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X

교단교단 X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박현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3월

종교라는 것은 믿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안과 정화를 준다.

내적인 고통과 심신의 모든 것들을 감싸 안으며 진리와 성실한 자세로서의 종교인들을 보면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지만 모든 것들의 현상이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넘치면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이 문제이기에 비단 종교만이 아닌 여러 가지 일들을 비추어보면 중도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 또한 중요한 자세란 생각이 들게 한다.

 

기존의 작품들을 통해 저자만의 생각을 선명한 색깔처럼 드러낸 작가답게 이번에 접한 작품 또한 종교와 그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년 전 그 유명했던 옴 진리교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 책은 과연 선과 악의 한계와 그 뚜렷한 경계선은 무엇인지를 연신 묻게 된다.

 

작은 일 하나로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는  이단 종교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한때 자신과 사귀던 여자, 다치바나 료코가 어느 날 자살을 예고하고 사라진 것에 대해  나라자키는 수소문 끝에 그녀가 잠시 몸담았던 종교 단체를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을 아마추어 사상가로 소개한 마쓰오 쇼타로가 이끄는 단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의 입을 통해 자신이 찾던 그녀가 옴진리교 사건처럼 극단적 종교 단체인 ‘교단 X’의 신자임을 알게 된다.

 

여기서 책의 내용은 철학과 우주의 탄생, 과학, 석가의 탄생과 불교에 대한 이론서부터 각기 다양한 여러 주제를 강연한 테이프를 듣게 되는 나라자키를 통해 극단적인 종교가 어떻게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결국엔 커다란 문제로까지 번지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교단 X에  모인 사람들의 특징이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입한다는 점, 이는 결국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도 아무런 뜻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과 그에 따른 불합리로만 생각된 한계 때문에 오로지 성적 탐닉에 의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구원받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치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는 읽는 동안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감정들, 즉 선의의 기쁨이나 동정의 아픈 감정을 배제당한 채 교주 사와타리에 의해 조종당하는 듯한 모습을 여지없이 보인다.

 

악과 선의 차이는 과연 있는 것인가 조차도 모호하게 할 만큼 인간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결함을 파고들어 지배하는 악과 그 속으로 들어가 그 밑바닥까지 살펴보려 한 나카무라 후리노리의 글은 여전히 어떤 뚜렷한 확신마저 흔들리게 만든다.

 

결국 나 자신의 어떤 확고한 의지에 의해서 결정지어질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책은 시종 어둡고 음침하며 불쾌함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가운데 지금도 여전히 이런 이단 종교단체들의 행동과 말로 세뇌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벌이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답답함마저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절대적인 악도 선도 없다는 말이 생각날 만큼 묘사 자체도 섬뜩하고, 저자가 그리는 이 세계가 비단 허구로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란 생각이 든다.

                                                                                                                          
                                            

보노보노처럼 살아서 다행이야

보노보노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유명 만화 캐릭터로도 알려진 보노보노와 그의 주위 친구들을 보면 만화로써 접하긴 해도 등장 동물들의 행동과 말들을 통해 많은 위안을 받게 된다.

 

활자체로만 엮인 책이 아닌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작가의 말처럼 일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한두 가지씩을 가지고 있는 단점 내지는 장점들, 그리고 이에 더 나아가 주위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 사람들을 챙기게 되는 따뜻한 글로 가득한 책, 바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란 책이다.

 

방송작가이면서 그 스스로도 겪었던 많은 시행착오와 지금도 여전히 고민 중이고 그 해결방안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읽다 보면 나 스스로도 바로 이런 부분에선 같은 행동과 말들을 했었다는, 그때는 미처 나 자신의 마음만 돌볼 줄 알았지, 상대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던 반성들을 하게 되며 이에 걸맞은 각 캐릭터들이 나누는 대화나 주변의 환경들을 통해 보다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보노1

 

아기 해달인 보노보노와 보노보노의 아빠, 너부리, 다람쥐 포로리, 사막여우 홰내기, 프레리가 등장 동물로 나오지만 여기엔 각자의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금방 화해하고 무심코 던진 물음에 담긴 철학적인 느낌마저 들게 하는 답변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속 시원함을 전달해주기까지 한다.

 

개인적인 능력의 한계에 더 나아가서 연애,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들과 이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실망하지 말 것들, 미움받을 용기를 담은 내용들을 접하게 되면 보노보노처럼 일부분 소심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조금은 여유를 가지게 됨을, 더군다나 나도 스스로 잘 살아가고 있는 중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위로의 책이다.

 

보노2

 

보노보노는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틀린 길로 가도 괜찮아.

다른 걸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혹은 포로리 아빠와 포로리가 나눈 대화는 가슴 한편에 뭉클함을 전달해주기까지 한다.

 

 

포로리 아빠     노인네들하고 한 약속은 어기는 거 아냐.

 

포로리            어긴 게 아니라 잊어버린 거예요.

 

포로리 아빠     노인네들하고 한 약속은 잊어버리는 거 아냐

                     젊은이들한테는 다음 달, 내년도 있겠지만

                     노인네들에게는 지금뿐이라고.

