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인간에게 있어서 음악이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흔한 말로 실연을 당한 사람들은 유행 가사의 가사들이 하나같이 내 이야기 같다고 느낄 때가 많고 어느 한 구절을 특정해 기억해내며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심어줄 정도의 음악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음악이 주는 다양한 역할은 실로 크다고 느끼게 된다.

 

뮤즈의 신, 인간에게 어떤 음률과 선율을 주고 익히게 하는 과정에서 발전되어 온 음악의 신은 과연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어 했을까?

사실 가장 기본적인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클래식에 관해선 유명한 구절만 약간씩만 알뿐 그 깊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외한으로서 모처럼 음악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를 접했다.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온다 리쿠의 신작, 제목도 꿀벌과 천둥이다.

언뜻 보면 제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제목 안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과연 무엇일까?

 

음악 중에서도 클래식, 그 가운데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인다.

 

전 세계 다섯 개의 대도시에서 진행되는 오디션으로 시작되는 대회, 그중에서 일본의 요시가에 에서 벌어지는 대회는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며 이 콩쿠르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음악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인 것처럼 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각각의 사연들은 모두 음악이 곧 자신의 인생이고 시작이며 그 힘든 과정을 무던히 이겨나가며 참가한 사람들이다.

 

이들 참가자 중 참가한 16살의 가마자 진-

 

양봉업자인 아버지를 따라 일정한 교육도 아버지로부터 받고 있는 학생이자 한없이 순수한 청소년이 오디션에 참가하면서 심사위원들은 특히 그가 유지 폰 호프만이 타계 전까지 직접 찾아가며 가르쳤던 제자란 점, 스승의 음악 패턴을 따라 하지 않은 과감한 음악 연주 때문에 합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게 하는 존재로 비친다.

 

세계적인 거장으로서 얼마 전 타계한 유지 폰 호프만이 보내온 한 장의 추천서는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한다.

 

 

 

 

여러분에게 가자마 진을 선사하겠다.
말 그대로 그는 ‘기프트’이다.
아마도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시험받는 것은 그가 아니라 나이자 여러분이다.
그를 ‘체험’하면 알겠지만, 그는 결코 달콤한 은총이 아니다.
그는 극약이다.
개중에는 그를 혐오하고, 증오하고, 거부하는 이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 또한 그의 진실이며, 그를 ‘체험’하는 이의 안에 있는 진실이다.
그를 진정한 ‘기프트’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재앙’으로 삼을 것인지는 여러분, 아니, 우리에게 달려 있다. (‘녹턴’ 중에서)

 

 

 

클래식계에서 고정되다시피 한 불문율을 어기면서 자유자재로 음악을 다루는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합격이냐 불합격이냐에 대한 진퇴양난에 빠진 심사위원들의 고충은 음악을 한평생 자신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살아가던 그들에게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여기에 각 참가자들마다 갖고 있는 사연들, 또한 흥미를 유발한다.

유명 인사의 제자로 능력이 출중한 일본인 혼혈 마사루, 28세의 악기점 회사원인 다카시마 아카시, 한때 천재로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으나 엄마의 죽음 이후로 잠적하다시피 은둔 생활에 접어들고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던 에이덴 아야까지 , 이들을 중심으로 총 3번의 본선 진출을 가기 위한 경연의 진행 과정과 최종 본선에 오르면서 그들이 펼치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장면을 끝없이 보여준다.

 

 

애제자로 남길 원했지만 받아들여주질 않았던 유지 폰 호프만이란 스승에 대한 경도 외에 서운함, 그 가운데 가자마 진 이란 청소년의 때 묻지 않은 음악으로 하여금 음악이 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깨달아가는 아야의 깨우침, 그리고 평범한 집안의 한 가장으로서 자신의 꿈을 뒤로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아가시가 평소에 느꼈던 음악에 대한 신조를 통해 이 책은 경연이란 장치를 펼치고 그 안에서 마음껏 자신들이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었던 음악이란 것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게 한다.

 

클래식 경연대회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이처럼 피를 말리는 과정이 있음을, 오로지 자신의 재능과 그 당시의 분위기와 체력의 안배, 곡 선정이라든가 피아노 조율사의 중요성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저자의 세세한 표현은 시종 부드러움의 극치를 보인다.

상대의 음악을 통해서 자신의 모자란 점을 알아내고 다시 다듬는 정신의 숙련 과정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알듯 모를 듯한 청춘들의 로맨스, 가자마 진이 펼치는 음악의 향연은 비록 책 속이었지만 독자로서 그 현장에 가보고 직접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의 표현은 압권이었다.

