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 속 꽃밭이다.

네가있어서

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 풀꽃 시인 나태주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19년 10월

하루하루 생활하며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감사’란 말을 생각하게 된다.

문득문득 지나버리고 나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었던 한켠의 그 시절들을 돌아보면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고 감사했단 마음이 드는 것이 계절 탓만은 아닐 것이다.

 

풀꽃 시인인 나태주 님의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집을 접했다.

 

시(詩)가 주는 단아함과 정결하고 간결함 속에 함축된 많은 의미의 말들은 시인이 그려낼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듯이 이번 산문집은 시와는 다르게 또 한 번 가깝게 느껴진다.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은이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경험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지만 이번 산문을 읽으면서 새삼 저자의 삶과 삶을 바라보는 자세, 그리고 비록 눈에 보이진 않을지라도 작은 풀꽃 하나에도 소중한 감정을 지닌 지닌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된다.

 

 

특히 나 곁에 항상 있는 듯, 없는 듯하는 모든 것의 존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자연스럽게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 주는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가 병원 의사와 나눈 대화도 그렇고, 비단 이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행복한 마음을 가지려면 작은 것부터 소중히 여기고 그 대상 자체에 대한 경건함과 고마움을 가지려는 자세부터 가지는 것이 중요하단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각박하고 급히 돌아가는 세상일수록 한 걸음 떨어져 잠시 마음의 쉼을 가져보는 것, 거리의 풀 한 포기가 주는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지친 하루라 하더라도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지는 않을까?

 

주어진 내 삶의  행복감부터 찾아보는 것, 감사함의 첫 시작이란 생각이 든다.

                                                                                                                                

3부작

3부작

3부작 – 잠 못 드는 사람들 / 올라브의 꿈 / 해질 무렵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유력한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에 속한다는 작가 중 한 사람, 욘 포세-

북유럽권의 추리스릴러물이 많이 출간되는 가운데 모처럼 심도 있고 문학의 남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접한다.

 

얼마 전 출간된 책도 그렇지만 작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문체의 서술방식, 적응이 안되다 어느새 그의 문체에 흠뻑 빠져들어 책을 놓기가 쉽지 않은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하는 그의 작품은 이번에도 여전히 흐름을 이어간다.

 

제목인 3부작은 각각 발표 연도가 다른 작품들을 한 번에 모아서 출간한 책이다.

연작시리즈처럼 이어지는 글의 흐름이 출간 연도를 의식하지 않게 이어지는 감정선 유지는 작가만이 드러낼 수 있는 매력을 지닌다.

 

첫 제목인 ‘잠 못 드는 사람들’은 십 대 어린 나이인 두 남녀가 등장한다.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유품인 바이올린을 든 아슬레와 그의 여자 친구이자 임산부인 알리다는 자신들이 살던 곳을 떠나 벼리빈의 거리들을 헤맨다.

이 밤을 무사히 보낼 곳을 찾지만 그 누구도 그들에게 친절하게 방을 내어주거나 빌려주지 않는다.

비마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여관방을 찾게 되는 과정들이 그들이 가진 사연과 함께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저간의 사정들을 짐작만 할 뿐이다.

 

두 번째 ‘올라브의 꿈’은 어느 순간 아슬레는 올라브란 이름을 가진다.

알리다 또한 오스타란 이름으로 바꾸고 그들  사이에 유일한 혈육인 아들 시그발과 함께 살아가는데 올라브는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알리다를 위해 반지를 사려고 벼리빈에 오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찬란하고 화려한 팔찌를 구입한 한 사내를 알게 되고 아슬레를 알고 있는 어느 노인으로부터 그가 저지를 죄를 묵인하는 대가로 술 한잔 살 것을 권유받는다.

 

하지만 그는 거절하고 이내 그는 그의 죄목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교수형을 당한다.

 

세 번째 ‘해질 무렵’은 먼 훗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알리다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 다른 자식들을 낳고 죽은 시간들, 그녀가 낳은 딸 알레스의 기억이자 곁에서 엄마의 환상이 나타남으로써 그려지는 미래의 일들을 그린다.

