즈의 친구 와리스가 한 말은 현재의 우리들 모습 속에 감춰진 부끄러움을 드러낸 대목이 아닌가 싶다.

모슬렘 한 명이 총기 난사를 하거나 폭탄을 터뜨려 사람을 죽이면 그는 테러리스트라고 불리지만, 백인 한 명이 똑같은 일을 하면 그는 미친 사람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흑인 남성들은 안전한가?
셜리의 오빠들이 겪고 있는 생활 속에서의 행동 다짐은 그 또한 다르지 않다.

 
-셜리는 오빠들 역시 어릴 때부터 경찰에게 괴롭힘을 당해 오래전부터 오빠들 편에서 분노를 느꼈다.

모든 흑인 남자는 이런 일에 대처하는 법을 알아야 하고 모든 흑인 남자는 거칠어져야 했다

경찰은 누군가를 죽이거나 구타하고도 자체 조사를 받거나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마치 지금의 미국의 어떤 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은  운문 형식이라는 것을 빌려 내용 전체를 마치 긴 시처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긴 문장의 호흡을 통해 이야기의 끊임없는 궁금증 유발을 유도하게 만들기도 하는 독특한 장치를 이용해   읽은 후에도 여전히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는 작품 전체를 통해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종, 피부 색깔, 국적, 혈연도 아닌 인간 그 자체의 본모습인 존재의 가치를 그려낸 것이란 생각에 공감을 느끼게 한다.

 
앰마를 통해 저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듯한 모습도 보이고, 각기 개성이 뚜렷한 여성들의 삶을 통해 진지한 토론을 해보게 만드는 작품이 아닌가 싶었다.

 

이 작품이 왜 그토록 많은 찬사를 받았는지에 대한 문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인간 가족에 속한 자매, 여자 형제, 언니 동생, 자매 같은 사이, 여성, 우먼(woman), 위민(womyn), 남성 동지 남성 동포, 남자 형제, 형제, 남성, 남성 친구, LGBTQLI에게 바친다란 책 장에 나오는 이 문구로 모든 것을 표현한 책이다,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캐슬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스튜어트 터튼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귀하를 블랙히스 하우스의 가장무도회에 초대합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숲 속에 있는 나, 에이든 비숍은 기억을 잃은 채 초대받은 블랙히스에 발을 들인다.

그곳은 피터 하드캐슬 경과 그의 부인 헬레나 하드캐슬 부부가 초대한 가장 무도회장이었고, 그들 부부에겐 19년 전 살해된 막내아들 토마스를 기리기 위한 모임이었다.

 

숲 속에서 한 여인의 죽음을 목격한 그는 블랙히스에 도착해 도움을 요청하게 되지만 타인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비숍이 아닌 세베스찬 벨이라고 불리는 나 자신은 얼굴도 목소리도, 행동도 모두 자신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곳의 딸인 에블린 하드캐슬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는 흑사병 의사로 불리는 자로부터 제안을 받게 된다.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야만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블랙히스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게임, 단 주어진 시간은 8일, 같은 하루가 8번 반복됨과 동시에 그때마다 다른 호스트의 몸으로 깨어난다는 설정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마지막 호스트가 답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비숍의 기억을 전부 지워버린다는 것이다.

 

자신이 왜 이곳을 방문했으며 애나라고 불렀던 미지의 그녀는 자신에게 어떤 대상인지, 에블린을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시간의 다툼은 자신이 무도회에 초청받는 호스트의 몸속으로 들어가 하루의 일을 통해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면서 사건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을 그린다.

 

매일 밤 11시의 총성, 에블린이 연못 쪽으로 다가가 총으로 자살하는 모습은 자살을 위장한 살인 사건인가, 아니면 어떤 사연에 얽힌 협박에 의한 자살인가?

 

책의 띠지 문구처럼 애거서 크리스티와 인셉션의 절묘한 만남으로 그려진 미스터리다.

음침하고 칙칙한, 살인사건이 벌어진 블랙히스를 멀리했던 하드캐슬 부부가 왜 이곳으로 사람들을 19년 전 벌어졌던 그 장소로 사람들을 불러들인 것일까?

 

비숍은 한 사람의 매번 다른 호스트의 몸속으로 들어간 자신의 생각과 호스트의 생각과 행동을 제어하면서 사건의 해결을 풀이해야만 하는, 그러면서도 같은 반복의 일을 통해 호스트들의 감춰진 비밀들을 알아가고 그에 덧붙여 혼돈의 미로를 탈출해 진정한 자신의 비숍이란 인생을 살기 위해 활약하는 모습이 시종 긴장감을 조성한다.

