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너의 햇볕에표지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 딸에게 보내는 시
나태주 지음 / 홍성사 / 2020년 1월

긴 문장이 아닌 압축된 언어로 모든 감정과 느낌을 표현해내는 시-

 

그 가운데 많은 시인 분들이 계시지만 언제 읽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 자신의 마음속을 정화시켜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시인님의 작품을 읽었다.

 

나태주 님의 시는 언제, 어느 장소에 읽어도 여전히 마음이 따뜻하다.

 

여러 시의 구절들도 좋지만 이번에 접한 이 시집은 딸에게 보내는 시라는 작품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여러 영겁의 시간을 지나야 만 만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시인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딸에 대한 생각들, 아들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히 시에 담겨 있다.

 

 

아들1

 

 

1부의 어제, 2부의 오늘, 3부의 그리고 내일이란 주제 하에 담긴 시들은 어느 것 하나 소중히 쓰담 쓰담하지 않을 수가 없는 시들이다.

 

 

어디에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지극히 바라보고 커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부모의 심정이 고스란히 비친 시를 읽고 있노라면  내리사랑의 의미와 부모님들의 자식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부모 마음

부모, 마음이 다 그래

다른 사람 아이 아니고

내 아이기 때문에

안 그래야지 생각하면서도

생각과는 다르게 속이 상하고

말이 빠르게 나가고

끝내는 욱하는 마음

아이를 몰아세우고

아이를 나무라고

나중에 아이가 잠든 걸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되는 마음

새근새근 곱게 잠든 모습 보면

더욱 측은한 마음

사람은 언제부터 그렇게

후회하는 마음으로 살았던가

측은한 마음으로 버텼던가

부모 마음이 다 그래

그래서 부모가 부모인 것이고

자식이 자식인 게지

그게 또 어길 수 없는

소중한 사랑이고

고귀한 약속이고 그런 거야

 

시집통합

 

힘든 일의 뒤안길에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과 인생 선배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더욱 다정다감함이 느껴진다.

 

 

모든 일에 대한 감사함을 드러낸 구절,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해주는 글들은 저자 연필 시화 수록과 함께 진한 차 향기가 우러난다.

 

 

머리말에서 시인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너희들도 가슴속에 꿈꾸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을 품어보기 바란다. 다시금 너의 딸들을 사랑하기 바란다. 그러면 조금씩 견뎌지고 이겨내지고 끝내 꽃을 피워 내는 날이 있기도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너무도 공감되는 글이었다.

홈 파이어

홈파이어

홈 파이어
카밀라 샴지 지음, 양미래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1월

때로는 소설에서 다룬 일들이 현재의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대변해주는 내용들을 접할 때면 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하게 한다.

 

이 책 또한 그런 범주에 속한 책이라 오랜만에 현재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의 정치와 권력, 이념과 종교, 그리고 국가의 결정이 한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들을 미치는지를 느껴보게 한다.

 

 

파키스탄 출신의 영국 소설가인 저자의 이 작품은 영국으로 이주해 온 파키스탄의 한 가정을 모습을 토대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첫 장면인 파키스탄 이주 가정에서 자란 이스마가 공항 검색대에서 미국으로 공부하러 떠나기 위한 과정에서 겪은 일들이 소개된다.

 

미심쩍게 바라보는 공항 검색대의 늦은 일처리로 비행기를 놓치지만 ,  가까스로 미국에 오게 된 이스마는 여전히 파키스탄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영향으로 터번을 두른 채 카페에 드나들게 되고 그녀의 곁에 에이먼이란 사람이 머물게 된다.

 

 

 

에이먼은 아일랜드계 미국인 여성과 파키스탄 출신의 아버지를 둔 혼혈인으로서 자신은 영국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스마를 대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어떤 것에 끌리게 된다.

 

하지만 이스마는 그의 아버지가 파키스탄 출신으로 무슬림을 버리고 영국식의 정치를 행해왔다는 점, 정치계에서 권력을 쥐는 인물이지만 영국 내의 무슬림들은 그들대로, 영국인들을 그들 나름대로 그를 판단하는 시선들은 다르다.

