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원하는 자녀의 배우자 고르는 방법 (마탄의 사수)

수요일이면
수업시간에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되어 버스에서 내려
헐레벌떡 광화문 사거리를 뛰어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합니다.

목요일 오후 6시 50분 쯤 광화문 사거리를 바삐 뛰어가는 아줌마를 보면

순이라고 보시면 맞습니다. ^^

계단을 뛰듯이 올라가서 커다란 출입문을 열고 숨을 골라가면서
손에 들려있는 휴대폰을 아주 당연히 출석 체크기에 갔다 댔습니다.
교통카드를 너무도 의젓하게 대고는 1초 2초….
왜 삑 소리가 안 나지? 어리둥절하고 서 있다니

예쁜 미소를 머금고 인형처럼 서있던 안내데스크 아가씨가 의아하게 쳐다보더니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 나에게 말을 하려는 순간에 겨우 내 잘못을 깨달게 되었습니다.
주섬주섬 핸드백에서 수강증을 꺼내 출석체크기에 댑니다.
그제야 삑 소리가 납니다.
민망하긴 하지만 어린 아가씨에게 변명하기도 자존심 상하고
짧은 순간 마주보고 애매하게 웃었습니다.
아가씨는 "다른 분들도 많이 그래요." 나를 위로한다고 하는 말이지만
이런 사소한 착각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보면 두뇌활동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혼자 우울모드에 들어갑니다.

주말에 자녀를 결혼시키는 어떤 분 얘기를 들었습니다.
무남독녀 외동딸을 고이고이 키웠는데 어느 날 결혼하겠다고 데리고 온
사윗감이 한 가지도 성에 차지 않아서 어떻게 물려볼까 딸을 달랬답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결혼을 말려봤지만
그 남자가 아니면 평생 혼자 살겠다고 딸이 고집하는 바람에
자녀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혼을 승낙하고, 결혼식을 하게 되나 봅니다.
사윗감은 딸보다 8살이나 많고 직업도 학교도 외모도 가문도 경제력도 ..
뭣 하나도 예쁘게 봐 줄게 없답니다.
그런데 딸이 사랑한다니 어쩌겠습니까?
그 얘기를 듣고 난 혼자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신데렐라네. ㅎㅎㅎ "
외동딸을 둔 부모 마음은 스펙을 따져가며 사위를 공개 모집이라도 하고 싶을 겁니다.

그 아버지는 지금도 후작령의 산림보호관 정도의 힘은 있는 사람인데

사위고시(?)라도 시행해서 뽑고 싶지 않겠습니까? ^^

지금은 아무리 힘이나 실력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하기 어렵지만 독일 오페라에서는 자주 소재가 되는 이야깁니다.
독일의 혈통 우월주의가 오페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같은 것은
노래 시합을 거쳐 우승한 사람을 사위로 맞는 미션이 있습니다.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는 가수를 본업으로 하지 않은 사람 중에서
노래를 가장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겁니다.
실력 있는( 아니면 힘 있는 가문의) 여자 주인공은 왜 사격대회 우승자 아니면

노래대회 우승자와 결혼하는지가 재미있지 않습니까?
노래대회든 사격대회 든 우승하기까지, 아니 좋은 아내를 얻기까지 인내와 노력을
그리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려고 싸움하는 모습들이 오페라의 줄거리입니다.

베버의 마탄의 사수도 그렇습니다.
사격대회를 해서 그중 가장 잘 쏘는 명사수를 사위로 맞겠다는
후작 령의 산림보호관이 있고 그에게는 영락없이 예쁜 딸이 있습니다.
주인공 테너는 그 딸과 결혼은 해야겠고 큰 시합을 앞두고 슬럼프에 빠져
잘 맞던 총알이 백발백중 빗나가는 바람에 마을 사람의 조롱을 받습니다.
그러면 누구라도 몹시 당황하게 되어서 사탄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 대회에 우승을 해야겠다는 유혹에 빠집니다.
사람의 난처한 처지를 이용하여 그럴 때만 유혹을 하는 것이 사탄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일들을 하고자 할때 손쉽게 빠지는 함정입니다.
이번 한번만이라는 전재로…
그렇게 해서 명사수가 되면 결혼할 수 있을까요?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기는 합니다.

그래야 사랑의 의미가 더 있고 귀하긴 하지요.
베버의 마탄의 사수는 서곡이 유명합니다.
"내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하는 개신교 찬송가 431장의
곡조가 그 속에 있어서 친숙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냥꾼의 합창이 유명해서 라디오에서 자주 듣게 되는 곡입니다.

부모가 원하는 자녀의 배우자감을 선택하는 게임을 하는 것을

혈통우월 주의자인 독일 사람들이 라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비난을 합니다.
히틀러도 게르만 종족을 우월하게 생각해서 많이 퍼트리고자 했고

유태인 말살 정책을 쓴 것이 이미 그 이전에 베버나 바그너의 오페라에서부터

이미 싹 트고 있지 않았을까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게르만 족은 고대로 부터 음악, 무용을 즐겼고, 영웅의 무용을 칭송하는 시를 좋아하고
신체의 단련과 순결, 엄격한 도의심, 충성과 무용, 소박한 자연성, 넘치는 정열,
생생한 공동체의식 등이 매우 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치다 보니 히틀러 같은 사람도 나오게 되었나 봅니다.

평범한 부모들도 조금씩은 자신의 혈통에 대한 자부심과 좋은 후손이 태어나길 바라서
자녀의 배우자감에 신경을 쓰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페라에서처럼 공개 모집을 해서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디 좋은 사윗감이 없나 저도 두리번거리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사격대회를 열 것도 아니고 노래대회를 열 일도 없으니

옛날 오페라속에 나오는 이야기에 빠져 드는 것 같습니다.

순이

3 Comments

  1. 데레사

    2009-11-05 at 13:38

    자식일은 절대로 마음대로 안되지만 그래도 부모마음은 늘 두리번
    거리지요.

    오늘 양평엘 갔었는데 돌아오면서 자동차에서 보는 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특히 신양평대교의 조명이 너무 고와 카메라를 들이
    대긴 했는데…..

    이제사 들어와서 이웃방문 다닙니다.
    오늘 잘 다녀 오셨어요? 카드 잘못대는 일이야 뭐 비일비재니까요. ㅎㅎ   

  2. 안영일

    2009-11-06 at 00:50

    댓글을 적어봄니다, 딸과 엄마 그리고 식구들 항상 저녁을 같이먹으면서 자람 집이라며는 딸의 모든 생각 그엄마와 같다고생각하면 무리일런지요, *자식이 좋다하는 상대이면 믿고 그리고 한 10년 정성을 쏟으면 자신의 친자식과 같이 닮아진다고 생각하는사람임니다, 친부모보다도 길게 생을 영위할 자식의 인생 사주팔자려니 하면서 믿으면서 자식을 따르고 밀어주는 부모가 제 이상향의 부모상이 아닐가 함니다,   

  3. 운정

    2009-11-10 at 11:07

    중딩때 배운 "사냥꾼의 합창"이 생각이 나고,

    좋은 신랑감과 좋은 색시감은 청춘들이 바라는 꿈이지요.
    누구나가 원하는 …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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