 

 

문득 가족들의 얼굴 중 엄마를 보면서 느끼는 같은 여자로서 조금씩 이해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느껴가는 저자의 글들도 그렇고, 아빠에 대한 가장으로서 느꼈을 부분들의 이해, 친구와의 관계,,,,. 어쩌면 우리들 모두는 이런 모자람을 채워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소심한 보노보노의 입을 통해 성장해갈 기회를 찾아가는 것을 아닐는지….

 

 

동화처럼 따뜻한 색채감이 함께 어우러진 그림들과 작은 만화 챕터들은 글을 읽어나가면서 작은 미소를 함께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양념으로 톡톡한 자리를 차지한다.

 

서툰 어른들, 그들도 여전히 삶에 대한 나만의 정확한 철학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조금이나마 터득할 수 있게 해 주는 이 에세이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해보길 권한다.

 

                                                                                                                          
                                            

 

 

뭉클

뭉클

뭉클 – 신경림 시인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
최인호.김수환.법정.손석희.이해인 외 34명 지음, 신경림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보통 책을 읽다가 좋은 글귀들을 만나게 되면 메모를 해놓는다.

가끔 잊고 있다가 눈에 띄어 읽게 될 때의 그 희열감은 아! 그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감정이 기억이 나고, 이내 나 자신에게 잘 적어놓았다는 자화자찬(?)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다만 한 가지 욕심을 부려보자면 좋은 글들을 한데 모아서 두고두고 읽는다면 메모 걱정도 없을뿐더러 소장하는 가치 면에서도 훨씬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 뭉클은 정말 가슴의 한 구석이 뭉클해지는 감성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메모는 말할 것도 없고요~)

 

시인 신경림 님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들이란 책으로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았거나 자신이 스스로 기억해 낸 글들을 추려서 낸 책이라서 그런지 연대의 폭과 작가의 구성도 오밀조밀 폭이 넓게 다뤄진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반드시 읽어야 할 한국 현대사 소설의 고전이 되다시피 한 근대 작가들의 글은 물론이고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작가들의 이름들을 통해 때론 계절에 맞는 감성을 같이 느껴가며 읽을 수 있고, 때로는 문득 생각나는 어떤 한 인물을 동시에 떠올리며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게 하는 솔직함이 묻어나는 글들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과 반성도 해보게 되는 책의 내용들은 조용한 이 봄날에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싶다.

 

특히 근대 작가들이 쓴 글들을 통해 생소하면서도 문득 어디선가 들어봤을 단어들, 그러고 보니 돌아가신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내용 중에 일부분이었던 ‘부담’이란 단어라든지, 사랑하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들을 통해 요즘의 신세대들의  화끈하고 솔직한 고백이 아닌 ‘연서’라는 말이 정말 어울릴 듯한 이중섭 화가와 박인환 작가의 편지들은 섬섬이 적신 옷에 듬뿍 담긴 채취를 연상하게 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런가 하면 김수환 추기경 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권정생 작가의 형에 대한 기억, 정채봉 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김용택 님의 구수한 정경이 도드라져 보이는 내용들 속에 살아가는 이야기들은 다른 분들의 내용들과 더불어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끼게 해 준 글들이 아닌가 싶다.

 

 

 

-신발을 신는 것은

 

 

신발을 신는 것은

삶을 신는 것이겠지

나보다 먼저 저세상으로 건너간 내 친구는

얼마나 신발이 신고 싶을까

살아서 다시 신는 나의 신발은

오늘도 희망을 재촉한다.

                                – 이해인

 

 

뭉클2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글귀가 생각나게 할 만큼 거리의 꽃들의 생동감 있는 생명체의 향연, 그리고 이름도 모르지만 개천가에 자신의 생명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끈기 있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되는 요즘, 이 책을 읽어봄으로써  감사와 삶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들을 생각하게 하는 터라 한 번쯤 읽어보면 이 가는 봄날에 대한 추억을 고이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속임수

속임수

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4월

저자의 기존 작품들에 이은 또 하나의 심리 스릴과 사건을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색다른 이야기를 던져준 작품, 속임수다.

 

속임수라고 하면 어떤 대상을 두고 속이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것이 재미 삼아, 장난 삼아, 웃고자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한순간의 실수를 모면하기 위해 벌인 결정이 커다란 결과물을 낳게 된다면 속임수라는 말에도 책임감을 지울 수는 없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제는 은퇴한 명망 높은  형사 리처드 린빌이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침입한 한 사람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한다.

자신을 전혀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임에도 그 범인은 리처드를 상당히 잘 알고 있다는 듯 일순간의 망설임 없이 살해를 하고, 리처드의 딸 역시 런던 경찰국에 몸담고 있던 터라 휴가를 이용해 아버지의 사건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서게 된다.

 

한편 프리랜서 시나리오 작가인 조나스 크레인은 의사로부터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받고 입양한 아들과 아내, 이렇게 셋이서 모든 통신 장치가 터지지 않는 외딴 별장으로 떠난다.

 

책은 두 가지 사건을 교차하며 보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도대체 누가 리처드를 살해하고 연이어서 전혀 듣지도 못했던 멜리사 쿠퍼라는 여인의 죽음, 그리고 사건의 핵심고리를 쥐고 있던 리처드의 짝꿍 동료였던 노먼까지 살해당하는 일련의 과정을 전혀 짐작조차 못하게 그리는 과정으로 독자들을 현혹시킨다.