 

지루함을 동반할 수도 있는 같은 반복의 패턴을 다른 호스트의 몸속으로 환생한 듯한 설정의 그림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사람들의 동선과 말, 그에 담긴 것들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 구성을 통해 한 사건에 담긴 여러 단상의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공포가 있고 초자연적인 어떤 설명할 수 없는 느낌, 그가 왜 블랙히스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와 기막힌 반전의 설정들은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촘촘히 엮은 이야기의 토대를 따라가야 하는 집중력을 통해 이야기의 맛을 느끼게 한다.

 

한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제대로 시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중간에 낙오된다면 그 전의 호스트 몸으로 다시 돌아와 다시 겪어야 하는 설정 과정도 기막힌 과정이었지만 하나의 게임 툴 속에 갇힌 인물이 벗어나기 위해 하나씩 장애물을 허물듯 반전의 비밀들을 알아가는 재미를 추리로 엮은 설정 구도도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비밀과 배신, 사랑이 있고 욕심과 경계, 용서가 있는 복합적인 이야기를 담은 600쪽이 넘는 추리 미스터리라 기존의 어떤 간략한 이야기로 들려줄 수 없는 플롯의 구성이란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일단 읽어보란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특히 사건의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터진 독자들의 허를 찌른 진짜 범인의 실체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끝까지 완독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짜릿함을 모처럼 느껴보게 한 내용이었다.

 

곧 tv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잘 짜인 구성의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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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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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람은 백인 주인 아버지와 흑인 노예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어릴 적 엄마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에겐 특출 난 능력이 있으니 바로 초능력 ‘인도’를 가진 점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그에게 자신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것에 대한 것을 귀담아듣는 사람, 한번 본 것은 놓치지 않고 ‘기억’이란 것을 통해 담아두는 그,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본질적인 기억이나, 트라우마를 떠올리면, 지금 속한 곳이 아닌 전혀 다른 공간으로 순간 이동을 하거나 사물을 보낼 수 있는 특이한 점을 지니고 있다.

한때는 아버지가 가진 영토에서 주인을 꿈꾸었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백인 형의 시종으로 일하게 된 것일 뿐 그 꿈은 더 이상 현실성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느 날 그가 사랑하는 소녀 소피아가 아버지의 사촌인 너대니얼 노예로서 그의 집에 데려다주고 오길 반복하는 동안 소피아는 탈출 이야기를 하고 둘은 곧 자유 흑인이자 언더라운드 조직원이라고 알려진  조지에게 부탁해 도망을 감행하게 된다.

 

하지만 조지의 배신으로 소피아와 떨어진 하이람은 그 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모진 고생을 한 후 자신을 테스트했던 사람들이 그의 능력을 시험해보고자 한 언더그라운드’의 요원이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가 알고 있던 능력을 이용해 거짓 서류를 만들고 북부의 필라델피아까지 가게 된 그는 버지니아에서 살았던 생활과 이곳의 천지차이인 생활의 모습을 통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고향에 두고 온 소피아의 행적과 나머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었던 하이람은 초능력 ‘인도’를 경험하게 되면서  ‘인도’가 일어나려면 고통스럽지만 자신을 본질적으로 성장시키는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과연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소피아를 만날 수 있는 것인지, 고향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인도’를 통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쥐어줄 수 있을까? 에 대한 서사가 이어진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남부와 북부에 걸친 흑인 노예제도는 과거의 역사에 속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그리고자 한 모든 내용들은 현재에도 완전한 차별과 자유에 대한 모든 것이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환상적인 소설 장치를 이용해 묻는다.

 

가해자가 기억하는 것과 피해자가 기억하는 것에는 다른 점이 많다.

이 책 속에서는 하이람이 가진 ‘기억’과 ‘인도’라는 능력을 통해 약자들이 겪는 개인의 역사와 그 윗대의 역사들, 인종, 빈부, 성별에 따라 인간의 존엄과 평등이 어떻게 변질되고 감추어지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지에 대한 면들을 그려낸다.

 

소피아처럼 여성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갈 의지를 지닌 대사는 스스로의 속박에서 그것을 뚫고 나가 자신이 꿈꾸던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자유로워지는 건 시작일 뿐이야.
자유롭게 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지.”

