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

하우스보트인문학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 – 인문학적 배경지식을 채워줄 재치 있는 풍자의 향연
존 켄드릭 뱅스 지음, 윤경미 옮김 / 책읽는귀족 / 2018년 5월

인문학이라고 하면 우선 딱딱함이 연상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기쁨도 잠시, 선뜻 손에 잡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책이라면 얼마든지 인문학에 대한 선입견을 나름대로 분쇄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본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미국의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유머 작가이자 편집자이자 평론가인 존 켄드릭 뱅스다.

 

그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유머를 빗댄 풍자성 있는 글들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 책의 배경은 저승과 이승의 사이에 있는 명계 하데스를 감싸고 흐르는 스틱스 강, 그 위에 떠있는 하우스보트라는 클럽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누구? 이미 고인이지만 모두 유명인사들이다.

공자, 베이컨, 디오게네스, 셰익스피어, 사무엘 존슨…

 

이들이 펼치는 이야기의 베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시종 흥미진진하다.

이미 이 책이 나온 시대가 지금보다 훨씬 앞선 시대이고 저자가 그린 인물들 또한 저자보다 훨씬 이전에 태어난 유명인들이기 때문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예를 들면 햄릿의 원작자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

새삼스럽게 무슨 이런 문제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을 말할까 싶기도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실제로 정말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또한 역사 속의 인물인 헨리 8세가 자신의 결혼을 성공하기 위해 가톨릭을 배신한 것인지의 진위, 햄릿이 지금까지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인식된 힘든 운명이 모두가 생각하듯이 형성된 것은 원작 탓이 아닌 배우들의 탓이라는 푸념 아닌 푸념 섞인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허를 찌름과 동시에 재미와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누리게 한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풍자가 들어있는 이야기 속에 담긴 당시 시대상에 흐르던 여성 혐오에 대한 문제,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생각의 확장을 넓혀갈 수 있는 책이기에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재미와 흥미를 보장하면서 즐길 수 있게 한 저자의 능력이 탁월하단 생각이 든다.

 

번역자의 꼼꼼한 해석이 곁들여져 책 속의 내용을 훨씬 가깝고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책,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게 하는 책이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요즘 방송이나 신문, 그리고 각종 매체를 들여다보면 어쩌면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지….

하긴 지구 상의 최상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실제적으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도 같고, 그렇다 보니 이런 공감 에세이를 통해서 일말의 작은 위안을 얻게 된다.

 

처음 접한 저자, 알고 보니 이미 유명인 사다.

대충 저자가 쓴 글을 보아 30대에 해당하는 것 같고, 실제 저자가 자라온 환경에서 얼추 생각해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글 속엔 그녀만이 겪은 일들이 아닌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같은 동병상련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런 위로의 말들이 따뜻함을 전해준다.

 

특별나게 어떤 주제를 정해서 쓴 글이 아닌 작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느낀 일들, 아르바이트, 학교에 다니면서, 때론 직장에 다니면서 느꼈던 자신의 단상적인 생각들을 적은 글이라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각 차트마다 소개된 내용들을 보면 일상의 작은 일 하나로 인해 위축되기도 하고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게도 되는 경험들이 실상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들은 아님을, 특히  [죽지 말아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 내용은 가슴에 찌릿함을 전해준다.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상에서 더 좋은 위치와 대우를 받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모든 일들이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현실 앞에서 저자가 느꼈던 좌절과 고통은 실로 저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었다.

 

저자가 이 슬럼프를 극복하게 된 것도 엄마를 생각하며 이겨 나갔다고 하듯이 누구나 나에게 위안과 위로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있다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두 소중한 것들이 존재함을 알게 해 주는 글들이 많았다.

 

특별할 것도 없고 어디 내세울 것도 없는 보통의 우리들, 그런 우리들이 스스로 시시한 사람임을 자처하며 내려놓기를 한다면 훨씬 삶을 바라보고 헤쳐나가는 데에 있어서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남들을 의식해서 할 수 없는 한계임에도 끝까지 해보려 하는 정신도 좋지만 스스로 나는 이런 사람이란 것을 내세움으로써 보다 나 자신에게 자유로워질 수 있는 여유 있는 삶,  이 책을 통해서 공감을 느껴본다.