 

 

 

음악을 밖으로 꺼내어 나오라는 뜻, 스승 유지 폰 호프만과의 대화를 기억하며 스스로에게 어떤 음악을 표현할지에 대해 심사숙고를 하는 가자마 진이란 인물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부족함이 있었기에 그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집중력을 과시하며 연주할 수 밖에 없었던 과정들이 사뭇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음악이 주는 전개 과정이 하나의 맞물림처럼 이어지는 흐름이 즐거움을 선사한다.

 

– 하지만 굉장히 어려울 거야. 진정한 의미로 음악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음악을 가둬두는 건 홀이나 교회가 아니다. 사람들의 의식이야. 경치가 아름다운 바깥으로 데리고 나갔다고 해서 ‘진정’ 소리를 데리고 나갔다고 할 수 있을까? 해방했다고 할 수 있을까? -p305

 

책을 통해 음악이 주는 기쁨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책, 바로 유지 폰 호프만이 말했던 가자마 진은 과연 기프트였단 생각이 든다.

 

 

인간에게 있어서 음악이란 경쟁도 사소한 시기심도, 질투도 그 어떤 모든 것도 넘어서 하나의 일체감을 불어넣을 수 있은 매개체라는 사실, 인간에게 과연 음악이 없었다면 무슨 낙으로 살아갔을까를 궁금해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경연 대회마다 연주하는 음악의 제목과 그 음악을 만든 음악가의 배경은 물론 특히 음악을 통해 하나의 그림처럼 묘사한 부분들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하나의 커다란 구상과 그 안에서 자유자재로 관객들을 이끌 수 있는 인간이 가진 힘, 거기에 자연의 소리인 꿀벌과 천둥처럼 몰아치는 피아노란 악기가 가진 그 괴력의 소리는 우아함의 극치였다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

 

 

읽으면서 저자가 상당한 조사를 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글 하나하나가 모두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 만큼 감동적인 책, 아니나 다를까 첫 구상으로부터 12년, 취재 기간 11년, 집필 기간 7년이 걸렸다고 하니 2017년 제156회 나오키상 수상작, 서점대상 2회 수상’이란 타이틀을 받을만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처럼 책에 나오는 클래식을 찾아 들으며 읽었다.

그만큼 음악의 표현이 정말 궁금하게 만들었고 저자가 그린 문체의 세계가 음악과 맞는지를 알아보고 싶게 만들었던, 모처럼 귀가 호강한 작품이었다.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참을수 없는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짧지만 우아하게 46억 년을 말하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7월

역사라는 것은 승자에 의해 쓰였고 그것을 토대로 우리들은 기본으로 삼아 알아간다.

이미 한 시대를 풍미하는 많은 사건들을 접할 때면 지금의 현실과 비추어서 비교하고 토론하고 그러면서 역사관을 갖추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의 심각한 부분들을 아주 쉽고도 재밌게 다루고 있다.

 

그만큼 역사란 말에 대한 중압감을 벗어나며 좀 더 가깝게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처음부터 이 책은 서양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이야기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동양인과 서양인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거나 공통된 부분들을 갖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책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저자의 말처럼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읽어야 할  사건들이 많은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역사의 한 부분을 다룰 때 이름이 붙여진 사건이나 날짜. 인물들에 연연하지 않고 그림과 연표, 심지어 그 흔한 지도도 없이 읽어 나갈 수 있는, 말하자면 저자의 책 제목처럼 세계사를 농담처럼 다룰 수 있게 한 점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그렇다고 농담 따먹기 식의 이야기는 아니고, 예를 들어 14세기에 유럽인들을 공포에 몰아버린 흑사병, 인쇄기의 발명으로 인해 대중들이 갖게 되는 시대의 인식과 르네상스의 부활, 상식처럼 여겨지는 인간에게 음식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글들은 독일 최대의 부수 신문 〈빌트, 유수 매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는 경험이을 고스란히 녹여낸  책이 아닌가 싶다.

 

– “역사는 객관적 진실을 붙잡는 학문이 아니다.  역사란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관점으로 정리된 결과이다. 사실로 가득한 한 무더기의 서류철보다 동화 속에 더 많은 진실이 응축되어 있을 때도 있다.”

 

단숨에 살펴보는 46억 년의 이야기”는 간략하게 요약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큼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알아가는 세계사에 대한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 특히  ‘서양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를 논하는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들 중에는 종교를 빼놓을 수가 없는 만큼 바울의 업적을 높이 사고 있는 부분들은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개인’의 의미와도 비교해 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 대목이다.

