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마트에서 만난 우리나라 술

성경에도 포도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고래로 술은 우리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던 음료입니다.
텔레비전 사극에서도 술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오고 요즘 드라마에도
술 마시는 장면이 빠지는 때가 잘 없습니다.
애경사에도 술이 없으면 행사가 진행이 되질 않습니다.
술은 기쁠 때나 즐거울 때나 사람의 관계 속에 등장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술이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나는 모임에 나가면 어쩌다 조금은 마실 수 있는데 마시면
머리가 아파서 되도록 피합니다.
그러니 술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습니다만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서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밀주에 대한 단속을
요즘에 밀수만큼이나 엄하게 단속을 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저의 외가에서 술을 집에서 담가 드시다가 벌금으로
소한마리 값을 냈다는 얘기를 어머니께서 전설처럼 말씀하십니다.
일본사람들이 공출을 받아 갈 때라 양식도 없는데 집에서 술을 담아 드신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외할머니께서 술을 좋아하는 외할아버지를 위해
장독대에 조그만 항아리에 술을 조금 만들어 놓으셨나 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일본순사가 장독대를 다 열어보더니
기어코 술이 담아져 있는 항아리를 발견하고 경찰서로 오라고 해서
외할아버지께서 고초를 겪으셨답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소 한 마리 값이 벌금으로 나왔답니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징역을 살아야 했는데
외할머니께서 술 좋아하시는 외할아버지를 위해 담근 술이었지만
그 당시 소한마리 값의 벌금은 너무 어마어마한 액수라
외할머니께서 친정에 가서까지 얻어다 벌금을 내고 마무리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소한마리 값이면 대단한데 70여 년 전 소한마리 값은 온 식구를
궁지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액수입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어릴 때 경험한 일인데도 지금까지 끔찍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으신 것 같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많아서 똑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 들려주십니다.
요즘엔 어머니께서 이야기의 내용에 자신의 의견을 붙이시길 즐깁니다.

"그 술을 말이다~~ 한 오갈단지(항아리의 강원도 사투리. 지금 단위로 1리터 정도 )
밖에 안 되는 건데 단속이 나오면 얼른 쏟아 버리면 되는데 그걸 못해가지고
외할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 술은 아버지 드리려고 담근 건데
어머니는 친정까지 가서 돈을 구해 오느라 맘고생 몸 고생을 얼마나 하셨는지…
지금은 세상이 밝아서 그런 일도 없겠지만 어린나이에 아버지가 경찰서를 가고
어머니가 친정에까지 가서 돈을 구해 오고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불안하더라….
일본 순사만 봐도 무서워서 숨었는데 경찰서에 아버지가 불려 가니 금방 집이
망하는가 싶고 고통 속에서 온 식구가 벌벌 떨었다."

그랬던 일들이 요즘엔 밀주라는 개념조차도 없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담그던 술들이 전통주라고 해서 오히려 장려를 하고 양산을 하는 분위깁니다.
세상에는 불변하는 것이 없는 것이 맞습니다.
때에 따라, 시절 따라, 사람 따라, 정책은 무수히 바뀌고 뒤집힙니다.
양식이 귀할 때는 밥해 먹을 쌀과 밀도 귀한데 술까지 담아서 낭비할 여력이
없어서 그랬던 것으로 이해합니다.
지금은 쌀이 남아도니까 술도 만들고 과자도 만들고 쌀라면도 만들고 그럽니다.

아오모리 여행스케줄에 "모모카와 주조"공장 견학이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알아주는 주조회사인가 봅니다.
예쁘게 디스플레인 된 쇼룸을 보여주고 술을 맛보라고 하고
나올 땐 막걸리 비슷한 술을 한 병씩 선물로 주었습니다.
우리 일행 중 아무도 술을 사지 않았지만 그들은 끝까지 친절하게
손님을 안내하고 설명하고 제품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오모리 풍토와 그들만의 기술에 의해 지켜 내려온 전통의 술 빚는
과정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1.jpg6.jpg2.jpg

3.jpg5.jpg4.jpg

일제 강점기에 술 때문에 나의 외가가 존폐의 위기에 처했던 이야기를
듣다가 일본에서 한국 술을 만나니까 그 느낌이 색달랐습니다.
내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술맛을 알아서 라기 보다
한국 술이 일본에서 잘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술 진열대를 지나다가 저절로 카메라에 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간 곳은 핫쇼크 센터와 쟈스코 쇼핑센터입니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보니까 일본은 술 시장이 대단하더군요.
일본에서 아이들을 타켓으로 한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음료수는 맥주병과 똑같은 용기에 담겨 있고
컵에 따르면 진짜 맥주처럼 거품까지 올라온답니다.
아무리 상술이 발달된 일본이라지만 어린이에게 어른들의 술 문화까지
미리 연습(?)하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해 뵈지 않습니다.
술은 분위기 때문에 마시는 일이 많습니다.
가르치지 않아도 크면 저절로 술 문화에 빠져 들 탠데
어릴 때부터 음주문화에 길을 들인다는 것은 어른들이 너무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엔 어린이 술이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7.jpg8.jpg

9.jpg10.jpg
저도 오래전 사우디아라비아에 살 때
우리교민 여자 분들과 모여서 놀 때면 맥주가 어김없이 등장을 합니다.
그 맥주는 알코올이 전혀 없는 보리음료 지만 기분은 꼭 맥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합니다.
컵에 따르면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고 맛은 맥주맛과 거의 같은데
사우디는 술이 금지된 나라이니까 알코올이 없는 맥주를 수입해서 팔았나 봅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밀주를 담그셨다가 경찰서에 잡혀가고
결국 황소 한 마리 값을 외할머니 친정에서 도와주셔서 겨우 감옥살이를 면한
이야기를 듣다가 우리나라 진로소주가 일본에 진출하여 선전하고 있는 모습은
어떤 면에서 아주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술 이야기 한 꼭지 해 봤습니다.

명절이라 술 많이 드시겠지요?
저는 숙취해소 하는 약을 팔아야 하겠습니다. ^^

순이

2 Comments

  1. 데레사

    2010-02-13 at 12:27

    일본에서 우리 소주가 인기가 있어요. 그래서 저도 갈때는
    팩으로 된것 몇개 가져가서 선물로 주기도 하고 그래요.
    다른 나라에서 내나라 상품이나 내나라 글씨를 보게되는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지요.

    내일은 약국 쉬나요?   

  2. 웅가

    2010-02-25 at 17:43

    안녕하세요. 전 조선점컴 블로거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여기 도착했습니다.

    글이 참 읽기 좋습니다.
    재미있는 책을 읽다가 얼마 남지 않은 페이지를 확인하곤 아껴 읽게 되는데
    수니님 글이 꼭 그런 것 같아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