 

입양아 새미의 생모와 그의 남자 친구인 닐의 등장으로 인해 외진 곳, 창고에 갇혀 있게 된 조나스 가족과 케이트의 아버지 사건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연결고리의 틈새를 찾아보려는 독자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케이트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전혀 뜻밖의 모습들을 보이는 과정들이 저자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살아내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의 속내를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 생활한다고 믿고 살지만 과연 내가 상대를 정말로 얼마만큼 잘 안다고 확실할 수 있을까?를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다.

 

아픈 엄마를 끔찍이 간호하고 자신에게 좋은 아빠이자 직업세계에선 그 누구도 아빠의 말이라면 거역하지 못하고 수긍하게 만들었던 리처드 린빌의 비밀, 한 순간에 결정지어진 전화 한 통화와 그 이후에 수습된 결과는 한 가정을 파멸로 몰아가고 결코 제삼자의 입장이라도 인정받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결과물을 낳는다.

 

범인의 말에서도 알 수 있고. 다른 작가들이 다루는 이런 류의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사건이 벌어진 후에 남겨진 자들의 상처는 그 누구에게 보상과 위로를 받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를 이 책 또한 다루고 있다.

 

가해자는 멀쩡하고 피해자인 가족들의 풍비박살난 해체의 수순과 마음의 상처들, 정상적인 절차라면 당연히 가해자도 마음의 짐을 가지고 법에 따를 절차를 통해서 죄를 받아야 하지만 자신이 가진 직위를 이용하고 무마하려 했던 그 결정으로 인해 단란했던 한 가정이 파괴된 결과물을 가져왔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을 울분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 아무런 죄도 없는 우리 가족이 평생 그 사건이

남긴 상처를 떠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게 분하지도 않아?

누나 역시 나처럼 그 사건이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했잖아

피해자는 매일이다시피 비극의 상처를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범인이 굳이 위의 말을 하지 않더라도 밝혀지는 범행의 실체를 통해 독자들은 한순간 가슴이 쿵하는 느낌을 받게 되며, 하나의 작은 구멍을 메우기 위한다는 것이 결과론적으로 메울 수도 없고 지울 수도 없는 트라우마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중적인 현혹으로 글의 장치를 보임으로써 이 책의 속임수에 대한 진실의 실체를 빨리 보고자 하려는 부추김을 내세운다.

 

사회적인 현상과 개인마다 지닌 양심에 걸림돌 되는 미지의 결정적인 순간들, 최상의 아빠로서 알고 있었던 아빠의 모습 속에 가려진 속임수라는 장치가 어떤 결과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케이트뿐만이 아니라 사건의 피해자였던 피해 가족들의 아픈 마음과 그 해결의 완결선을 봉합하지 못했던 아빠의 진실에 가려진 무능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마저 무너뜨린 결정의 파국을 보여준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의 기존의 느낌대로 심리와 그 상황에 맞춰서 그린 책이란 점, 한 가지 사건 외에 이와 관련된 주변부의 사람들이 입을 통해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도 비슷한 맥락을 보이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이미지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닌 것임을 깨닫게 해 준 책이란 점에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책이 아닌가 싶다.

                                                                                                                          
                                            

 

여우가 잠든 숲

여우

[세트] 여우가 잠든 숲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추리 스릴러에도 찰떡궁합의 조건에 부합하는 동료들의 화합은 멋지게 그려진다.

특히 남성과 여성과의 끈끈한 동료애를 넘어 가족애를 느끼게 할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 있다 보면,  옆의 동료의 눈빛, 말투, 인상에 하나하나에도 어떤 상태인지를 가능할 정도라면, 특히 책에서의 이들의 조합을 독자들로 하여금 수긍할 수 있게끔 시리즈로써 엮어 나온다면 그 작가의 능력은 이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접한 타우누스 시리즈 신간을 접했다.

특히 보덴슈타인, 피아 콤비가 이루는 사건들 하나하나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이들의 활약은 여전히 멋있게 다가온다.

 

 

보덴슈타인의 고향이자 조상 때부터 정착해 살아오는 지역인 타우누스의 인근 숲 속 캠핑장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현장에서는 어떤 남자의 불탄 시체가 발견이 되었고 이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던 중에 캠핑카의 주인이었던, 지금은 말기 암 환자로서 요양원에 있던 할머니마저 살인된 채 발견이 된다.

 

처음엔 단순한 화재 방화사건으로 치부했던 경찰들은 이 둘의 죽음이 모자 관계란 점과 어두운 밤에 살인자의 모습을 목격한 목격자마저 자취를 감추고 또다시 세 번째 마을 신부가 살해되면서 마을은 뒤숭숭해진다.

 

보덴슈타인 백작이란 지위를 갖고 있었던 자신의 조상과 부모들 때부터 작은 마을 사람들과의 연대 관계는 오래전 보덴슈타인의 어릴 적 친구였던 이민 온 러시아인 친구의 죽음과 자신이 키우던 여우 막시의 행방불명 사건과 함께 연관되어 사건은 방화에서 살인사건이란 방향으로 전환점을 돌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 일어난 사건인 신안의 한 섬에서 벌어졌던 일이 생각났다.