 

세계사의 변화를 알고는 싶으나 부담을 갖는 독자라면 이 책 한 권으로 우선 시작해보는 어떨까?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다시 펼쳐서 읽는 재미도 있고 몰랐던 부분들은 이번 기회에 알아가는 재미도 주는, 다양한 주제에 걸맞은 저자의 시종 유쾌하면서도 가볍고 그런 가운데 진중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살아있는자수선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이승에서 태어나 저승을 가는 우리들의 인생에는 참으로 많은 굴곡들이 있다.

이별이란 말이 통칭하는 그 의미 안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연들이 있지만 특히 장기 기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을 통해서 또 한 번 삶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본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지방의 어느 의사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평소에 자신의 소신대로 서약했던 장기기증을 한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장기 기증 서약이란 말이 흔하게 들려오고 들어봤지만 이때만큼 큰 충격을 받은 적도 없던 것이 내가 알고 있던 장기기증의 범위에 관해서였다.

막연히 알고 있던 중요한 장기는 물론이고 이 의사는 생전에 뼈까지도 모두 기증을 한 상태란 점, 그때서야 아! 장기 기증에는 사망선고를 받은  목숨 전체가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랐다.

 

19살의 시몽 랭브르는 친구 2명과 함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핀을 즐기는 청년이다.

책의 표지에도 나와 있지만 파도의 강약의 세기와 심장의 높낮이를 드러내는 듯한 그림이 곁들여져 있기에 이 책에서 의미하는 바를 십분 느끼게 한다.

 

서핀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차 사고를 당한 채, 응급실에 실려온 시몽-

사망선고를 받고 곧바로 부모와 함께 의사는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은  섬세하게 다룬 문체가 시종 24시간을 그리고 있으며, 그 안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사연들을 지닌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자, 장기 기증 서약을 받고 이행하기 위해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는 의사, 금 같던 내 자식이 어느 날 한 순간에 식물인간 취급과 함께 장기기증자로 선택받는 과정을 겪는 부모들의 비참한 마음의 심정이 고스란히 내보인다.

 

– ‘개죽음은 아니다, 이건가요?
알아요. 다 압니다. 이식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고, 누군가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린, 그게 시몽이란 말입니다.
우리 아들이요. 이걸 이해하겠소?’-157p

 

삶과 죽음은 종이장 한 장 차이라고도 하지만 막상 내 자식이,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이런 일들을 당하고 있다면 과연 나는 이런 수락을 흔쾌히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지는 선뜻 내킨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의 의식 속에 내재해 있는 죽음에 관한 것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시몽의 부모처럼 자식의  죽음을 인정하면서 장기기증을 허락하기까지의 과정이 읽어나가기가 참 어려웠던 책이기도 했다.

 

책은 장기기증과 장기 기증을 수락하는 부모와 의사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진행 과정, 장기 기증을 받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게 그린 작가의 글이 시종 가슴을 울리게 했다.

 

한 생명의 죽음으로 인해 또 다른 삶으로 태어난다는 사실 앞에서 이 소설이 표현하는 내용들은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고, 또 그런 의미에서 장기 기증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다음 사람을 죽여라

다음사람죽이기다음 사람을 죽여라
페데리코 아사트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남미 문학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마술적 리얼리즘을 연상한다.

유명 작가의 작품들의 대표작들을 시작으로 떠오르는 연상이 바로 이러하고 이러한 문학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이 작품으로 인해 그런 각인된 시선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도 싶은  작품을 접했다.

 

스릴, 추리물. 특히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심리를 주제로 다룬 책들은 어떤 활발한 활동의 범위가 아닌 지극히 한정된 공간 안, 내면에 감춰진 그 어떤 것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충격과 반전, 그리고 액션 지향의 활자가 아닌, 그러면서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매력의 포인트를 제대로 그려낸 작품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주인공 테드는 아내와 딸을 놀이공원에 놀러 가게 하고 집안에 홀로 남아 자살을 이행하려고 한다.

권총을 집고 자신에게 쏘려는 순간 누군가가 계속 문을 두드리며 자살을 방해한다.

