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올리뷰에서 하는 책 리뷰어에 신청하여
책을 받아들면 일주일 이내에 읽고 후기를 올려야 마음이 편했습니다.
책을 공짜로 받았으면 후기라도 빨리 올려야 빚을 갚는 것 같은
마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담감 때문에 올리뷰에 뜸하다가도 음악가 이야기나
음악에 관련된 책이 소개되면 욕심을 내게 됩니다.
서너 달 전 “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는 책을 신청할 즈음에는
괜찮았는데 책을 받아들 즈음엔 동생의 병이 상태가 악화되어
조금도 한가한 시간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마라토너가 전력 질주하듯이 동생의 질병에 매달려 있다 보니 책을 읽을
짬이 나지 않고 시간이 난들 책 내용이 한 줄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올리뷰에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리뷰는 쓰기 어려워서 미루어졌습니다.
책을 받아들면 서서라도 읽고 밤을 새서라도 읽는 습관이 있어서
집에서는 나를 활자중독증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사람인데
동생의 생명이 위독하자 난독 증에 걸린 사람처럼 뭘 읽기도 어렵고
글 한 줄 쓰기도 어려웠습니다.
생명이 여유가 있고서야 다른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 알았습니다.
이번에 정명훈 지휘자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한 주 앞두고 취소됐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유는 아들의 사고로 인한 병간호라고 합니다.
정명훈은 언제나 “가족이 먼저, 음악이 두 번째”라 말해온 사람입니다.
정명훈은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지휘라는
영예로운 자리를 마다하고 아들의 병상을 지켰습니다.
정명훈이 직접 식사를 챙기면서 병간호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10년 전에 요리책을 냈을 정도로 요리에도 전문가인 그는
아들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세 끼 식사를 손수 만들어 먹인다고 합니다.
가족이 먼저, 음악은 두 번째라고 그가 말한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정명훈이 모든 공연 일정을 취소하고 아들 곁에서 병간호를 하게 된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그를 아는 분들은 말합니다.
그는 예전부터 “가족이 먼저”라고 말해왔기 때문입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첫아이를 낳은 후 삶이 바뀌었다.
음악은 2순위로 밀려났지만, 오히려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 여유가 생겼고
음악에 대한 사랑이 깊어졌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모른 채 음악만 탐닉했다면,
음악이 고통스러운 존재였을 것”이라면서
“출산 후 아내를 더욱 사랑하게 됐고,
가족을 내 전부로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습니다.
나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하는 공연을 여러 번 봤습니다.
모든 음을 그는 그림을 그리듯 지휘를 합니다.
그는 바다에서 헤엄을 치는 듯도 하고
몸을 낮추고 가시덤불 숲을 걸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가
작은 몸짓으로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폭풍이 몰아치는 듯 머리를 털거나 크게 흔들고
신이 난 듯 양팔을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씩씩하게 걸어 나와 객석을 향해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
오케스트라를 향해 지휘봉을 흔드는 모습이 굉장히 멋이 있습니다.
정명훈씨 나이가 60이 넘었는데 어깨도 굽지 않았고 살도 찌지 않았으며
곧고 바르게 선 모습이 아름답기조차 했습니다.
남자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지휘자입니다.
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다에는
음악의 탯줄이 된 어머니 이원순여사 이야기도 있고
정명화 정경화씨 등의 음악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녀를 음악인으로 기르고 싶은 부모님이나
나처럼 음악애호가나 아니면 정명훈씨의 팬께서는
꼭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비록 리뷰가 늦기는 했지만 동생의 병간호로 정신없어서 그랬다는
이유가 정명훈씨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스케줄을
아들 병간호 때문에 취소한 일에 비교하여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어서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모든 일은 생명이 있고 난 후에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아들이 아픈데 세계적인 지휘자가 무슨 위안이 되겠습니까.
지휘봉을 휘두를 손으로 아픈 아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가족이 우선이고 생명이 우선이니까요.
가정적인 남자가 세계적인 남자입니다.
꼭 정명훈씨같은 분이 아니더라고 가정을 잘 돌보고
가정을 우선하는 남자가 가장 멋진 남자입니다. ^^
순이
푸나무
2012-12-28 at 14:19
영리한 사람들이
요리도 잘한다고 하더군요.
수다도 제대로 못하고 한해가 가네요….
동네 아줌마들끼리 밥도 못먹고….
그래도 내년의 해피를 기약해야지요.
건강두요.
온가족의