 

소설 속에서 여러 사연들을 지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내는지를, 약자에 선 입장에서 그 누구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없기에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역사와 기억을 남겨야 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들이 환상과 실제 역사 흐름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 넌 자유로워진 거야. 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사람의 주인이기도 해. 그 어떤 형편없는 노예 주인보다도 완고하고 끈기 있는 주인이지. 네가 지금 받아들여야 하는 건 우리 모두가 무언가에 매여 있다는 점이야. 모두가 자신이 모실 주인을 골라야 해. 모두가 선택해야만 하는 거야. 호킨스랑 나는 이쪽을 선택했어. 우리의 자유란 비자유와의 투쟁에 참여하는 소명이라는 복음을 받아들였어. 우린 그런 사람들이야, 하이람. 언더그라운드. 네가 찾던 바로 그 사람들.”

 

 

엄마가 물 위에서 추는 워터댄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속해서도 안되고 자기의 소유물처럼 착취해서도 안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기억을 통해 남겨야 함을 보인 작품이다.

 

불평등한 사회적인 시선들, 같은 인종이라고 계급 차이로 느낄 수 있는 모습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지닌 ‘인도’란 능력을 십분 발휘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하이람이란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은 현재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도 이런 점들을 간과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던진 작품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란 작품과 함께 읽는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깝게 이해하며 느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워터 댄서

원터댄스1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하이람은 백인 주인 아버지와 흑인 노예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어릴 적 엄마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에겐 특출 난 능력이 있으니 바로 초능력 ‘인도’를 가진 점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그에게 자신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것에 대한 것을 귀담아듣는 사람, 한번 본 것은 놓치지 않고 ‘기억’이란 것을 통해 담아두는 그,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본질적인 기억이나, 트라우마를 떠올리면, 지금 속한 곳이 아닌 전혀 다른 공간으로 순간 이동을 하거나 사물을 보낼 수 있는 특이한 점을 지니고 있다.

한때는 아버지가 가진 영토에서 주인을 꿈꾸었으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백인 형의 시종으로 일하게 된 것일 뿐 그 꿈은 더 이상 현실성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느 날 그가 사랑하는 소녀 소피아가 아버지의 사촌인 너대니얼 노예로서 그의 집에 데려다주고 오길 반복하는 동안 소피아는 탈출 이야기를 하고 둘은 곧 자유 흑인이자 언더라운드 조직원이라고 알려진  조지에게 부탁해 도망을 감행하게 된다.

 

하지만 조지의 배신으로 소피아와 떨어진 하이람은 그 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모진 고생을 한 후 자신을 테스트했던 사람들이 그의 능력을 시험해보고자 한 언더그라운드’의 요원이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가 알고 있던 능력을 이용해 거짓 서류를 만들고 북부의 필라델피아까지 가게 된 그는 버지니아에서 살았던 생활과 이곳의 천지차이인 생활의 모습을 통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고향에 두고 온 소피아의 행적과 나머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었던 하이람은 초능력 ‘인도’를 경험하게 되면서  ‘인도’가 일어나려면 고통스럽지만 자신을 본질적으로 성장시키는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과연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소피아를 만날 수 있는 것인지, 고향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인도’를 통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쥐어줄 수 있을까? 에 대한 서사가 이어진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남부와 북부에 걸친 흑인 노예제도는 과거의 역사에 속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그리고자 한 모든 내용들은 현재에도 완전한 차별과 자유에 대한 모든 것이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환상적인 소설 장치를 이용해 묻는다.

 

가해자가 기억하는 것과 피해자가 기억하는 것에는 다른 점이 많다.

이 책 속에서는 하이람이 가진 ‘기억’과 ‘인도’라는 능력을 통해 약자들이 겪는 개인의 역사와 그 윗대의 역사들, 인종, 빈부, 성별에 따라 인간의 존엄과 평등이 어떻게 변질되고 감추어지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지에 대한 면들을 그려낸다.

 

소피아처럼 여성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갈 의지를 지닌 대사는 스스로의 속박에서 그것을 뚫고 나가 자신이 꿈꾸던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자유로워지는 건 시작일 뿐이야.
자유롭게 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지.”