 

문을 열고 보니 린치란 남자가 있었고 그는 자살을 하느니, 누군가를 당신이 죽여주면 또 다른 누군가는 당신을 죽여줄 것이다.  이런 제안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실 나 스스로 자살을 해서 가족들에게 실망을 안기느니 차라리 누군가에 의해 죽는다면 남은 사람들에게 상심의 고통은 덜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 테드-

 

 

린치의 제안을 받아들여 두 사람을 죽이게 되고, 그 이후 자신에게 올 그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데, 이야기는 전혀 뜻밖의 진행상황을 거치며 독자들을 어지럽게 만든다.

 

이러한 전개의 과정이 테드가 만들어 놓은 환상이란 점, 테드를 상담하는 의사 로라의 주도하에 그가 감추고 있는 진실에 다가서면서 그가 왜 이토록 괴로워하는지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게 된다.

 

책은 인간의 의식 속에 숨겨진 자신만이 알고 있는 끔찍한 기억을 간직하기보단 피해보려는 의도적인 행위와 그 행위를 통해 과연 테드에게 벌어진 일들은 어떤 것이 진실이고 환상에 그친 부분들은 무엇인지를 도통 헷갈리게 하면서 책의 흐름을 제대로 짚고 읽어나갔나 하는 의심마저 부여한다.

 

테드가 보았던 주머니 쥐의 출현, 과연 아내와 자신이 죽인 자인 웬델과의 불륜은 사실인지, 린치가 말한 사실대로 실행에 옮겼지만 정작 린치란 사람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의 도입 부분부터 강렬하게 와 닿았지만 이토록 반전과 반전, 미리 이런 류의 책들을 통해 대강 진행의 예상 정도는 하고 읽지만 이 책은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읽어보면서 같이 의논을 하고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하는 책들은 드문데, 이 책은 그런 범주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리뷰를 쓰는 데에 있어서 스포를 하고 싶지 않은 책이기도 했다.

(독자들이 상상하는 그대로의 예상을 허무는 반전의 맛을 즐기시라고~)

 

 

저자가 오랜 구상 끝에 다듬은 글의 진행이 확실히 인상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작가 미쓰다 신조가 말했듯 ‘독자의 모든 예상을 가차 없이 배신하는 소설’이라고 했던 말이 결코 그저 허투루 한 말이 아님을 증명해 준 책이다.

 

첫 구절을 읽는 순간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심리 스릴을 원하시나요?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단연코 압권이라고 추천할 수 있는 책에 한 표를 던질 수 있게 하는 책, 여러분도 지끈하고 무더운 이 계절을 잠시나마 탈피하고 싶다면 기억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가는 테드와의 여행은 어떠신지요?

굿 미 배드 미

굿미

굿 미 배드 미 미드나잇 스릴러
알리 랜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7월

내 이름은 애니-

곧 얼마 있으면 16살이 된다.

16살 생일날 멋진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엄마, 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

학교에 데려다준 엄마를 뒤로 하고 곧바로 경찰서에 직행, 엄마의 모든 것을 낱낱이 고발한다.

 

이야기의 첫 시작부터가 흥미를 끈다.

경찰서에서 담당자 앞에 앉아 엄마가 무엇을 저질렀는지, 그 집에서 자신이 무엇을 보았고 행동해야만 했는지에 대해서,,,,,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경찰은 엄마를 체포하게 되고 이후 애니는 잠시 동안 그녀를 보살펴줄 심리학자인 마이크 아저씨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같은 나이의 피비란 딸과 아내를 둔 행복한 가정, 비로소 자신이 그동안 무엇을 바라왔는지를 절실히 느끼며 그들의 가족 속에 동화되길 원하는 애니, 아니 이제는 밀리란 이름으로 새로 태어난 청소년이자, 그녀에 관한 비밀은 아저씨와 아줌마, 그리고 그녀를 보호하고 감찰하는 준, 그 밖의 희소성에 가까운 사람들뿐이다.

 

여성 보호소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엄마는 가정 내의 폭력을 피해 잠시 머물던 보호소에서 만난 여인들의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을 잠시 맡겨 보살핀다는 명목으로 데려오고 그 아이들을  학대하고 죽인다.

애니 또한 그러한 그녀의 엄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행동 제약과 폭력의 희생자였고 오빠마저 엄마의 손을 피해 달아나기 위해 집을 떠났을 때 애니 자신은 그 집을 떠나지 못한 것을 후회로 알고 살아가지만 어쩔 수 없는 엄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녀다.

 

책은 엄마의 재판을 앞두고 마이크 아저씨의 집에 머물면서 학교 생활에 적응해가는 밀리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과 밀리를 자신보다 더 보살피는 부모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피비의 광기 어린 행동과 말들을 통해 한 소녀의 성장기에서 오는 불가항력적인 정신 이상의 영향과 엄마란 존재를 벗어나고자 하지만 그마저도 환청과 환상에 시달리며 엄마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밀리, 아니 애니란 소녀의 몸부림을 그린다.