 

책을 처음 접한 독자라면 저자의 독특한 문체에 당황할 듯도 싶다.

마침표와 쉼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맥락들은 마치 만연체를 연상시키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그려지는 음악적인 선율의 단어들, 연극의 한 장면들처럼 보인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느낌들이  자연적인 배경 묘사와 함께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삶의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탄생과 사랑, 죽음을 과거, 현재, 미래를 특정하게 지어진 것이 아닌 오로지 독자들로 하여금 음미하며 받아들이게 하는 문맥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베케트와 입센에 비견되는 현대 극작가라고 불려지는 만큼 저자의 글은 인생의 모든 의미들을 부여하며 때론 현실적인 감각이, 때론 허상과 마술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유령의 존재로 느낄 수 있는 사랑의 실체들을 그만의 독보적인 색채로 그려낸다.

 

 

인생의 모든 감정들을 그려낸 3부작을 통해 북유럽권 문학의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책을 읽고서도 여전히 여운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작품이었다.

 

두 늙은 여자

두늙은여자

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인디언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인디언들에 관한 이야기들 속엔 삶에 대한 철학과 경험담이 담겨있는 내용들이 많다.

 

영화나 책 속에서, 그들이 전하는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우리들 선조의 말처럼 다가오기도 하는 같은 분위기는 세월의 흐름이 주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책 표지를 보니 생존에 대한 이야기, 그것도 알래스카 인디언인 두 늙은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자신이 알래스카 아타바스칸족 출신으로 엄마로부터 들었던 전설을 토대로 그린 책이라고 한다.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어떤 특정 무리들이 생명에 위험이 닥치는 일이 오면 자신들의 개체수를 줄이는 행동을 보일 때가 있다고 한다.

 

이는 생존의 법칙이자 오랜 시간 동안 그 무리들 나름대로 익혀온 철칙이자 극한 지경에 이른 상태를 벗어나고 하는 몸부림을 뜻한다.

 

사와 칙디야크는 75해, 80해의 여름과 겨울을 보낸 인디언 노인들이다.

그들 부족은 배고픔과 추위, 이를 벗어나고자 자신들의 터를 버리고 행군을 계속했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이에  부족이 선택한 것은 바로 힘없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와 칙디야크를 버리고 떠나는 것-

 

이에 두 여인은 자신들을 버린 가족과 부족에 대한 원망을 갖게 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장소를 떠나 오랜 기억을 통해 자신들이 습득한 삶에 대한 지혜를 바탕으로 좀 더 나은 장소로 이동하기에 이른다.

 

책의 분량은 얇지만 메시지가 전해주는 의미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토끼와 다람쥐를 잡고 젊은 시절 그들이 머물렀던 곳을 향해 한 발짝씩 내딛는 발걸음은 모험담처럼 여겨지기도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노년에 대한 보통의 인식들 속에 나이가 들면 힘없고 주위의 도움을 받게 마련이란 생각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 둘도 젊은 여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했고 불평불만이 많았던 사람들이다.

그런 그녀들이 자신을 버린 부족을 멀리하고 자신들만의 보금자리와 생존을 위해 시각을 다투었던 삶의 현장은 그녀들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만들었으며 결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 역시 지난날 열심히 일했고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잊어버렸어!
그래서 지금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친구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말이야. -p.29

 

죽음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절망의 늪에서 빠져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며 역경을 헤쳐나간 두 여인의 활약은 로빈슨 크루소나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를 연상시킨다.

 

 

결국 젊은 부족 구성원들은 이 두 여인에게 삶에 대한 모든 것들에 졌다.

그들이 나이가 많고 모든 것이 귀찮은 존재로 보였던 두 늙은 여인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이면에는 세월이 주는 노련한 인생의 경험과 지혜, 지식을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늙어간다는 사실 앞에서 한계를 짓지 말 것, 그 한계의 울타리를 짓는 순간 그 울타리 안에 안주할 수밖에 없는 나약함이 있고 이를 경계하기 위해선 사회가 만든 제도나 주위의 시선에서 벗어나 좀 더 나 스스로가 적극적인 모습을 가져야겠단 생각을 해보게 한다.