프랑스 남자의 사랑

프랑스남자사랑프랑스 남자의 사랑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익히 알고 있는 저자의 새로운 작품, 더군다나 소재면에서도 관심이 가는 내용에 다가서게 된 작품이다.

 

 

어느 날이었던가, 나는 재혼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버지는 집을 나섰다.

우리 가족 중 누구도 이 두 사건을 연관 짓지 않았다.

내 남동생은 정신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첫 문장부터 호기심과 이혼 사유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처음에 이 책에 대한 제목과 내용면에서 두 부자간의 결혼과 이혼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남성이라는 공통된 점을 필두로 이에 대한 내용을 다룬 내용이란 생각을 했었다.

 

물론 위의 내용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는 가볍게 겉으로 보이는 이야기의 내용을 다룬 것이라면 좀 더 들어가는 이야기의 깊이를 보게 되면 저자의 다방면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 두 부자간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자신의 어머니와 이혼을 했고 작가인 자신은 여러 차례에 걸친 이혼을 하는 과정을 통해 아버지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자식 대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아마도  먼 시점인 조상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족보를 통해 그 원인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매주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는 두 부자,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그들의 조상이  쿠바에서 정착했을 때부터 이미 유전적으로 이러한 기질이 있음을 조목조목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다.

 

 

이러한 글들, 특히 대화법들은 그야말로 프랑스적인 해학과 유머의 맛을 느껴보게 한다.

조상의 바람피우는 행동과 과정들, 이에 이어지는 아버지의 바람둥이 기질과 아들인 자신이 작가로서 글쓰기와 대화들이 이야기의 주도권을 이어간다.

 

 

아들이 끝내 행복한 결혼의 새로운 출발점을 시작한 뒤에 다시 이어지는 불화와 이별의 연속이 있었음에도 두 남녀가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가짜 안부 편지를 보내는 장면은 우리나라 정서와는 맞지 않음에도 여전히 유쾌하게 그려진다.

 

아버지의 조상의 조상의 조상의… 먼 조상대부터 이미 내려온 유전자가 아님을,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 이러한 일들을 벌이는 아들의 이름이 실은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어느 정도의 사실성이 같이 들어있다는 느낌마저 들게하면서 두 부자가 나누는 대화들은 사랑과 이별, 그 외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읽어보는 색다름을 준다.

 

부부로서의 오랜 해후를 마치는 삶을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두부자가 나누었던 대화들은 성인이 되어 서먹서먹해지는 부자지 간의  느낌들을 생각해보는 이면에는 이러한 대화 자체가, 특히 남자 대 남자로서 느끼는 성에 대한 이야기, 사랑에 대한 생각과 이별에 대한 느낌들을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보다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사이를 느껴 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특히 아버지가 아들에게 ‘갯벌 채취법’과 ‘의식 성찰법’과 ‘행복 성찰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 조상들인 부부가 쿠바에서 맞바람 피는 장면들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작은불씨는 어디에나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실레스트 잉 지음, 이미영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5월

전작인  첫 장편소설인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을 통해 가족 간에 심리 변화를 세심한 필치로 느껴 볼 수 있었던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저자의 필치를 한껏 뽐낸듯한, 더 발전한 듯한 내용이라 읽는 내내 심정 변화를 그리는 데는 탁월한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 저자가 한때 살았던 셰이커하이츠란 장소를 배경으로 다룬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서로 상반되는 두 가정의 모습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작은 불씨가 되어가는지, 그 불씨의 여파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보인다.

 

나고 태어난 곳인 셰이커하이츠에서 모두가 부러움의 대상으로 불릴만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리처드슨 가족, 그 안에 리처드슨 부인은 그 마을의 풍경이자 대대로 내려오는 듯한 전통이라고 불러야 할지, 그런 형태의 규격화되고 규칙이 존재하며 그런 가운데 계획을 통한 하나의 정해진 틀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모든 마을 사람들의 삶 자체도 그런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에서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집에 모녀를 들이게 됨으로써 작은 불씨가 형성이 된다.

 

자유분방 주의자, 혹은 소유에 대한 집착을 하지 않는 여인, 미아 워런-

미혼모로서 딸 펄을 데리고 오면서부터 처음에는 미세한 균열조차 느끼지 못했던 두 가정 사이가 벌어진다.