옆 집의 수저와 숟가락이 몇 개인지를 알 정도로 서로 사돈과 친인척 관계로 맺어진 마을이란 한정된 작은 공간이 주는 폐쇄성,  분명 누군가는 진실을 알고는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말하지 않고 묻어두기에 급급했던 당시의 현황들은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내 일이 아닌 이상 서둘러 밝히려 하지 않고 지나가길, 특히 같은 독일인이 아니란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했던 소년의 행방불명 사건은 그저 내 일이 아니기에, 묻으려 만 했던 사람들의 이기적인 본성들을 이번 사건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내 보인다.

 

트라우마처럼 새겨진 보덴슈타인처럼 형사란 직업을 가진 사람조차도 쉽게 뇌리에서 떠날 수 없었던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어린 11~12살 사이에 해당됐던 그 시절, 질투와 시기심,  당시 상황이 맞물린 어긋난 화풀이 대상의 결과로 말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사건을 조장했던 어른들의 행동과 묵언의 침묵처럼 치부되던 42년 전의 사건이 오늘의 살인 사건과 결부되어 벌어지는 과정들은 역시나 힘 있고 권력 있던 당시의 직위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의 행동과 처신들을 물 보듯 훤히 들여다보는 부끄러움을 만들게 하며, 어린이 세계에서만이 아닌 어른들 세계에서도 벌어졌던 질투와  함께 어우러진 정황들의 해결 실마리들은 후련함보다는 아픈 마음이 먼저 들게 한다.

 

여기엔 사건의 현장에 참여했던 보덴슈타인의 어린 시절과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려 했지만 결국엔 어쩔 수 없는 엣 시절의 친구들과의 마주침 속에 자신의 냉철한 식견마저 무너져 내리는 허점을 보인다는 설정, 42년 전의 사건으로 인해 애꿎은 한 사람을 마녀사냥 몰아 제정신이 아닌 삶으로 살아갈 수밖에 만든 마을 사람들 모두의 비 인정하고 비 양심적인 행동들의 낯 빛들이 낱낱이 밝혀지는 과정들이 역시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콤비는 여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란 말이 있지만 서로의 가장 끔찍이 사랑하는 자식들을 위해서 벌인 모종의 비밀스러웠던 그 행동의 여파는 마을 사람들의 가슴속에 지니고는 있지만 권위적인 보이지 않는 압력 앞에서 입을 다물로 살 수밖에 없었던 폐쇄적인 공간의 답답함, 죄수 딜레마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는 과정들은 한 편의 여러 인간 군상들을 모두 집합해 제대로 보여주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정신적인 피로와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안식년을 원한 보덴슈타인이 과연 피아에게 자신의 후계 자리를 물려주면서 다음 편에 다시 재 충천하는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지, 이번 책에서는 타 책들보다는 훨씬 개인적인 일들을 그려보고 싶었다던 작가의 말처럼 시간과 공간 모두가 보덴슈타인을 중심으로  그려졌다는 점을 특징으로 뽑을 수 있다.

 

사랑했지만 이별하고 자신이 떠났거나 자신을 떠났던 과거의 모든 여인들과의 관계, 특히 42년 전 사건에서의 동창이자 사돈인 잉카와의 관계는 인간사의 여러 가지 다양한 만남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닌가도 싶었다.

 

기존의 책이 모두 한 권으로 나왔다면 이번 책은 두 권으로 나뉘어 출간이 됐다.

그만큼 사건의 관련된 자들이 모두 마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등장인물들이 많고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를 짐작할 수 없게끔 만든 저자의 상황 설정들이 숲이 울창한 타우누스 지역의 루퍼츠하인이란 지역을 배경으로 펼쳐 그린만큼 역시 이번 작품 또한 제대로 추리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 그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2권 뒤 말미에 저자의 글쓰기의 행동과 철학, 그리고 기존에 나온 책 시리즈 이야기들을 다시 접해보는 재미도 있고 시리즈별로 소장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로즈

로브

로즈
서배스천 배리 지음, 강성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3월

우리나라와 아일랜드는 역사적으로 닮은 점이 참 많다.

지형적인 외세의 끊임없는 침략과 고통, 그 안에서 피어난  문학 대가들의 작품들을 접하노라면 먼 곳에 위치한 곳일지라도 가깝게 느껴지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유명 가수들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영국 팝의 냄새도 나지만 그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아일랜드만의 냄새를 드러낸 가수들의 아일랜드 만의 한(恨) 서린 노래도 심심치 않게 들어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작가가 그려낸 소설은 아일랜드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한 시대를 살아낸 한 여인의 삶에 대한 모습의 잔영이 매끄럽게 다가온다.

 

로잔느 라 불리는 여인, 정확한 나이는 알지 못하지만 대충 100세가 넘은 것으로  파악이 되는 그녀다.

 

나이에 비해 여전히 기품을 잃지 않는 그녀, 그런데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신병원에 수감된 환자다.

그녀가 머물고 있는 정신병원의 낙후된 시설로 인해 곧 새로운 건물로 이사를 가야 하는 와중에 환자들 중에 정말로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온 환자인지, 아니면 시대나 타인들의 뜻에 따라 정신이 말짱함에도 갇혀 있는 사람인지를 구분해 ‘자유’와 ‘격리’ 란 판단을 해야만 하는 가운데 그녀의 주치의인 그린 박사는 로잔느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녀를 진찰하면서 그녀의 과거를 들춰보게 된다.

