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으로 내려가기 (母 입원일지 6)

추석 연휴엔

대구에 사시는 오라버님이 오셔서 어머니 병실을 이틀 동안 지켰습니다.

곰국 떡 등 음식과간식거리를 장만해 가지고 새언니와 어머니 간호를 하려고 단단히 준비하셨더군요.

낮에야 병실을 지킬 수 있지만 잠은 주무시기 어려울 것 같아서 집에 들어와 주무시라고 해도

시간 있을 때 어머니 병실에서 자 보겠다고 하시는군요.

일산과 대구는 거리상으로도 멀고 워낙 바쁘신 분이라 어머니 병실을 자주 들리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명절에 시간을 내셨나 봅니다.

잠을 자려면 아무리 병실이라고 하지만 잘 곳이 있어야 하는데

180 센티가 넘는 거구를 누일 침대가 마땅치 않습니다.

쇼파도 길이가 짧고, 보호자용 침대는 더 작아서 내가 누워도 발목은 허공에 걸리는 판인데

너무 무리하지 마시라고 말리기는 했지만 ,

속으론 "어려우시지만 한번 해 보기는 하셔야지…."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오라버니가 바쁜거는 이해 하지만 그래도 어머니께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인데. ..하는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내속에 있었나 봅니다.

그러나 내 염려와는 달리 "걱정을 하지 마라, 나도 잘 수 있다." 큰소리를 치십니다.

그러더니 그날 밤

은박 돗자리를 두개 사다가 병실 바닥에 펴고 그위에 이불을 두개나 겹쳐서 깔고는

보호자께서 편안하게 잘 주무셨다는군요.

어머니께 잘 주무셨나고 여쭈었더니 아들이 옆에 와 자서 그런지 아프지도 않고 잘 잤다고 하시기에

"보호자 잠 깨울까봐 아파도 참으셨지요?" 했더니 오라버니도 어머니도 웃으십니다.

특히 어머니는 아들이 병실에 와서 자는 것도 아깝고 잠 깨우는 것은 더 아까워서

환자가 보호자때문에 쩔쩔 매신것 같습니다.

" 지난 밤에는 환자가 보호자를 보호하셨네요?" 한마디 더 했더니 오라버니는 너무 편하게 잘 잔 것이

미안한지 "어머니 정말 그러셨어요?" 라고 묻습니다.

어머니는 "아니다 지난밤에는 너가 어제 하루종일 다리를 주물러 주어서 그런가 덜 아프더라." 이러시는군요.

하여간 우리 어머니의 아들 사랑은 못 말립니다.

어젯밤에는 내가 병실 당번이라

나도 오라버니처럼 바닥에 자리를 펴 봤습니다.

병실 맨바닥에서 잠을 자기에는 왠지 께름칙 했는데 오라버니처럼 귀한신 분도 (우리집에서는 젤 귀한분입니다.)

바닥에서 자는데 나야 안될것도 없겠기에 누워봤더니 작은 침대에서 불편하게 자는 것 보다 진짜 편하고 좋더군요.

몸을 낮추어 바닥에 누이니 이렇게 편한걸 괜히 작은 침대에서 고생했습니다.

아침 6 시가 되자

간호사님들이 들락 거리기 시작합니다.

밤에 두어시간 간격으로 어머니께서 화장실을 다니시고

너무 아파하셔서 조금 주물러 드리기도 하고 그러느라 잠이 영 억망이라 조금 더 자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이불을 개서 장롱에 넣고 돗자리도 걷고는 쇼파에 누워서 조금 더 자는데

청소하는 할머니가 오십니다.

몸을 일으켜 앉기는 했지만 눈꺼플이 안떨어져서 눈을 감고 소파위로 발을 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밀대로 밀고 그러시는 것을 눈을 감고 있어도 알 수 있었지만

몸이 곤하여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청소를 마치고 나가자 어머니께서

"큰애야 너는 내방에 청소하러 오신분께 인사도 안하냐?" 이러십니다.

"너무 졸려서 못했어요.나중에 뵈면 인사 드릴께요." 했더니 본격적으로 야단을 치십니다.

할머니가 청소를 하시는데 소파에 그러고 있으면 버릇없고 민망해 보인다구요.

병원 청소를 연세드신분이 하시니까 (70 세가 거의 다 되어 보이십니다.) 저도 죄송하긴 하지만

"하이고 어머니 내가 앱니까?" 항의를 해 보지만

"애가 아니니 그렇지, 인사를 하고 앉아도 앉아야지 아무말 안하고 그러고 있으면그분 속이 좋으시겠냐?"

"어머니 추석 연휴에 교대없이 혼자 일했더니 피곤해서 그랬어요."

"나는 너가 피곤한걸 안다만 저분이야 너가 피곤한지 안한지 어떻게 아냐?

그리고 인사를 하는데 10분이 걸리냐 한시간이 걸리냐?"

이러시며 야단을 치시는데 말대꾸 해 봤자 점점 더 야단 들을 일만 생기겠어서 알겠다고 하고는

냉장고에서 구론산 한병을 꺼내들고 어머니 방 맞은편 휴게실을 청소하고 계신

할머니께 가서 드시라고 하고 인사를 드리고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딸 야단칠 기운이 나시는걸 보면 어느정도 회복이 되시나 봅니다.

제가 이러고 삽니다. ^^

몸을 바닥으로 낮추면 잠자리가 편하고

자세를 낮추면 맘이 편하고

마음을 낮추면 만사가 편하고 그런거 같습니다.

순이

4 Comments

  1. 웃슴이

    2006-10-09 at 07:29

    오체투지가 생각나네요….

    건강하세요…..   

  2. Lisa♡

    2006-10-10 at 12:00

    다 낮출께요.
    몸도 마음도
    자세도.
       

  3. Beacon

    2006-10-11 at 22:25

    낮추면 편해진다..
    맞거던요?,,ㅎㅎ
    깊이 느낄 때가 있는데 또 금새 잊어버려서,,,   

  4. 스크래퍼

    2006-10-15 at 10:03

    네..
    제 만사가 편하기 위해서라는 이기심으로라도..
    모두 낮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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