 

 

죽음을  삶에 대한 희망으로 바꾸면서 생존해간 두 여인의 삶을 통해 자신 스스로의 강인함만이 이 모든 것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책이다.

 

하와이 하다.

하와이하다하와이하다
선현경 지음, 이우일 그림 / 비채 / 2019년 10월

여행이란 계획을 세워서 가는 여정도 좋지만 어떤 특별한 것도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일단 떠나보고 그곳에 적응해가며 생활해가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전작에서 퐅랜….에서 잔잔한 일상을 다룬 일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번엔 이곳을 떠나 뜨겁고 낭만적인, 연일 천혜의 자연경관이 주는 모습을 만끽할 수 있는 하와이로 떠난 부부의 모습이다.

 

포르투갈어인  ‘창문 하다(janealar)’에서 힌트를 얻어 새롭게 탄생한 책 제목은 창문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생각한다는 의미의 ‘창문 하다’처럼, 하와이를 통해 세상을 만나고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하와이1

 

처음 도착해 짐을 풀고 살기 위한 집을 마련하는 과정, 그 안에서 점자 집에 적응하고 하와이란 통칭 속에 포함된 오하우 섬에 자리잡기까지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하와이라면 우리나라의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장소 중 하나,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는 이 곳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은 이 책을 통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서핑보드와는 다른 바디보드를 부부가 함께 타면서 느끼는 감정들, 서로가 몰라도 가르쳐주며 인사를 하는 모습들 속엔 자연이 주는 혜택에 영향을 받은 낙천적인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말이 있지만 이들 부부가 겪는 경험은 그와는 다르다.

 

문득 멀리 있는 가족들 얼굴이 보고 싶고 힘든 일을 겪고 있는 형제에게 바로 달려갈 수는 없는 환경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가족애, 형제애, 부모와 자식 간의 소중한 사랑을 느껴보게 되는 곳곳에 스며들든 감겨오는 글들이 참 좋다.

 

바다라면 사죽을 못쓰는 남편 이우일 작가의 생활패턴과 자신 나름대로 우클렐레 배우기, 댄스 배우기를 통해 하와이안 사람들과도 어울리며,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도 모두가 다정하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곳, 하와이의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하와이 표지

 

자연의 거대한 힘은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며 자신의 위력을 드러낸다.

 

파도가 몰려올 때 거기에 힘의 리듬을 타며 거침없이 뛰어오르는 바디 보더들, 해변들마다 총총히 스며드는 인간의 과도한 힘에 경고를 날리는 해변의 생태 조성 변화는 하와이의 본모습을 좀 더 오래 보전하고픈 마음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언젠가는 떠날 하와이, 곧 서울에 정착해 짐을 풀고 자신들의 생활로 돌아갈 날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렇게 더욱 찬란하게 내리쬐는 하와이만이 가진 열정, 그 자체가 너무나도 부럽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특히 저자가 부러워했던, 시간과 자신의 소속된 곳에 구애받지 않고 훌쩍 파도에 몸을 맡기러 오는 원주민들이 나 또한 부러웠다.

 

2015년에 서울을 떠나 하와이로 도착해 생활해 나가면서 그린 에세이들을 통해 여행의 의미, 여기저기 다니는 여행의 의미와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글을 통해 하와이의 대한 모습을 상상해본다.

 

 

 

와일드 시드

와일드시드               와일드 시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조호근 옮김 / 비채 / 2019년 8월

 

 

 

 

두 개의 작품 출간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새로운 느낌의 감동을 선사한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다.

