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 오르간 헨델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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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문화회관 대강당에 들어가 무대를 바라보고 앉으면
왼쪽 벽에 장식인 듯 서있는 거대한 파이프가 보입니다.
작은 파이프는 연필 굵기보다 가는 것도 있고
파이프 하나가 어른 몸통만 한 것도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설치된 파이프는 8098개로 되어
금속에서 광택이 나며 공연장을 장식하고 있어서 거기서 소리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장식품인양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세종 문화회관 파이프 오르간이 동양에서는 가장 크다고 합니다.
이 오르간은 워낙 덩치가 커서 다른 악기처럼 이동할 수가 없고 건물을 지을 때
따로 자리를 설계해서 붙박이로 들어앉혀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악기 보급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파이프오르간은 악기중의 왕으로 대접을 받습니다.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불릴 정도로 소리가 웅장합니다.
수많은 파이프를 연결해서 천둥이 치는 듯 큰 소리가 나기도 하고
봄바람처럼 여리고 섬세한 소리까지 천변만화의 소리를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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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오르간 연주의 교과서로 통하는
영국의 세계적인 연주자 데이비드 생어(52)가 헨델의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오르간의 파이프가 있는 곳에서 정 가운데쯤 쪽문처럼 생긴 곳이 열리고
그 사이에서 연주자가 연주를 하는데 나는 일층이라 고개를 뒤로 젖히고
거의 눕듯이 해서 쳐다봐야 했습니다.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 보다 더욱 웅장한 맛은 있는데
연주자의 머리만 보고 있자니 조금 웃음이 났습니다.
무대에서 연주할 때는 연주용 의자에 앉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오르간의 아래쪽과 의자사이에 바닥은 페달이 깔려 있어서
손가락으로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발도 열심히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니 그 페달은 악기의 일부분이라 연주 중에만 밟게 되어있으니
의자 뒤쪽에서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서 180도 엉덩이로 회전을 해서
다리를 의자위로 올려 제 자리에 앉았습니다.
남자 연주자는 바지를 입어서 그럴 수 있다지만
여자 연주자가 치마를 입고 그런 자세를 의자에 앉는다면 좀 이상할 것 같습니다.

파이프오르간의 웅장함에 더해 박태영씨가 지휘하는 서울시 유스오케스트라와
그란데 오페라합창단이 한 무대에 올라 합창을 했습니다.
‘시바 여왕의 도착’, ‘왕궁의 불꽃놀이’, ‘메시아’ 중 ‘할렐루야’, ‘오르간협주곡 7번’ 등
헨델의 걸작과 오르간음악의 주요 작곡가 중 한 명인 알렉상드르 길망의
‘헨델 주제에 의한 행진곡’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왕궁의 불꽃놀이’나, 초연 당시 영국 왕이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던
"할렐루야"를 파이프오르간과 오케스트라 합창단의 연주가 끝나자
정말 벌떡 일어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파이프오르간은 소리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만으로도 감동을 전하는 악기입니다.
누군가
“오르간 소리는 귀, 가슴보다 사람의 영적인 부분과 먼저 만나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귀로 들리고 가슴에 와서 느껴지는 것 보다 경건함과 종교적인 느낌으로
영혼의 어떤 부분에 와서 닺는 느낌이 선명했습니다.
헨델의 음악이 워낙 종교적이기도 하고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종교적인 음악에
딱 맞춤하게 어울리고 듣는 청중도 그 느낌에 흠뻑 젖어 들었습니다.
소리가 지니고 있는 경건한 느낌이 자연의 느낌처럼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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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이 교회에 적극적으로 도입된 이유 중 하나도 소리 자체가 갖고 있는 종교적 음색 때문일 겁니다.
우리나라에도 교회나 성당 등에 100여대의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답니다.
중세부터 본격적인 시대를 연 파이프오르간은 교회를 상징하는 것이 되었고
하나의 건축물로 간주되면서 위엄 있는 자태도 갖추게 되었지만 그만큼 대중성에서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디지털 피아노를 가지고 놀았는데
장난감 치고는 좀 비싸긴 했지만 여러 가지 전자음을 내는 디지털피아노는
풀룻 소리도 내고 기타소리 첼로소리 바이올린 소리등도 내었습니다.
키만 바꾸면 다양한 음색을 즐길 수는 있었지만 장난감처럼 생겨서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너무 접근성이 좋은 디지털 피아노나 어지간해서는 설치하기 어려운 파이프오르간이나

