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귀한 나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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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위가 해외 출장을 간 사이에 건이 모자가 우리 집에 와 있었습니다.

건이는 이제 태어 난지 6개월이 지나 제법 교감이 되고 재롱을 피웁니다.
사실은 건이에게 우리가 재롱을 피우는 지도 모릅니다.
양쪽 손으로 잼 잼을 하고 짝짜꿍을 하는 모습을 보면
어른들이 좋아서 함께 박수를 치고 좋아서 넘어가니까
건이가 더 신나서 짝짜꿍을 하고 잼 잼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서커스에서 묘기를 보는 것처럼 건이의 재롱에 열광을 합니다.
집에 들어가면 옷도 못 벗고 손만 씻고 건이를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아기가 웃어주어도 좋고 눈을 찡끗해도 예쁘고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우는 모습을 보고도
"엄마! 건이가 할머니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인사하잖아."라면서
건이 엄마는 그럴듯한 해석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함께 헤벌쭉 웃으면서 "그러네! 우리 건이 오늘 재주가 하나 더 늘었네."
이러며 맞장구를 칩니다.

건이 아빠가 없는 사이에 건이는 짝짜꿍을 아주 능숙하게 해서
"건이 아빠 오면 깜짝 놀라겠다, 건이가 일주일 사이에 많이 큰 것 같아!
재주도 늘고 …"이러며 건이 아빠를 기다렸습니다.
출장 중에도 건이의 안부를 물어오면 문자로 "건이가 짝짜꿍을 너무 잘해
오빠 오면 깜짝 놀랄걸…"이렇게 답신을 보내기도 했답니다.
짝짜꿍을 하는 아기가 세상에 혼자라도 되는 듯
우리 가족은 너무 신기하게 홀려서 봤습니다.
그 조그만 손으로 손바닥 부딪치는 소리가 찰싹 찰싹 나는 게
우주의 신비만큼이나 대단해 보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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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 아빠가 출장에서 돌아오자 우리는
짝짜꿍의 달인이라도 본 듯 건이의 짝짜꿍을 자랑했습니다.
건이 아빠도 그 모습을 보려고 바짝 다가앉아서
"건이야 아빠에게 짝짜꿍을 보여줘"라고 주문을 하고
건이 엄마와 건이 할머니는 건이에게 짝짜꿍을 하라고 아무리
시범을 보여도 건이는 시침을 뚝 따고 빙긋이 웃으면서
손을 양쪽으로 벌려 잼 잼만 열심히 합니다.
건이에게 짝짜꿍을 해 보라고 애원을 해도 기어코 안하고 말더군요.
할머니와 엄마를 실없는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김을 빼더니
다음날 자고 나서는 신나게 짝짜꿍을 합니다.
건이 엄마도 워낙 조용하고 신중한 사람이고
나도 흥분을 하거나 호들갑스러운 부분은 없는 사람인데
우리 건이 앞에서는 체면도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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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께서 우리에게 늘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할머니는 여러 자녀를 낳으셨지만 다 돌아가시고 병약한 아버지 한분을
겨우 건지셨습니다.
그 병약한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손자 손녀가 더없이 귀해서 할머니는
"조선 천지에 나만 손자 손녀가 있는 것처럼 좋았다."라고 하시며
우리에게 너무도 잘해 주셨습니다.
동생이 태어나면 할머니 방으로 밀려나 할머니 옆에서 자면서 할머니 품을 좋아했습니다.
할머니는 우리가 한창 자랄 때 어려운 살림에도 인삼을 사다가 우리에게 먹이셨습니다.
그래야 잔병치례를 하지 않는 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인삼을 몇 뿌리 삶아서 꿀을 가져다 놓고 한 뿌리씩 꼭꼭 씹어서 먹게 하시며
그걸 흐뭇하게 지켜보셨습니다.
인삼의 효능인가 할머니의 정성이 대단해서 인가 우리 형제들이
할머니의 사랑을 받은 덕택에 지금껏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넉넉한 살림에도 손자들 인삼 먹이기 어려운 때에 땟거리를 걱정할 정도로
너무도 가난한 집에서 매년 할머니는 손자 손녀를 위해 인삼을 다리셨으니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할머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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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지에 (옛날 분들은 우리나라를 조선천지라고 말씀하시길 즐겼습니다)
나만 손자가 있는 것 같다….이러신 할머니 말씀을
내가 할머니가 되고 그 느낌을 알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보물이 손자입니다.
내 자녀도 귀했지만 손자는 더욱 귀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순이

2 Comments

  1. Lisa♡

    2011-10-25 at 12:43

    조카가 딸을 낳더니 매일 사진을 보냅니다.
    못살 지경입니다.
    ㅎㅎ…순이님…얼마든지 흥분하고 호들갑
    괜찮습니다.
    건이 귀엽고 이쁘네요.
    근데 앞으로 돈내고 손자 자랑하기…ㅎㅎ
    아니 요즘은 돈 주면서 입막는다던데..
    전 돈 줄 마음은 없으니 그냥 들어줘야지//   

  2. 말그미

    2011-10-25 at 15:52

    순이님,
    매일 봐도 모자라시지요? 귀엽고 이뿐 거…
    안심하고 하십시오, 아기자랑.
    언제 봐도 보기 좋습니다.

    나도 조선 천지에 나 혼자만 손녀가 있는 것 같아요. ㅎㅎ
    한 집에 없으니 늘 보고 싶습니다.
    그간 많이 컸군요. 더 미남이 되었습니다, 건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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