 

아버지의 흔적을 희미하게 기억하는 이스마의 가정사는 테러 활동을 하러 떠난 아버지 때문에 엄마와 할머니 손에 크지만 두 분이 돌아가시자 이스마 홀로 쌍둥이 남매 아니카와 파베즈를 키웠다.

 

이제는 대학생이 된 아니카, 행방불명이 된 파베즈 때문에 테러 가족이란 시선으로 주위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그들의 일들이 5명의 화자를 등장시켜 각자의 입장에서 다룬다.

 

유럽의 각 국에서 받아들이는 이민자들의 숫자는 현 본국의 인구를 능가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때문에 유럽 각 나라에서 취하는 모종의 이들과 함께 공존하기 위한 여러 가지 행정 책들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례들을 접할 때면 한 나라 안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 특히 종교가 다른 이민자들의 삶이 녹록치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서 보인 다섯 명의 화자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 그 안에서 자신이 결정하고 행동한 것들을 통해 선택의 다양성을 보인다.

 

한 사람의 선택이 옳았다고 볼 수도 없는 여건들의 현재 진행형, 국가가 정한 법이 우선인가, 아니면 인륜적으로 행해야 할 행동이 우선시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이스마 가족사를 대표로 보여주며  그 안에서 에이먼이 선택한 일들, 또한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상처와 직격탄이 될 수 있음을 보인다.

 

책 제목인 ‘홈 파이어’ 의미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Home Fire”는 “keep the home fire burning”, 즉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고, “home on fire”, 즉 “집이 불에 타다”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으며, 특히 후자의 뜻에서 ‘집’은 문자 그대로 집일 수도, 가족일 수도, 국가일 수도 있습니다.

 

 

감춰진 진실에 다가서려는 사람들, 하지만 세상은 그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사실을 쓸쓸하게 느끼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도 이 책으로 인해 무슬림 영국인 독자와 비무슬림 영국인 독자의 반응이 판이하게 달랐다고 하는데, 결국 인간들이 만든 법 안에서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인 만큼 이 책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환경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보이지 않는 말들

 

 

 

 

보이지않는말들  보이지 않는 말들
천경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하루에 말 한마디를 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우리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 답답한 것은 기본이고 그 이후의 감정들과 느낌들은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넓혀주지 않을까 싶다.

예술분야, 미술의 분야에서 다루어지는 퍼포먼스의 행태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의도가 담긴 작품에 직접 참여를 하고 그 작품의 의미를 느낀다면 어렵다고만을 할 수 없는 무언가의 색다른 체험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부터 출발해 영상과 퍼포먼스,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담은 에세이집을 접했다.

다소 난해하게 다가오는 분야였기에 작가의 이력을 토대로 책을 읽어나가게 됐는데, 첫 느낌을 뭐지?라는 생각이었다.

인도 뭄바이 역에서 무작위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지닌 물건들 중에서 버리고 싶거나 타인에게 주고 싶은 물건 하나를 가져오라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펼쳐 보인 공연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뭉클함을 던져주었다.

하루에도 바쁜 일상 속에서 나가 아닌 타인에게 얼마나 신경을 쓰고 살았는지, 전혀 모르는 타인들과의 만남을 정해진 한 공간에 마주하고 앉고 행해진 퍼포먼스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세계의 발을 내딛는 느낌을 준다.

 

어께소통

 

전혀 모르는 익명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참여들과 벌인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담은 첫 에세이기에 그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일들을 계획하고 실천했는지, 철학적인 인간에 대한 물음, 소통의 부재 속에 감춰진 인간 본연의 따뜻한 느낌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은 주로 ‘과거’ ‘기억’으로 이야기되지만 사실은 과거를 담은 ‘현재’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기억은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변화될 준비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워온 사진의 전통적 방식, 순간을 최대 속도로 잡아내고 대상과의 일방적인 관계 맺기에 대한 나의 회의가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였다. 스튜디오 안에서 대상이 되는 인물들 간의 교감으로 일어나는 미세한 기운들, 우리가 모르던 감각들을 깨우는 사진을 통한 이 경험들이 과정만을 드러내는 퍼포먼스의 발단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사진이 없는 확장된 사진, 비로소 시간의 양 quantity이 아닌 시간의 질 quality에 대한 필연적 구상들을 시작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 