 

상반된 두 가정의 아이들이 자신이 갖추고 살아가는 현재의 방식에서 자신들이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방식의 삶을 비교해보면서 호기심을 느끼는데, 어느 날 리처드슨 부인의 친구 매컬러가 입양한 아이 문제로 불씨는 본격적으로 심지의 강도를 높이게 된다.

 

책은 이상한 느낌을 챈 리처드슨 부인이 미아의 뒤를 캐기 시작하면서 균열의 금은 더욱  깨지기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다.

저자가 소설을 통해 그리는 삶의 방식이나 철학을 통해 과연 누가 누구에게 불씨를 지폈는가 하는 문제, 우리가 생각하는 바른 삶, 올바른 삶이라고 불리는 규칙 내지는 규범들을 누가 정하고 그것을 이루고 살아야만 잘된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두 가정의 상반되는 삶을 비교해 보면서 독자들은 스스로 물어볼 수밖에 없는 가치관의 정의, 좋은 선의로 하는 것들이 뜻하지 않게 부딪치면서 당황을 겪는 사례들, 틀에 박힌 삶처럼 살아왔던 사람들이 하나의 작은 불씨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의 도가니로 들어가는 과정을 심리의 변화를 통해 잘 그려내고 있다.

 

전작처럼 심리의 변화를 잘 포착한 작품답게 영화로도 만날 수 있다니 원작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든다.

 

HOLY SHIT

욕설

[도서]HOLY SHIT

멀리사 모어 저/서정아 역/  글항아리 | 2018년 04월

흔히 외국어를 배울 때 쉽게 가장 빨리 접하는 언어가 욕설에 관련된 단어들이 아닌가 싶다.

외국인이 자신들의 억양으로 자국의 옥설을 말할 때의 느낌은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게도 하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니 특히 인간의 역사가 태동된 이래 욕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인 격변과 함께 변해왔는지를 알게 해 준다.

 

 

저자의 서두에 나온 말 중에 치매에 걸린 할머니나 시인 보들레르가 끊임없이 말한 것들이 바로 욕설이었다.

마지막까지 내뱉은 말이었다는 욕설, 과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었일까를 다룬 이 책은 어디까지나 영어권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한해 연구를 한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총 6장에 걸쳐 다룬 책의 내용은 로마시대부터 20세기 이후의 상소리까지를 담고 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비속어가 뇌에서 저장되는 영역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언어능력은 상위 뇌에서 다루지만 비속어는 하위 뇌에 저장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비속어와 ㅇ일반 언어능력도 어떤 계급적인 층(?^^)을 이루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언어학적으로 공허한 서약어와 오늘날의 외설어 차이는 별반 다르지 않게 쓰이고 인간의 배설에 관한 이야기서부터 그로 인해 파생된 언어의 인식과 변천, 중세와 18.19세기를 거치면서 언어적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일상생활에서나 책 속에서, 때론 영상매체에서 흘러나오는 단 한마디의 욕설은 듣고 보고 느끼는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카타르시스와 함께 대변해주는 듯한 느낌마저 부여해 준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런 미에서 저자가 다룬 다양한 언어 속에 펼치는 욕설, 악담, 상소리의 세계는 인류의 역사와 그 역사 속에서 변해가는 말의 변화, 그 느낌의 뉘앙스가 어떻게 삶에 침투해 변해가는지를 느껴보게 한 교양서다.

 

 

책을 읽으면서 단어가 지닌 뜻과 함께 저자가 연구해 온 과정을 함께 느껴가며 읽는다면 훨씬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외교외전

외교외전외교외전 – 보통사람이 궁금한 외교 그리고 외교관의 모든 것
조세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4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외교관이란 직업은 보통 사람들이  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물론 한나라를 대표하는 얼굴로서의 직업의식을 가진 외교관이 되기까지는 많은 어학실력은 기본이고 자국과 타국과의 이해관계를 중간자의 입장에서 겪는 직업이란 점, 특히 국내에서보다는 타국에서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때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린 시절 위의 외교에 관한 인물을 말하라면 ‘서희’ 가 많이 생각날 것이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담긴 내용으로 인해 자칫하면 크게 일어날 수 있었던 나라의 일을 무사히 좋은 결과를 낳게 한 그의 뛰어난 활약은 두고두고 기억이 될 만한 일이다.