 

부모의 영향력이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지만 특수한 정신이상을 가진 엄마란 존재 앞에서 힘없고 나약했던 소녀가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엄마가 행해왔던 모든 것들의 진실과 타인 앞에서 결코 밝히지 못한 자신의 비밀 두 가지는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 자기 존재를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지하 세계의 여왕에게, 평범한 모습이지만 내면에 악마를 키우는 엄마에게, 사이코패스의 뇌는 보통 사람과 다르다. 나는 내게 주어진 확률을 생각해보았다. 80퍼센트가 유전이고 20퍼센트는 환경적 요인이다.

 

그러니 나는.

100퍼센트다. – p 104

 

엄마를 따라 하려 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내재된 사악한 악마적인 기질을 가진 나쁜 나, 보다 정상적인 환경에 적응하고자 노력하고 죽어가는 아이에게 행했던 행동 그 자체는 선하고 착한 나란 존재 사이을 오고 가는 이중성격을 내재하고 있는 밀리의 말과 행동들은 사뭇 어떤 보다 완벽하고 철저하게 설계된   계획이 아닌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 자신에게 유리하게 그 순간을 모면하려 하는 인간의 안에 숨겨진 본성을 제대로 그려낸 모습들이 충격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저자의 이력에서 보듯 청소년의 생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만큼 피비가 제대로 밀리를 인정해주고 함께 했었더라면 결과는 어떻게 변했을지도 상상해보게 된다.

 

어떤 장면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마저 위태로웠기에 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애니의 처지가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엄마처럼 타인에게 다가가 무서움을 유발했던 행동들을 볼 때면 자기방어가 오히려 또 다른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빠져나오려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엔 엄마를 답습한 애니, 아니 밀리의 행동은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그녀 안에 숨겨진 선과 악 중 어떤 것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하는 책이다.

 

소멸의 땅…서던리치 1

소멸의 땅소멸의 땅 서던 리치 시리즈 1
제프 밴더미어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6월

SF 시리즈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 책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방치되다시피 한 버려진 땅으로 불리는 X구역

군사 기지에 인접했던 곳이고 30년 전 경계를 만들고 탐사에 나섰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돌아왔어도 암에 걸려 죽게 된, 연유를 알지 못하는 곳이다.

 

X구역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다루는 비밀 기관 서던리치-

이 구역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열두 번째 탐사대가 출발을 하게 된다.

이들의 구성은 모두 여성들이란 점이 눈에 띈다.

즉,  생물학자인 ‘나’, 인류학자, 측량사, 심리학자.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생물학자인 ‘나’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이들은 드디어  X구역에 도달하지만 최소한의 무기만 가지고 온 이들은 눈앞에 나타난 탑을 보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모두들 탑에 대해 다른 이견들을 나타내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가운데 적대하거나 각자의 임무에만 충실하려는 태도는 보이는 이들은 ‘나’가 발견한 ‘포자’들로 이루어진 글자들을 목격하면서 긴장은 고조된다.

 

‘포자’들이 급기야는 자신을 덮치고 들이키는 가운데 간신히 탑을 빠져나온 ‘나’는 심리학자가 최면을 걸지만 걸리지 않는 사실, 다른 일행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가 죽음으로 발견이 되는 과정에서 리더인 심리학자마저 사라져 버리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단 둘이 남아있게 된 상황인 ‘나’와 측량기사는 서로 의견을 달리하며 발견한 등대로 홀로 가버리는 측량기사의 행동까지….

 

어떤 무서움이 도사리고 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이상한 세계인 X구역 안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탐사과정은 3부 시리즈인 만큼 속 시원하게 비밀들을 알려주기 않은 채 1권이 마무리된다.

 

 

탐사를 나섰던 사람들이 보았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 무언가로 인해 죽어가는 원인이 되었는지, 독자들은 읽으면서 비밀의 구역을 그린 장면과 그 안에서 탐사의 과정을 거치며 진정으로 힘을 합쳐야 할 때마저 외면하는 사람들의 행동들을 엿볼 수가 있으며 이 가운데 미지의 생물체에 대한 궁금증, 생존에 관한 욕구와 더불어 자신도 모르게 점차 X구역에 동화되어 가는 ‘나’의 변화되는 과정이 오싹함을 전해준다.