 

사진이란 매체를 이용한 다양한 이런 행위들 속에 타인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들, 특히 자신의 성인 천 씨에 대한 조상의 기원을 찾아서 중국에서 모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담은 프로젝트는 인간의 혈연과 오랜 세월 속에 전해진 말로 표현할 수없었던 것을 사진으로 보인 점들은 인상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인도의 독특한 도시락 배달부들을 대상으로 타인에게 전해주던 도시락이 아닌 온전히 나만을 위한, 나가 먹고 싶은 음식을 도시락통에 적어보란 프로젝트는 살기 위한 목적이 아닌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는 점들이 뭉클하게 전해졌다.

 

 

도시락

 

책 제목인 ‘보이지 않는 말들’이란 프로젝트는 제목에 걸맞은 지하에 묻힐 관에 글씨를 쓰는 작업을 통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발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전방위적인 예술행위가 잊히지 않게 다가왔다.
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행동과 행위들을 통해 인간의 소통을 보인 작가의 이색적이고도 참신한 예술들을 통해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도 싶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잠시 멈추고 벽 대신 빈 종이를 앞에 놓고 1분간 떠오르는 이름들을 적어보아도 좋겠다. 내 안에 있지만 살면서 한 번도 불러보지 않은 이름이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이 1분간의 시간이 아래 남아 있는 글을 마저 읽는 것보다 당신에게 더 나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 「1000개의 이름들 중에서

 

카메라를 보세요

카메라카메라를 보세요
커트 보니것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하루키 작가와 박찬욱  감독이 사랑하는 작가로 알려진 커트 보니것-

 

이미 ‘제5 도살장’이라 작품으로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의 특허 전매라고 할 수 있는 유머와 촌철살인급의 적소에 날리는 문장들의 매력을 다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

 

어머~ 이 작가도 이런 글을 쓰는구나 했던 생각이 들게 한 이번 작품집은 14편의 단편을 묶어서 출간된 책이다.

 

특히 커트 보니것의 미발표 초기 단편소설집이란 사실, 그중에서도 SF 작품들 위주로 선별해 묶어 출간된 내용들은 역시 커트 보니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총 14편에 담긴 이야기의 내용들 중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를 출세시킨 ‘개미’란 작품이 연상되고도 남는 러시아 개미 연구가들의 개미 화석 발굴에 대한 이야기는 친근하면서도 베르나르보다 훨씬 전에 이미 커트 보니것은 나름대로 이런 상상력을 발휘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했다.

 

자신이 예언자로 둔갑해서 나오는 (실제 자신이 쓴 작품이 영화된 곳에서도 카메오로 출현한 적이 있단다.)’에드 루비 키 클럽’, 뉴욕의 성악가 래리가 자신에게 음악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여성들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다가 그녀들이 말썽을 부리면 졸업을 시키는 냉정한 모습을 풋내기 엘런이란 여성에게 당하는 통쾌함이 반전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이 외에도 소설 전반부부터 후반에 이르기까지 각 장면에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도 유머와 능청스러운 행동, 그런가 하면 따뜻함이 SF라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만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비록 비현실적이란 배경이라도 모두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즐거움과 블랙유머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책 제목인 [카메라를 보세요]의 내용인  내가 지독히 싫어하는 사람을 대신 죽여주겠다고 접근하는 낯선 남자가 내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궁금해한다면 꼭 읽어보시길~~

 

 

유쾌하게 즐기면서 읽은 책, 커트 보니것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최단경로

최단경로표지 최단경로 –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강희영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초행길을 가게 되면 지도를 통하거나 검색을 통해 가장 빠른 시간대에 도달하는 경로를 탐색하게 된다.