 

현대에 이르서 그의 계승을 이었다고도 할 수 있는 많은 외교관들의 세계는 과연 어떻까?

실제 우리가 생각하는 타국의 주요 인사들과 접견하거나 대통령의 뒤에서 귀담아듣는 사람들이 메모를 해가며 통역을 하는 장면들을 볼 때면 여전히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외교관들의 생활, 국제적인 정치 입장이 엇갈리 가운데 이 또한 사람 대 사람이 관계된 일인 만큼 평소에 어떤 마인드로 직업의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실제로  2013년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한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그동안 한겨레 신문에 기고했던 글들과 다른 글들을 모아서 이번에 ‘외교 외전’이란 책을 낸 만큼 가장 실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외교관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흔한 말로 보따리 생활이라고 일컬어지는 외교관의 타국 생활은 우리가 쉽게 선망의 대상처럼 여겨지기 어려울 만큼 현지 적응과 아이들 교육문제, 특히 발령지가 불안한 정세에 속한 나라라면 더욱 외교관으로서의 생활이 어려움을 알게 해 준다.

 

저자가 현지 외교관으로서 담당했던 예멘에서의 아찔했던 순간들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탈출 장면을 연상시키고, 북한과 남한이 한 곳에 머물며 위기를 넘긴 이야기는 이념이 다르다 할지라도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라면 같은 민족이란 느낌을 들게 한다.

 

외교관이 가지는 직업적인 어려움, 이를테면 민감한 외교문제 현안에 있어서의 중간 입장, 즉  국민이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국가가 앞날을 생각하는 바가 다를 때 오는 어려운 결정 사항들, 일본 중국과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과 문서 하나를 작성하더라도 한 자 한 자와 문맥상의 오류와 오해가 없게 다시 보고 또 보고 하는 결정사항들은 결코 쉬운 직업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퇴임 후 4년 만인 2017년에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설치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위안부 TF)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기까지의 고민은 민감한 사안이었던 맘큼 저자의 솔직한 얘기가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한 나라의 외교관이 되기까지 힘든 여건 속에 첫 하루의 시작이 ‘읽는 일’로 시작한다는 일정, 끊임없이 상대국과의 견제와 친근감 유지, 그 안에서 오고 가는 정치적인 이면 뒤에 인간 대 인간으로서 느끼는 직업적인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들은 궁금증이 일었던 외교의 세계를 알게 해 준 책이다.

 

외교관에 대한 직업에 뜻을 두고 있거나 보통 사람들처럼 외교관이란 세계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리와 지명의 세계사 1.2

지리와 세계표지[세트] 지도로 읽는다 지리와 지명의 세계사 도감 1~2 세트 – 전2권 지도로 읽는다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노은주 옮김 / 이다미디어 / 2018년 5월

학창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세계 속에서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는 인류의 역사는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 비교해 볼 때 다르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낄 때가 많다.

 

특히 학교에서 배웠던 4대 문명을 기본으로 동남북 아시아, 유럽권, 오세아니아권… 두루두루 흩어져 살고 있는 인류의 역사에는 과연 연관성이 들어있을까?

정말 하나의 땅 어리였던 지구가 서로 쪼개어져 나뉜 대륙권 때문에 환경에서 오는 다른 역사를 태동하게 된 것일까?… 등등

 

이 책을 그런 범주에서 좀 더 폭넓고 재미를 배가 시킨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류의 역사와 문명의 발생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라 기타 여러 가지 복합된 사연들 속에 간직된 지명과 지리를 통해서 세계의 역사는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다룬다.

 

 

두 권에 걸쳐 소개된 내용은 기존에 다루었던 방식의 흐름이 아닌 오히려 역으로 생각해봤다고 할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명이 어떻게 불리게 됐는지, 그런 뒷배경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를 밟아나가는 형식이다.

 

지리1

책의 구성만 봐도 크게 전체적인 테두리 안에서 다룬 역사의 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책의 내용에서 나오는 지명도는 오랜 세월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불리었으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턴의 흐름을 보인 점이 인상적이다.