 

SF계의 그랜드 데임, 아프로 퓨처리즘의 거장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저자의 이번 작품은 그녀가 출간한 시대를 생각한다면 지금도 SF계의 창작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만약 나의 능력이 죽지 않는 불사조의 능력을 갖고 있다면? 타인의 육체를 수시로 드나들며 수 천년의 세월을 살아갈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SF의 특성상 이런 상상력을 높여줄 소재의 선택은 여전히 저자만의 독보적인 특성을 드러낸다.

 

타인의 육체를 옮겨 다니며 4000년을 살아온 남자 ‘도로’는 자신과 같은 불사조를 만들기 위해 아냥우를 선택하고 그녀에게 접근한다.

 

 “네 손으로 묻지 않아도 될, 죽지 않는 아이를 갖게 해 주지.”-

 

아냥우는 변신과 치유 능력으로 300년을 살아오며 마을 사람들에게 경이의 대상이 된 여사제다.

그런 그녀에게 도로의 제안은 달콤한 말이었고 곧 그와 함께 하기 위해 떠난다.

 

때는 1690년이란 시대로 노예를 잡아가던 시대, 아냥우 또한 그러한 노예선을 타고 도로를 따라가 아내가 되길 원했지만 도로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아들 아이작과 결혼을 시킴으로써 대대손손 자신의 혈통을 이어가길 바라는데, 아무리 뛰어난 능력자라도 이는 곧 그의 뜻대로 이루어지진 않는다.

 

태어난 아이가 죽음으로써 아냥우는 그의 곁을 떠나려 하고 그런 그녀를 잡아 놓고 곁에 두길 원하는 도로, 자신의 뜻과는 달리 펼쳐지는 환경에 아냥우는 자신의 치유 방식으로 변신을 통해 해소를 한다.

 

바다에서 돌고래로 변신함으로써 자신의 주어진 환경에서 숨을 돌리려는 처지가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녀의 전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종과 성의 차별,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욕심을 판타지로 승화시킨 내용들은 도로란 인물을 통해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욕심을, 아냥우를 통해 자신의 힘이 다할 때까지 지켜보며 보살핀 모정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상반된 분위기의 개성들을 연출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동등한 객체로서의 대우가 아닌 초능력을 가진 자들끼리의 교배를 통해 초인류적 능력을 지닌 자식을 갖길 원했던 도로의 야망은 아냥우를 대할 때 초능력을 고려한 것이 아닌  그 이하의 노예 취급을 하는 점들은 저자가 드러내고자 하는 평등하고 동등한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불사의 삶을 사는 능력을 갖게 된다면 도로처럼 자신의 그 이상을 쟁취하기 위해 이런 도발적인 계획을 세울까? 아니면 아냥우처럼 초능력을 가졌지만 적어도 인간미를 품고 있는 능력자로 살아가게 될까?

 

끝도 없는 욕망의 질주를 멈추지 않았던 도로의 모습보다는 자신의 주어진 삶을 개척해 나가려 애쓰는 아냥우가 차라리 더 나은 인생을 마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 왜 그녀가 SF계의 그랜드 데임이란 명칭을 얻게 되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 준 책이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날씨가 좋으면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6월

어쩌다 보니 많은 사람의 손을 탄 책을 이제야 접하게 됐다.

 

드라마로 방영된다는 소식에 작가의 이름이 익숙한 점, 이점을 무시할 수도 없었지만 이 계절과 다가올 계절에 모두 어울리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책을 사랑하고 가까이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북카페를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북현리에 가 있는 착각에 빠진다.

 

은섭과 해원의 오랜 인연의 시간들, 정작 자신은 느낀 듯 느끼지 못하는 삶 속에 살포시 들어온 은섭의 사랑은 해원에겐 어느새 꽁꽁 언 송곳니 같던 차디찬 마음을 해빙시킨 사람이다.

 

노부부가 사용하지 않고 떠난 기와집에 책방을 운영하는 은섭, 입시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다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기 위해 이모가 운영하는 펜트하우스 호두 하우스에 내려온 해원은 동창 사이다.