당연하게 알려주는 이기 문명의 혜택 앞에서 우리들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가장 효율적이고도 합당한 시간을 이용하려는 행동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 마련인지라 어쩌면 이런 수단들이 없었다면 힘든 노력이 배가 되어야 함을 느끼게 된다.

 

제25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 ‘최단경로’는 그래서 더욱 새로웠다.

 

 

소설적인 장치 위에서 변화되는 현대문명의 발전된 모습 속에 고립되고 외로운 모습의 인간들을 보인 것 자체가 서로 조화롭게 시도된 모습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원체 과학적인 부분과는 친하지 않은 면이 있어 책에서 보인 빅데이터라든가  알고리즘, 코딩 같은 부분들이 나올 때는 이해함에 있어 좀 어렵게 다가온 부분도 있지만 처음부터 시작된 문장을 넘어서면 소설 속에서 주는 인간미가 드러나는 전개 부분들이 급속도로 가깝게 느껴진다.

 

라디오 피디인 혜서가 전 책임 피디인 진혁이 남긴 프로그램 안에 숨긴 소리의 행방을 찾아 휴가를 내고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부분들은 어떤 사건에 다가서려는 인물의 모험처럼 보였다.

 

진혁이 사표를 낸 뒤 그의 행방을 쫓아간  그곳에는 진혁의 과거이자 결코 멈출 수 없는 현재의 애영이 있었고 그들 사이에 흔적인 아이와 애영의 엄마 교통사고로 벌어진 죽음이란 큰 흐름이 존재한다.

 

이 모든 일들이 서로 공유하는 정보에 의해 맵에 의해 따라갔던 혜서, 애영과의 만남과 주위 인물들의 등장과 대화들은 진혁의 행방을 쫓기 위해 온 혜서와 애영의 최단경로처럼 비친다.

 

누군가의 아픔이 상처가 되고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안락사를 택하기로 했다면,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던져보게 되는 책, 혜서와 애영의 만남으로 이어진 그들의 인연과 서로의 삶 자체를 그대로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만 않게 들리는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자신과 아이를 저버린 진혁의 행방을 쫓는 두 사람의 만남은 다미안 교수가 제시했던 과제의 연속성처럼 보인 장치도 실로 저자의 탁월한 영리함이 돋보인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최단경로말

 

인생이 계획대로 되면 누구나가 걱정이 없겠지만 인생이란 것 자체가 결코 만만하지 않기에 인간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삶의 방식이 저마다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보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가장 빠른 속전속결의 최단경로의 삶도 좋지만 우회로를 통해 가는 길목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부분들도 알아가는 기회가 온다면 이 또한 최단경로의 지름길 선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세계지도에서 공식적으로 삭제되었다던 샌디 섬의 존재, 그 섬이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이제 또 다른 새로운 섬의 정착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혜서나 애영도 이젠 저마다의 샌디 섬을 찾아가는 최단경로를 선택하는 일만 남았음을, 그래서 더욱 두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책이었다.

                                                                                                                                

팔로우 미 백

팔로우미백팔로우 미 백
A.V. 가이거 지음, 김주희 옮김 / 파피펍 / 2020년 1월

 

 

나날이 발전해가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들도 가상이란 이름 아래 실현되는 것들이 있다.

그러한 이면에는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들도 있기 마련, 실제로 지난해 안타깝게 삶을 저버린 연예인들이 있었다.

 

충성스러운 매니아 팬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일을 계기로 당사자에게 심적이나 육체적으로 힘들게 하는 악성 댓글들은 큰 결과 앞에서 심각한 문제임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영리하게도 이런 현 세태에 대한 이야기를 스릴러라는 장르를 이용해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여주인공 테사와 연예인 에릭쏜의 불안감은 이런 흐름들을 제대로 활용한다.

 

남자 주인공  팝스타 ‘에릭 쏜’이 겪는 정신적인 방황은 보이밴드  멤버였던 도리안 크롬웰이 여성 팬에게 살해당한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자신을 추종하는 광팬들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부분들이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우연하게 가상의 인터넷 세상에서 만난 둘의  대화는 로맨스로 흘러가는듯한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듯했으나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의 이야기를 그린 시점을 토대로 그린 것이라 조사 과정 또한 실제를 보는 듯하다.