 

사실 아일랜드란 나라는 역사적으로 세계대전이나 내전 반발, 대기근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고난을 이겨낸 나라들 중 하나다.

그렇기에 이러한 글을 통해서 접해보는 역사 속에 그 시대를 살아갔던 로잔느라는 여인의 증언과 그린 박사의 비망록이 서로 한 챕터씩 번갈아가며 보이는 글들의 흐름은 아일랜드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을 부쩍 키우게 한다.

 

책의 내용상 아일랜드의 역사를 알고서 읽는다면 훨씬 로잔느가 겪어온 인생의 이야기와 그린 박사의 현재의 아내를 잃은 비통함과 애도에 이르기까지의 개인적인 역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도대체 무엇이 로잔느라는 여인을 이런 곳에 가두게 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증언’이란 로잔나의 부문과 ‘비망록’이라고 붙여진 그린 박사 부분이다.

 

왜 로잔느는 ‘증언’이고 그린 박사는 ‘비망록’이라고 구별해 작가는 글의 구성을 했을까?

 

아일랜드의 상처를 담고 살아간 로잔느의 비밀스러운 진실은 그 시대를 누구보다 처절하게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고 이런 로잔느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배우자를 잃은 슬픔과 후회, 그리고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뒤의 반전의 묘미를 꼭 기억하기 위해 구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책에서는 그녀의 아픈 과거와 그녀가 진실이라고 붙든 삶에 대한 기억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를  관통하고 있는 ‘역사’란 이름의  태풍의 곁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사실들, 그럼에도 저자는 역사란 결코 진실로 믿을 수 있는 것인가를 되물으면서  이러한 것에 비유를 로잔느의 기억과 대비를 시킨다.

 

로즈1

 

 

과연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들을 정말로 죽였을까?

그녀가 박사 몰래 적기 시작한 증언의 일부분인 진실과 그녀의 전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신부가 적어놓은 글의 진실 중 어느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를 독자들은 혼동이 오기 쉬울 만큼 저자의 글을 통해  진실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그 시대의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나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 성직자들의 고압적인 자세, 인간 자체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일부 환자들을 천대시했던 행정들과 그 안에서 행해졌던 모든 패악적인 행동들, 이 모든 것을 고스란히 겪어오며 살아낸 로잔느라는 여인의 삶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책도 그렇지만 커다란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고초는 남달리 받아들이게 된다.

영웅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요구와 침묵, 그리고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진실의 한 꺼풀 벗겨낸  그 모든 정황들을 로잔느는 꿋꿋이 견뎌내 살아냈다는 사실, 이미 모든 이에게 버림받았음에도 이것마저도 삶의 한 연장선으로 생각했던 그녀의 삶이 가시 많은 장미, 그중에서도 그녀가 제일 아꼈던 장미의 한 종류처럼 고고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특히 저자가 그려놓은  아일랜드의 풍경과  아름다운 말들의  비유는  아일랜드를 방문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게 만드는 유난히 돋보인 책이 아닌가 싶다.

 

영화로도 상영이 되고 있다는데,  원작과 비교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듯하다.

 

                                                                                                                          
                                            

 

 

 

 

 

 

 

 

눈 이야기

눈이야기

 

눈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책의 첫 표지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책들은 시선에서 일단 호기심을 일으키게 되고 그

내용을 읽다 보면 왜 이런 표지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해를 할 때가 더러 있다.

 

눈 이야기로 다시 나온 책인 만큼 제목 자체도 원작 그대로이다.

처음 눈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는 자연의 현상인 눈(雪))을 생각했으나 저자가 뜻하는

바는 우리들의 눈( )이다.

내용은 눈이란 단어가 주는 폭넓은 생각을 드러낸다.

 

에로티즘의 거장이라고까지 불릴 정도의 저자는 이 책에서 과감한 이야기를, 1.2부로

나뉘어서 그리고 있는데, 1부에서의 내용은 생각처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내용들이었다.

 

 

 

주인공인 16살의 ‘나’는 그 나이 때는 항상 호기심처럼 느끼게 되는 성적인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던 나 앞에 소녀 ‘시몬’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눈의 실체를 여러 가지

다양한 변주된 모습으로 각인을 시킨다.

 

 

달걀로, 소불알로, 다시 눈알로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들, <살로 소돔의 120일>이라는

것에 버전처럼 여겨지는 각 상황들은 읽어나가면서도 쉽게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데, 특히 가학적이지 않은 도구인 접시를 이용해 오르가슴에 이르는 과정의

표현들은 성 도착 자들의 이상적이 아닌 듯한 모습들을 연상시킨다.