 

세상에는 풀리지 않는 미 해결의 미스터리가 난무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X구역에 대한 호기심을 책의 상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의 상황처럼 그려지는 재미와 스릴을 주기에 이런 류의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1부 만으로도 많은 상을 수상한 저력이 있기 때문일까?

이미 엑스 마키나의 알렉스 갈런드 감독, 나탈리 포트먼 주연으로 영화를 촬영 중이라고 하는 만큼 내년의 개봉이 기대된다.

 

케미스트…그녀의 변신은 무죄

케미스트케미스트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7월

첩보를 다룬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이라고 묻는다면 쉽게 말하지 못할 만큼 요즘의 문학에서 다루는 캐릭터들이 정말 다양하게 많다.

그런 범주에서 특히 남성들이 이미지가 강한 가운데 전혀 상반된 여자, 그것도 제대로 훈련을 받은 요원 출신이 아닌 심문에 관한 한 전문가라면?

 

이런 말들 하나만으로도 어찌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고 생각되는 만큼의 매력적인 여성을 만났다.

 

그녀가 가진 치명적인 무기들이라고 하면,  뛰어난 체력에서 오는 강인한 훈련으로 무장된 것이 아닌 자신의 주전공인 약물이다.

특히 여성들이 치장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목걸이, 반지, 귀걸이, 벨트, 바지에 숨겨진 칼, 언제든지 자신을 추적해 죽일 수 있는 자들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약물 가스와 부비트랩, 침대가 아닌 침낭과 욕실에서 방독면을 쓰고 자는 여인이다.

 

확실한 자신의 이름은 이미 오래전에 사망한 자로 기록에 남겨진 여인, 오늘은 알렉스란 이름을 살아가는 여인이다.

 

그런 만큼 언제나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가는 자신에게 자신의 상사가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죽게 되면서 자신의 목숨조차도 수시로 위협에 시달리자  가명으로 된 이름을 사용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그런 어느 날, 자신을 끊임없이 죽이려고 하는 예전 상사로부터 제안을 받게 된다.

무려 100만 명의 목숨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면 그녀의 삶은 또 다른 회생과 희망, 행복의 삶이 보장된다는 것-

 

그녀는 이런 요구를 물리치지 못하고 자신만의 특기인 주사 약물을 숨긴 채, 파일을 토대로 범인을 추적해나가는데…

 

전작인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돌풍을 일으킨 저자의 새로운 작품이다.

이번엔 뱀파이어가 아닌 목숨을 담보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심문하는 자, 바로 그녀의 또 다른 자아인 케미스트를 불러내어 괴물들로부터 정보를 캐내는 여인, 하지만 일이 꼬이다 보니 전혀 예상 밖의 인물 대니얼과 그의 쌍둥이 형제인 캐빈과 얽히면서 또 다른 정보를 입수하고 비밀을 밝혀내면서 벌어지는 과정이 로맨스와 버물려 한층 흥미를 준다.

 

– 그녀는 이제 다른 자아, 그 부서에서 ‘케미스트’라 불렀던 자아를 불러냈다.
케미스트는 기계다. 냉혹하고 끈질긴 괴물이 이제 풀려났다. (본문 중에서)

 

오로지 연구밖에 몰랐던  여인, 그러나 그녀 곁에 다가온 새로운 남성 대니얼과의 관계는 그녀가 지니고 있던  기존의 생활 방식으로부터  혼란을 불러오고 그런 가운데 진정한 사랑의 느낌이란 무엇인지를, 자신도 그러한 느낌을 갖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 대니얼이란 캐릭터는 부드럽게 각인이 된다.

 

좌충우돌 캐빈과의 앙숙인 듯 앙숙이 아닌 동지애와 모든 고난을 헤쳐나가면서 이루어지는 과정들은 치고받고 상대를 무너뜨리는 피의 현장이 난무한 살벌한 그림들이 아닌 여성만이 가지는 조심성과 세심함, 그런 가운데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과정들이 사랑스럽게 그려진 책이다.

 

기막힌 타이밍에 자신의 온 힘을 기울여 탈출하는 과정들은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에 남을 만한 것이 아닌가 싶고, 아마도 트와일라잇처럼 영상으로 만난다면 또 다른 여성 전사의 탄생을 알리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이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 딱 좋을 책이다.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남편죽이기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우선 표지가 무척 눈길을 끌었다.

기존의 책 표지와는 다르게 책갈피로도 사용될 수 있을 용도의 또 다른 커버는 이색적이었던 것만큼이나 제목 또한 섬뜩하지 않은가?