 

 

 

4대 문명의 탄생된 기초부터 시작해서 중화 세계로 끝을 맺는 2권 안의 내용들은 실상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왜 그런 지명이 생겨나게 됐으며 지리적으로 인류의 이동의 역사가 미친 영향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각 나라의 지명들에 얽힌 내용들을 읽다 보면 하나의 역사 이야기이자 한편의 재밌는 옛날이야기를 더듬어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리2

 

남미와 오세아니아의 탄생 배경이나 유럽권의 왕권 확립과 종교의 이야기, 끝에 가서는 중화 세계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책의 구성이 인류의 첫 발자취인 4대 문명을 기초로 하여 끝에 가서는 동양권으로 넘어오는 형식이 이색적이었다.

 

지리3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 얽힌 역사 안에 인구 이동의 발자취는 특히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가는 부분이기도 했으며 저자가 서두에서 말한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지중해를 여행했다는 말처럼 이 책 한 권으로 전 지구의 고른 나라들을 다녀온 듯한 지식을 만끽하게 해 준 책이다.

 

역사를 읽다 보면 어떤 부분에선 막힘없이 이해가 되다가도 지명에 얽힌 명칭이 나올 경우는 쉽게 발음조차 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왜 그런 지명을 얻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고 익힌다면 훨씬 받아들이는 속도는 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미 세계는 지구촌이란 촘촘히 둘러싸인 공동체인 만큼 세계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위의 지리와 지명에 얽힌 이해 부분부터 알고 나간다면 서로의 공생 체제는 훨씬 다양한 면모를 받아들이는 기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명상록

명상록명상록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로마의 역사에서 가장 찬란하고 막강한 시대를 구가했던 시대를 말한다면 5 현제 시대를 말하곤 한다.

그만큼 다섯 명의 각기 다른 황제들이 통치한 시기를 통해 로마제국이 유럽의 모든 영토를 거의 손에 넣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특히 명상록의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아스 황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이 황제를 생각하면 영화 ‘글레디에이터’가 생각난다.

영화 속의 한 장면 중에서 남자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는 전장의 천막으로 기억되는데, 그 안에서도 붓을 들고 뭔가를 쓰는 듯한 것이 인상 깊었다.

 

카이사르가 남긴 책도 유명하지만 타인들이 보기에도 최고점에 이르는 높은 지위와 특수한 전장이란 환경에서 자신의 내면을 통해 들여다보고 생각을 다듬어 이 글을 썼다는 점은 보통사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로마의 황제이자 철학자인 자신이 쓴 일기를 바탕으로 엮은 그리스어 원전을 완역판으로 출간한 책이다.

명상록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처럼 빠르게 읽기보다는 천천히 의미를 하며 읽어나가는 것이 더 뜻깊게 다가오게 하는 책이다.

 

 

***** 인간의 삶에서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날들은 점에 불과하고, 우리의 실재는 유동적이며, 우리의 인지능력은 형편없고 , 우리의 육신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언젠가는 다 썩게 될 것이며, 우리의 혼은 늘 불안정하고, 우리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고, 우리의 명성은 위태롭다. 요컨대 육신에 속한 모든 것은 강물처럼 흘러가 버리고, 호흡에 속한 모든 것은 꿈이고 신기루다. (p52)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것, 더욱 주의를 해야 할 것을 무엇이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느낄 수가 있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그 시대나 지금이나 공통적인 관심사, 삶의 중요성 가운데 무엇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생각, 즉 행복이란 형태를 통해 스토어 학파를 배운 출신답게 인간의 감정과 욕망에 대해 심오한 생각을 많이 한 듯한 글들이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인간의 선함을 믿는 글들은 시대의 역주행이 아닌 여전히 모두가 공감할 만한 부분들이 많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읽다 보면 미국의 전 대통령이었던 클리턴이 해마다 다시 이 책을 읽는지를 조금은 이해가 됨을 느낀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통치자로서의 외로움과 고독, 그 외에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책을 쓰기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충실히 인생을 관통하고 있는 글들이 담겨 있기에 이 책은 언젠가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중에 하나란 생각이 다시금 들게 한다.

 

스스로의 자만을 경계하며 쓴 글, 두세 번 일독을 해도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풀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일본 서정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미야모토 테루의 작품이다.

전작에서도 마찬가지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서정적인 감각의 표현을 잘 그리는 작가란 생각을 하는데, 이번의 작품은 거기에 추리라는 것을 더해 넣어 또 다른 감각을 느껴보게 했다.

