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러 상해로 오세요.

평안하셨지요?

저도 우리 작은 도치와 손잡고 오붓하게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뜬금없이 다녀온 상해에 대해서

며칠은 써먹을 이야깃거리가 생겨서 즐겁습니다. ^^

학생들이 개학을 했고 직장인들의 여름휴가가 어느 정도 끝나가고

가을 여행은 좀 이른 시점이 요즘이랍니다.

싸이 같이 생긴 가이드는 “비수기에 접어들어 여행지가 한가한 편”이라고 하는데도

나에겐 복잡하고 소란스러워 보였습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호기심이 많고 수다가 많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알고 싶은 것의 대상은 오래된 건축물이나 거대한 호수

동양에서 제일 높다는 건물 그런 것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의 삶에 대해 궁금증이 더많습니다.

상해에 다녀와서 여행 후기를 쓴다고 하면

동방명주가 지상 몇 미터인지 한산사는 뭐가 유명한지

육화탑이나 동방문화원이 뭐하는 곳인지 이런 것에 대한 사진과 설명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런 것은 인터넷을 뒤지면 다 나오는 일이고 내가 쓰지 않아도

상해를 다녀오신 분이 많아서 나보다 더 자세하게 아는 분이 계시기에 생략하겠습니다.

저는 관점을 달리해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로 엮어 가겠습니다.

첫 번째로

우리 일행의 안내를 맡았던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길림성 연변이 고향인 조선족 37살 남자분이고 성은 이 씨입니다.

외모가 요즘 병역의 의무를 재대로 치르지 않아서 말썽이 난 가수 싸이 같이 생겼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자신이 싸이 같이 생기지 않았냐고 하면서 싸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나오는 가이드를 싸이 아저씨라고 부르겠습니다.

싸이 아저씨는 연변에 아내와 딸이 있는 조선족입니다.

그분의 부모님이 젊을 때 중국으로 이주해 가서 그곳에서 태어났기에

한국에 한 번도 다녀간 적이 없는 연변사람 이였습니다.

연변에서 태어나 상해에서 일하고 있기에 한국은 엄밀히 말해서 그분의 고국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딸이 태어나서 5개월일 때 고향을 떠나 상해로 와서 5살이 되었는데 아직 한 번도 집엘 못 갔다고 하는군요.

버스로 3박 4일을 가야 고향에 도착을 하는데 오고 가고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앞뒤로 한 달 정도는 일을 쉬어야 하고

공백이 생기면 일거리를 맡는데 지장이 있어서 돈 벌 때 벌려고 한다며 열심히 뛰어 다녔습니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고향에 집도 한 채 장만해 두었고

창틀을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기에 돈을 조금 더 모아서

가게를 하나 연변에 차리려고 벼르고 있더군요.

"따님이 아주 미인이고 키가 정말 큽니다. 저보다 골 하나는 더 크네요."

싸이 아저씨가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골 하나가 더 크다는 말은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다는 얘깁니다.

그분은 키가 작고 통통한 체형이라 키가 큰 도치가 부러웠나 봅니다.

더하여 하는 말은 상해로 돈 벌러 오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미인은 상해에 돈 벌 곳이 많답니다.

미인이 뭘 해서 돈을 버는지는 모르지만 특별히 대꾸할 가치가 없어서 자리를 피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우리도치에게 얼마나 밑천을 많이 들였는데…… ^^)

더 이상 말하는 것은 싫어서 자리를 피했지만 그래도 머릿속이 껄끄럽습니다.

돈 벌러 상해로 오라고?

미인이고 키가 커서 벌 수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는

내 선입견 속에 있는 것들이 생각나서 모욕적이란 느낌이 들었지만

그분은 그런 생각으로 하는 말이 아니기에 화를 낼 일도 아니었습니다.

나의 느낌으로는 중국은 급격한 자본주의 체재가 되면서

가치체계의 혼돈으로 사람들에게 돈이 신앙이 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푸동의 땅보다 외탄이 더 비싸고 작년보다 집값이 얼마나 올랐고

건물은 한 달이 다르게 솟아오른다는 등 모든 가이드를 경제 쪽으로(?) 하는 우리 싸이 아저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서호에서 배를 타면서도 소동파가 여길 얼마나 사랑했는지 어떤 시를 썻는지 그런 것은 얘기하지 않고

창으로 서호가 보이는 집은 얼마나 비싼지

저기에 보이는 별장은 150억을 호가 한다든지 이런 이야기를 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딸과 함께 가니까 그랬는지 울앤이 용돈을 두둑하게 주더군요.

지갑에서 달러를 꺼내 주기에 기다렸다는 듯이

노골적으로 좋아하면서 냉큼 받았더니 울앤 어이없다는 듯이 웃습니다.

“그렇게 좋냐?”고 묻기까지 하는데

“그럼 안 좋아? 돈 주면 좋지!” 라고 뻔뻔스럽게 얘기하면서 속으로는 많이 미안하더군요.

그러니 나도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 가이드를 하는 싸이 아저씨랑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큰길가에 윗몸은 벗어부치고 사리마다만 입은 남정네들이 스스럼없이 걸어 다니고

여자들 브리지어 팬티같은 속옷을 큰 길에 내다 야하게 걸어 말리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중국에 기대했던

공자나 맹자 노자 장자의 철학이 이어져 내려오는 품위 있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그렇지 못한 것들만 보고 다녔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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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포강에서 바라본 상해야경 …..상전벽해의 현장 높은 탑이 동양에서 제일 높다는 동방명주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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