 

 

 

 

특히 이 책이 1927년도에 썼다고 하는데 지금의 성 개방시대에 비추어봐도 난해하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는 데서 당시의 이 책의 영향은 크게 이슈가 되었을 것이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여기엔 나와 소녀 시몬 외에 또 다른 제3의 인물인 마르셀을 동참시킴으로써 더욱 그

성에 대한 일탈적인 행위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관습과 도덕적인 것을 논하는

인간들의 생활을 조롱하는 듯한 이들의 행보는 인간과 짐승의 차이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소녀 시몬이 눈이나 알에 집착하는 까닭이 작가가 자신의 아버지가 맹인이었다는

사실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부터 시작해 마비된 몸으로 소변 활동에 지장을 받았던

아버지의 행동을 통해 눈동자가 허공에 매달리듯 뚜렷한 초점이 없는 가운데 일말의

흥분된 모습처럼 보인 것, 이와 같은 맥락으로 영화에서나 다른 책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배설의 쾌감과 성적인 배설 쾌감을 동일시하게 보았다는 저자의 눈길이 이미

저자는 이 모든 행위를 통해 인간과 짐승 간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식의 글을 통해

보여준 것은 아닐까?

 

 

 

 

프랑스라는 나라가 성에 대해서나 사생활에 대해선 고위 공직자도 선을 그어 생각하는

나라인 만큼 이 책이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는 이미 저자가 이 책을 쓴

시대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진 않았을 까도 생각이 될 만큼 책의 외설적인

표현이나 분위기는 우리네 정서와는 쉽게 동질감을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책인 것

만은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수잔 이펙트

수전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한 가지 재능을 가진다면 어떤 것을 가지고 싶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텔레파시도 탐나고, 투명인간도 되어보고 싶고, 루팡처럼 배포가 큰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진 장점도 갖고 싶고..

 

욕심이 과하면 보통보다도 못하다는 것도 알지만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재능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 것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페터 회의 이번 새로운  작품인 ‘수잔 이펙트’는 이러한 재능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을 다룬 책이다.

 

스밀라… 의 책의 연장선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별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는 역시 페터 회의 간략하면서도 짧은 동선과 함께 다양한 변주를 그려낸다.

 

상대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하는 능력, 일명 수잔 이펙트란 불리는  재능을 가진 수잔은 쌍둥이 남매와 음악을 하는 남편 라반과 함께 인도에서 사건을 일으킨다.

자신은 카지노에서 자신을 강간하려 했던 배우를 때려눕혀 25형 선고를 받고 남편이란 작자는 인도 부족장의 딸과 눈이 맞아 도주해 마피아로부터 타깃이 되었으며, 아들은 골동품 밀수로 인해 고소를, 딸은 수도승과 사랑에 빠져 도주 중이다.

 

어찌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갇힌 수잔 가족들…

그들에게 덴마크 국가 기관으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된다.

1970년대에 결성된 ‘미래위원회’ 위원들의 마지막 보고서를 찾아내, 그 내용을 알려준다면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약속-

자신은 대학교수의 자리로, 남편은 음악가로, 아이들은 학교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유혹의 제안은 그들 가족의 분산되고 와해된 가족의 결속을 다지게 만든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이야기를 진행한다.

1부는 자신의 엄마와 같이 찍은 사진을 통해 관계가 있을 듯한 위원회 한 명을 찾아가 단서를 찾는 것부터 시작되어 2부, 3부에 이르기까지 추리 형식이지만 추리는 아닌 듯한 여러 가지 작가가 그리는 모든 생각들의 총집합체인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물리학자로서 모든 발생되는 일들의 과정을 감정과 상황이 아닌 냉철한 자연의 법칙에 의거해 해석하는 수잔이란 인물은 자신과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감성을 드러내는 존재로서도 비친다.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모든 역할을 각 상황이 몰려올 때마다 쇠지렛대 하나에 의지해 사건의 근본적인 본질에 접근하고 그들이 원한 것을 손에 넣는 순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알아차리기도 전에 위원회의 위원들이 하나둘씩 죽어가면서 전혀 예상 밖의 일들로 진행되는 과정은 추리의 형식을 띠면서도 움직임이 많이 살아나는 책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덴마크라는 저자의 고국에 대한 각 지역마다의 특색인 지형을 잘 이용하면서 그 안에 도사린 음모와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차후 어떻게 그 재능을 이용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변화된 생활의 모습과 욕망, 권력욕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대해 생각하는 그들의 이상적인 실천들이 수잔에 의해 밝혀지는 과정이 차분하게 그려진다.

 

 

처음에는 작은 출발로 시작했던 일들이 국가의 개입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전 세계적인 위험의 강도를 의미한다는 설정도 저자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제시의 한 방향이란 생각도 들게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부간에 쌓인 감정의 소통, 부모와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동안 몰랐던 내면의 상처와 이해, 뭣보다 수잔이란 인물을 통해 그녀의 안에 내재되어 있던 또 하나의 인물이란 바로 타인이란 대목이 눈길을 가장 끌게 한 책이기도 하다.

 

나만이 제일이고 자연에 의한 법칙에 의거한 것만이 우선주의였던 수잔의 과학도로서의 냉철함은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가운데 그녀 역시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내재된 인성 안에는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마음의 감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 가족의 해체 위기 이후 사건을 통해 단단히 결속을 다지게 된 가족 간의 사랑 이야기는 추리의 형식을 갖추고는 있지만 역시 저자가 그리는 글의 흐름엔 따뜻한 심성을 드러내 보인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은 긴박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한 템포 쉬어가듯 저자의 노련한 완급 조절이 잘 드러난 작품이란 생각과 함께 이런 류의 추리 형식을 띤 책을 읽어보는 것, 특히 페터 회의 작품을 읽어 본 독자라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운명과 분노

운명과 분오

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태초에 아담과 이브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는 남자와 여자, 금성과 화성에서 따로 온 사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는 다양한 관점에서 두루두루 다루는 문제를 여전히 지닌 존재들이 아닌가 한다.