 

경찰 조서, 트윗, DM 등의 형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그려져 있고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 보인 추리의 맛인 반전은 긴장감을 유지한 채 그리고 있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작년의 안타까운 일들의 영향 탓인지 요즘 인터넷상의 연예인 기사에는 댓글을 못 달게 하는 장치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쓴 악성 댓글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충격과 죄책감, 공포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댓글에 대한 신중한 자세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책이기도 했다.

 

10대들의 생각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한 흐름들이 실제 저자가 이런 일들에 대한 일들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자연스러운 글들의 호흡이 좋은 책이었다.

 

마치 다음 책을 기대해보게 하는 결말 부분들, 만약 차기작이 출간된다면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해보게 한 작품이었다.

                                                                                                                                

파인드 미

파인드미

파인드 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 이후란 책 소개에 이끌려서 읽은 책이다.

 

이미 이 영화를 본 독자들이라면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후일담을 두고 이야기를 했을 분들도 있었을 텐데 나의 경우엔 퀴어 영화란 점과 영상미 속에서 둘의 감정선을 어떻게 원작에 비교해서 그려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었다.

 

작가도 아마 이런 독자들의 의중을 알아챘는지, 그 후속작으로 이 책을 펴냈다.

 

전작에서 17살의 엘리오와 24살의 올리버는 각자의 삶을 나름대로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책의 구성은 총 4장에 걸맞은 내용과 음악에서 사용되는 말들을 차용했다.

 

템포/ 카덴차/ 카프리치오/ 다 카포-

 

각기 다른 인물들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끄는 형식의 이야기라서 처음엔 누구의 이야기인지를 호기심 있게 다가서게 한다.

 

첫 장에서의 인물은 엘리오의 아버지 새뮤얼이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아들 엘리오를 만나러 가기 위해 오른 기차에서 맞은편에 앉은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이혼 후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찾지 못했던 그는 새로운 감정에 눈을 뜨게 된다.

 

한편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엘리오는 과거 자신의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남자를 만나면서 그 또한 여러 감정에 쌓인다.

 

마지막의 인물인 올리버는 대학교수로서 이미 결혼해 아내와 자녀를 둔 가장이다.

새로운 근무지의 대학으로 가기 전에 그는 우연히 접한 연주를 듣게 되면서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데….

 

호불호가 가릴 것 같은 이 책의 흐름은 어떤 완벽한 결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또 다른 차후의 다른 시간을 통해 다시 그려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게 했다.

 

퀴어영화나 소설이 예전처럼 금기시되는 시대는 아니지만 여전히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들이나 사회적인 인식 저변도에서 볼 때 아직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만큼 이성이란 전제하에 다루어지는 ‘사랑’이 아닌 ‘사랑’ 그 자체에 대해서만 들여다본다면 이 책의 그림은 각기 다른 인물들을 통해 충분히 느끼가며 읽어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연령차이, 이성, 그 어떤 것에도 제약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느끼고 감동받는 순수한 감성 그 자체를 다룬 책이라, 과거에 이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음을 느끼게 했다.

 

전작품과 같이 이어서 읽어도 좋지만 독립적으로 읽어도 부담 없는 이야기의 흐름이 괜찮았다.

 

이 작품 또한 영화로 만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 책이기도 하다.

 

                                                                                                                                

 

 

롱 웨이 다운

롱웨이다운 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독특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이런 종류의 추리와 스릴을 느끼는 책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신선함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책, 바로 롱 웨이 다운이다.

 

15살의 주인공 윌의 형 숀이 어젯밤 살해당했다.

엄마의 약을 사러 이웃 동네에 갔던 곳에서 형을 죽였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에게-

 

이 동네의 특이한 룰이 있다면 바로 세 가지가 있다.

 

No. 1: 우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No. 2: 밀고하는 것
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No. 3: 복수하는 것
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윌은 위 규칙대로 따르고자 한다.