 

학창 시절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 속에 살던 해원의 모습을 지켜보던 은섭은 그녀가 모르는 그녀의 삶을 조금씩 기억하면서 해원이 아르바이트로 책방 일을 도와주게 된 인연이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전체적인 따뜻함이 묻어나는 시골 풍경 속에 책을 매개로 모여든 사람들, 나이와 삶의 척도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독서 클럽을 만들고 행사를 열며 그런 가운데 서로에게 때론 용기와 도움을 주는 모습들이 저자의 글로 풍성함을 드러낸다.

 

비밀로 써 내려간 은섭의 내밀한 고백들은 이런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 곁에 있다면 훨씬 삶의 파고를 쉽게 넘어설 수 있겠단 생각이 들게 하며, 저마다의 사연들을 지닌 사람들의 사정들은 모두가 상처 받고 상처를 주며 살아갈 수도 있는 인생의 삶이 시간이 흐른 어는 한 순간이 오면 용서와 화해하는 해빙기를 맞게 된다는 시선으로 이끌게 한다.

 

살아가면서 무심코 던진 인사말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언제 우리 차 한잔 할까?”

 

책을 읽으면서 흘려듣게 될 말들이 아닌 소소한 행복의 맛을 찾는다면 바로 행동에 옮길 것을 느끼게 해 준 말들이었다.

 

지금 은섭과 해원은 북현리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살고 있을까?, 만약 그러하다면 바로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푹 빠져 읽은 책, 드라마로 어떻게 북현리와 책방, 마을 사람들을 표현할지 궁금해진다.

사냥개자리

사냥개자리사냥개자리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
예른 리르 호르스트 지음, 이동윤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10월

유리 열쇠상, 마르틴 베크상 수상작가인 예른 리르 호르스트의 작품이다.

 

자신의 정직한 신념 하나로 경찰 생활을 하던 한 경찰관이 조작된  진실을 다시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만일 이 모든 것을 뒤집는 일이 실제 발생한다면 당시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함께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은 어떤 위로와 위안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는 이야기는 북유럽 소설만의 특징을 살려 재미를 준다.

 

17년 전 한 여자를 납치 감금한 뒤 살해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루돌프 하글룬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증거가 나옴으로써 결국 수감이 된다.

 

하지만 이후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그, 당시 그의 주장대로 목격자가 있었다는 정황이 다시 밝혀지면서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 도대체 누가 이런 가짜 증거조작을 했는지에 대한 책망과 해결은 결국 이 사건을 담당해서 일약 유명한 형사로 알려진 비스팅에게로 눈길이 쏠린다.

 

결국 자신의 결백한 행동과 그동안 경찰로서 지켜온 양심 앞에 부끄럼이 없었지만 증거조작으로 나온 이 사건의 범인 몰아가기는 결국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윗선의 지시로 정직 상태가 된다.

 

하지만 결코 물러설 수없었던 비스팅은 이후 기자이자 누구보다 이 사건에 대한 취재와 조사를 통해 공조수사를 벌인 딸 리네의 활약으로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저자의 실제 경험담을 통해 경찰관으로서의 책임감과 경험담, 사건의 수사를 통해 범인 색출에 노력하는 과정들, 그 와중에 범인을 잡아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경찰들의 세계를 그린 이 책은 마치 사냥개가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오로지 한 곳에 목적만 둔 채 그것을 둘러싼 주위의 다른 것에는 신경을 끈 채 사냥을 하는 그 모습 자체를 연상시킨다.

 

 

과거의 사건에 이어 현재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이는 곧 과거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수사까지,  과연 루돌프 하글룬는 죄가 없는 사람일까?를 묻게 되는 과정이 추리의 맛을 제대로 살린다.

 

조작된 과거의 진실을 향해 사실을 밝혀내려는 비스팅에 대한 매력과 딸의 활약, 연이어 이어지는 글의 흐름이 지루함을 모르게 한 책이다.

 

시리즈인 만큼 다른 책 출간을 기대해보게 한다.

최후의 만찬

최후만찬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제9회 혼불문학상으로 선정된 작품인 ‘최후의 만찬’이다.

