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적인 친절
어제는 모친을 모시고 병원에 갔습니다.
7순을 넘긴 연세지만 비교적 건강하신 편입니다.
다만 양쪽 무릎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십니다.
7남매를 키우시느라 고생도 많이하셨습니다
병원에 가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병원은 늘 아픈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기다림 끝에 차례가 왔습니다.
모친을 모시고 진찰실에 들어가자 의사가 친절하게 의자에서 일어
서며 "어서오십시요.이곳으로 앉으십시요.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라며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삼십대 중반쯤 되는 의사 선생님은 좋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우선 아픈분이 마음을 열기에 충분한 분위기 였습니다.
모친은 병원에 가기를 한사코 거부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친구분들이 거의 관절염을 앓고 있고 그중에서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으신
분은 오히려 더 걷지를 못하고 누워 계시다며 아픈것을 나이 먹어서 그런것이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이십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x-ray만 찍어보자고 억지로 모시고 간 길이라 조금은 긴장하고 계셨습니다.
여러가지 질문과 x-ray를 보고 난후 의사 선생님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우선은 비만을 해소 해야하니까 저녁식사후에는 먹는 것을 자제해야하고
무리한 운동 즉 골프나 테니스 조깅을 하지마시고 수영은 권하는 운동입니다.
술이나 담배 카페인이 든 음식은 자제하시고 지팡이를 집고 다니시고 많이 누워계시지 마십시요."

내가 보기에 모친은 키가 160cm에 몸무게가 54kg이니까 비만과는 상관이 없고

노인이라 저녁식사후에도 드시고 싶으시면 드시고
에어로빅이나 골프 테니스는 평생 해본적이 없고
여태 못배운 수영을 지금배우시기는 무리인것 같고 술이나 담배 커피는 원래 안 하시고
지팡이를 집고 다니시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으셔서 못 집고 다니실 겁니다.

진료를 마치고 나올때도 의사 선생님은 정중히 일어나 인사를 하였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요. 또 뵙겠습니다. 치료의 경과를 보고 수술을 고려해 보겠습니다."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후에 약을 드셨는데 속이 쓰리다고 하셔서 그약은 드시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상황에 맞지않는 친절한 설명은 혼란을 드렸습니다
좋아하시는 홍시를 마주하고 앉으셔서 " 의사가 먹지 말라고했는데
살이지면 어쩌냐 살이찌면 무릎이 더 아프다는데…."
"어머니가 무슨 살이 쪗다고 그래요 그의사는 살이찐 사람을 보지도 못했나보다 그냥 평상시 대로 드시고 주무시고하세요."
그래도 모친은 편치않으신 기분이십니다.
모친을 모시고 병원에 간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살찌면 어쩌냐 살이쪄서 무릎이 더 아프다는데….

에구 속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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