바로 형의 원수를 죽이는 일, 형의 방에서 감추어둔 총을 꺼내 들고 슬픔에 젖은 엄마를 뒤로하고 집을 나선 윌, 7층에서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면서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은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들을 연상하게 한다.

 

책은 7층에서 시작되는 숫자를 보인 챕터를 시작으로 벨이 울리고 1층으로 내려가기까지 총 60초가 걸리는 그 시간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이 열리면서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윌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란 사실.

 

형의 친구, 어린 시절 첫 입맞춤 대상이었던 대니, 삼촌, 아빠, 연이어 계속 만나는 사람들 속에 형까지 모두 만나는 윌의 당혹감과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 속에 뜻밖의 사실들을 알게 되는데….

 

마치 한층 한층 문이 열릴 때마다 이번엔 누구일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 도대체 죽은 사람들이 왜 나타나는 것인지, 윌은 형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여려 가지 궁금증을 유발한 채 진행이 된다.

 

긴 문장의 호흡이 아닌 짧은 운문 형식을 취하면서 드러내는 장면들은 작가의 영리하고도 이색적인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롱웨이1

 

 

틀에 박힌 이야기의 범주이되 그 범주를 전혀 다른 뒤틀림의 세계 속으로 던져 넣은 글의 호흡들, 그리고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어두운 세계의 돌고도는 복수와 원한의  세계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그려놓은 한정된 엘리베이터란 장소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반전의 한마디는 영화 식스센스를 연상시킬 만큼 소름이 오싹 돋았는데, 아마 이렇게 짧은 두 단어로 인해 이렇게 강렬하게 다가온 책도 오랜만이었다.

 

읽으면서 영화를 연상시켰듯 아니나 다를까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폐쇄공포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좁은 공간의 엘리베이터, 담배 연기가 피어나고 그 속에서 차례차례 만나는 사람들, 상상만으로도 어떤 결말이 이어질까 궁금하지 않은가?

 

 

폭력과 정의

폭력과정의

폭력과 정의 –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안경환.김성곤 지음 / 비채 / 2019년 12월

 

 

서로 상반된 단어의 느낌이 강렬하게 와 닿는 두 단어의 연결고리는 과연 무엇일까?

 
법의학자 안경환, 영문학자 김성곤, 두 분이 대학에서 다룬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것인 만큼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이라고 생각되는 책이다.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는 법이란 장치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옳은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이에 연관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심이 깃든 체계이다.

 

그런데 저자의 말들처럼 법이 내린 판결이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지는 않는다는 현실 앞에서 이 책에서 보인 다양한 문학과 영화의 내용들을 토대로 다룬 내용들은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특히 재밌게만 봤다고 생각했던 영화의 한 장면, 한대사 부분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떤 의미로 들리는지, 등장인물들의 동작과 대사가 메타포적인 의미로 어떤 부분들을 드러내는지를 보인 글들은 새삼 다시 보게 된다.

 

책은 총 3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법의 이면, 정의와 편견 그리고 사회와 사람으로 나누어져 각 파트에 해당되는 영화 이야기나 문학작품을 토대로 미국의 건국 토대부터 시작한 법의 체계서부터 어떤 사건에 이르러 법으로 통과되기까지의 과정, 유머로만 기억됐던 한국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 같은 경우도 눈여겨 다시 볼 영화들이었다.

 

특히 그저께 오랜만에 방영된 ‘프라이멀 피어’란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서 저자가 다룬 법과 그 법의 토대 안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또 다른 법의 허점과 인간의 마음을 이용하는 범인의 섬뜩한 이면들, 이를 다른 폭력의 형태로 자신의 승소를 이끌어낸 변호사의 좌절감을 보인 명장면들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란 물음은 여전히 꾸준한 질문이다.

 

자신의 주장이 정의란 이름으로 주장하고 이에 반한 이견을 낸 사람들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결정지어버리는 세태, 정의 실현을 위해서 가해지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는 면들을 볼 때 이 책에서 보인 여러 작품들은 예술적인 장르로만 느껴볼 것이 아닌 무엇을 의미하면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뜻을 부여한 책이기도 하다.