다 너무 대중적인 것이나 너무 대중적이지 못하는 것도 악기로서 단점이 있습니다.
하긴 파이프오르간을 첼로처럼 들고 다니면서 연주를 할 수 있다면 또 아무 곳에서나

맘만 먹으면 들을 수 있다면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귀하게 여기지 않겠지요.
저도 30여년 세종문화회관을 드나들었지만 파이프오르간 속에 들어가 (?)
연주하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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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회회관을 오래 다닌 경험으로 한 가지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동시에 3000명을 수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화장실이 늘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휴식시간 15분 그 짧은 시간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요의를 해결해아 하다 보니
어느 땐 줄에 서 있다가 휴식시간이 끝나서볼일을 생략하고다시 입장을 해야 해서
요의 때문에 후반 공연을 불편하게 봐야 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공연도 생리적인 것이 우선하기 때문에 배가 고프다거나

뇨의로 아랫배에 통증이 있으면 공연의 감동이 반감됩니다.
공연 시작 전에 저녁을 잔뜩 먹은 대다가 커피까지 마시고
또 냉수를 많이 마셨더니 화장실이 간절히 필요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줄이 화장실을 벗어나 복도까지 빙 돌아 서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비결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급한대로 남자 화장실이라도 간다 구요?
그건 아니고 우아한 방법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는 겁니다.
그곳엔 세종문화회관과 관련된 사무실이 몇 개 있어서 화장실을 전세를 내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아무도 없고 조용하고 장미꽃 장식도 있고 빨간 타일이 바닥에 깔려 있어서 호텔 화장실처럼 분위기도 좋습니다.
물론 남자 분들 보다 여자 분들에게 유용한 팁이 되겠지요.

"파이프오르간 헨델을 노래하다."
공연을 잘 봤지만 조금 흠을 잡자면 페이지터너가 처음부터 끝까지 눈에 거슬렸습니다.
연주자는 무대 정면을 향해 입장을 하지만 페이지터너는 오케스트라 단원 뒤로 빙 돌아서 입장을 해서
오르간이 있는 곳 까지 가는데 움직임이 가장 많습니다.

또 연주 내내 서 있어야 하니까 청중의 시야를 가리게 되고 시선을 붙잡게 됩니다.
청중의 시야를 가리다가 퇴장을 할 때도 뒤뚱뒤뚱 걸어서 무대 중앙을 가로질러

무대 뒤를 돌아가는데 동선이 긴 탓에 청중은 무대에서 움직임이 많은 곳으로 시선이 가게 마련이라
페이지터너의 위축되고 숨고 피하려는 자세가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페이지 터너도 떳떳한 출연자이니까 당당하게 입장, 퇴장을 하면 더 좋았을 것 같고

연주 중에는 연주자 옆에 의자를 놓고 앉으면
관객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덜 할 것 같습니다,

순이

3 Comments

  1. john

    2009-06-30 at 00:31

    갑장께서 요즘 클래식 음악에 푹 빠져 지내시는 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저도 한때(?) 참 열심이었는데….
    그런데 참 신기하지요.
    작은 아이가 그쪽에 많은 취미가 있으니….
    피는 못 속이나봅니다…하하하.
    갑장님 조언대로 배타려고 했던 얘기 사진 방에서 사랑방으로 옮겼습니다.
    고맙습니다.   

  2. Lisa♡

    2009-06-30 at 01:03

    잘 읽었습니다.   

  3. 데레사

    2009-06-30 at 07:27

    화장실, 쉽게 가는법 외워둘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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