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호랑이 엄마! 욕먹을 일인가?

에이미 추아는 예일대 교수로 엘리트 교육법 "타이거 마더"를 써서
관심의 집중에 있는 중국계 미국인입니다.
올해 초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격렬한 교육 논쟁을 불러일으킨
예일대 교수 에이미 추아의 “타이거 마더” 는 강압적인 교육법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최근 추아 교수의 큰딸 소피아가 예일대와 하버드대를 동시에 합격했습니다.
그녀의 ”호랑이 엄마”식 교육법이 미국사회에서 엘리트 교육법으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추아에게는 유대인 남편 사이에서 난 두 딸이 있는데 유대인 중국인
그 사이에 태어난 미국인 가족 사이에 알게 모르게 충돌하는 문화적인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썼습니다.
큰 딸은 비교적 엄마의 교육지침에 잘 따르는 아이지만
작은 딸은 반항적이고 열정적이고 선천적으로 기질이 센 아이입니다.

이 책을 쓰면서 작은딸에게 보여주었더니 제목을 타이거마더라고 하지 말고 "완벽한 아이와 살인마" 라고

붙이라고 했다니 모녀 사이가 얼마나 살벌했을지는 상상이 가는 일입니다.
우리 옛말에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고 해서 아무리 대단한 부모도
자녀의 뜻을 꺾지 못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또 뜻대로 안 되는 자녀를 바라보며 위로 하는 말은
"자녀는 겉을 낳지 속을 낳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누구라도 자녀가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부모가 자신의 삶이 평탄치 못하면 더욱 자녀의 삶은 평탄한 길을 가길 바라고
부모가 여유가 있고 행복하면 할수록 자녀는 더욱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애쓰고 키우다가 보면 맘먹은 대로 되지 않고
부모을 힘들게 하고 맥 빠지게 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우리아버지는 에이미 추아처럼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도 아니고
교육학을 전공하지도 않았지만 벌써 60년 전에 선행학습이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물론 선행학습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과외도 모르고 먹고 살기 급급한 궁벽한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살면서도 자녀교육만큼은 열성적인 분이 우리 아버지셨습니다.
자녀들에게 일이학년 앞서서 미리 가르치는 것을 우리 아버지는 취미(!)로 생각하셨습니다.
오라버니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웃에 사는 학교 다니는 학생의 책을 빌려다
미리 교과서를 읽히고 교과서에 나오는 산수를 가르쳤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오라버니를 가르치면 옆에서 괜히(!)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공부방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방 한 칸에 옹기종기 모여서
밥 먹고 난 둥근 밥상에 둘러앉아 할일이 없으니까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선행학습은 확실히 효과적이라 오라버니는 공부를 잘했고 오라버니 공부하는 틈에
심심해서 어깨 너머로 배운 나와 내동생도 학교 공부가 낯설거나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가 있었습니다.

타이거.jpg

공부도 시대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우리 형제는 공부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공부만이 살길이다. 이런 압력이 아버지께로부터 늘 있었습니다.
나와 나이차이가 12년이나 있는 내 막내 여동생은
우리 네 자매 중 가장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아버지를 비롯한 우리 형제는 이 동생에게도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강요했는데
유난히 몸 쓰는 일을 잘해서 체조 선수를 한다거나 달리기 선수를 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춤을 직업으로 삼아서 살아가는 직업 춤 선생인데 어제 김연아 피겨스케이트
중계방송을 보고 있자니 동생이 모스크바에 가서 김연아를 응원을 하고 있더군요.
모스크바에서 공연이 있어서 간다는 전화를 해서 알았지만 간 김에 김연아를 보러
경기장까지 찾는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삶을 사는 동생이 과연 내 동생인가 가끔 놀랍니다.
우리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그렇지 아마 막내딸이 춤으로 전 세계를 다니는
것을 알면 지금도 좋아하지 않으실 거란 생각입니다.
자녀가 운동에 소질을 보이는 것은 무시했고 공부 안하는 것만 문제 삼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예능인으로도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셨던 겁니다.
만약 우리아버지께서 춤에 재능이 있는 막내딸 소질을 개발해 줄 안목이 있었으면
그 동생은 지금 보다 훨씬 멋진 춤꾼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만
당시 아버지에게는 예능으로 성공한 사람의 롤 모델이 없었던 탓입니다.