 

 

‘문학으로 읽는 법, 법으로 바라본 문학’을 부제로 달고 있지만 꼭 법에만 국한되지 않은 넓은 의미의 법 이야기를 통해서 작품을 볼 때 시야를 넓혀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딱딱하다고 생각했던 책이 의외로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편집된 부분도 좋고, 특히 문학과 영화를 다룬 것들이라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책이라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거짓말을 사랑하는 여자

거짓말사랑거짓말을 사랑하는 여자
오카베 에츠 지음, 민경욱 옮김 / 달다 / 2019년 11월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어.” –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면 둘 사이만의 특별한 공간과 기억과 추억들이 있기 마련이다.

타인들이 아무리 의구심을 갖더라도 당사자인 나가 아니라고 믿는다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이 없겠지만 만약 이 모든 것들이 전부 거짓이란 사실로 드러난다면, 더군다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순리대로 모든  절차가 이루어지리라 믿었던 상대의 모든 것이 거짓이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

 

 

대기업 식품 회사에 다니면서 나름대로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여성 유카리, 나름대로 모범 여성으로서 인정을 받고 있는 그녀는 동거한 지 5년이 되는 남자 친구 깃페이가 있다.

대학병원 연구의란 직업을 갖고 있는 그는 결혼에 대해서는 아직 자신이 없다는 말로 유카리를 기다리게 하지만 그녀의 믿음은 언젠가는 결혼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엄마에게 소개를 하고자 서로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깃페이를 두고 문자 연락을 시도하지만 무응답, 결국 새벽이 되어서야 그가 길거리에 쓰러져 지주막 하혈이란 증상으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병원을 찾아간 그녀는 그가 가지고 있던 직장, 이름, 신분증까지 모두 거짓임을 알게 되면서 도대체 나는 누구랑 살고 있었던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휩싸인다.

 

 

이에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자 결심하고자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람을 고용하게 되고 그에 대한 다각적인 여러 가지 방면으로 파헤쳐보기 시작하는데….

 

 

 

책의 진행은 유카리가 갖고 있던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나가 사랑하는 남자는 누구였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흐른다.

처음엔 배신감으로, 주위의 시선으로 볼 때 의도적으로 돈을 목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는가에 대한 의문부터 시작해 정작 둘 사이에서 오고 가던 말들을 곱씹어 보면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단 결론에 이른다.

 

유카리가 정작 믿었던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깃페이란 대상이 아닌 ‘사랑’이란 감정에 흠뻑 빠져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당시의 환경 탓이었을까? 깃페이가 도대체 왜 이런 자신의 모든 것을 숨겨야만 했을 무언가의 사정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책은 전반부에 유카리가 갖고 있던 감정의 선을,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혼수상태의 깃페이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때론 알면서도 모른 척, 모른다면 그저 넘어가는 것도 괜찮을 때가 있다.

유카리 또한 이런 상황을 넘어갔다면 깃페이와의 사랑은 어떤 식으로 이어나갔을까?

 

– “가와하라 씨, 고이데 씨에게 속았다고 하셨는데, 그게 아니라 고이데 씨가 뭔가를 숨겼다고 생각하진 않으세요?”
“뭐가 다른가요? 속인 거나 숨긴 거나.”
“그럴까요?”
“마찬가지예요.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는 변함없으니까요.”
“뭐…… 그런가요.”
가이바라는 천장을 노려봤다.

 

가이바라의 말처럼 유카리를 생각해서 숨겨왔다면 그 또한 깃페이 나름대로 배려와 차선의 사랑방식을 나름대로 선택한 것을 아니었을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후의 유카리가 깃페이에게 말한 대사는 그래서 더욱 아픔이 전해져 온다.

 

각자의 뜻한바대로 이루어진 절차였다면 유카리는 깃페이를 용서했을까?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썼다고 하는 이 책의 내용은 진실한 사랑이란 이름 앞에서 나는 상대를 얼마큼 진실성 있게 사랑하고 있는가? 에 대한 물음, 사랑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던진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