 

오바타 겐야는 미국인과 결혼 후 미국에서 정착해 살고 있는 고모의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일본 여행 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생을 마감한 고모는 겐야에게 뜻밖의 막대한 유산을 남겨준다.

 

400억이 넘는 막대한 금액의 유산, 그런데 고모의 유언장에는 어린 시절 백혈병으로 죽었다고 알고 있는 고모의 딸 레일라를 찾게 된다면 유산의 70%를 주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레일라는 살아있다는 말인가? 곧 사설탐정을 고용한 겐야는 이후 레일라가 실제로 존재하고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지에 대하 추적과 함께 고모가 살았던 대 저택에 머물면서 그 주위의 식물과 바다 풍경을 함께 느껴가는 생활을 시작한다.

 

책은 겐야의 시점으로 진행이 되면서 고모가 살았던 저택에서의 풀꽃들, 식물들, 고모의 저택에서 친분을 쌓아가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 폭의 서정적인 감상을 느끼게 한다.

 

등장인물들이 알고 있는 레일라의 실종사건, 그 사건의 진실 속에 감춰진 고모의 삶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를 연신 탐구해가는 겐야를 통해 독자들은 정말 레일라는 살아있는지, 아니면 그저 허상에 불과한 사실이었는지에 대한 추리를 함께 하게 된다.

 

천륜이라 불리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그 안에서 밝힐 수 없는 비밀을 더 이상 좌지 할 수없었던 고모의 선택은 그 이전의 삶과 그 이후의 삶으로 나뉘어 버린 안타깝고 쓸쓸한 한 인간의 여생을 보는 듯하다.

 

종반부에 이르러서 밝혀지는 진실의 충격은 어머!라는 말을 내뱉게 하는, 책 제목에서 의미하는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를 이해할 수 있는 고모의 생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곳곳에 뿌려놓은 듯한 사건 해결 실마리에 필요한 작은 단서들, 안에서 펼쳐지는 비극적 비밀을 끝내 감춘 채 생을 마감해야 했던 고모의 인생 자체를 돌아보게 만든 책이었다.

 

긴박한 스릴의 타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획기적인 결정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가운데 조용한 풀꽃들의 움직임과 고모의 연관성이 쉽게 떠나질 않는 책이다.

폐선상의 아리스

페선상의 아리스표지

폐선상의 아리스 – S큐브
마사토 마키 지음, 후카히레 그림, 문기업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4월

표지가 심쿵함을 유발한다.

만화적인 느낌, 모처럼 설렘을 느끼며 읽은 로맨스 책이기에 더욱 그렇다는 느낌도 들지만 말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유즈리하 로우라는 17 살의 학생이다.

기억에도 없는 친부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게 된 로우, 사실 그에겐 그 나이에 있을 수 있는 친구와의 관계로 인해 엄마와 계부, 그리고 이복 여동생을 놔두고 도쿄를 떠나 친부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살고 있는 카미코미나토라는 아주 작은 무인역에 도착, 아버지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아버지와는 연락이 되질 않는다.

 

이때부터 혼자만의 여행처럼 로우의 여정이 그려지는데 찾는 장소가 비로 인해 쉽게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 선로를 보지 못하고 넘어져 버린다.

그때 모든 감정들이 복받치면서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빗속에 누워버린 로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옴을 듣게 된다.

 

그녀가 바로 책의 제목인 아리스 라 불리는 소녀다.

마침 그곳 고장에서는 유령이 떠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들리던 곳이고 때마침 나타난 아리스를 본  로우는 이후  아리스와의 만남을 통해 풋풋한 사랑의 느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의  전개를 독자들이 느껴보게 한다.

 

책 읽는 중간에 나오는 삽화도 만화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색채, 주인공들의 싱그러움 그 자체에 어울리는 대사와 행동들은 마치 꿈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무엇보다 이 둘을 둘러싸고 있는 여자 사람 친구의 도움과 이부 여동생의 캐릭터에 맞는 말과 행동들은 한층 이 책 속으로 빠져들어가 만드는 완충재 작용을 한다.

 

폐선상1

 

끝까지 달달함을 유지하게 하는 글들과 말들, 신비한 판타지 성격이 짙으면서도 푸른 청춘들이 알아가는 첫사랑에 대한 강렬한 느낌과 감정들을 잘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