 

책 표지에도 나오는 너무나 유명한 그림인 최후의 만찬은 이 책의 제목과 같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천주교에 대한 도래와 이를 믿음으로써 박해를 당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그리고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천주교를 믿고 조상의 제사를 거부한 윤지충과 권상연에 대한 처형부터 시작이 된다.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의 당시 분위기는 같은 당파로서 서학에 대한 이견을 대두로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기 위한 정치적인 압박과 그 외의 등장인물들에 의해 흐름을 이어나간다.

 

이렇게 본다면 단순한 역사소설로써도 충분한 소재의 요소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지만 여기에 덧붙이자면 좀 더 깊이가 있은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타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스토리 상의 단순성 위에 죽은 이들이 가지고 있던 한 장의 그림인 ‘최후의 만찬’을 두고 이탈리아까지 범위를 넓혀나간다.

 

정조, 김홍도, 홍대용, 약용, 도양, 박해무, 최무영 , 장영실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보인 전방위적인 철학적인 내용들과 대화들은 한 편의 역사 소설이자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인식을 엿보게 함과 동시에 정조 이후에 서서히 저물어가기 시작하는 조선의 훗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마저 준다.

 

서양의 문물을 함께 받아들이면서 서학을 통해 점차 깨달아가는 만인평등, 그전까지는 왕이 최고의 우선순위였으나 이보다 더 높은 위의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벌어지는 조선의 근간에 대한 염려를 두고 피를 부르는 행동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 특히 ‘최후의 만찬’이란 그림을 통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장영실의 이야기는 조선과 이탈리아를 오고 가면서 반경을 넓히는 폭넓은 이야기의 장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술술 읽히는 문장들은 아니었지만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곱씹게 되는 맥락들, 그 안에서 선과 악, 죽음과 생에 대한 이야기를 서학과 그림을 통해 그려낸 저자의 이 책은 다른 역사소설과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

 “가혹한 세상을 만났으니 해보다 달이 그리울 것이다. 마음에서 해를 지우면 달마저 마음에서 사라진다. 마음의 해달로 세상의 선악을 나누지 마라.” – p.98

 

 

굳은 믿음 하나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들, 심사평처럼 저자의 아름다운 문장을 천천히 곱씹어 되새기며 읽어볼 책이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내가제일사랑하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미사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9월

대만의 작품들을 접하는 기회가 있었던 부분들이 다양한 분야에 있었지만 청춘 로맨스를  읽게 된 기회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지금도 꾸준히 인기가 있는 청춘물을 다룬 이야기들, 특히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행동 하나하나에 모든 것에 뜻을 내포하고 살아가는 학생들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은 다른 작품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전해준다.

 

이미 대만에서 인기를 훌쩍 넘어버린 것을 증명했다는 것을 실감이 났던 만큼  그동안 읽었던 이런 류의 문학을 다른 감동으로 받아들여지게 했다.

 

어릴 적 동화책 중에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무척 재밌게 읽었던 책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남자 쌍둥이 일들을 그린 이야기로 부모조차도 때론 혼동이 올 정도의 판박이 쌍둥이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내용들인데 특히  학교 내에서 벌어진 서로 반을 바꿔가며 등교해 벌어진 일들이 무척 인상 깊게 다가왔었다.

 

이 책의 등장인물도 쌍둥이가 등장한다.

 

주인공 쌍둥이 자매 모나와 모디는 진학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배탈 사건으로 인해 모디 혼자만 사립교 뤼인 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일명 귀족학교라 불리는 학교,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쌍둥이들은 자신의 학교 생활에 적응해 가던 중 서로가 자신이 다니던 학교를 바꿔서 등교하게 된다.

 

소심하면서 조용한 성격을 가진 모디를 대신해 활발한 성격을 지닌 모나, 모나의 행동과 말은  한순간에 모디의 학교 생활을  전혀  예상 밖의 일들로 진행하게 만드는데….

 

문득 드라마 상속자들이  생각나기도 한 작품이다.

