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리라인 아줌마의 힘 (2006년 여행 2)

이번 여행중에

한국 아줌마들끼리 여행하는 그룹을 많이 만났습니다.

50~60 대 아주머니들께서 자매나 친척 동창 친구 이웃들과 그룹으로 여행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배낭여행이나 자유여행이 아닌 이상 가이드가 동승한 여행이라면

다니는 곳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원이나 식당 해변 공연장 등에서몇번 마주칩니다.

요즘 한참 유행하고 있는 단어가 S라인 몸매라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는 쭉쭉빵빵이라는 단어가유행이였다면 요즘엔 S라인 몸매라고 이야기 하나 봅니다.

거기에빗대어 아줌마들의 흐트러진 몸매를 쏘리라인이라고 한답니다.

좀 모욕적인가요?

저는 같은 아줌마로서 공감이 가는 말이라 쏘리라인의 설명을 듣고 한참 웃었습니다.

누구에게 미안한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미안한 몸매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

어깨는 굽고 조금은 어기적 거리는 걸음과 펑펑해진 뒷모습 그리고 간편화를 신은 모습을

쏘리라인이라고 명명한 분의 재치에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힘은 쏘리라인 아줌마에게서 나오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들더군요.

쏘리라인은 사실 웃자고 만들어낸 말이지만

실제로 제가 보기에 쏘리라인이틀린말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저의 손님들께서 "내 몸에 미안할 때가 많다"고 말씀하시는 환자분들이제법 있거든요.

조금 더 일하고 조금 더 인내하고 가족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한 결과가 병으로 남았다며

내몸을 너무 학대한 것이 나이들어 스스로에게 미안하다고 말씀합니다.

근면 절약 희생 봉사…이런것을 최대의 덕목으로 생각하고 살다보니

자신을 아끼고 돌 볼 시간들이 없었습니다.

그런의미로 쏘리라인이 존경받아야 한다는 수니의 주장이 나옵니다.

몸매가 흐트러져서 누구에게 미안한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미안해 하는 겁니다.

그러니 쏘리라인은 에스라인 이상 존중 받아야 합니다. ^^

여자나이 50~60대인 우리나라 여성의 삶을 뒤돌아 보면

6,25 전쟁 전후에 태어나서 보릿고개의 극한 가난을 벗어나 보려고 애를 쓴 분들입니다.

그러면 경제개발에 앞장 선 남자들이 더 수고한것 아닌가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50~60대 남자분들의 삶은 여성의 삶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봐야합니다.

1950년 대 전후에 여자로 태어나면 한인간으로서 존중된 삶이 아니라 남자들의 삶에 보조적이고

도구로서의 삶이 이어졌고 끝없는 희생으로 살았다고 보면 맞습니다.

서울등 대도시에서는 여성에게 공부할 기회도 주어지고 평균적으로 조금 나은 삶을 누렸겠지만

시골에서 태어난 여성은 공부할 기회도 적었고

노동현장에 보조역활을 톡톡히 하면서 어쩌면 노동력을 착취 당하며 살았습니다.

지금도 개발도상국이나 가난한 나라에서는 여성과 어린이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도시로 나오면 공장이나 버스차장으로 일해서 남자형제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면서도

불만을 가지지 않고 여자는 그렇게 사는 것으로 알고 살앗습니다.

그랬던 분들이 이제 조금 자유한 시간을 얻어서 여행을 다니고 자신을 위한 시간들을 갖는 겁니다.

방콕에 "바이옥 타워"라고 84 층의 건물이 있더군요.

그곳에 스카이디너를 먹으러 갔었는데 킹크렙요리 앞에서고등학교 동창을만났습니다.

해산물 요리가 진열된 코너에서 잠시 서성거리며 킹크렙을 보고 있다가

요리집게를 들고 킹크렙 한쪽을 담으려고 하는데

"어머나 야~야~ 니~ 수니 아니나? 여기서 만나다니 웬일이고?"

강릉 말씨의 친구가 반가워서 어쩔줄을 모릅니다.

저역시 킹크렙 앞에서 친구를 만나다니…몹시 얼떨떨합니다.

접시를 든 채로 서서 수다를 떱니다.

언니 세분을 모시고 자매들이 여행을 왔다고 합니다.

긴 수다는 뒤로 미루고 각자의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헤어졌지만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기적처럼 친구를 만나니 정말 좋았습니다.

나는 일산에 살고 친구는 강릉에사는 사람이

태국의 가장 높은 빌딩에서 그것도 하필 킹크렙 앞에서 친구를 만나다니!

이것도 쏘리라인 아줌마의힘이 아닐까….. ^^

다시 아줌마의힘으로 돌아갑니다.

캄보디아에서도 아줌마들은 우리말로 흥정을 합니다.

처음엔 상인들이 스카프 한장에 10 달러를 부릅니다.

그러면 아줌마들이 깍고 깍아서 실크스카프 3 장에 5 달러를 주고 사기도 하고

심지어 2 개 3 달러를 주고 사기도 합니다.

그 흥정하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현지 상인들이 "엄마 이거 10 달러야."

이러면 한국아줌마들은 "비싸. 안사…"

이러고 몇발자욱 가면 가격이 점점 낮아집니다.

물건을 살 때는 심하게 깍지만 적선을 바라는 손길에 무심히 지나치질 못합니다.

1달러 지폐가 없으면 한국돈 1000원도 잘 줍니다.

상인들은 1000원짜리 지폐 10장을 모아 쥐고 10000원짜리로 바꿔 달라고도 합니다.

캄보디아에선 달러 만큼이나 원도 위력이 있었습니다.

제가 쏘리라인이라서가 아니라

한국의 쏘리라인 아줌마의 힘은 세계로 뻗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줌마의 힘은 쏘리라인에서 나온다!" 맞나요? ^^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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