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 절기 ‘동지’랍니다. 동짓날 먹은 음식들을 소개해 주세요~
동지라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동지에는 항상 팥죽을 먹었습니다
그 팥죽은 엄마 사랑이 또한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캐나다에 이민 와서 산 지 23년 되어도 12월 22일이면
어릴 적 추억 가득했던 동짓날이 바로 눈앞에 펼쳐집니다
어릴 적엔 엄마가 불교 신자셨습니다
저가 전도해서 나중에 예수님 믿으시고 천국 가신 것이 감사합니다
엄마께선 팥죽을 쑤시면 항상 집 바깥 곳곳에 솔잎에 팥죽을 묻혀서
뿌리셨습니다 액운을 쫓는 하나의 풍습 같았습니다
동짓날은 우리 가족의 즐거운 새 알 빚는 놀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희 집에는 디딜 방앗간이 있었어요
저희 집은 제일 먼저 불린 쌀을 빻아 둡니다
동네 분들이 저희 집에 오셔서 디딜 방아를 사용하시기에
저희는 미리 챙겨두었습니다
종종 혼자 오셔서 쌀을 빻는 분들 디딜방아를 저가 곁에서 발로 눌러 드리며 돕기도 하고
쌀이 골고루 잘 빻아지게 도와드리기도 했습니다
우리 집에 디딜방아가 있어서 여러 사람이 다녀가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엄마가 반죽해 주신 쌀 덩어리를 쇠로 만든 커다란 방테기에 담아 안방 가운데 가져다 두셨어요
아부지 엄마는 물론이고 저희 형제들은 둘러앉아서 새 알을 빚었습니다
아버지 밥상으로 하던 상과 또 목단 꽃 그림 그려진 둥근 접이식 상이랑 오봉이랑
여러 군데에 나눠서 담았습니다
새 알 빚으며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던 어릴 적 추억이 피어나는 동짓날이
참으로 따뜻하게 전해 옵니다
긴 나무 주걱으로 저으시면서
안방 큰 무쇠솥에 아궁이에 불이 지펴서 끓여 주셨던 팥 죽 맛이
입에 다셔질 정도로 그립고 입안 가득 그 맛이 맴돕니다
며칠 동안 챙겨 먹을 정도의 많은 양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오늘 캐나다 토론토에선 동지 팥죽 대신 만두를 끓여 먹었습니다
먹는 음식은 달라도 고향의 동짓날을 추억하며 기억하며
부모님 사랑과 형제들 사랑을 가득 품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팥죽을 쑤시면 엄마는 항상 큰댁과 작은댁 그리고 이웃 몇몇 집에 팥죽을
가져다주라 해서 심부름을 다녔습니다
큰집도 작은 집도 이웃들도 또 서로 지가네가 만든 팥죽을 가져왔습니다
서로서로 솜씨 자랑하듯 음식을 가져다주던 풍경도 정겹고 그 심부름을 하는
시간도 너무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정겨운 풍경이
어릴 적 저의 기억 가득 담겨 있음이 감사합니다
오늘 동지를 맞으며
엄마가 해 주시던 팥죽도 그립고
그 맛난 팥죽을 사랑과 정성으로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가 더욱 그립고 감사한 날입니다
아이 넷인 엄마이고
손주가 둘이 할머니가 되어도
내게도
여전히 그립고 보고 싶은 엄마가 계심이 감사합니다
하늘나라 가서 다시 만나 뵐 어머니가 계심도
너무 감사합니다
2023,12,22, 동짓날, 블로그 님의 질문에 어릴 적 추억을 생각하며 감사한 어머니와 맛있게 먹던 동지 팥죽을 그려 볼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