조폭의 아들이란 소문을 지닌 모디의 옆자리에 앉은 남학생 지웨이칭의 관계와 자신의 속을 터놓고 지내는 온라인 상의 친구의 존재도 놀랐지만 이 둘을 중심으로 엮인 다양한 인물들의 조화와 심쿵한 감정을 느끼는 감정선들을 잘 표현해 놓고 있다.

 

모디와 모나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나오는 내용은 후반부에 갈수록 전혀 예기치 못한 3년 전의 사건으로 인한 아픔들, 그리고 반전의 이야기들이 가슴 아프고 안타깝게 다가오게 만든다.

 

처음엔 청소년들의 상큼한 로맨스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전체적으로 그 모든 이야기들이 모아지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강한 인상을 남기는 후반부는 성장소설이자 행복, 사랑, 가족애를 모두 생각해보게 한 작품이었다.

 

 

특정 나라를 구분 지을 수없는 모든 인간들의 공통적인 성장의 기로에 선 그 때를 회상하며 읽어볼 수 있는 책,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줄리언 반스의 사적인 미술 산책

아주사적인미술산책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이쯤 되면 전방위 작가라고, 만능 탤런트란 명칭이 어울리지 싶다.

 

 

결코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그러면서도 책이 출간되면 놓치고 싶지 않은 작가 중의 한 사람, 그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어렵게 느껴지는 문장들의 문맥 속에 숨어있는 글의 힘과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한 장르에 속해 있지 않는 다재다능한 그의 필력 앞에선 어쩔 수없이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전 출간 작은 요리에 대한 나름대로의 에세이였다면 이번엔 미술분야다.

흔히 미술관 관람을 어렵다고, 예술을 사랑하고 어느 한 분야에 속해 있는 예술인을 사랑해 그 사람의 예술작품을 통해 그가 드러내 놓고자 하는 마음을 느껴보는 시간은 사실 어렵게 느껴진다.

 

단 시간에 알아가는 것도 아니고 꾸준한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집요한 공부와 노력이 있어야 작품을 대할 때 어느 정도 기본기는 갖추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저자의 이번 작품을 대할 때가 그랬다.

 

이 책은  1989년부터 2013년에 걸쳐 영국의 미술 전문잡지 <현대 화가>를 비롯한 유명 잡지에 실린 에세이를 추려서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저자의 직업의식을 투영하듯 그림을 보고 그 그림이 탄생하기까지 화가는 어떤 배경과 사연을 담았는지 저자의 독특한 시선과 자료 수집에 힘입은 글로 인해  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가 아니고 그저 그림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이런 분야의 책 출간이 되면 그림 속에 담긴 화가의 일생과 당시의 화가들의 색채 유행 흐름이나 지금의 예술의 한 명칭을 상징하는 이름을 얻었던 주류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었다면 이 책은  유명인도 나오지만 익히 익숙하지 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저자만의 감성으로 글을 구성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사적인미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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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는 한 예술 형식을 다른 예술 형식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명화는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믿었다. 브라크는 우리가 그림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야 이상적인 경지에 도달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경지에 이르기란 요원한 노릇이다. 우리는 뭐든 설명하고, 의견을 내고, 논쟁하기 좋아하는 구제 불능 언어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림 앞에 서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재잘거린다. -P. 16

 

 

 

 

 

훌륭한 예술품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 빛을 발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당시 유행했던 흐름들을 다른 시대에 비쳐 견준다는 것은 어쩌면 플로베르가 말한 대목처럼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예술을 다루는 사람들의 감정과 당시의 컨디션, 색채의 선택과 함께 우리가 지금까지 영원한 불멸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들,  모든  예술들이 저자만의 글로 인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적인미술2

 

 

알수록 더욱 알 수 없다는 한계를 만드는 분야들, 특히 이런 예술 감각의 색채 향연이라고 할 수 있는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나름대로 소설처럼 여겨지며 읽을 수 있는 책, 미술을 다룬 느낌으로 접해보고 싶다면 이 책의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