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수선하며

점심 때
집에 밥을 먹으러 집에 올라 갔더니
어머니께서 우산을 고치고 계셨습니다.
우산살이 굽어진 곳을 펴고
실밥이 튿어진 곳을 꿰메어 헌우산을 쓸만한 우산으로 서너개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우산 장사도 먹고 살아야지 어머니 처럼 두고 두고 고쳐 쓰시면 우산장사는 어떻해요"
그냥 농담삼아 말을 건넸습니다.

"조금만 손보면 멀쩡한데 버리면 쓰겠냐?
이렇게 고쳐 놔 봐라 비오는 날이면 누가 쓰고 갔는지 모르게 다들 쓰고 가지…"
많은 식구가 드나 드는 집이라 그렇기도 합니다.

점빵에도 손님들이 잊고 간 헌우산이 한동안 많이 쌓여 있다가

비오는 날이 며칠 있으면 하나 하나 집어가고 정작 내가 우산이 필요해서 쓸려면 하나도 없습니다.
우산을 고치시고 흐믓해 하시는 어머니
그 알뜰함을 본받아야 하는데….
우리 부모님 세대의 그 알뜰함과 정성으로이만큼 이라도
우리가 사는 것 같습니다.

저의 오라버니 중,고등학교 다닐때
남학생 교복의 스텐칼라 속에 하얀 프라스틱으로 덧댄 부분이 있는데
그 프라스틱이 목에 닿으면 차겁다고
속에다 하얀 털실로 길게 짜서 덧붙여 주시고
교실에서 발 시리다고 저에겐 덧버선을 떠 주셨던 어머니!
귀가 시간이 늦으면 골목길에 마중나와 계시던 아버지!
그런 부모님의 따뜻한 추억만 가지고도 삶을 사는데 힘이 됩니다.

친구가 얼마전 전화를 해서
"너 송00 아니?"그렇게 물어서
전혀 생각나지 않은 이름이라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K중학교를 다니던 남학생인데 지금은 서울 여의도에 살고 있고

전화를 한 친구와는 친척간이라서 어쩌다 만나면 순이 이야기 한다고 합니다.

저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서 누굴까 했더니
"별명이 송아지이고 너랑 중2때 영어 과외를 함께 했다고 하더라" 그러는군요.
내가 영어과외를 했었다고???

난 영어는 물론 과외를 한 기억이 없었습니다.

.

.

아 그랬구나!
영어가 힘들어 쩔쩔 매고 성적이 나빠 속상해 하니까
아버지께서 어느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이 하는 영어 과외그룹에 넣어 주셨었지…
중2영어에 Yes No 를 배우잖아요.
그거 무척 어렵지 않았나요?
저는 그때 영어가 많이 힘들었나봐요.
세상에!!!

우리부모님께서 어려운 형편에 나를 과외까지 시키셨다니…
새삼스럽게 우리 부모님이 대단하게 느껴 졌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7남매 자녀를

정성을 다해 키우신 우리어머니

호강이 뭔지도 모르시고 80을 바라보는 연세가 되셨습니다.
그래도 헌우산을 고치며 만족해 하시는 모습에서

평안함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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