처음엔 무슨 스릴러의 내용이 담긴 것일 줄 알았다가 전혀 뜻밖의 생생한 보고를 담은 내용들이라 좀 더 다른 방향의 접근을 요한 책이었다.

 

남편표지2

 

우선 맘고리즘(Mom+Algorithm)’이란 말을 아시는지요?

여성들이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겪는 고통의 신조어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의미를 훨씬 폭넓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육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라면 무척 관심을 끌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청년 고용, 여성 노동 분야, 르포 아이를 낳지 않게 하는 사회, 르포 보육 붕괴를 집필한 저널리스트 고바야시 미키다.

이 책은 이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현실에서 오는 육아의 괴리감, 특히 엄마들의 입장 대변과 아빠들의 입장 대변을 통해 어떤 문제점을 제시하고 해결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육아현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여기서 만난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는 사실, 사실 소설이 허구이긴 하나 현실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의식 아래 펼쳐진 이야기를 르포 형식의 내용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책날개의 끝 부분에 나온 문구는 더욱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일깨워준다.

 

동상이몽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세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전업주부들 또한 육아라는 고충에서는 모두 힘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직장맘과 전업주부들이 겪는 분노의 사례들을 다룬 이 책은 사회적인 시선에서 오는 여성들이 갖는 불합리한 시선, 다시 복직이란 어려운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험난한 육아의 해결 문제, 지금 젊은 부부들을 그나마 이러한 분담 역할이란 면에서 많이 개선이 되고 있지만 역시 육아의 몫이라 하면 여전히 엄마의 존재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특히 베이붐 세대의 아빠들이 생각하는 아내에 대한 존재 의식은 막연히 무상 노동 시간을 무시하는 것과 동시에 아내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 틈에서 자신 만의 역량을 발휘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란 말처럼 요원한 상태로 전락하는 실태를 저자는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남편들의 입장은 어떨까?

법적으로 육아휴직이란 것이 있긴 하지만 남자가 이런 휴직계를 낸다는 현실은 그저 꿈같다는 것, 주위의 눈치를 보기 일쑤고 많은 것도 아닌 2주간의 육아휴직 자체도 신청하기란 고단한 현실 앞에 사회적 문제인 고용악화, 비정규직들이 갖는 불안함, 수입의 일관성 없는 현실, 이러한 것들을 회사의 입장에선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답보 상태의 일들은 비단 일본뿐만이 아닌 현재의 우리나라의 실정과 판박이처럼 똑같단 생각이 들게 한다.

 

육아고충

 

물론 실제로 남편을 죽이는 행위와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무엇이 아내들을 그 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일까? 어쩌면 어느 부부라도 남의 일로 넘길 수 없는 공통된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p 8

 

 

서로의 이상이 맞아 결혼과 출산이란 것을 이룬 가정 내에서 이러한 동상이몽식의 부부관계는 육아하는 공통의 분모를 안고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남편이 생각하는 아내의 변화된 심경의 변화 캐치, 그러한 것을 보완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의논하고 실천해 나가는 자세,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경력 단절된 여성들의 복직에 필요한 제도 방안과 이에 절충될 수 있는 육아담당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보게 한 책이다.

 

 

 

 

야행

야행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찌는듯한 후끈한 열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요즘, 이럴 때일수록 서슬이  시퍼렀다는 말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시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납량 특집극을 기대하게 되는 이때, 밤에 읽어서일까?

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뒤쪽이 뭔가 켕기고 내가 제대로 이해를 하고 읽었나를 생각해볼 만큼의 이야기를 접해다면 잠은 푹 자기는 ~~~

 

저자의 책의 내용은 역시 실망을 저버리지 않았다.

 

올해 나오키상과 서점대상 후보작에 이름을 올릴 만큼의 가독성은 물론이고 책 제목에 들어맞는 이야기의 구조는 사뭇 타 책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책 제목인 야행이란 야행 열차와 백귀야행의 중의 어로서 주인공들이 출발하는 이곳은 현실이지만 열차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마치 SF를 연상시키듯 환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고루 섞인 장르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새롭게 다가온다.

 

학창 시절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던 학원 동료들이 다시 모인다.

