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아카데미가 이제 한 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입니다.
한 학기 동안 많은 오페라와 발레 그리고 문학과 연계된 작품을 보고 공부를 했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콩나물시루에 물이 새 나가듯 졸졸 다 흘러가 버리고
머릿속에 남은 것이 별로 없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에는 몸에 전율이 올 정도로 감동을 하고 예술가의 예술혼에
감탄하고 작곡가의 천재성에 존경심이 들곤 했는데 그게 다 어디로 갔을까요?
오페라의 어떤 장면을 보고 저 제목이 뭐지? 무슨 내용이었지?
이러니 공부를 계속 공부를 해야 하나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머리 나쁜 탓을 해야 하는지 나이 탓을 해야 하는지….
그래도 스스로 자위하기를 공부하는 그 시간만이라도 즐겁고
감동하고 행복했으면 되는 거 아닐까 그렇게 위안을 해 봅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금방 흘러버리는 물을 먹고도 콩나물시루에서
콩나물이 자라듯이 뭔지 모르게 마음에 자라는 것도 있습니다.
나만 먹고 사는 일이 고단한가 하지만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자기 몫을 다하고 두각을 나타내고 사는 사람은 평범한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술을 즐기는 쪽에서는 행복한 일이지만
예술을 하는 분들은 정말 고생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성악을 하는 분들은 목소리가 생명이고 목소리가 악기라 감기 같은 것에
걸리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하고 물을 많이 마셔서 목을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맑은 목소리가 나오도록 보통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같이 비주얼이 중요한 시대에는 목소리만 가지고 승부할 수 없게 되자
고도 비만인 소프라노 가수가 위 절재 수술을 받고 다이어트를 해서
몸무게를 많이 줄여 무대에 서는 노력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몸이 악기이자 연장인 발레리나 역시 가늘고 긴 몸을 유지하느라
과도한 다이어트를 해서라도 몸에 살이 붙지 않게 합니다.
끝없이 발레에 적당한 가벼운 몸을 만들기 위해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먹지 못하고 몸 만드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풍만하고 가슴 큰 발레리나를 보셨나요?
저는 아직 가슴이 큰 발레리나는 못 봤습니다.
가늘고 긴 팔다리…. 그런 몸이 쉽게 유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도 부모에게 좋은 체질을 물려받아서 그다지 살이 많이 찌지는 않지만
그래도 쉰이 넘으면서 뱃살 허리 살이 장난 아니게 제 맘대로 불어납니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의 발레리나는 보통의 고행으로는 되는 일이 아닐 겁니다.
특히 발레리나는 몸을 부단히 괴롭혀야 그 체형이 유지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강수진씨 라는 유명한 발레리나가 있는데
어떤 사진작가가 인터뷰를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을 보니 그녀의 뒤태가
엑스레이를 찍어 놓은 것처럼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그녀의 발은 모든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발끝으로 체중을 유지하고 서야하고 턴을 해야 하는 일이라
발가락이 심하게 변형되고 굳은살이 옹이처럼 생겼습니다.
그 굳은살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데 사흘만 연습을 안 하면
굳은살이 벗겨져서 다시 아프다고 합니다.
자신의 일에 그토록 노력을 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을 해서
발레 계에서 성공을 거둔 그녀의 삶이 겉보기 처럼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성공한 삶 뒤에는 행운도 따라야 하지만 발가락에 옹이가 박히도록
노력해야 성공하는 것을알 수 있습니다.
(강수진씨 발)…. 발가락에 옹이가 박히도록 연습해서 저렇게 날 수 있습니다.
러시아나 유럽 사람들은 타고난 체형 있어서 조금 더 유리합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들 보다 발레에 적합한 체형이 아니라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세계무대에서 발레에 두각을 나타내는 분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발레는 오페라와 가장 가까운 장르로서 인간육체의 움직임을 가장 아름답게
포착한 예술이라 고행에 가까운 부단한 노력 없이는 이루어 낼 수 없는 몸의 예술입니다.
가장 재미있게 봤던 발레는 프레데릭 애쉬튼의 발레 "고집쟁이 딸"과
마지막 시간에 봤던 마리우스 프티파의 발레 "돈 키호테"입니다.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발레 “스파르타쿠스”도 남성발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페라 중에는 "신데렐라" "일 트로바토레" "라 조콘다"
몬테 베르디의 "오르페오"등도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몇 백 년 전의 작품들이 지금에 와서 재현되는 오페라에 담긴 사람 사는 이야기에도
악당이 나오고 음모와 술수가 횡행합니다.
그런 속에서도 진실한 사랑은 만나지고 이승에서 못다 하면
다음 생에서라도 만남이 이루어지게 합니다.
오페라는 인류가 창조한 모든 예술을 용광로에서 녹여낸 최고의 종합예술이라고 합니다.
미미하긴 하지만 문화 소비자로 살기 위해서 공부를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8월 한 달은 쉬고 9월에 다시 개강을 합니다.
그동안도 특강은 몇 개 들을 수 있습니다.
오페라나 발레에 무식하고 저급한 수준의 아줌마가 쓴 글을
재미있게 읽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순이
노당큰형부
2010-07-18 at 00:52
감동,,,
쿡~~~
SunLim
2010-07-18 at 01:17
모든 일들이 피나는 노력의 결실로 이루어진다지만
발레만큼 완전한 희생속에 탄생하는 예술도 없을것 같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강수진 발레리나의 발가락을 보면서 섬칫할 정도니까요.
하나님의 특별하신 명을 받고 태어나는 분들 같습니다.
equus
2010-07-23 at 05:41
중세 유럽에서 성행하던, 어린 소년들의, 고음 발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거세를 단행하여, 그 목소리의 발성 능력을 유지시킨다는 ‘카스트라토’ 에 관한 이야기 들어 보셨죠? 더욱 끔찍 합니다. 결국 예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그러한 형벌같은 프렉티스도 있었다는군요.
제 친구중 발레리나가 있는데, 모두 블로그의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볼품없고 뼈만 앙상하고, 가슴은 극구 노력하에 키우지 않는것 같고 등등 입니다. 일단 그 우아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는 무대에서 내려오면 초라한(?) 몸매의 진실속에서 체중과 싸움을 하는것이죠. 음악과 목숨을 맞바꾸는거 같은 베토벤이나 미술과 바꾼 반 고흐등. 유럽까지 예를 들러 갈거 없이 영화 "서편제"를 보세요!
결국 예술은 고난과 고통속에서 피어나는 한떨기 가냘픈 장미꽃!! 좀더 깊이를 가지고 음미하여야 한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