 

소설 속에서 여러 사연들을 지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내는지를, 약자에 선 입장에서 그 누구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없기에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역사와 기억을 남겨야 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들이 환상과 실제 역사 흐름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 넌 자유로워진 거야. 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사람의 주인이기도 해. 그 어떤 형편없는 노예 주인보다도 완고하고 끈기 있는 주인이지. 네가 지금 받아들여야 하는 건 우리 모두가 무언가에 매여 있다는 점이야. 모두가 자신이 모실 주인을 골라야 해. 모두가 선택해야만 하는 거야. 호킨스랑 나는 이쪽을 선택했어. 우리의 자유란 비자유와의 투쟁에 참여하는 소명이라는 복음을 받아들였어. 우린 그런 사람들이야, 하이람. 언더그라운드. 네가 찾던 바로 그 사람들.”

 

 

엄마가 물 위에서 추는 워터댄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속해서도 안되고 자기의 소유물처럼 착취해서도 안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기억을 통해 남겨야 함을 보인 작품이다.

 

불평등한 사회적인 시선들, 같은 인종이라고 계급 차이로 느낄 수 있는 모습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지닌 ‘인도’란 능력을 십분 발휘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하이람이란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은 현재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도 이런 점들을 간과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던진 작품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란 작품과 함께 읽는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깝게 이해하며 느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고양이를 버리다.

고양이 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무라카미 하루키 하면 생각나는 것이 대표적으로 마라톤, 와인, 음악, 고양이..
특히 에세이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이미지라고 할까 그가 쓴 작품들을 통한 내용들은 유쾌하면서도 찡하게 다가오기도 하는데 이번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제목이 ‘고양이를 버리다’인데  요즘 말하면 길고양이를 연상하게도 하는 고양이의 등장으로 인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18살에 집을 떠나오기까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보통의 모자간이나 모녀관계보다는 부자간의 관계는 또 다를 것이다.

 

꼬마 남자아이가 성인이 되고 아버지보다 체격이 월등히 커지면서 바라보는 아버지란 존재, 작가는 어린 시절 고양이 한 마리를 버리러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지역에서 가까운 해변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고양이를 버리고 오지만 웬일인지 집에 와보니 고양이가 벌써 와있다는 사실을 그린다.

 

고1

 

이내 아버지는 고양이를 키우기로 하는데, 아버지의 생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 작품은 험한 시대를 견뎌낸 그 시대의 아버지 모습들, 동시대의 우리나라 한국 아버지들도 이렇게 힘들게 사셨을 것이란 생각을 함께  연상시킨다.

 
‘나날의 습관’이라고 붙인 아버지의 하루 일과 중 하나인 불단에 기도하는 행동은 아버지가 겪었던 전쟁의 참상을 통한 위로의 기도라고 해야 할까, 스스로 자신의 위안처럼 보인 행동을 지켜보는 아들로서의 기억을 그린 장면이라 인상적이다.
친할아버지 때부터 절과 인연이 닿았던 분위기는 아버지의 형제가 많음으로 인해 당시에 익숙한 절차처럼 보인 양자로 들어가거나 동자승으로 생활하는 모습, 이후 전쟁의 시대가 되면서 징집을 당하고 태평양 전쟁 전에  제대를 한 시간차의 세월, 이후 아버지가 살아온 삶의 조명들은 작가라기보다는 아들의 시선으로 그렸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자신도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살아가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아버지의 삶, 아버지와의 불화는 긴 시간 속에 흘러가게 됐고 이후 병이 완연한 상태에서 마주한 아버지와의 짧은 화해는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연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어린 시절 고양이를 버렸지만 다시 돌아온 고양이를 거둬들인 아버지의 마음은 당신 자신의 유년 시절의 아픔을 상기시키는 듯한 느낌이라 읽으면서 어린 시절 겪었던 어린 아버지의 모습이 상상돼 코끝이 찡하게 다가왔다.

 

고2

 

특히 고양이를 보면서 느낀 저자의 글이 아버지와 작가 자신의 관계를 이어주듯 이어가는 매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버지이기 때문에, 특히 시대적으로 힘든 일들을 겪은 당시의 아버지들 모습들도 대부분 이러하지 않았을까 싶다.

힘들어도 힘든 내색 없이 자신의 내적인 공간 안에서 삭히며 살았던 아버지의 모습, 비단 작가의 아버지만이 아니라 역사 속에 평범하게 살다 간 인생들의 한 단편을 보는 듯했던 이야기다.

 

작품 속에 함께 그려진 그림들을 통해 더욱 여운이 짙게 남는 이야기…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