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긴 아이가 크면 예뻐지겠지요?

오래전 내가 첫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을 때
아기를 안고 밖에 나가면 이웃 사람들이 들여다보고는 덕담을 합니다.

아기가 참 건강하네요.
어~~ 그 녀석 장군감이네.
앞짱구 뒤짱구라 머리가 좋겠네요.
못 생긴 아이가 크면 예뻐져요.
아기가 웃는 모습이 귀여워요
아기 피부가 좋아서 못 생긴 건 커버가 되네요.
이런 말들을 들었습니다.

딸인데 장군감이라고 하는 말이 너무 서운했습니다.
이렇게 예쁜 아기를 장군감이라니?
얘가 남자아기로 보인단 말이야?
이러며 속으로만 투덜거리며.
면전에서 딸이라고 밝히지도 못하고 혼자 속을 끓였습니다.
엄마인 내가 보기엔 세상에서 제일 예쁘게 생겼는데
사람들이 왜 예쁘다 소리를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그걸 요즘에 와서야 그렇게 말한 사람들을 이해한다면 웃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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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큰딸이 낳은 손자 건이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예쁘게 생겼습니다.
하는 짓도 귀엽고 재롱을 피우면 사람들이 깜빡 넘어갑니다.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이 노래에 맞추어 율동을 하는데
"아기 곰은 너무 귀여워" 하면서 두 팔을 모아서 좌우로 흔들며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추는 대목에서는 어른들이 다 반할 정도입니다.
스타의식이 있는지 모인 사람들이 저만 쳐다보면 좋다고 더욱 재롱을 핍니다.
그러니 건이를 보는 사람들 마다 예쁘다 잘생겼다 귀엽다! 를 연발하는데
작은 딸이 낳은 한이는 아직 더 어리기도 하지만
예쁘다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해서 한이 엄마가 고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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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보기엔 한이가 세상에 없는 외모이고
멋있고 사랑스럽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외모로 경쟁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한이야 입속에 뭐 숨겨 두었어?
아기가 입에 사탕을 물었나?
어째 이마가 코 높이 보다 더 나왔냐?
야~~~ 한이는 한 성질 하겠는데?
야~ 저 꿀벅지 좀 봐라.
한이 다이어트 좀 시켜라….이럽니다.

카카오 스토리에 아기 사진을 찍어 올리면
한이 이모인 건이 엄마만 귀엽다고 예쁘다고 열광을 해주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많이 컸네! 귀엽네…. 그러는 정도 입니다.
한이 엄마가 나에게 심각하게 묻습니다.
"엄마 우리 한이가 못생겼어?"
그렇게 묻는 심정을 내가 알기에 언니 때 일을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건이 엄마도 애기 때 예쁘다 소리를 못 들었어
내가 보기엔 이렇게 예쁜 아기가 없는데
사람들이 예쁘다 소리에 인색한 것에 화가 나더라고
그런데 지금 아기 때 찍어놓은 사진 봐라
한이 하고 똑같이 생기지 않았어?
언니는 심지어 여자인데도 장군감이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지금 언니에게 못생겼다고 말하는 사람 있어?
장군감이라고 하는 사람 없지?
사람은 자꾸 변하는 거고 아기 때 예쁜 것은 몰라 커봐야 알지.
이러며 안심을 시켰습니다.

박민규의 소설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대단히 못생겼습니다.
그 못생긴 것을 설명하는 소설가의 표현이 아주 강합니다.
예쁜 여자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는 소설이 대부분인데
소설가 박민규씨는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잘생긴 남자의 이야기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소설 속의 이야기고모든 사람이 다 예쁜 사람에게 호의적입니다.
못생기면 잘 못 한 것 없이도 경쟁에서 밀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아무리 부정해도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도 평생을 살면서 한 번도 외모로 경쟁해본 적이 없고
예쁘다 소리를 못 들어봤지만
나도 예쁜 아기를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엄마에게는 자신의 아기가 세상에서 최고로 예쁩니다.
누구와 비교할 필요 없이 예쁘기만 한데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가지기에 나도 내 딸을 키울 때 그런 심정을 알기에
옛날 앨범을 꺼내놓고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건이엄마와 한이엄마 아기 때 사진을 꺼내놓고 보니
우리 한이는 걱정할 외모가 아닙니다.
누구랑 비교할 것도 없이 엄마와 이모 사진만으로도
한이의 잘생긴 외모를 입증에 주었습니다.
증명하는 방법으로 엄마와 이모의 아기 때 사진이 동원되었습니다.
그래야 한이 엄마가 위로 받을 것 같아서요. ^^

순이

4 Comments

  1. 아침이슬

    2012-12-11 at 07:25

    옛말에 양반의 자손은 낳아서 바로는 밉지만 커 가면서 예뻐지고 상놈의 자손은 낳아서 이쁘고 자라면서 미워 진다구요. 내가 어렸을때 앞짜구 뒤짱구였다는데 세월이 가면 갈수록 늙어 갈때까지 미모가 서서히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부모가 밉상이 아니면 걱정하지 마세요   

  2. 유니콘

    2012-12-11 at 08:02

    정말 그러할까요? 저희 딸들도(특히 큰딸) 못난이여서 걱정입니다. 코도 낮고, 미간도 넓고… 엄마에게는 한없이 예쁜 딸이라고 하셨는데.. 전 제가 봐도 못생겼으니 큰일입니다.   

  3. mutter

    2012-12-11 at 09:44

    젖살이 빠지면 예뻐질거예요.
    살이 통통해서 이목구비가 파묻혔어요.
    눈도 크고 콧날도 제법 있고..
    젖살이 빠지는 돌 때쯤 다시 사진 올려주세요.
    제 아들이 태어나고 보는 사람마다
    "눈썹이 예쁘네"
    소리만 하는거예요. ㅎㅎ
    오죽 칭찬할 데가 없으면 저러겠나 싶은게 ..
    지금은 중간은 넘어요.   

  4. 쉬리

    2012-12-11 at 11:27

    아~어쩜 바로 우리 딸 들, 손녀들 이야기 인것만 같아서
    속이 다 시원합니다.

    안 이쁘던 우리 큰 딸,
    지금은 신랑이 우리 색씨 젤 이쁘다 해줍니다.

    인물은 별로인 아기…크면 이쁘다 해줍니다.

    사람 열번 된다는 말, 맞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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