타이거2.jpg

타이거 마더는 자녀를 늘 통제하려고 해서 자녀와 전쟁을 치룹니다.
특히 반항심이 강한 작은 딸 룰루와는 격한 감정대립을 해서 온 식구들이
불편하게 지내는 시간을 많게 했습니다.
자녀를 어느 정도 통제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나 사사건건 대립을 하는 면에서는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나도 공부만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반항하느라 공부하는 척하면서 소설책을
숨겨서 열심히 보기도 했습니다만 그 덕택에 지금껏 읽고 쓰는 일이 몸에 배어
지루한 줄을 모르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속담에도 있지만 중국 속담에도 부자가 삼대를 넘기지 못 한다. 라는 말이 있답니다.
삼대에 걸쳐서 삶이 이어져 가면 어떤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 세대는 열심히 노력해서 부를 일구면 이 세대는 아버지가 이룬 것을 봐 왔기에
지키기에 급급하고 삼 세대는 이미 어릴 때부터 구색이 갖추어진 안락함에 길들여져 있고
누리는 것에 익숙해 있어서 어려움에 대처하지 못하고 새로운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조그만 유혹에도 쉽게 빠지고 좌절하고 망하는 길로 가기 쉽다는 얘깁니다.
모든 요소들이 삼대에 가서 쇠퇴를 향해 내리막을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우리 가난한 부모님은 자녀에게 가난을 대 물림하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자녀 교육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은 자녀를 잘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나만 해도 내 자녀에게 야단을 쳐서 가르치기보다
“본인 좋다면!” 이러며 흐리터분한 자세로 강제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나는 이미 사랑스러운 손자를 얻은 할머니가 되었는데
아버지로부터 4대가 되었는데 우리 손자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기대가 됩니다.
에이미 추아의 타이거 마더가 끌리는 이유는 나의 두 딸에서 성취하지 못한
미진했던 부분들을 손자에게서 완성해 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서 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먼저 읽은 타이거 마더를 우리 딸에게 건네주면서
"우리 건이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렇게 말끝을 흐리며
읽어보라고 했더니 사위가 먼저 받아들고 유심히 읽는 것 같습니다.
호랑이 아빠가 되었든 호랑이 엄마가 되었든 자녀를 욕심껏 키워보겠다는
어린자녀를 둔 부모는 꼭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나도 경험해 본 바이지만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그건 엄마의 성적이 되어
뿌듯함과 성취감을 얻게 됩니다.
자녀를 힘 있게 교육시키는 타이거 마더가 많아지면 국가의 앞날도
더욱 좋으리란 생각에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순이

4 Comments

  1. 김진아

    2011-05-02 at 02:19

    타이거 마더에 대한 이야기를 둘째 동생에게 일러주고 읽어보라 권하였지요.
    동생은 남매를 두고 있습니다.
    첫째 아이는 딸이고 제 동생 역시 타이거 마더 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는
    공부에 관해선 대단한 헌신과 노력과 열정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는 바로 성적으로 이어지고 남들이 부러워할, ㅎㅎ
    저 역시도 무척이나 부럽습니다만, 아무튼 야무지게 잘 키웠거든요.

    책을 읽어본 동생의 말에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타이거 마더..자신을 돌아보는 것 같고,

    자식이 딸이기에 그와 같은 공부방법이 제대로 맞아 들어간 것이라고요.

    둘째인 사내아이에겐 그와 같은 방법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실례로, 지금 동생은 큰딸아이에게 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느리게 하는 학습법으로 아들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아이들 성향에 따라 얼마만큼 엄마의 세심함이 더해야 하는지..
    잘 알려주는 좋은 예였습니다.

    ^^
    열정적인 엄마와 근성있는 딸아이라면..해볼만한 교육법의 모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2. Hansa

    2011-05-02 at 08:01

    부모가 공부를 가르친다고 자녀에게 엄혹하게 대하면
    아이가 마음속에 진정 깊은 상처를 받습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악마가 되는 것’이지요..

    공부를 잘하여 혹연 좋은 대학에 진학할지는 몰라도
    훨씬 더 소중한 것을 잃는 셈입니다.
    끔찍한 일이지요..

    엄혹하게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잘 큽니다..
    공부도 잘하고요..

       

  3. Hansa

    2011-05-02 at 08:02

    추아씨 눈을 보면 섬뜩합니다..

       

  4. 벤조

    2011-05-05 at 02:54

    하기 싫은 공부 말고 인생에 보람있는 일은 무엇일까…
    세상이 하도 험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이 문제의 답을 찾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그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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