 

아담의 갈비뼈 덕에 여자 이브가 탄생했고 이후로 남자와 여자의 결합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과정, 그 안에서의 심리변화와 부부로서의 삶에 있어서 다루는 가치들의 연속성은 지금도 많은 논의의 주제로써 다뤄지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의 우선순위를 두었던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극찬했다고 하는 대목, 각종 문학계에서의 인기를 누렸다는 점에서였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눠서 들려준다.

첫 파트인 ‘운명’분은 남편인 로토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부분, 두 번째인 ‘분노’는 아내 마틸다의 시선으로 그려본 내용들이다.

 

첫 파트인 운명의 주인공 아담인 로토-

 

플로리다의 찌는듯한 태양을 벗 삼아 남부러울 것 없이 이루고자 한다면 이룰 수 있는 환경의 남자, 아버지를 닮아 키가 크고 훤칠한 그는 뭇 여성들을 마다하지 여성편력을 지닌 인기 있는 대학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 그런 그가 22살 때 만난 마틸다 란 여인과의 함께 산 인생의 여정을 보여준다.

 

자신이 바라는 바대로 유명 배우로서의 인기를 얻지 못하고 엄마로부터의 결혼 응원을 받지 못한 채 빈곤한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아내 마틸다의 헌신적인 노력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써놓은 희곡은 단번에 그를 인기 작가의 대열에 올려놓게 되고 그 이후 그들 부부는 어느 신혼부부들처럼 빈약했던 지하의 방에서 벗어나 지상으로의 집을 마련하게 되고 이후 그의 모든 작품들은 아내 마틸다에게 보임으로써 부부간의 응원과 충고를 바탕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그들 사이의 부부 관계는  20여 년의 부부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아내의 비밀을 알아버린 로토의 급작스런 죽음을 계기로 ‘운명’은 막을 내린다.

 

이후 두 번째의 ‘분노’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운명의 로토가 지극히 그가 선망했던 유명 작가의 작품 속의 대사나 유사성에 비춘 듯한 설정처럼 보이는 장면들의 연속성을 실제 삶에 같이 투영시킴으로써 넘치는 은유적인 표현들, 자신이 아내의 첫 남자임을 의심치 않았던 결혼생활에 밝혀지는 아내의 비밀들은 읽는 내내 한편의 서사적인 서술방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남자의 탄생서부터 유년기, 대학생활, 그리고 넘치는 결혼생활의 일률적인 묘사 방식 때문에 독자들은 시간의 흐름을 같이 견디며 읽어나가는 끈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노는 현대적인 문학적인 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듯한 서술방식으로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마틸다가 지닌 분노는 어디서부터 간직되어 왔는지에 대한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이야기들이 섞이면서 그녀 나름대로 결혼 생활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지만 남편이 바라보고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변해 버렸단 사실에 대해서, 아니 더 오래전 유아기 시절부터 오렐리란 이름으로 불리던 그 시절부터 시작된 분노의 태고는 이후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로의 분노, 그 모든 것을 합쳐 보인듯하게 보인다.

 

책은 확실히 여러 가지 토론할 주제들을 던지게 한다.

같은 상황에 대해서 남자가 생각하는 대목이 여성인 마틸다가 바라보는 시각과는 현저히 달리 받아들이는 과정, 요즘에 흔한 말로 나를 만나기 이전의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비교한다면 분명 로토는 속이 좁은 남자로 비추어질 것은 분명 하나,  모든 여자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가 마틸다란 한 여자에게 올인할 정도의 사랑이었다면 분명 그가 느꼈을 거짓에 대한 배신감은 큰 충격과 함께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로토의 실망

 

다만 말하지 않았을 뿐인 사실들, 그것이 현재의 결혼생활을 영위해오는 과정에서 마틸다  나름대로 남편 로토가 오늘날 인기 있는 작가로 서기까지 일심동체처럼 그의 원고를 다듬고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조치를 취했던 모든 과정들이 인정받을 수없었던 것일까?를 생각해 볼 때 부부간의 신뢰란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인정받아야만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그녀는 내 인생의 운명이라고 여기며 살았던 한쪽이 진실을 알아버린 순간과 자신의 진실된 사랑을 위해 그것을 굳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보다 나은 결혼을 유지하려 했었던 여자의 관점을 통해 서로 다른 타인들이 만나 어떻게 신뢰와 믿음, 그리고 사랑이란 이름 아래 그 모든 것을 덮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패러독스

 

 

결혼이란 제도로 묶인 두 남녀 간 두 주인공의 삶도 그렇지만 여기엔 주변의 인물들 또한 반전의 묘미를 주는 내용들도 또 다른 관점을 보이게 한다.