이들의 일행은 나카이,  오하시,  다케다, 후지우라,  다나베, 하세가와 –

 

이들 중 하세가와 가 실종된 사건을 겪은 후 다시 만나는 것이라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기대감과 궁금증을 안고 만나는데, 실종된 하세가와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발견하게 되고 그 뒤를 쫓아 들어간 곳이 전시회란 점, 전시회에는 걸려 있는 그림들과 나머지 사람들 간의 관계를 그리는 이 책은 배경 자체가 꿈속을 헤맨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경치와 수수께끼 같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하여금 현실과 현실이 아닌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전혀 뜻밖의 예상치 못했던 하세가와의 실종을 토대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책은 마지막에 반전, 아마도 스릴을 즐긴다면 이 맛에 읽는 것이겠지만 전혀 예측 불허의 반전이라 읽으면서 앞. 뒤를 번갈아가며 다시 내용을 정리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때로는 몽환적인 느낌 속에서 독자들 나름대로 같이 그 분위기에 취해 허우적거리며 신비함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 범주를 넘어서 신비한 일들이 벌어지고 기묘함마저 느끼게 해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무서움을 동반하게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기기묘묘한 반전의 결말 또한 독자들 나름대로 안도의 한숨을 놓기도 하고 아니면, 뭐지? 하는 흐름을 다시 되짚어보게 하는 책인 만큼 무더운 이때 읽어주면 제격인 책인 것만큼은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잠1.2….. 잘 주무시나요?

잠[세트] 잠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하루라도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그 하루는 마냥 피곤에 절은 일상에 속하는 하루일 뿐이다.

평균 8시간을 취해야  인간의 활동에 지장이 없다고 할 만큼 잠이 우리 인간에게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기발한 소재의 착상에선 당연코 대가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책이 아닌가 한다.

 

잠-

 

[잠은 잘 자요?]

 

첫 구절의 문장이다.

누구나 쉽게 묻는 말이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잘 자고 있나를 생각해보게 되는 문장이다.

하긴 시험기간이나 다른 일로 인해 평상시보다 적은 잠을 자게 되면 분명 일상 패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은 한두 번쯤은 알게 되는 경험이기에 저자의 이 말로 시작되는 이 소설 자체가 무척 궁금증을 일으키게 했다.

 

28세의 의대생 자크 클라인은 어린 시절부터 유명 신경 생리학자로, 수면을 연구하는 의사인 엄마 카롤린으로부터 잠에 푹 빠지기 위한 단계별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잠의 깊은 수면의 단계를 총 5단계로 맞추어 숙면을 취하게 된다는 엄마의 말,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수면의 5번째 단계에서는 자신만의 꿈의 세상인 상상의 섬인 분홍 모래섬을 통해 빠지게 되고 이어 엄마의 논리에 의해 제 6단계를 찾고자 하는 연구를 통해 획기적인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품는 엄마를 보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실패로 돌아가면서 엄마는 해직과 세상으로부터의 비판을 받게 되고 곧이어 행방이 묘연하기만 한데…..

 

저자의 탁월한 취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책의 구성은 ‘잠’이란 것에 대한 일종의 연구보고서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도 환상과 현실을 오고 가면서 그리는 과정이 호기심을 같이 불러일으킨다.

 

기면증으로 군대를 나와 프리랜서 기자로 뛰고 있는 프랑키와 함께 엄마가 연구의 힌트를 얻었던 말레이시아의 세노이족을 찾아 나서는 과정과 그들의 무리 안에서 같이 동고동락하는 과정. 20년 후의 자신의 모습과 조우하면서 겪게 되는 또 다른 연구의 성장인 꿈속 시간 승강기라 불리는 아톤을 인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또 다른 20년 전의 자신에게 설명해주는 과정들을 통해 저자가 말하는 ‘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갖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동양과 서양의 구분 없이 이번 책에도 정말 다양한 동물들의 생태의 환경과 습성들을 보이고 방대한 지식의 활용도를 십분 발휘하는 저자의 필력에는 여전히 놀라울 뿐이다.

 

잠을 통해 인간의 뇌가 가진 비밀들, 무궁무진한 뉴런과 신경세포들을 비교하고 그려냄으로써 또 다른 미지의 인간의 신체가 지닌 비밀에 접근하려는 상상력들은 마치 한 인간의 무의식을 독자들도 같이 탐험한다는 인식을 느끼게 해 준다.

 

흔한 말로 대하는 잠에 대한 통설과 관점을 달리 보이게 하는 저자의 색다른 경험은 또다른 그만이 가지는 재미를 주기에 저자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탐험 소설이기도 하다.

 

 

 

만약 꿈 속에서 20년 전의 자신과 얘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뭘 물어보고 싶으세요?

 

 

만약 꿈 속에서 20년 후의 자신과 얘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뭘 물어보고 싶으세요?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