 

로토의 엄마가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던 배경과 그 이후에 드러나는 새로운 비밀들, 로토의 친구 콜리가 느끼는 감정들에 이어서 마틸다와의 경쟁처럼 보이는 심리와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 구도는 전혀 예상 밖의 결과를 드러내는 과정들이 모두 한데 엮여서 진행되기에 이 책은 부부라는 이름의 두 남녀가 겪는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두는 관점과 그 이후에 수용하는 자세의 결과, 또 다른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부부란 영원한 사랑 이외에도 끈끈한 결속인 공동체라는 동지애를 같이 껴안고 가는 사람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60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 운명 파트에는 수월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연극적인 대사와 로토가 쓴 희곡의 대본들이 나오고 공동작업을 하는 음악가와의 관계를 두고 벌이는 부부간의 긴장감들을 넘기고 나면 비로소 한숨을 돌리게 되고 이후 분노에 이르게 되면 로토가 벌인 잔치에 마틸다가 그 잔치에 들어감으로써 전혀 다른 관점을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에 후반부는 훨씬 빠르게 진행이 되어 이어진다.

 

저자가 그리는 두 남녀 간의 인생의 흐름을 통해 부부란 과연 어떤 관계인가?, 때론 진실을 말해야 할 때도 있지만 마틸다처럼 거짓으로 둘러싸인 인생이 한순간에 파도가 일 만큼 거짓으로 둘러싸여 있다면, 적어도 그녀가 로토에 대한 사랑만은 진실이었다는 믿음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머릿속에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게 한 책이다.

 

난쟁이 백작 주주

난장이주주

난쟁이 백작 주주
에브 드 카스트로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난쟁이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요?

 

내 경우엔 첫 번째로 연상되는 것은 왕좌의 게임에서  나오는 인물, 두 번째는 곡마단에서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 세 번째는 영화나 책 속에서 재주와 비상한 용기를 보여줌으로써 주인공과 함께 여정을 이어가거나, 아니면 아주 정 반대로 나쁜 이미지로 모든 악을 행하는 인물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이 책은 실존 인물인 폴란드의 유명한 난쟁이 백작 유제프 보루브와스키(1739~1837)의 회고 록을 바탕으로 저자가 재구성한 역사 실물 소설이다.

 

98세에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가 살아낸 역사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삶을 끝까지 보통의 사람들처럼 살고 싶었던 사람, 백작임에도 불구하고 광대, 연주를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의 생애는 한편의 실제 인생이 아닌 드라마처럼 다가오게 한다.

 

태생 자체는 높은 폴란드의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그의 아버지, 안톤 보루브와스키 백작은 전 재산을 탕진한 후 자살로 삶을 마감했고 어머니는 집안 형편상 아들을 다른 귀족 집에 입양을 시킨다.

 

100센티미터도 안 되는 그의 아담한 신체 사이즈로 인해 입양된 집의 귀부인은 그의 본 이름 대신에 불러준 이름이자 별명이 되어버린 것이 바로 ‘주주’

프랑스 말로 장난감이란 뜻이다.

말 그대로 그의 인생은 귀족들에게 재주를 부리는 광대로 살아가게 되지만 어떻게 보면 어른의 모습을 지닌 성인보다도 더 완벽한 비율을 지닌, 그저 키만 작을 뿐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겉모습만 보고 장난감이라고 놀리는 사람들 앞에서 그는 뛰어난 언어 능력과 춤을 통해 귀족과 서민들 사이를 오고 가며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처신을 하게 된다.

 

 

역사적인 실존 인물을 다룰 때는 실제 인물의 동선과 그에 따른 삶에 대한 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떻게 어필이 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주주란 이름을 가진 한 작은 소형 인간이라고 불리는 난쟁이의 삶을 통해 당시나 지금이나 자신보다 뒤처진 사람들을 대하는 시선들의 오만함, 그들이 느끼는 우월감 속에는 과연 주주만큼이나 비범하고 영리하며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사람들이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타인이 지닌 생각이나 행동을 무슨 잘못되고 이상하다는 식의 잣대를 내세운 당시의 사고방식들은 여전히 지금도 진행 중이란 사실을 주주란 인물의 인생을 통해 또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과정들이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게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들 인간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두 개의 인격을 분리해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주주의 삶은 필사의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 더군다나 신체만 작을 뿐이지 그도 사랑의 감정을 느낄 줄 아는 한 보통의 인간임을 생각할 때 그가 살아온 전 생애에서의 이런 감정조차도 쉽게 이루어낼 수 없었던 안타까움은 책을 읽으면서도 그 느낌이 쉽게 잊히질 않게 한다.

 

 

 

당대의 유명한 실존 인물들이었던 마리아 테레지아, 마리 앙투아네트, 루이 15세와 16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실존 인물들의 등장과 그들과 함께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갔던 주주 백작-

 

난쟁이의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속설에도 불구하고 그는 98세라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의 회고록 조차도 끝내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3번의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가난했다니 사람들의 시선과 외면, 멸시를 고스란히 받아가며 꿋꿋이 살아간 그의 삶 자체가 위대해 보인단 생각이 들게 한다.

 

죽음보다는 가난을 더 두려워했던 주주의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는 후세에 그의 회고록이나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에게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시대의 흐름에 자신의 인생을 짊어지고 살다 간 한 소박한 인간이자 , 보통의 일반인들보다 더 강한 삶을 살다 간 인물이란 생각을 해 보며, 아마도 이 책의 발간을 통해 지하에서나마 위안을 받지 않을까 하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